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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

        

       

       네 시간.

       

       올리비아가 사라진지 벌써 네 시간째였다.

       

       ‘이 쯤이면…….’

       

       올리비아의 제자들은 곤히 잠들었다. 저 상태라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것이다.

       

       “자도 될 것 같은데.”

       

       슬쩍 눈치를 보던 글레이시아가 바닥에 엎드린 순간 바닥에 새겨진 마법진이 빛났다.

       

       글레이시아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오셨습니까!”

       “오냐.”

       “……옷이 바뀌셨네요?”

       “바꿨지.”

       

       올리비아는 푸른 달 모자를 벗어 바위에 걸쳐두었다. 그리고는 그 옆에 아무렇게나 밤까마귀들을 내팽겨쳤다. 얼굴이 얼마나 부어올랐는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어?”

       

       글레이시아에게는 무언가 익숙한 장면이었다. 

       

       ‘저게 사람이야, 시체야?’

       

       글레이시아의 생각을 읽은 올리비아가 피식 웃었다.

       

       “이쪽으로 몰래 기어오길래 잡아온거야.”

       “아, 그럼 제자는 아닌겁니까?”

       “제자? 어떤 미친놈이 제자를 이딴 식으로 데리고 다녀?”

       “…….”

       

       글레이시아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너요 너. 

       

       그 미친놈이 너다. 이 새끼야.

       

       어쩜 사람이 저렇게 일관적일 수 있을까. 그것도 안 좋은 쪽으로.

       

       글레이시아는 끓어오르는 속을 숨긴 채 물었다.

       

       “그럼 뭡니까? 죽이시려는겁니까?”

       “아니.”

       

       올리비아는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밤까마귀들을 내려다보았다.

       

       “쯧.”

       

       죽이고 싶어도 못 죽인다 이것아.

       

       ‘기회를 줘도 통수치려 그러네.’

       

       애초에 같잖은 맹세질에 어울려준 것도 메세지 스크롤의 위치를 알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락테아를 섭렵한 고인물이라지만, 이렇게 매번 보관 장소가 바뀌는 아이템 같은 경우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맹세하고 왜 안 죽었나고?

       

       ‘애초에 마녀가 아닌데 죽을리가.’

       

       올리비아의 복장은 누가 봐도 마녀의 그것이었다. 세트로서는 믿지 않을 수 없었을것이다.

       

       그나저나.

       

       심문을 통해 알아낸 바에 따르면, 칼리오페가 스크롤을 보관했다는 곳은 시작의 도시 북쪽 성곽이었다. 

       

       다행히 수도가 아니었다.

       

       물론 이것도 거짓일 가능성이 있지만, 그건 칼리오페와 동행하면 해결되는 문제다. 

       

       다만…….

       

       ‘이놈이 날뛰면 골치 아파지는데.’

       

       칼리오페가 미쳤다고 시민들을 해코지하지는 않겠지만, 소리를 지른다거나 인파 사이에 뛰어들기만 해도 온갖 이목이 다 쏠릴것이다.

       

       그렇게 되면 뭐, 망하는거지.

       

       좌표가 찍히는 즉시 온갖 회귀자들이 목을 따러 달려올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시작의 도시에는 이렇다 할 정도로 강한 NPC가 없다는 점이랄까.

       

       해봐야 경비대장인데, 아라미스 선에서 정리가 가능할 정도다.

       

       ‘운영진의 유일한 배려였지.’

       

       대부분의 유저들이 ‘초반에는 할 만하다!’ 라고 느낄 정도였으니까.

       

       몬스터도 기껏해야 여우나 늑대, 어쩌다가 한 번씩 오크가 나오는 정도였다.

       

       진짜 운이 없으면 무리에서 쫓겨난 와이번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건 세트가 이미 죽여놓았을테니 신경쓸 필요 없다.

       

       아무튼 그래서, 시작의 도시 침투 난이도는 하(下).

       

       멍청이가 아닌 이상 무조건 성공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시간도 넉넉했다. 스크롤이 발동되기까지 앞으로 6일이나 남았다. 물론 올리비아는 이걸 뒤로 미룰 생각이 없었다.

       

       “야.”

