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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

       21. 드래곤 서칭 (1)

       

       

       드래곤들과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정체모를 큰 박스가 하나가 문 앞에 배달되어 있었다.

       

       “이상하다. 이 근처는 택배가 안 오는데. 누가 보낸 거지?”

       

       누가 보냈다는 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내 집 앞에 둔 걸로 봐선, 나한테 보낸 택배가 맞을 것이다.

       나는 박스를 들어 식탁에 올려두었다.

       

       “안에 뭐가 들어 있으려나.”

       “야 아빠! 그건 뭐야?!”

       

       귀신같은 녀석.

       화련이는 박스에 호기심을 가지며 내게 다가왔다.

       그것보다 ‘야’와 ‘아빠’가 한 문장에 공존할 수 있는 단어였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튼.

       나는 택배를 손으로 두드리며 설명을 시작했다.

       

       “화련아. 이 상자는 말이다. 택배라는 거야.”

       “택배?”

       “그래, 상자에 물건을 담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아주 편리한 서비스란다.”

       “그럼, 그 안에 무언가 들어있다는 소리지?! 궁금하니까 빨리 열어 봐!”

       “…너는 한국인도 아니면서 성격이 왜 이리 급하냐.”

       

       화련이는 내용물이 궁금한지 꼬리를 마구 흔들었다.

       나도 상자에 뭐가 들었을지 궁금했기에, 곧바로 상자를 뜯었다.

       

       드드득-!

       

       테이프를 뜯고 박스를 열었다.

       

       “오?”

       

       그곳에는 예상도 하지 못한 각종 냉동식품들이 들어 있었다.

       

       “닭가슴살. 단백질 볶음밥. 샐러드. 고등어구이. 스포츠음료…”

       

       전부 식단 관리를 위해 먹는 고단백 음식이다.

       도대체 누가 이걸 보낸 거지?

       설마 내 팬이 벌써 생겨버린 건가?

       

       ‘아직 사인도 안 만들었는데. 곤란하네.’

       

       그 궁금증은 박스에 동봉되어 있는 작은 편지를 통해 해결되었다.

       

       -영웅 자격시험에 합격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검사 결과 식단에 문제가 있다 판단되었으니. 영양분이 풍부한 식사를 꾸준히 하시기를 바랍니다. 더 필요하신 게 있으시다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영웅 협회.

       내 새로운 직장이 복지 차원에서 이런 고단백의 식사를 보내준 것이었다.

       출근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애사심이 샘솟는 기분이다.

       

       “좋아 좋아. 이번 달은 식비가 좀 남겠어.”

       “아빠! 저거 고기야? 나 고기 먹을래! 고기 줘!”

       “밥 먹은 지 얼마 안 됐잖아. 안 돼. 저녁에 먹어.”

       “칫.”

       

       화련이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혀를 찼다.

       그래도 이번에는 바닥에 누워 떼를 쓰지 않고 포기했다.

       아마 필살기처럼 아껴두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냉동식품들을 들어 냉장고에 하나씩 넣었다.

       

       “이제 전기세를 내니까 좀 살 것 같네.”

       

       저번 달에는 돈이 없어 전기세가 연체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 달은 구봉구가 돈을 덜 가져가기도 했고, 가스와 수도 요금을 내지 않았다.

       그렇기에 연체되어 있던 전기 요금을 전부 갚을 수 있었다.

       

       “생체 정수기와 생체 가스레인지가 아주 큰 일을 했어.”

       

       기회가 되면 비행기나 배방구를 해줘야겠다.

       그렇게 칭찬에 대한 보상을 생각하고 있던 순간.

       수련이가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녀석은 내 앞에 서서 오밀조밀한 입을 열었다.

       

       “집주인. 할 말이 있어.”

       “어, 말해. 무슨 일인데?”

       

       수련이는 손가락으로 내 주머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주머니에 들어있는 스마트폰. 그거 나 줘.”

       “스마트폰?”

       “응.”

       

       수련이는 내게 스마트폰을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갑자기 스마트폰을 달라니.

       그 모습에 나는 살짝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으음, 스마트폰이라…”

       “안 돼?”

