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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

       샤오로부터 전해들은 덕에, 파랑은 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존재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상태였다.

         

        불가사리. 해저의 비어류 생명체 중에서는 가장 유명하다고 보아도 무방한 종.

         

        별 모양의 말랑한 외형은 얕은 바다를 그린 그림에 이제는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얼핏 보면 귀여운 외형으로, 애완용으로 집에서 키우는 이도 많다.

       

        그리고 파랑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불가사리가 가질 수 있는 형태 중 가장 끔찍한 것이었다.

         

        ㅡㅡㅡ…!!!………!!!ㅡㅡㅡ……

         

        규칙적이지 않고 제멋대로인 괴음. 음량, 음고, 음형, 심지어는 음질까지도 수시로 바뀌는 듯한 기괴한 소리를 내며 그것은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파랑의 귀는 착각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수없이 많은 머리들이 번갈아가며 하나씩 소리를 내니 당연히 그렇게 들릴 수밖에.

         

        삼천발이 괴어, 고르곤.

         

        오케아노스는 전세계의 바다를 돌아다니며 온갖 괴어를 만나보고, 그들을 사냥해 보았다.

         

        그런 만큼, “가장 강한 괴어는 무엇인가?” 라는 주제는 꽤나 자주 이야깃거리가 된다.

         

        크라켄은 논외로 두고 벌이는 이 논쟁은 서로의 대립이 너무도 치열해 도저히 끝나지 않는다.

         

        다만, “가장 흉한 괴어가 무엇인가?” 라는 주제에는 모두의 의견이 공통적으로 모인다.

         

        파랑 눈앞의 고르곤이다.

         

        본디 삼천발이라는 생물은 다섯 개의 다리를 가지고, 그 다리에서 갈라져 나온 촉수가 무수히 많아 삼천발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고르곤은, 촉수 대신 ‘머리’를 돋아나게 했다.

         

        그것도 자신이 잡아먹은 생명체들의 머리를.

         

        ㅡㅡ…!!……ㅡ!!ㅡㅡ!!!

         

        다섯 개의 커다란 다리. 거기에서부터 마치 나무에서 자라난 나뭇가지처럼 수많은 촉수가 갈라지고 덧붙은 다음 제멋대로 중구난방 넘실거린다.

         

        그리고 그 촉수들의 끝에는 벨루아의, 갈레쿠스의, 마쿨라의, 수천수백가지 괴어의 머리가 돋아나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머리가 열린 나무 같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마치 바닥에 자라난 거대한 종양처럼도 보인다.

         

        몸에서부터 직접 뻗어나온, 가장 큰 다리 하나의 길이가 150m.

         

        투부카와 마찬가지로 불가사리형 괴어도 몸길이가 아닌 ‘가장 큰 다리’의 길이를 기준으로 크기를 잰다.

         

        원본이 되는 종이 약 8cm의 크기를 갖는 것을 생각하면 기괴할 정도로 거대화가 이루어졌다.

         

        이 정도로 크니, 다리 이곳저곳에 돋아난 머리들도 어지간하면 원본의 크기를 따라간다.

         

        파랑이 일단은 몸을 숨겼다. 샤오가 확인해달라고 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접근과 동시에 해골의 연결이 끊겨서 자세히는 못 봤어.’

       

        그 내용은 절대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놈의 다리 중에, 사람의 얼굴 비슷한 것이 있었어.’

         

        크라켄을 꺼내면 즉시 도망치기 시작할 테니. 여유롭게 붙들고 관찰할 여유가 없어진다.

         

        파랑이 근처의 돌기둥 뒤로 숨은 다음 뻗어나온 다리들을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다.

         

        아는 것도, 모르는 것도 있었다.

         

        정작 파랑이 찾는 건 나오지 않고 있었지만.

         

        원래도 괴어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는 고르곤이다. 거기에 이 폐쇄된 생태계에서 천적 없이 폭군으로 지내고 있으니 경계심이 전혀 없을 수밖에. 녀석은 태평하게 밖으로 나와 몸을 쭉 피고 있었다.

         

        덕분에 파랑은 다리 하나하나를 세심히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붉은 물속을 떠돌던 아귀 괴어 하나가 근처로 다가왔다.

         

        커다란 아가리를 벌리고 아래턱에 돋아난 흉악한 이빨을 과시하는 녀석.

         

        저 이빨 하나가 10m쯤 된다.

         

        그리고 놈이 고르곤의 근처까지 다가오자,

         

        화아악!!

         

        마치 총이 쏘아지듯 커다란 다리 한 개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쏘아져 아귀를 옭아맸다.

         

        ㅡㅡㅡㅡ!!!!

