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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

       

       

       

       

       “아니, 저 보고 진덕춘 역을 연기하라고요?”

         

         

       백준영이 다급히 내게 물었다.

         

         

       “네! 대본 읽어 보셨잖아요? 혹시 읽으면서 본인이 진덕춘 교사랑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 안 드셨어요?”

       “전혀요?”

         

         

       그는 고민조차 하지 않고 즉답을 내뱉었다.

         

       근데 말이다.

         

         

       “오. 그럼 지금부터 그 역에 어울릴 수 있도록 죽도록 노력하시면 되겠네요.”

       “???”

         

         

       본인이 아니라고 계속 호소해봤자 어쩌겠나?

         

       이미 내 머릿속에서 진덕춘 역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은 당신으로 정했는데.

         

         

       “솔직히 JYB의 아이돌도 대거 출현하는 마당에 대표님이 빠지시면 섭섭하잖아요.”

       “음. 맞죠, 맞죠.”

       “저도 이해해요. 연기가 처음이라 조금 힘드실 수도 있겠지만 아이돌분들과 대표님에게 완벽한 연기를 요구하지 않아요.”

       “다행이네요. 그것보다 생에 첫 연기를 927 작가님의 작품에서 한다라… 이거 벌써 재밌겠는데요?”

       “일단 제가 최대한…… 음?”

         

         

       줄곧 내 말을 듣고 있던 백준영이 갑자기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아까랑 반응이 너무 다른데?

         

       생각했던 것보다 진덕춘의 배역을 맡는 거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나 PD님에게 귓속말을 했다.

         

         

       “나 PD님. 저 사람 왜 저렇게 긍정적인 거에요?”

       “소문을 들어보니 작가님의 광팬이라고 하더군요. 아마 작가님이 직접 찾아와 배역까지 맡아달라고 하니 속으로 좋아 죽는 모양입니다.”

       “오, 그래요? 근데 소문의 출처가 어디길래 그렇게 확신하세요?”

       “아, 제가 미리 말씀 안 드렸군요. JYB 엔터테인먼트 1본부 부장님과 면담 일정을 나누면서 들었습니다.”

         

         

       음, 그렇구나.

         

       백준영 대표의 매니저이기도 한 사람의 말이니 거의 확실하겠지.

         

       그렇다면 얘기는 간단했다.

         

         

       “백준영 대표님. 그럼 캐스팅 건에 대해 찬성한다고 생각해도 될까요?”

       “그럼요! 제 입장에선 거절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오케이. 그럼 바로 다음 단계에 관해 얘기해 보죠.”

       “벌써 다음 단계를요?”

       “네. 제가 생각해둔 일정에 맞추기 위해선 시간이 조금 빠듯하거든요. 아마 당분간은 많이 바빠질 거에요.”

         

         

       계획대로 흘러간다면 아마 플라이 하이가 정식으로 방영되기 전까지는 나랑 백준영 대표가 가장 열심히 구를 예정이다.

         

       어쩌면 나보다 눈앞의 백준영 대표님이… 음, 더 고생할지도?

         

         

       “괜찮아요. 초이스 30도 최근에 끝났고, 한가한 것보단 바쁜 게 체질에 맞거든요.”

         

         

       하하…… 그러시군요.

         

       그럼 부디 그 생각이 부디 오래가시기를 간절히 빌어 드리겠습니다.

         

         

         

       ***

         

         

         

       다음날.

         

       대표실에 다시 방문한 내게 백준영 대표님이 파일 하나를 건네셨다.

         

         

       “작가님. 부탁하신 대로 그 파일에 저희 소속사 아이들의 대략적인 프로필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JYB에 제법 사람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하루밖에 안 걸렸네요?”

       “지도 과정에서 다들 한 번쯤은 저를 거쳐 가다 보니 대략적인 성격이나 성향이 어떤지는 파악하고 있거든요.”

       “설마 전부 다요?”

       “네. 그래도 명색이 소속사 대표인데 당연한 얘기죠.”

         

         

       당연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뭔가 소속사 아이돌들에 대한 애정이 엄청나신 것 같네.

         

         

       “근데 고작 그 정도 정보만을 가지고 배역을 정하실 수 있겠어요?”

         

         

       그때 백준영 대표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가뜩이나 바쁜 아이돌에게 연기 오디션까지 보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최대한 느낌적으로 가야겠죠. 일단 대표님의 의견을 가장 많이 반영할 생각이에요.”

         

         

       플라이 하이의 촬영을 위해 JYB에서 주연으로 캐스팅해갈 인력은 총 5명.

         

       눈앞의 백준영 대표님을 포함한 숫자이니 앞으로 4명만 더 찾으면 된다는 소리다.

         

         

       “우선 ‘민재’를 누구에게 맡길지부터 정하죠.”

       “잠깐만요.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보미’부터 뽑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 보미 역을 맡아줄 사람은 이 드라마를 구성할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어서요.”

       “혹시 누구입니까? 보미 역을 맡으려면 노래 실력이 많이 뛰어나야 할 텐데.”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세요. 소영 씨 정도면 충분히 잘해낼 거예요.”