       “아니, 그건 아닌데. 스마트폰을 달라는 이유가 뭔데?”

       “TV에서 인간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봤어. 대부분의 인간이 모두 스마트폰을 사용하더라고. 그래서, 나도 써보고 싶어.”

       

       간단히 말해서 인간을 더 자세히 이해하고 싶다.

       수련이는 그런 의미로 내게 스마트폰을 빌려달라 말한 것 같다.

       그런 이유라면 딱히 거절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잠깐 빌려줄게. 그 대신 이상한 거 누르지 마.”

       “…나를 뭘로 보는 거야. 나 드래곤이야. 이상한 짓은 절대 안 해.”

       “할 것 같은데.”

       “…안 해. 드래곤을 의심하지 마.”

       

       수련이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알았어. 의심 안 해. 가져가서 놀아.”

       “…”

       

       휙-

       수련이는 스마트폰을 받고 차갑게 돌아섰다.

       그리고, 지정석인 구석으로 향하기 전에 내게 물었다.

       

       “그런데, 이화련이 왜 집주인을 아빠라고 불러? 무슨 일 있었어?”

       “음, 설명하기는 좀 긴데. 그냥 대충 많은 일이 있었어.”

       “…그래서 이화련이 집주인을 아빠라고 부르기 시작한 거야?”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아직은 임시 아빠지만.

       그날이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

       

       “…그렇구나.”

       

       수련이는 그 대답을 듣고, 구석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었다.

       어째선지 모르지만, 굉장히 복잡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늘 수련이가 기분이 안 좋나? 초련아.”

       “네, 아버지!”

       “수련이 오늘 왜 저러는지 알아?”

       “으음…!”

       

       초련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몰라요! 평소랑 똑같은 것 같은데요?”

       “그 말은 지금 수련이가 항상 기분이 좋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소리니?”

       “네, 아닌가요?”

       “…”

       

       초련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매일 저런 얼굴이라 항상 기분이 안 좋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봐요!”

       

       해맑은 얼굴과 그렇지 않은 말. 

       아무래도 초련이는 내 생각보다 더 무서운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조심해야지.

       

       

       ***

       

       

       “흠…”

       

       수련이는 스마트폰을 열심히 두드렸다.

       그러나, 좀처럼 스마트폰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고민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흠, 화련이가 집주인을 제일 싫어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집주인을 아빠라고 부르게 됐지?”

       

       대체 두 사람이 언제 저렇게 친해진 걸까.

       내가 모르는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초련이는 그렇다고 쳐도, 화련까지 저렇게 됐다니.

       마음에 들지 않아.

       

       ‘내가 모르는 일이 생겨서 싫어. 그리고, 우리는 드래곤이야. 자존심과 긍지가 있어야 해. 저건 드래곤스럽지 않은 짓이야.’

       

       기분이 나쁘다.

       하지만, 머리로는 어느 정도 이해한다.

       모르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리고, 집주인은 생각보다 괜찮은 인간이다.

       

       ‘집주인이 열심히 일하는 건 저번에 봤어. 도움을 주고 싶기도 했어. 하지만, 그렇게 신용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야. 약속을 어기려고 했으니까.’

       

       그렇지만 약속을 어기려고 했다고 마냥 나쁜 사람도 아니다.

       매일 우리의 식사를 신경 쓰고, 최대한 우리에게 먹을 것을 양보하고, 계속 관심을 가져 주니까.

       

       ‘그렇지만 인간을 믿는 건 힘든 일이고, 우리 드래곤끼리 뭉쳐야 생존 확률이 올라가는… 하아, 모르겠어.’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마음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답답함을 해결하기 위해, 수련이는 스마트폰을 잡았다.

       

       “집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샅샅이 파악해주고 말겠어. 내가 모르는 일이 하나도 없도록.”

       

       이하준의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아야 하니까.

       

       “내 눈으로 똑똑히 보고, 내가 스스로 납득할 만큼 알아낼 거야.”

       

       그렇지 않으면 절대 인정 못해.

       수련이는 스마트폰을 두드리며 TV에서 어떤 인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세상이 이렇게 어지럽게 변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분신. 사람의 페르소나 그 자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인간은 스마트폰과 인간이 동일하다고 말했다.

