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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9

       “그래, 네놈 말이 맞구나.”

         

       노인은 마침내 인정했다.

         

       그의 말이 모두 맞았다.

         

       어쩌면 지금 순간은 노인의 인생에서 가장 큰 기연을 마주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곳도 아니고 마경이다.

         

       웬만한 고수들도 하루를 채 넘기지 못하고 픽픽 쓰러져 며칠 사이에 괴물이 되어버리는 죽음이 넘쳐흐르는 땅이란 말이다.

         

       그런 곳에서 멀쩡한 사람을, 그것도 인세에 보기 드문 자질을 지닌 천재를 만났다.

         

       그것이 기연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을 기연이라 부를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기회다.

         

       하늘이 내려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생에 다시 찾아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인 건 확실하다.

         

       다른 건 전부 필요 없다.

         

       그의 말대로 한 가지만이 중요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다는 것.

         

       “네놈과 본좌는 같다. 서로의 비원을 이루기 위해 서로가 가진 것이 필요하지.”

         

       백우진의 입가에 더욱 짙은 미소가 그려졌다.

         

       이야기가 술술 풀리는 것이 이대로면 천마신공을 익힐 수 있겠구나 싶은 그때.

         

       “허나 그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게 하나 있는 듯하구나.”

         

       백우진의 얼굴이 한쪽으로 기울여졌다.

         

       “그게 무엇이오?”

         

       그가 묻자, 노인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러자 느슨하게 풀렸던 기운들이 다시 그의 몸을 강하게 조이기 시작했다.

         

       코앞까지 다가온 노인이 주먹을 들어 올렸다.

         

       이를 본 백우진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네놈의 말투가 심히 거슬리니, 그것부터 고치고 보자꾸나.”

       “아.”

         

       너무 깝쳤나.

         

         

       * * *

         

         

       여인은 바삐 움직이던 걸음을 멈추며 뒤를 돌아보았다.

         

       “하아, 하아….”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바짝 뒤따라붙었던 추격자들의 기척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따, 따돌린 건가? 하악….”

         

       정확히 말하면 따돌린 게 아니다.

         

       그들이 포기했을 뿐.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들어선 곳은 마경이기에.

         

       고수조차도 들어가면 하루를 못 넘기고 미쳐버리는 땅에 들어간 이상, 고수도 아닌 여인이 들어가 살 확률은 없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아아.”

         

       거친 숨을 내쉬며 주저앉는 여인.

         

       그러나 마음 편히 쉴 수는 없었다.

         

       그녀 또한 이곳이 어디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

         

       “뭔가 꺼림칙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괴이쩍다.

         

       까맣게 죽은 나무는 말라비틀어진 채로 제멋대로 가지를 뻗어 자라나 있고, 땅은 모래도 아닌 것이 푸석푸석하다.

         

       무엇보다 그녀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주변에 자욱한 보랏빛 안개였다.

         

       숨과 함께 들이마실 때마다 몸속에서 구역질이 올라올 것만 같다.

         

       더없이 불안해진 그녀는 참지 못하고 몸을 일으켰다.

         

       “나가고 싶어….”

         

       당장 이곳에서 뛰쳐나가고 싶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다.

         

       이곳 안까지 들이닥치진 못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이곳 밖에서 진을 치고 있을 것이다.

         

       잠깐 도망쳤다가 빠져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

         

       “하아.”

         

       책에는 그렇게 쓰여 있다.

         

       마경에 들어선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인이 되어버린다고.

         

       과연 그 얼마란 며칠을 뜻하는 걸까.

         

       하루, 아니면 이틀?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버틸 거야.’

         

       그들에게 붙잡히고 싶지 않다.

         

       마인이 되고 싶은 마음 또한 없다.

         

       그러니 버텨야 한다.

         

       자신에게 얼마의 시간이 주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버티고 살아남아 이곳을 나가고 말리라.

         

       “응, 좋아.”

         

       스스로 다짐하듯 말하고 몸을 조금 더 회복하기 위해 주저앉으려던 그때.

         

       크르르르….

         

       “히익.”

         

       뒷골을 찌르르 울리게 만드는 맹수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장 자리에서 일어난 여인은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짐승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자, 잘못 들은 건가…?”

