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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9

       분명, 지튜브 각이 나오는 주제는 조금 길게 얘기해달라고 했었던가. 편집하면 10분이 조금 넘게 나오도록……으로 시작된 긴 요청을, 지키려고 노력하기는 했는데.

       

       막상 이야기를 하려고 보니, 후기라고 남길만한 이야기가 그리 길지 않더라.

        

       사실 생각해보면, 후기는 시위를 대접받은 패러데이가 남겨줘야 하는 거 아닐까. 식당 주인이나 요리사가 음식 만든 후기를 남기는 건 이상하잖아. 리뷰는 먹은 손님이 남겨야지.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라고 해봐야, 고마웠다는 말 뿐이어서. 그나마 거짓말할 필요는 없으니 다행이라지만,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아무튼, 와주신 분들 덕분에 좋은 자리였어요. 초콜릿 만들어간 보람도 있었고. 어차피 시판 초콜릿 녹인 거 아니냐……맞긴 한데, 블렌딩도 의미가 있잖아요. 나름 회심의 조합으로 섞은 거예요.”

        

       그래도, 조금 아쉬운 것이. 초콜릿은 정말로 나름 심혈을 기울여 만든 조합이었는데. 무려 4종류의 초콜릿을 사서 실험했다고. 이정도면 준 수제 초콜릿이라고 생각해.

        

       특별히 홍삼 정과를 토핑으로 뿌려준, 단가 높은 초콜릿도 있었고.

        

       왜 당첨 후기가 안 올라오지.

        

       기쁨의 감사 인사까지는 아니어도, 의외의 꿀조합이더라- 같은 후기 정도는 올라올만 하지 않나.

        

       조금 서운하네.

        

       내친 김에 카페에서 잠시 ‘초콜릿’, ‘홍삼’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보는 한편, 혹시 당첨자가 채팅창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채팅도 훑어보자니- 조금, 느낌이 미묘한 것이.

        

       -바이콘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누구한테 주려고 조합을 찾았을까? 언제 그렇게 숙련됐을까? 아따먹은 언제 경력직이 되었을까?】

        

       『크 아 아 아 악』

       『그만해다오… 그만해다오… 그만해다오…』

       『지랄하지마 우리 따먹눈나는 그저 우리를 위해 초콜릿을 주기 위해 처음부터 연습해서 회심의 조합을 찾은 거야 죽여버린다 진짜로』

       『저새끼 반드시 고소대상 1위로 올린다』

       『캠 좀 켜주세요 제가 이렇게 무릎꿇고 부탁드립니다』

        

       -전국유니콘협회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저희 유니콘협회에서는 도적부흥운동협회장 아따먹님의 순결을 보증합니다. 아따먹님께서는 화답의 의미로 독신의 맹세를 해주세요.】

        

       『아 지랄 좀』

       『뇌절 ㅈ되네 진짜』

       『그 얼굴 그 몸매 그 목소리로 남친이 없었다?ㅋㅋㅋㅋㅋㅋㅋ』

       『오히려 너무 예뻐서 모솔일 수도 있음ㄹㅇ』

       『따먹따먹아 채팅창 좆됐어……』

       『육수 농도보소 우욱 씹 진짜』

        

       분위기가……너무 쉽게 이상해지더라.

        

       예전에도 이런, 이런 느낌의 시청자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비중이 명확히 달랐어. 굳이 말하자면……그래.

        

       첫 방송에 실수……를 했던 직후, 의 느낌인데.

        

       얼굴이 조금 드러난 여파일까. 어쩌면, 애매하게 드러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왜, 허니버터칩도 수량이 부족하니까 괜히 더 맛있게 느껴졌다는 얘기도 있잖아. 마찬가지로 얼굴이 살짝만 드러났다 보니, 더 난리들이 난…….

        

       어떻게 해야 하려나.

        

       복잡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니, 한없이 복잡했다. 과거의 사례에 비추어 보려 해도, 그 때는 그냥……기억 소거의 물약을 마시고 도적부흥운동을 하다보니 언제부턴가 해결이 되어 있었고.

        

       지금은…….

        

       음.

        

       바탕화면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나오나 실행 아이콘에 마우스 커서를 가져다 댔다가, 떼어내기를 몇 차례.

        

       한 차례 클릭한 채로 잠시 망설였다가, 아이콘을 끌어서 바탕화면을 한 바퀴 순회시켜주며 고민을 이어나갔다.

