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1

       

       “고부린, 경수시장에서 태경문의 강준이 내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나?”

         

       “현장 일은 자네의 소관이 아닌가! 나에게 뒤집어 씌우지 말게! 나는 태경문에게 받을 돈을 다 받아왔어!”

         

       “그래 그러니까 지금 받은 돈 다 뱉어내라고. 이해 안가? 고부린. 다시 말하는데 너는 이번 의뢰에서 기본도 안 되어 있는 문파에게 제대로 검증이 되지도 않은 의뢰를 받아다가 나에게 아무 언질도 없이 건네주었고 그 덕에 나는 생 고생을 다 하고 그 강준이라는 자식은 나를 죽이려고 안면에 칼침을 먹였어.”

         

       “중개인 일을 하면 중개인 수수료를 받아도 아무 말 안해. 근데 너는 이번 건에서 그냥 심부름꾼에 불과했어. 네가 지금 네 몫이라고 희희낙락거리면서 챙긴 돈이 얼마인지는 몰라도 그걸 다 합쳐도 경수시장에서 일어난 일의 온전한 배상이라고 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고.”

         

       “돈을 가지고 왔다고? 온당히 받아야 할 배상조차 제대로 받아오지 못한 네가 중개인? 내 몫도 제대로 못 챙겨온 놈이 뭔놈의 수수료야? 그간의 정이 있으니까 네가 못 받아온 몫을 메우라고는 안 할 테니 넌 그냥 황금가랑 낭인객잔을 오간 발품값이나 쳐 줄 테니 그거나 받고 가라.”

         

       “감히! 감히 이 황금가의 고부린 앞에서 이런 망발을..!”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제대로 된 보상을 다 받아내고 와서 손해 본 내 몫을 채우고 중개료를 가지고 가든가, 지금 이 자리에서 다 뱉고 그냥 가든가.”

         

       흥분해 숨을 몰아쉬는 고부린을 보며 나는 차분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건 일이고.

         

       당연한 요구이니까.

         

       단 한점의 여지조차 주지 않기 위해 고부린을 응시했다. 고부린은 내가 그냥 본인을 압박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것을 눈치챘는지 조금은 흥분을 가라앉혔다.

         

       “호천안 자네가 중개인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다고 한들 중개인을 건드리고도 낭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내 돈.”

         

       나는 고부린의 말을 잘랐다.

         

       “품 안에 든 돈, 아니면 태경문에서 돈을 받아와. 그 전까지 너는 나에게 [중개인]이 아니다. 돈을 받아내야 할 빚쟁이에 불과해.”

         

       “그러지 못하겠다면?”

         

       나는 웃었다. 창백한 얼굴로 배짱을 부리는 고부린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안 갚고는 못 배기게 만들어 줘야지. 추심을 위한 내 노동 일당까지 모두 더해서 말이야.”

         

       고부린 사냥의 시작이다.

         

       *** ***

         

       덜그럭. 쿠르릉.

         

       “이게 정상적인 수금인가요?”

         

       “어? 아니.”

       

       흑영기공이 운영되고 있음에도 흑묘가 나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진짜 이런 일을 해도 먹힐까 싶은 표정이었지만 시킨 일은 잘 하고 있어서 그냥 입맛만 다셨다.

         

       “그치만 결국 낭인일을 하다보면 중개인과의 마찰은 피할 수가 없어. 중개인들은 낭인의 몫을 후려칠수록 돈이 남는 구조의 사업이니까. 자기 몫은 자기가 챙겨야지.”

         

       “이렇게 중개인과 대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건 현명하지 못한 선택인데요.”

         

       “그건 맞지. 근데 지금 이렇게 하는 건 네 탓도 있다는 거 아냐?”

         

       “호 선배,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휘젓고는 제 탓을 하는 건 좀 추하군요.”

         

       들켰나.

         

       “어제의 일이 그렇게까지 큰 건이었나요?”

         

       “설마 돈으로 따지면 보통이지. 배상금 다 합해봐야 큰건의 절반도 안 되고.”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하죠?”