         

       안도하며 숨을 내쉬던 순간,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그녀의 머리를 적셨다.

         

       “이게 뭐야….”

         

       끈적끈적하고, 고약한 냄새가 났다.

         

       “우욱!”

         

       그녀는 헛구역질을 하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보았다.

         

       온몸에 붙어 있는 눈알이 데룩데룩 굴러가고 있는 괴상한 늑대가 자신을 노려보며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모습을.

         

       여인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끼야아아아악!”

         

       그녀의 비명이 고요한 마경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 * *

         

         

       한바탕 작은 소란이 있었다.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저 노인이 백우진에게 예절을 주입하는 동안에 생긴 작은 소요사태일 뿐.

         

       “여기 와서 앉아보거라.”

       “옙.”

         

       덕분에 백우진은 예의를 차릴 수 있게 되었다.

         

       사소한 부작용이 있다면 눈 한쪽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보기 안 좋다는 점 정도일까.

         

       노인은 백우진을 땅바닥에 주저앉힌 뒤, 그의 앞에 섰다.

         

       “이걸 보아라.”

         

       그렇게 말하며 노인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주변에 흐르던 기운들이 그의 손아귀를 중심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노인은 제 손아귀에 자욱하게 낀 안개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것이 무엇이냐.”

       “…마기요.”

       “네 눈에는 이 마기가 어떤 것 같으냐.”

       “조잡한 쓰레기?”

         

       신랄한 백우진의 말에 노인이 처음으로 작게 웃었다.

         

       “그래, 맞다! 이것은 조잡한 쓰레기다.”

         

       노인이 신경질적으로 손을 흔들자, 주변에 모여 있던 기운들이 금세 흩어졌다.

         

       “그렇다면 또 묻겠다.”

       “예.”

       “네 생각에 천마의 천마신공이 저딴 마기를 운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공 같으냐?”

       “그건….”

         

       그는 쉬이 대답하지 못했다.

         

       노인과 처음 만났을 때 들었던 말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

         

       그는 분명히 마기는 자연지기의 또 다른 형태일 뿐이라고 했다.

         

       덧붙여 마기가 이렇게 된 것은 이를 악용하려는 인간들에 의해서일 뿐이라고도 했고.

         

       그 말을 듣고 보니 이것저것 걸리는 것들이 생겼다.

         

       천마가 제게 검을 겨누었던 그때.

         

       검붉게 타오르는 검은 마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기와는 전혀 다른 무언가였다.

         

       그렇다면 천마신공의 마기와 세간에서 마기로 알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른 기운인 걸까.

         

       노인이 흡족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충 눈치챈 듯하니, 네게 보여주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던 노인의 몸에서 점차 무언가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주변에 흐르는 끈적끈적하고, 더러운 마기와는 달리, 더없이 맑고 깨끗한 기운.

         

       노인의 몸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마침내 백우진의 피부와 맞닿았다.

         

       파직!

         

       “윽…!”

         

       피부에서 느껴지는 따끔거리는 충격에 그는 저도 모르게 몸을 뒤로 물렸다.

         

       “이건….”

         

       딱 한 번.

         

       백우진은 이와 비슷한 기운을 느껴본 적이 있다.

         

       천마가 제 목에 검을 겨누었을 때.

         

       검붉게 타오르던 검에서 흘러나오던 기운이 지금과 비슷했다.

         

       “지금 느낀 기운에 대해 가감 없이 말해보아라.”

         

       노인의 물음에 백우진은 곧장 대답하지 않고 손을 뻗어 다시 한번 기운을 느껴보았다.

         

       손가락을 파고드는 강렬하고, 집요한 기운.

         

       “으음…!”

         

       이걸 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파괴적인 기운은 마기와 흡사한데, 그 외의 모든 것들이 다르다.

         

       사람을 미치게 만들지도 않고, 꺼림칙하거나 불길하지도 않다.

         

       아니, 어떤 면에선 자연지기보다도 더 맑고 깨끗한 구석이 느껴진다.

         

       “굳이 표현하자면…, 아주 순수한 파괴.”

         

       모자란 어휘에서 나올 수 있는 최대의 표현이었다.

         

       백우진이 느끼기엔 그랬다.