         

        놈이 그제야 자신이 고르곤을 마주했다는 것을 알고선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치지만, 늦었다.

         

        제멋대로 넘실거리던 머리들이 일제히 고개를 홱 돌려 아귀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아귀의 몸부림이 마치 일시정지라도 당한 듯 멈춘다.

         

        석화(石化). 생명체에게 주어진 권능치고는 너무 과하다.

         

        먹이를 붙잡은 다리에 붙어있던 얼굴들이 저마다 아귀 괴어의 몸에 입을 박아넣는다. 피를 빠는 중이다.

         

        본체에게 먹이를 전달하기 전, 콩고물이라도 얻어야 하니까.

       

        잠시 시간이 지나고, 몸 이곳저곳에 이러저러한 모양의 구멍이 뚫린 아귀가 머리들에게서 풀려났다.

         

        마치 스펀지와도 같은 모양새.

         

        그리고는 고르곤의 커다란 다리가 천천히 중심으로 말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불가사리와는 달리 고르곤은 입을 위쪽으로 향한 채 살아간다.

         

        마치 오징어의 입 같은 원형의 구멍이 쫘아악 벌어진다.

         

        말려들어온 다리가 그곳에 아귀를 갖다대자,

         

        으저적!! 으지지직!!

         

        그것이 아귀를 씹어먹기 시작했다. 고기, 지느러미, 이빨, 뼈 할 것 없이 모두 으깨고 씹어서.

         

        분쇄기에 갈리듯 안으로 빨려들어간 아귀가 이내 모습을 감춘다.

         

        이윽고 방금 아귀를 붙잡았던 다리 하나에서,

         

        끄지지직!! 까지지직!!

         

        마치 벌레가 발에 밟혀 으깨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ㅡㅡㅡ!!………

         

        방금 잡아먹은 아귀의 머리가 껍질을 뚫고 자라났다.

         

        땅속에서 식물의 줄기가 흙을 뚫고 나오는 모양새.

         

        어느새 고르곤이 된 그것이 다른 머리들과 함께 넘실거렸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파랑이 관찰을 끝냈다.

         

        찾고 있던 것을 발견했기 때문에.

         

        ………!!

         

        고통에 찬 표정으로 울부짖는 사람의 얼굴이 분명히 고르곤의 다리로부터 뻗어나와 있었다.

         

        아름다웠을 백금발의 머리는 고르곤이 움직이며 땅바닥에 이리저리 처박힌 탓에 듬성듬성 다 빠져 있었고, 갸름한 미인상의 얼굴형을 가졌으나 이목구비는 이미 흉측하게 짓눌려 있었다.

       

        상태를 보니, 고르곤에게 먹힌 지 적어도 삼 주.

         

        온전하게 붙어있었다면 파랑이 신원 파악을 시도라도 해 볼 텐데, 이건 뭐. 어쩔 수가 없다.

         

        다행히 아직 완전히 뭉개지진 않은 것 같으니.

         

        머리만 똑 잘라서 챙긴 뒤, 해골을 샤오에게 건네주면 신원 조회는 물론 생전의 기억까지도 볼 수 있으리라.

       

       인도적인 이유로 어지간하면 그렇게까진 안 하겠지만.

         

        판단을 마친 파랑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ㅡㅡ!!!

       

        파랑이 일단은 고르곤의 눈치를 살폈다. 저 머리만 아니면 크라켄을 불러내서 바로 흡수해버리면 되는데,

         

        고르곤은 빠르다. 먹이를 잡거나 도망쳐야 할 때, 그러니까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을 때에는 뒤를 생각하지 않는다.

         

        다리에 달린 수많은 머리가 뭉개지든 으깨지든 신경쓰지 않고 온몸을 땅바닥에 처박으며 폭력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자칫 자극했다가 머리가 으깨지기라도 하면 대참사다.

         

        파랑이 잠시 고민 시간을 가졌다.

         

        음, 역시 기습밖에 없나.

       

        파랑이 일단 고르곤에게서 멀어진 후에, 동굴 속을 비잉 돌아 문제의 그 머리가 위치한 다리에 도착했다.

         

        정확히는 그 다리의 앞에 위치한 돌기둥 뒤에 몸을 숨겼다.

       

        고개를 빼꼼. 혹시나 눈이라도 마주칠까 살금살금 내밀어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목표로 한 머리가 보인다.

         

        파랑이 흡, 하고 심호흡을 한 뒤,

         

        부그르르!

       

        작게 기포 이는 소리만 남기고 총알처럼 쏘아졌다.

         

        홰애액-!!

         

        즉시 고르곤의 모든 머리가 파랑에게로 돌아간다.