         

       “시간이 없어서. 중개인들 기강을 잡아 놔야 내가 편하거든.”

         

       “무슨 시간이요? 도박하러 갈 시간?”

         

       “..너 그건 어디서 들었냐?”

         

       “동기분들이 말씀해주시더군요.”

         

       와, 정삼이랑 여진상 이 자식들 그 사이에 내 뒷담을 했어? 동기란 놈들이 모자란 행동을 할때마다 왜 내가 다 부끄럽지.

         

       “호 선배, 솔직히 말해봐요. 저의가 뭡니까?”

         

       “아니 진짜 너는 왜 그렇게 나를 못 믿냐? 내가 어디서 배우지도 못하는 요령을 마구 방출해주고 있는데 감사합니다 하면서 흡수하는데 집중이나 하라고.”

         

       “이 꼴이 어디가 배울 점이 있다는 건가요.”

         

       흑묘가 전단지를 살랑살랑 흔들어 보이고는 한 줌 집어서 허공에 홱 뿌렸다. 전단지가 뭉쳐 구르는 것을 보며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손을 멈춰 주지 않은 게 어딘가 싶어서 내버려 두었다.

         

       “첫째로는 낭인객잔에서 고관대작처럼 구는 중개인들의 실상을 알 수 있지.”

         

       중개인들은 명가의 혈통이 아니면 할 수 없다. 무(武)와는 관련 없는 문(文), 관(官), 상(商)을 업(業)으로 하는 명가의 혈통들. 낭인과 어울린다는 추문이 끼얹어지지도 않을 견고한 평판을 지닌 가문의 혈통만이 중개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보자.

         

       결국 중개인의 활동은 가문의 명성에 악영향을 끼친다. 중개인들은 자신들의 혈통과 가문이 고작해야 그 정도 소문으로는 범접할 수 없다고 꺼드럭대지만 가문 내부에서는 과연 그런 중개인들을 고운 눈으로 바라볼까?

         

       중개인의 수익은 일반적으로 범상치 않은 것이지만 사실 중개인 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명가라면 그 수익은 그리 매력적인 것이 아니다.

         

       그냥 가문 사람에게 일자리 하나 준다고 생각하고 좀 불편해도 그냥 내버려 두는 정도겠지.

         

       “둘째로는 낭인객잔 한정으로 여포처럼 날뛰는 중개인들에게 방어불가기술을 먹일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거야.”

         

       “흐음.”

         

       불량하던 흑묘의 태도가 살짝 올바르게 변했다.

         

       “고부린이라는 사람 마음에 좀 안 들기는 했지만…그래도 중개인이라면 정보상의 일종인데 그런 작자들이 저렇게 정보인들이 날로 먹는다는 안 좋은 선입견을 심는단 말이죠..정보상의 인식을 망쳐놓는 작자는 손을 봐야..”

         

       “뭐라 했냐?”

         

       “아니에요. 알았어요 선배. 잘 배워보도록 하죠.”

         

       촤라라라라라!

         

       갑자기 의욕이 솟았는지 전단지에 암기술과 장법을 섞어 뿌리는 흑묘. 하늘 높이 딸려 올라가는 전단지들이 놓은 허공에서 한 차례 공처럼 뭉치더니 그대로 폭발하듯이 흩뿌려졌다.

         

       하늘에서 눈처럼 내리는 전단지를 보았는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나저나 이 기묘한 문자들은 뭔가요?”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기억에 남길 수 있는 특별한 기호들이야. 그 효과가 아주 탁월해서 수많은 이들이 이 기호들을 채용했지.”

         

       “호오…”

         

       황금가에 도달했다. 황금(黃金)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상인 가문. 이 사천의 부를 한 손에 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천 상계 1위의 가문. 문 앞에 서서 대궐 같은 저택을 지켜 보는 것만으로도 그 부유함이 느껴진다.

         

       말 열 여섯 마리가 일렬로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압도적인 대문 그리고 열려진 대문 사이로 보이는 대궐에 비견될 만한 수많은 건물들.

         

       나는 끌던 수레를 멈추고 그 앞에 섰다.