        

       이어서, 아예 잠시 휴지통에 넣어둘까- 하고 끌어 옮기다가……멈췄다. 이건 차마 못하겠어.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몇 분째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말로 해줘】

        

       시청자들도 비슷한 마음인 거겠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오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방송 아닌가.

        

       머리가 복잡할 때, 잠시 나오나를 하며 눈앞의 승부에 집중하는 것 만한 게 없었는데.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나오나 하긴 하는 거임?】

        

       시의적절한 도네이션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

        

       솔직히 말하자면, 이것도 내 입장에서는 제법 큰 고민이었다.

        

       나오나가 갓겜인……이었던, 건 맞고. 내가 가장 사랑했던 게임인 것도 맞다.

        

       ……게임 이상의 의미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다만.

        

       지금은……조금, 다르지 않나. 

        

       “……나오나가 되면 다시 할 거예요. 지금 그건 나오나가 아니라 나오나였던 누더기니까. 괜히 고인 모독하지 말고, 부활하면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도적 너프 패치를 잠시 유보하겠다던 공지 이후로도, 여러가지 일이 있었더랬다.

        

       다른 캐릭터들도 갈피를 못 잡고 있고, 특성들은 막아 놔, 심지어 수호병마저 누덕누덕해서……옛날, 상태가 정말 심각하던 시절에도 본 적 없는 수준으로 삐걱거리는 것이- 이젠 정말로, 시즌2를 대체 언제 시작하겠다는 건지조차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내가 할 말은 아닐 수도 있지만, 지금 이건 나오나가 아니다. 최소한 나는 인정할 수 없어.

        

       ……다시 생각해도, 진짜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하지만……잘잘못을 따질 때는 아니니까.

        

       아무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오나가 고쳐질 때까지는 방송을 아예 쉬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상 그렇게 하기는……어렵고.

        

       차라리 무언가 다른 게임을 하는 편이 좋으려나. 왜, 세계대전 중 군인들도 포탄 안 떨어질 땐 포커치며 시간 보냈다고 하니까. 시위를 계속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혼자 화난 표정만 짓고 있을 수도 없으니…….

        

       “음……쉬어가는 시간 같은 느낌으로, 다른 게임도 조금 찾아볼까요. 자랑은 아니지만 제가 안목은 나쁘지 않은 편이어서. 다들 좋아하실만한 게임 잘 골라올 수 있을 거예요.”

        

       『???』

       『??』

       『갓겜 다 거르고 꽂힌 게 더 로그 아니었냐』

       『뭐 나오나도 골랐으니까……』

       『정보) 평소 갓겜이라고 읊조리던 게임 중 21세기에 나온 게임은 손에 꼽는다』

       『ㄹㅇ 좆고전 게임만 잔뜩 가져올 거 같은데』

       『그냥 추천을 받자 제발』

       『차라리 킹갓신나를 부는 건 어떨까?』

        

       ……어째, 신뢰도가 과하게 낮은 느낌인데.

        

       마음 속 어딘가의 청개구리가 울어대기 시작하는 게- 조금, 오기가 생기려 한다. 다른 건 몰라도 게임에 있어서는 이런 취급을 받고 싶지 않아.

        

       아직 능력을 입증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고.

        

       마음 속에서 승부욕이 끓어오르지만, 성급하게 굴 일은 아니다. 선보일 게임을 고르는 데는 시간이 제법 필요하니.

        

       안전하게 가자면, 이미 검증된, 모두가 추억하고 있는 고전게임들을 가져오면 그만이겠지만- 그래서야, 무슨 의미가 있겠어. 역시 진흙 깊은 곳에 묻혀진 역사 속 진주를 발굴해내는 모습을 보여야 시청자들도 만족하지 않을까.

        

       “두고 봐요. 깜짝 놀랄 게임들로만 가져올 테니까.”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니 진짜 괜찮으니까 그냥 다른 스트리머들이 다 한 전혀 안 놀라운 게임들로만 가져와줘 제발】

        

       ……그럴 순 없지.

        

       “……아무튼, 진검승부는 다음에 하는 걸로 하고. 오늘은, 방종하기 전에 방송 규칙을 조금이라도 만들어 볼까요. 잠시만요. 이메일 확인을…….”

        

       레반이……분명, 이메일로 방송 관리 규정 샘플을 보내뒀다고 했었는데. 어디…….

