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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

       도댓과의 혈투로부터 일주일.

        

       그 날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직후부터, 나는 극심한 피로감과 근육통이 동반된 몸살기운에 시달리며 앓아 누웠다.

        

       사실, 게임과는 아무 상관없었지만.

        

       처음 이렇게 되었을 때는 단순한 감기몸살이라고 오해하고 방심하기도 했다.

        

       그 후에 일어난 예상 외의 사태에 많이 당황하기도 했고.

        

       생리와 나의 첫만남은, 생리를 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아니, 건장한 남자였던 내가 생리를?!’ 따위의 생각을 하며 우울해할 정도로 말랑말랑한 것이 아니었다.

        

       그 날, 나는 새벽에 누군가가 내 하복부를 반복해서 칼로 찔러대는 날카로운 통증에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나,

       드디어 올게 왔구나. 대체 어느 스트리머가 내 집 주소를 알아낸 걸까……따위의 생각을 하며 목놓아 엉엉 울어버렸다.

        

       사태를 파악한 후에도, 쪽팔릴 겨를조차 없었다.

        

       그 날 밤, 속옷은커녕 바지를 갈아입을 힘조차 없었던 탓에,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며 제발 살려 달라고 침대에서 울부짖던 기억은……아마, 다시 태어나도 못 잊지 않을까.

        

       지금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아랫배가 욱신거리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제는 숙달되었다.

        

       미묘한 몸살기가 느껴질 때부터 미리미리 필요 장비들을 필요한 곳에 능숙하게 장착해두고, 핫팩 3개를 수건에 붙여 배에 두른다.

        

       그리고 아직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따스한 죽을 2그릇 배달시켜, 냉장고에 소분해 둔다.

        

       시작되면 첫 이틀 간은 문을 열고 나가기도 힘드니까.

        

       그렇게 사흘 밤낮을 침대에서 몸을 웅크린 채 가까스로 죽만 홀짝거리며,

       어째서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는 것인지 가슴 속으로 울부짖으며 신을 저주하고,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않겠다는 기도를 반복하고 나면,

        

       나흘째부터 거짓말처럼 통증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파인트 하나를 초코 반, 민트초코 반으로 시키면, 남은 시간을 버틸 힘을 얻을 수 있다.

        

       ……나도 내가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민초를 시킬 줄은 몰랐는데.

        

       초인적 반응속도를 가진 예나의 몸은, 과연 인간을 초월한 음식을 갈구하더라.

        

       “진짜 이게 왜……맛있지.”

        

       맛있다. 아니, 너무 맛있다.

        

       입 안에서 터지는 초콜릿의 단맛과, 그 단맛이 느끼하게 느껴지기 직전에 입을 다시 자체적으로 정화시켜주는 상쾌함. 그 상쾌함이 입을 깨끗하게 씻어주고 나면 다시 초콜릿이 들어간다.

        

       그야말로 악마의 유혹과도 같은, 무한의 굴레. 손이 자동으로 움직이며 입에 치약을 퍼 넣는다. 

        

       분명 그냥 치약인데- 라고 아무리 마음 속으로 울부짖어도, 미각이 전달하는 신호는 내 의지를 묵살하기에 충분하더랬다. 생리를 할 때면, 미각 세포도 어딘가 고장나는 걸까. 

        

       “너무 맛있어…….”

        

       결국 나도 모르게 중얼거릴 정도로. 황홀감이 느껴질 정도로 맛있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고 마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밥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푹푹 퍼먹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거대하고 묵직했던 파인트 통이 한결 가벼워진 채 바닥을 드러내는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그 때가 되면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며, 몸에 져버린 듯한 기분을 체감하게 되는 고로. 썩 불쾌한 기분을 곱씹으며, 남은 아이스크림을 냉동실에 넣어 놓곤 했다.

        

       이번에는 다섯 숟가락 정도가 남았다.

        

       단호하게 뚜껑을 덮고, 숟가락을 쪽쪽 빨아먹으며 아이스크림 통을 냉동실에 넣어두러-

        

       ……아니, 겨우 다섯 숟가락인데 이번엔 그냥 다 먹을까? 이미 내친 걸음…….

        

       냉장고를 향하던 걸음걸이가 감속 재생을 하는 것마냥 점차 느려졌다.

        

       아니다.

        

       무분별하게 민초 따위를 탐닉하다보면, 다음 달에는 파인트 하나를 민초로 통째로 채워서 시키게 되어버릴지도 몰라.