         

        예상했던 바다. 오히려 고개를 돌리느라 사건을 인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난다면 파랑에게는 이득이다.

         

        석화?

       

        [ 스킬, ‘불침함(不沈艦)’ 이 발동 중입니다. ]

       

        그런 같잖은 디버프는 파랑에게 통하지 않는다.

       

        사실 전혀 같잖지 않지만. 오케아노스 중 석화에 완전히 면역인 사람은 파랑과 디에고 뿐이다.

         

        다른 이들은 완전히 몸이 굳지는 않아도 상당한 둔화 정도는 겪는다.

         

        디에고는 왜 포기했냐고? 그냥 고르곤을 상대하기가 싫어서. 아티팩트를 줍는다고 한들 어차피 디에고는 제대로 써먹지도 못한다. 아티팩트는 거대화가 불가능하니까.

         

        그래서 고르곤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파랑을 제외한 오케아노스 전원이 기권한 것이기도 하고.

         

        쇄애액- 사악-!!

         

        질주한 파랑의 작살이 순식간에 목표했던 머리를 잘라냈다.

         

        이미 살점이 안쪽부터 썩어 있었는지, 잘라내자마자 뼈를 제외한 살점들이 마구 떨어져 나간다.

         

        가공할 속도로 수영 중인데다 물속이라 더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사람의 이빨로 괴어의 껍질을 물어뜯을수는 없으니, 자연히 영양 공급도 끊겼겠지. 생각할수록 비참한 최후다.

         

        그래서 파랑은 분노했다.

         

        저 가증스러운 물고기가, 감히 인간에게 이따위 짓을 하다니. 잡아먹으면서 난리칠 거면 괴어들끼리만 하면 되는 것을.

       

        물론 따져보자면 어떻게 인간이 여기 들어왔는가에 대한 의문이 먼저 들어야 맞겠으나, 아무래도 파랑도 인간인지라.

       

        눈앞에서 사람이 이렇게 처참한 꼴을 당하고 있으면 본능적으로 기분이 팍 나빠지고 화가 치민다.

       

       그리고 어떻게 여기 들어왔는가 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알아볼 수 있으니.

       

       지금 집중할 것은 저 빌어먹을 불가사리 놈이다.

       

        “…크라켄.”

         

        파랑이 어느새 두개골만 남아버린 머리를 들고 크라켄을 불러내었다.

         

        흉신악살과도 같은 사나운 표정에 변신했을 때 특유의 세로 동공이 겹치니 얼굴 전체에서 분노라는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ㅡㅡㅡ!!!……!!!ㅡㅡ!!……!!!

       

        그리고 전투 끝. 크라켄의 등장과 함께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치려던 고르곤을 촉수들이 그대로 붙잡고는 다섯 갈래로 찢어버렸다.

         

        안에서 터져나오는 피, 살점, 뼈, 소화 덜 된 고깃조각들이 이리저리 나풀거렸다.

       

        머잖아 고르곤은 크라켄이 되어 어딘지 모를 심연 속으로 사라지고, 파랑과 해골만이 남았다.

         

        이빨이 전부 갈려나가 멀쩡한 곳이 없다. 파랑이 또다시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했다.

         

        다행히 그것을 빼고는 보존상태가 그나마 괜찮았다. 파랑이 잠시 명복을 빌어주고는 아티팩트를 회수하기 위해 동굴을 찬찬히 살피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 나온 고르곤이라는 괴어의 원본종은 삼천발이(Gorgonocephalus eucnemis)라는 거미불가사리의 일종입니다. 꽤나 유명한 편이라 유튜브나 나무위키에서 쉽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백그라운드TV님의 영상을 추천드립니다. 영상미가 좋고, 다양한 구도에서 고화질로 촬영한 영상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11화에 존재하던 ‘파랑이 매일 고아원으로 찾아간다’라고 쓰여 있던 서술을 수정했습니다. 분명 원본 텍스트 파일에도 매일이라는 단어가 없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네요.

    아마 퇴고 중에 문장을 새로 쓰다가 무심코 들어간 단어가 아닐까 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 올림.

    다음화 보기


           


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심해어 사냥 전문방송
Score 4.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He reincarnated into a hunter world and became an underwater hunter.

There were only 20 people in the entire country in this minor profession, but it didn’t matter. He liked the sea.

“Crazy! There’s a real artifact?!”

“Ahahaha!! How much is all this worth!!”

But then, the Great Diving Era began.

“Ah, it’s so beautiful… I want to see more, more…”

“W-What is that!! Save me!!!”

“Aaaargh!!! My head!! It feels like my head is going to explode!!”

…It would be better not to go in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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