         

       눈앞의 기운은 오로지 파괴에 필요한 것들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걸러낸 듯하다.

         

       그렇기에 순수하고, 깨끗했다.

         

       “네 말이 맞다.”

         

       노인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백우진이 말한 대답이 썩 마음에 든 눈치였다.

         

       “천마신공은 역행의 무공이다. 그렇다면 이 역행을 통해 무엇을 만들고자 했는가.”

       “…마기를 만들기 위해 역행을 했다?”

       “바로 그것이다.”

         

       다시 한번 노인이 기세를 흩뿌렸다.

         

       조금 전과는 달리, 백우진의 체내에도 잠들어 있는 순수한 자연지기였다.

         

       “천마신공은 오로지 파괴를 위한 무공. 허나 이를 운용하기 위해 자연지기는 썩 어울리는 기운은 아니었지.”

         

       자연지기의 장점은 정순하다는 것에 있다.

         

       기운이 정순하다는 것은 어느 한 곳에 치우쳐 있지 않고 모든 것을 품고 있다는 뜻.

         

       “그렇기에 초대 천마께서는 역행을 통해 오로지 파괴를 위해 필요한 부분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걸러냈다.”

         

       노인의 기세가 급변했다.

         

       주변에 흐르던 자연지기가 점차 줄어들더니, 더 강하고 맹렬한 공격 성향을 띠기 시작했다.

         

       변화의 끝에 완성된 것은 조금 전 노인이 보여주었던 마기였다.

         

       오로지 파괴만을 위해 날카롭게 벼린 순수한 기운.

         

       “이러한 마기가 있기에, 천마신공은 고금 제일의 무공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이니라.”

         

       자부심 넘치는 말투로 말한 노인은 이내 씁쓸하게 웃으며 기운을 흐트러뜨렸다.

         

       “또한 이 마기가, 역대 천마들을 비참하게 죽게 만든 원인이니라.”

         

       천마신공을 통해 만들어진 정순한 마기는 또 다른 의미로 위험했다.

         

       그것을 품고 있는 신체가 더없이 강건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문제가 되는 것은 나이를 먹음에 따라 노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였다.

         

       “…노쇠한 신체가 마기를 감당할 수 없게 된 순간, 잡아먹히게 되는 게지.”

         

       그것이 역대 천마들이 비참한 결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그 어떤 고수도 다가오는 세월을 늦출 순 있을지언정, 멈출 수는 없으니.

         

       노인은 그리하여 도망쳐 나왔다.

         

       “본좌가 바라는 것은 하나다.”

         

       고금 제일의 무공이라 불리나, 실상은 흠결 가득한 천마신공을 완전무결하게 만드는 것.

         

       “본좌에게서 천마신공에 대한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은 네놈 또한 이 대업을 거들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러니 네게 다시 묻겠다.”

         

       노인이 더없이 진중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놈은 이 모든 걸 알면서도 천마신공을 익힐 테냐.”

         

       백우진은 고개를 들어 노인의 눈을 바라보았다.

         

       더없이 무거운 진중함 속에서 희미한 감정이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간절함, 그것은 분명 간절함이었다.

         

       그도 아는 것이리라.

         

       자신이 그에게 있어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백우진이 입을 열었다.

         

       “뭐…, 그게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한번 해보죠.”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사실 그 또한 노인과 다르지 않다.

         

       벼랑 끝에 몰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위태로움 속에서 살고 있기에.

         

       백우진이 웃자, 노인도 따라 웃었다.

         

       “허, 용기인지, 객기인지 모르겠구나.”

       “두고 보면 아실 겁니다.”

         

       그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원래 주인공의 몸이란 건 불가능도 가능으로 바꾸는 힘이 내재되어 있으니.

         

       두 사람이 서로의 필요성을 인정할 때였다.

         

       “끼야아아아아악!”

         

       난데없는 비명이 두 사람의 귀를 찔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자꾸만 야심한 새벽이 되어서야 글이 써지네요..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이게 억지로 글을 쓰면 오히려 더 망가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순응하고 살아보려고요…

    독자분들의 너른 양해 바랍니다…

    최대한 빨리 연재 시간 관리하고, 연참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셔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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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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