        

       “……뭐지.”

        

       『뭔데』

       『우리도 보여줘』

       『진짜 개인정보는 존나 쓸데없이 철저한 년……』

       『제발 이 텐련은 뭐가 됐든 유출 좀 됐으면 좋겠다』

       ㄴ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어 뭐야 씨1발 관리자 생겼어?』

       『아니 뭔데 진짜로』

        

       “패러데이에서 이메일이 왔네요. 얘네가 이메일 보내는 경우가, 계정 정지 말고는 없었던 것 같은데.”

        

       이메일함의 최상단. 패러데이 게임스의 도메인에서 온 이메일이 제법 불길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그 몇 칸 아래에 있던, ‘제발 이상한 소리 하지 말 것’이라는 제목 따위의 존재감은 가볍게 짓누를 정도의 강렬함이다. 

       

       설마 버그 정지……아니, 아니겠지. 그럴 리가. 우리 카나리아 성능이 얼마나 좋은데. 

        

       반대로 이런 반응을 노린 낚시 메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순간 스쳐 지나갔으나- 이 가능성은 더 낮았다. 낚시 메일이었으면, 친절하게 한국어로 보냈겠지. 한국 서버에서 플레이하는 계정에 이메일을 영어로 보내는 꼬라지부터가 딱 패러데이다.

        

       제목만 영어인가 했더니, 본문까지 모조리 영어인 것도 딱 패러데이고.

        

       “……번역기부터 돌려볼까요. 아, 여러분도 보여드릴게요.”

        

       익숙한 일이다. 나오나 인구가 너무 부족해진 시점부터는, 갤만큼이나 레딧에서도 시간을 보내곤 했으니. 영어 실력은 몰라도, 번역기 사용 실력 하나는 확실해진 시간이었다.

        

       예를 들어, 이렇게 쓸데 없이 복잡해보이는 문장도, 적당히 어구 별로 자르면, 이렇게…….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니 초대 메일이잖아 ㄷㄷㄷ 아따먹 클라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ㄹㅇ 초청 메일인데??? 나 갑자기 눈나가 너무 멀게 느껴져……우리 안 버릴거지?】

        

       ……이 정도면 그냥 가만히 있어도 통역이 되는 거 아닐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세심한 작업을 중단하고, 이메일 내용을 대충 통째로 번역기에 우겨넣고 있자니- 역시나, 적절한 요약이 담긴 도네이션이 들어오더라.

        

       -통역병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대충 귀하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초대하고 싶으니 이번주 중으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으면 감사하겠다는 뜻입니다】

        

       이거, 좀 중독성 있는데.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일순간 떠올랐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런 생각을 할 여유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얘네가요? 의견을?”

        

       들으면서도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다. 번역기의 결과물도 대략 마찬가지였음에도, 도저히.

        

       한국지사에 초대해서……의견을 듣고 싶다. 마침 본사의 핵심 인력이 한국에 와있으니, 의견을 주면 경청하겠다……라니.

        

       말이 안 되는데.

        

       “함정 아닐까요. 막상 가서 문을 열면 그대로 드럼통에 담긴다거나. 부정부패한 경찰이 체포를 준비하고 있다거나. 패러데이가 유저 말을 듣는 것보단 그게 가능성 높아 보이는데.”

        

       『아니 왜 이렇게 부정적이야 ㅋㅋㅋㅋㅋ』

       『와 진짜 시위는 박고 볼 일이구나 ㄹㅇ』

       『아따먹/논란/경찰비하』

       『패러데이 정도면 피드백 잘 듣는 편인데』

       『생중계 ㄱㄱㄱㄱㄱ』

       『촬영하게 해주면 간다 하자』

        

       ……다들, 시즌 4의 패러데이를 안 겪어봐서 그런가. 너무……너무 순진하지 않나.

        

       그래도-

        

       “음……방송은, 안 될 것 같은데. 그래도 가보긴 할까요. 혹시 모르잖아. 평행세계의 패러데이는 어째선지 중간에 정신을 차릴 능력이 있었던 걸지도.”

        

       한번쯤 속아봐도, 나쁠 건 없겠지.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따먹아 15센티 미만 단검은 소지 가능하다……방송 안 킬 거면 안전을 위해 단검이라도 쌍수로 챙기자】

        

       그래도,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지금 방송 모니터링은 안 하고 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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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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