        

       부디, 내 자제력이 남아있어야 할텐데.

        

       입에 물고 있는 숟가락은 이미 쇠맛만 나기 시작한지 오래다. 그럼에도, 차마 뱉어낼 수가 없는 것이-

       

       두 눈을 질끈 감고, 냉동실에 아이스크림 통을 넣었다.

        

       하다못해 내일 먹어야지.

       

       하다못해.

        

       .

       .

       .

        

       절대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민트초코와 함께하는 아크 승급전 방송은 정말 맛있었다.

        

       마지막에 4연승을 하는 과정조차도 맛있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안타깝게도 그 때의 승급전을 1승 4패로 마무리한 아크는, 방송을 끈 비방 솔로랭크로 가까스로 다시 올라간 승급전에서도 깔끔한 3연패로 시작했다.

        

       처음 1패를 했을 때는 내심 초조해지는 마음을 애써 숨기며 시청자들과 티키타카를 하고,

       2패를 했을 때는 게임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하고 마스터급 플레이를 선보였음에도 트롤의 힘에 패배했으며,

       3패가 확정되었을 때는 이미 게임을 반쯤 포기한 죽은 눈으로, 방종하고 싶은 티를 팍팍 냈다.

        

       그러다가 시청자들의 성화에 못이겨 다시 돌린 큐에서 1승을 했을 때는 희망을 가지고 싶어하면서도 스스로 실망하기 싫어서 억지로 마음을 억누르는 눈빛이었고.

       2승을 했을 때는 차마 입밖으로 내기엔 두려워서 게임에 집중하는 척하는 티가 났으며,

       3승을 했을 때부터는 눈이 반쯤 돌아가서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기세였다.

        

       이게 나오나지, 이게 나오나야.

        

       결말만 조금 달랐더라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제법 만족스러운 승급전 방송이었다.

        

       ……게임에 도적만 있었다면 정말 완벽했을텐데.

        

       도적은 7판 중 단 1판에도 얼굴을 드러내지 못했다.

        

       배달버튼만 누르면 도착하는 아이스크림과 달리, 도적이 활약하는 게임을 보고싶다는 욕망은 쉽게 충족시킬 수 없었다.

        

       어째서인지, 도댓도 그 날의 혈투 이후로 휴방공지를 올리고 방송을 하지 않고 있고.

        

       힘겨운 투쟁 끝에 사면받은 보람이 너무 없어.

        

       그러다보니, 아크의 방송마저 끝나고 나서는 간만에 정말 할 일이 없는 상황에 처했다.

        

       심지어 그 이름을 읽을 수 없는 러시아 여자 스트리머도 방송을 안 하고 있다. 시차 때문인가…….

        

       그래.

        

       이렇게 시간이 남을 때야말로 할 일을 해야지.

        

        

       일주일간 골골거리며 앓아누운 끝에, 드디어 컨디션이 70% 정도까지는 회복됐다.

        

       아아, 이 서늘한 감각.

        

        

       도적부흥운동의 시간이다.

        

        

       

       여신이여, 분노를 노래하소서.

        

        

       [작성자: 따아먹]

       [제목: 도적보다 광전사가 좋다, 거수]

       [dam12/dam12

        

       와서 이기면 광질에 대한 VR 쿠폰 30만원 OR 알몸 도게자 청구권리를 양도해줌

        

       원한다면 면제해줘도 됨 ㅇㅇ

        

       대신 지면 갤러리에 ‘최고에요 도적도적’ 3번 써야 함

       

       광질 본인도 참여 가능]

       –     광질아…언제 이렇게까지 추락했냐…

       –     광질아 제발 그냥 알몸 도게자 하고 끝내자…….

       –     씨1발 버그로 한 번 이긴거 언제까지 울궈먹냐 미친년아

       –     ㄴ 광질 로그아웃 각도 좁혀야

       –     ㄴㄴ  -틀-

        

       불신자들이, 아직도 이렇게나 많나이다.

        

        

       [아따먹(도적): 다음.]

        

       [루비에님이 처치되었습니다!]

       [아따먹(도적) → 루비에(성기사)]

        

       [아따먹(도적): 다음?]

        

       [구르미님이 처치되었습니다!]