         

       “명문가고 나발이고 트럭, 아니 수레 받으면 꼼짝 못해.”

         

       고블린 사냥은 로드킬이 제맛이지.

         

       *** ***

         

       황금가.

         

       황금가는 유서 깊은 상인 가문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서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

         

       사천제일의 상단이라 불리는 황금상단의 주인인 황금가지만 그 역사를 살펴보면 이리 저리 풍파에 휘둘린 자국이 역력했다. 거부임에도 불구하고 지저분했던 돈벌이와 그저 자본을 앞세운 문어발식 확장이 불러 일으킨 부작용.

         

       탐욕적인 투자 앞에서 이런 저런 곳에서 자금도 많이 끌어 왔고 적도 만들었으면 떳떳하지 못한 짓도 많이 저질렀다.

         

       여일예는 황금가의 휘황찬란한 전경이 온갖 오물로 얼룩진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 앞장서 걷고 있는 총관의 뒤로도 악취가 흐르는 것 같았다.

         

       ‘직접 가주와 대면할 수 있다는 것은 뜻밖이군.’

         

       황금가의 힘은 온 사천에 미친다. 사천제일의 상인은 무림문파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많은 재물을 투자하고 있었으니까.

         

       점창 역시 황금가에게 수많은 선물을 받았다. 사천의 명사들끼리 서로 적절히 교류하는 일은 늘상 있는 일. 적당히 서찰 심부름을 맡은 제자를 윽박질러 빼앗아 들고는 황금가를 찾아온 여일예였지만 역시 가주가 직접 대면해 준다는 것은 뜻밖이었다.

         

       요새 한창 오르고 있는 이름값의 대우인가.

         

       아니면 정말로 그때의 그 일과 관련된 자인가.

         

       ‘의미없는 가정이다.’

         

       여일예는 고개를 저었다. 황금가의 가주는 자격 없는 자가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위치가 아니었다. 초절정에 들고 사천에서 내노라하는 고수들을 연달아 격파해 실력을 증명했기에 만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한 것이다.

         

       가주가 그때의 그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치더라도 절정의 여일예라면 가주와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물극필반 화련냉조.

         

       여일예는 은인이 내려준 가르침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마음을 정갈히 했다. 눈을 감지 않았어도 내면의 심상이 그대로 펼쳐졌다.

         

       쇠들이 정련되어 만들어진 커다란 건축물. 이 거대한 황금가의 전각들에 전혀 뒤지지 않은 크기의 건축물은 단순하게 건물이라고 하기에는 견고하고 단단해 보였다.

         

       그러나 그 아랫부분에는 아주 커다란 구멍이 남아 있었다.

         

       ‘미련인가. 망집인가. 후회인가.’

         

       그저 불타올랐기에 무분별한 증오를 낭인에게 돌리고 헛돌았기에 지금 여일예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부모님을 여읜 이래 아무도 가까이 하지 않은 채 그저 이를 드러내고 손톱을 휘둘러 온 여일예에게는 그 누구도 다가오지 못했고.

         

       저택이 불타오른 그날 뚫린 그 구멍은 여일예의 마음이 새로이 정련되고 식었음에도 그 자리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복수.

         

       복수가 이 마음의 구멍을 채워 줄 수 있을지는 여일예도 몰랐다. 그러나 여일예는 진심으로 부모님을 사랑하였으며 동시에 그 장원 역시 사랑했다. 어머니 몰래 당과를 입에 넣어 주었던 시비. 정원들 뛰어다니고 나무를 올라가면 다칠까봐 어쩔 줄 몰라하며 자신의 뒤를 따라 달리던 시종.

         

       그 모든 것은 불타고 없어져 버렸고 여일예는 그들을 다시 살릴 수 없었으니.

         

       그저 피를 바쳐 그들의 원통함을 달래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2/5/4 내용 수정이 있었습니다.

    *22/5/14 작가후기에 내용 수정에 대한 사과문이 있었지만 수정이 완료된 바 후기에서 사과문을 삭제했습니다.

    오타 지적, 피드백 모두 환영입니다.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를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