       

       올리비아가 기절한 칼리오페의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깬거 알고 있으니까 빨리 일어나. 아니면 지금까지 때린 만큼 더 때린다.”

       

       칼리오페가 벌떡 일어났다.

       

       “아, 알겠습니다.”

       “…….”

       

       그런 그녀를 보며 글레이시아가 짠한 눈빛을 했다. 그 잠깐 사이에 동질감을 느낀 듯 했다. 

       

       올리비아가 쭈그려 앉아 칼리오페와 눈높이를 맞췄다.

       

       “들어봐. 너랑 나는 지금부터 그 빌어먹을 스크롤을 가지러 갈거야.”

       “……예.”

       “근데 만약 네가 도망쳤다고 치자. 그러면 어떻게 될 것 같니?”

       “……어떻게 됩니까?”

       “거기 있는 애들 내가 싹 다 죽일거야.”

       “…….”

       

       칼리오페는 차마 반박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눈 앞의 마녀는 진짜로 그럴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네가 날 이상한 곳으로 유인한다? 그러면 다 죽일거야. 네가 소리지른다? 그래도 다 죽일거야.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지?”

       

       칼리오페의 고개가 빠르게 위 아래로 흔들렸다.

       

       “저, 절대로 거슬리게 하지 않겠습니다.”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글레이시아.”

       “옙!”

       

       올리비아가 호빵처럼 부어오른 세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 모르니까 이놈 좀 바깥에 버리고 와라.”

        “……예? 그러면 얼어죽지 않습니까?”

       

       폭설은 멈출 기세가 없었다. 오히려 올리비아가 나갔을 때보다 배는 심해져 있었다.

       

       막말로 이런 날씨에는 곰도 얼어죽을 것이다. 아무리 세트가 강인하다고는 하지만, 이런 날에 밖에서 잤다간…….

       

       뭐, 죽기전에 데려오기만 하면 되겠지.

       

       “누가 협조를 안 해줘서 늦게 오면 얼어죽겠지. 안 그래?”

       

       그 말에 칼리오페가 화들짝 놀랐다.

       

       “마, 마녀님. 잠시 진정을…….”

       

       올리비아가 글레이시아에게 슬쩍 눈짓했다.

       

       “뭐해? 지금 버리고 와.”

       “옙!”

       

       글레이시아가 세트를 질질 끌고 입구로 걸어나갔다. 다시 돌아왔을 때는 물론 빈손인 채였다.

       

       “아, 맞다. 다시 가서 팔 다리도 얼려놔. 혹시 도망갈지도 모르니까…….”

       “지, 지금 바로 가시죠. 제가, 제가 당장 가져오겠습니다!”

       

       칼리오페가 필사적으로 올리비아의 다리에 매달렸다.

       

       “이,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당장, 당장 가시죠!”

       “1시간이면 얼어죽는거 알지?”

       “아이고, 압니다. 1시간이 뭡니까! 30분 안에 가져오겠습니다!”

       

       올리비아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집 잘 지키고 있어라.”

       “……옙.”

       

       뭔가 집 지키는 개가 된 기분이었지만 차마 짜증난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실시간으로 얼어죽는 것보다는 나을테니까.

       

       

       ****

       

       

       찌르르.

       

       새벽 4시. 깊게 잠든 도시에 풀벌레 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끄윽!”

       

       이 시간까지 깨어있는 사람이라곤 술이 곧 인생인 주정뱅이들뿐. 물론 그들이라고 제정신인건 아니었다.

       

       쏴아아아아.

       

       “오줌, 오줌이 마렵구나아아…….”

       “히히. 오줌발사!”

       

       바지춤을 여미던 사내들의 눈에 이상한 광경이 들어왔다.

       

       저벅 저벅.

       

       두꺼운 로브를 둘러쓴 사람 두 명이 이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수상한 사람들이, 그것도 야밤에 다가오는 상황이었지만 정작 그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이었다.

       

       ‘여자다.’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덩치와 발소리로 유추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였다. 

       

       구름이 걷히고 달빛이 골목을 비춰준 덕분에 잠시나마 로브 속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얼굴을 확인한 사내는 입을 떠억 벌릴 수 밖에 없었다.