       인간 그 자체의 본질이 스마트폰에 집어 삼켜졌기 때문이라 한다.

       그렇기에, 수련은 한 번 이하준이 어떤 인간인지 제대로 알아보기로 했다.

       

       “뭘 누르면 좋지? 먼저… 연락처부터. 주위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를 알아야 해.”

       

       어떤 인간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

       연락처를 눌러 인간들의 이름을 확인해보았다.

       

       “흠, 개봉구… 사무소장 조현규… 성질 더러운 할매… 3명으로 끝…”

       

       설마.

       이게 끝이야?

       수련이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부분의 인간은 평균 50명이 넘는 연락처를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집주인은 3명이 끝…”

       

       집주인은 가족도, 친구도 없는 건가.

       하긴, 맨날 일을 끝내고 오면 늦은 시간이니까.

       친구가 있을 리 없지.

       

       “드래곤과 달리 인간은 친구가 필요하고, 외로움을 많이 탄다고 하던데. 집주인은 여러모로 신기한 인간이야.”

       

       슬프다기보다 신기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집주인이 일반적인 인간과 다르다는 뜻이니까.

       드래곤은 일반적인 인간보다는 특별한 인간에 흥미를 가지는 편이었다.

       

       “집주인은 친구가 없다. 이해했어. 그럼 다음은 정보는…”

       

       수련은 다음 정보를 찾기 위해 스마트폰을 눌렀다.

       그러나, 손이 작았기 때문일까.

       실수로 화면을 잘못 클릭하고 말았다.

       

       삐- 삐- 삐-

       

       “…이거 어떻게 끄지?”

       

       실수로 전화 통화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수련이는 전화를 종료하기 위해 열심히 눈을 굴려보았다.

       그러나, 수련이는 깊게 고민하는 걸 잘하는 편이었지, 대처 능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종료… 종료를 해야 되는데… 어디에 있지…”

       -뭐야, 이 시간에 왜 전화하고 지랄이야. 이하준.

       “…”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굵은 중년의 목소리.

       화면에 떠오른 이름의 주인공은 개봉구.

       수련이는 땀을 삐질- 흘리며 이하준을 쳐다봤다.

       힐끔-

       

       “집주인은 냉장고 청소 중…”

       

       아직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해.

       수련이는 시선을 다시 자기가 저질러 놓은 스마트폰으로 돌렸다.

       

       -야, 전화를 걸었으면 말을 해. 너 지금 나 놀리냐?

       “…이 목소리는 집주인을 때렸던 인간.”

       -뭐라고? 목소리 작아서 안 들려. 그것보다 너 시험은 통과했냐? 시험은 잘 봤고?

       “…그런데 이 인간은 왜 집주인을 때려놓고 친근하게 말을 걸지?”

       

       찌릿-

       내가 알고 있는 한.

       집주인과 이 인간은 사이가 좋지 않을 텐데.

       자기를 때린 사람하고 친하게 지낼리가 없잖아.

       수련이는 화면 너머에 있는 구봉구를 떠올리며, 날카로운 말투로 쏘아냈다.

       

       “인간, 쓸데없이 친한 척 하지 마.”

       -뭐여, 이거 꼬맹이 목소리인데? 너 이하준 아니지? 너 누구야?

       “집주인에 대해 하나도 모르면서. 괜히 친한 척하지 말라고.”

       -뭐? 야 너 누구-

       

       우다다다-

       수련이는 그리 말하고는 스마트폰 화면을 재빨리 두드렸다.

       너무 빨라서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 때문에 쓸데없이 화면을 너무 많이 누르기는 했지만, 통화는 정상적으로 종료됐다.

       

       “후우, 겨우 처리했어.”

       

       수련이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다시 스마트폰을 들어, 이하준에 대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아직 이하준을 전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검색 기록을 봐볼까.”

       

       다음에는 무슨 정보가 앞에 펼쳐져 있을까.

       수련이는 은근 스마트폰 사용에 재미를 붙였다.

       정보에 대한 수집 욕구가 강했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인간이라 해도.

       

       “모든 걸 알아내고 말겠어.”

       

       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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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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