       [아따먹(도적) → 구르미(광전사)]

        

       [아따먹(도적): 님 혹시 사제 유저인가요]

       [구르미(광전사): ? 왜]

       [아따먹(도적): 아니에요]

        

       [아따먹(도적): 다음]

        

       정의로운 심판을 내리기를 십 수 차례.

        

       드디어, 갤러리에서 도적부흥운동의 성과가 또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작성자: ㅇㅇ]

       [제목: 최고에요 도적도적 최고에요 도적도적 최고에요 도적도적]

       [자살하고 싶다]

        

       

       아아, 이 갤러리를 봐.

       

        

       [작성자: ㅇㅇ]

       [제목: 최고에요 도적도적]

       [최고에요 도적도적 최고에요 도적도적]

       

        

       너무나 아름다워.

       

        

       [작성자: 기사상향좀]

       [제목: 여러분 저 할 말이 있어요]

       [따아먹인지 아따먹인지 암튼 저 새끼 미친새끼니까 붙지 마라

       

       최고에요 도적도적 최고에요 도적도적 최고에요 도적도적]

       –     아까 성기사로 도적한테 발린 병신이 너임?

       –     ㄴ 니가 해봐 씨발아

       –     ㄴ 니가 해보라고

       –     ㄴ 아 생각할수록 열뻗치네 니가 해봐 씨1발 진짜 말이 안 된다고

       –     ??걍 지 혼자 쳐맞다 죽어놓고 왜 갤에서도 혼자 불탐?

       –     ㄴ 하 진짜 나오나 접을까……

        

       [아따먹(도적): 다음]

        

       [작성자: ㅇㅇ]

       [제목: 근데 솔직히 저새끼 광전사 했으면 더 셌잖아]

       [아니 최고에요 도적도적은 쓸 건데

        

       이게 도적이 센 거냐고 그냥 저 새끼가 미친거지]

       –     dam12/dam12

       –     ㄴ 아니 시발 글을 좀 읽어 넌 잘 한다고

       –     ㄴㄴ dam12/dam12

       –     최고에요 도적도적…

       –     2번 더

       –     최고에요 도적도적 최고에요 도적도적

       –     ㅇㅋ

        

       [아따먹(도적): 다음]

        

       [작성자: ㅇㅇ]

       [제목: 씨1발 이건 진짜 핵 아님?]

       [아니 저게 움직임이 말이 됨? 사람 몸이 저렇게 움직인다고? 저게 되면 씨1발 체조선수를 하지 왜 방구석에서 하루종일 나오나를 쳐 하고 있는데]

       –     dam12/dam12

       –     ㄴ 난 아까 했어 씨1발아

       –     ㄴㄴ 아 그래? 그러면 할 일이 남았지?

       –     최고에요 도적도적

       –     최고에요 도적도적

       –     최고에요 도적도적

       –     진짜 좃같은새끼

        

       최고야.

        

       아니, 최고예요.

        

       [아따먹(도적): 다음 없음?]

        

       [작성자: 따아먹]

       [제목: 적네에~ 광전사.]

       [벌써 없음? dam12/dam12]

       –     30명이 목이 날아갔어요……

       –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

       –     얘 무슨 방송이라도 함? 뭔 미션 걸림?

       –     ㄴ 그게 제일 이해가 안 되는데 방송도 안 함

       –     ㄴ 그럼 사람이 4시간째 아무 이유도 없이 도적으로 1:1빵만 계속하고 있단 소리임? 정신병자 아니냐?

       –     ㄴㄴ dam12/dam12

        

       [작성자: 따아먹]

       [제목: 도적보다 성기사가 좋다도 거수]

       [dam12/dam12]

       –     싯팔 그만해

       –     아까 마스터가 썰렸는데 누가 가겠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마스터 누구 썰림?

       –     ㄴ 몰루 그냥 어떤 마스터 성기사였음

       –     ㄴ 병신이네;

       –     ㄴㄴ 시1팔아 너 아까 시비걸던 걔지? 너 방 파라 진짜 내가 방패 없이 왼손으로 이겨준다

       –     ㄴㄴ 도적한테 발린 기사랑 안 놈;

        

       도적부흥운동에 매진한지 약 5시간.

        

       갤러리는 어느새 ‘최고에요 도적도적’으로 도배되었고, 다른 글들에서도 도적에 관하여 불타는 유저들이 대부분이었다.

        

       더러운 광전사에 대한 글은 이미 박멸된지 오래.

        

       그래.

        

       이게 옳게 된 나오나 갤러리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하루, 정말 보람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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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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