       

       ‘예쁘다.’

       

       개성 넘치는 붉은 머리칼도 그렇지만, 어둠 속에서도 자신감이 느껴지는 눈매가 인상적이었다.

       

       이쪽도 어디가서 꿇리지 않을 수준인데, 그 옆쪽은 더했다.

       

       ‘……어마어마하군.’

       ‘젠장. 인생 헛 살았네.’

       

       외모도 외모지만, 풍기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서늘하고 차가워서 감히 말도 붙일 수 없을 것 같다. 분위기만큼은 드래곤의 그것을 닮았다.

       

       뭐랄까, 주제를 파악시켜주는 외모였다.

       

       ‘이건 좀. 나도 양심이 있지.’

       ‘……오징어는 오징어끼리 놀아야지.’

       

       사내들은 차마 그녀들에게 추근대지 못하고 길을 비켜줄 수밖에 없었다.

       

       올리비아는 순순히 자리를 비켜주는 사내들을 신기하다는 얼굴로 쳐다봤다.

       

       ‘이 양아치들이 순순히 비켜줄리가 없는데. 뭘 잘못 쳐먹었나?’

       

       게임에서는 외모 스탯이 반영되지 않기에 생긴 결과였지만, 그녀가 알 도리는 없었다.

       

       “이제 얼마나 더 가면 되냐?”

       “거의 다 왔습니다.”

       

       그들은 지금 시작의 도시 북쪽 성곽 근처에 있었다. 간간히 망루 위를 돌아다니는 불빛들이 경비병들이 깨어 있음을 알렸다.

       

       “아니, 그래서 우리 봉급 인상은 언제 해주는데?”

       “해주겠냐? 솔직히 우리가 전방처럼 몬스터랑 치고 받기를 하냐, 연쇄살인마가 나오기를 하냐?”

       

       코앞에서 경비병들이 잡담을 나눈다.

       

       ‘……쟤네들이 비켜줘야 되는데.’

       

       칼리오페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올리비아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그냥 기절시켜.”

       “……예?”

       “싫으면 내가 하고.”

       “…….”

       

       칼리오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 사악한 마녀가 힘조절이라도 실패했다간 그 날로 시작의 도시는 폐허가 될 것이다.

       

       스으윽.

       

       칼리오페의 신형이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에욱.”

       

       다음 순간 경비병 두 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칼리오페는 그들을 대충 의자에 앉힌 뒤에 앞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여섯 정도 더 기절시켰을까.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그 말 벌써 세 번째인거 알지?”

       “예. 저깁니다.”

       

       칼리오페가 창문 너머에 보이는 망루를 가리켰다. 성곽에 보이는 망루중에 가장 크고, 가장 높았다. 당연히 경비병도 가장 많을 것이다.

       

       올리비아가 얼굴을 찡그렸다.

       

       하필 숨겨도 저딴 곳에.

       

       “설마 벽돌 뒤에 숨겨놨냐?”

       “예. 맨 꼭대기 층 벽돌 뒤에 숨겼습니다.”

       

       칼리오페처럼 그림자 속에 몸을 감출 수 있는 사람이라면 별 문제 없이 저곳까지 별 문제 없이 갔다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아니었다.

       

       락테아에 투명화 마법같은 건 없다. 투명 망토도 없다. 하다못해 그와 비스무리한 것조차 없다.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다.

       

       가져오라고 한 다음, 눈 앞에서 해제하면 그만이다.

       

       “7분 남았다. 여기까지 오는데 몇 분 걸렸는지 알지?”

       

       그 말에 칼리오페가 숨을 죽이고 남은 시간을 계산했다.

       

       북부에서 여기까지 텔레포트를 총 다섯 번 썼다.

       텔레포트를 한 번 발동시키는데 걸리는 시간은 1분.

       

       그럼 남은 시간은…….

       

       ‘젠장!’

       

       칼리오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망루를 향해 달려갔다.

       

       하나 둘 빠르게 꺼져가는 횃불들을 보며 올리비아가 생각했다.

       

       ‘역시 사람은 갈궈야 돼.’

       

       다시 한 번 진리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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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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