       “소영 씨…? 설마 이번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에서 여주인공 역을 맡았던…?”

         

         

       나는 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근데 노래는 확실히 잘 부르는데 보미 역의 설정처럼 춤 실력은 장담 못 하겠네요. 그러니 백준영 대표님이 소영 씨 옆에서 잘 코치해주셨으면……”

       “927 작가님에 이어서 이번에는 설소영을 가르쳐? 이거 실화냐? 백준영 운 미쳤다…….”

         

         

       음. 잘 코치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차마 저 기대감에 부푼 혼잣말에는 못 끼어들겠네.

         

         

       “그… 일단 시작할게요.”

         

         

       나는 파일을 열어 가장 맨 앞에 있는 아이돌의 프로필을 살펴보았다.

         

       나이는 22살, 소속된 그룹은 현역으로 활동 중인 대쉬.

         

       그리고 이름이…….

         

         

       “최원석?”

       “아, 원석이는 춤을 진짜 잘 춥니다. 성격이랑 인성도 좋아서 선후배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요.”

       “그래요? 그러면 바로 패스할게요.”

       “에?! 원석이가 뭐가 어때서요!”

       “그야 민재라는 캐릭터는 모범생의 이미지랑은 거리가 머니까요. 그러니 불합격.”

         

         

       내 단호한 선택에 뭔가 아쉬움이 많이 남아 보이는 백준영 대표님의 얼굴.

         

       안타깝게도 드라마와 관련된 부분에선 나는 절대 타협 따위는 없다.

         

       다음으로 살펴본 아이돌은 강하늘이라는 사람이었다.

         

       나이는 아까 최원석과 마찬가지로 22살, 소속된 그룹은 그린 데이.

         

       특이 사항은…… 주위를 밝게 만드는 에너지가 있다고?

         

         

       “이 사람은 어때요?”

       “하늘이요? 한 마디로 자유로운 영혼 같은 인싸죠. 다만 MBTI가 극 E여서 그런지 애가 많이 싸돌아댕깁니다. JYB에서 가장 많은 휴가를 요구하는 것도 덤이고요.”

         

         

       자유로운 영혼이라기보다는 그냥 골칫덩어리로 여기는 것 같은데 착각인가?

         

       어쨌든.

         

         

       “그럼 춤 실력은요?”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남자 아이돌 중에선 톱에 가깝죠. 근데 원석이보다는 확실히 밑입니다.”

       “오케이 반 확정. 앞으로 더 괜찮은 분이 없으시면 민재 역의 배역을 이분으로 확정할게요.”

       “……리얼로?”

         

         

       하하. 그렇게 허망한 듯한 표정을 지으셔도 절대 최원석은 안 뽑을 거랍니다 대표님.

         

       그렇게 백준영 대표님의 추가적인 설명을 들으며 계속 파일을 넘기고 있었는데 제법 인상 깊은 연습생의 프로필이 보였다.

         

       초이스 30이라는 프로에서 처음 봤을 때처럼 그녀의 얼굴 사진에 자연스레 시선이 고정되었다.

         

         

       “확실히 우리 다혜가 예쁘긴 한가 봅니다.”

       “네?”

         

         

       그때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뱉는 백준용 대표.

         

       고개를 들어보니 그가 나를 보며 씨익 웃고 있었다.

         

         

       “무슨 소리예요?”

       “지금까지 현역이든 연습생이든 무심하게 넘어가시기만 하던 분이 딱 다혜의 프로필이 나오니까 눈빛이 180도 달라지셔서요.”

         

         

       ……아니.

         

       내가 진짜 그랬다고?

         

         

       “하하. 이해해요. 다혜를 처음 보면 딱 그런 기분이 먼저 들죠.”

       “끄응… 그만 놀리시고 이다혜 연습생에 관해 얘기나 해주시죠.”

       “다혜요? 걔는 그냥 천성 아이돌이에요.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하는데 심지어 얼굴까지 예쁜 완벽한 삼위일체.”

         

         

       쉽게 말해 그냥 사기캐구만?

         

       주인공인 보미의 라이벌 ‘하지원’ 역에 딱 맞는 설정이다.

         

         

       “근데 너무 극찬만 하시니까 오히려 단점 쪽을 더 듣고 싶어지는데요.”

       “굳이 뽑자면 애가 아직 어려서 그런지 호기심이 많고, 고집이 조금 쌥니다.”

         

         

       오, 그러면 지원 역이랑 더 어울리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꺄악!

         

         

       문 쪽에서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까지 고집이 쌔다는 말은 잘 모르겠는데.

         

         

       “으으…….”

         

         

       호기심이 많다는 말은 대충 알겠네.

         

       소리가 난 쪽으로 뒤돌아보니 어째서인지 그곳에 이다혜가 넘어져 있었다.

         

       그나저나 X된 것 같은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들은 거지?

         

         

         

       ***

         

         

         

       사건의 발단이 일어나기 1시간 전.

         

         

       “얘들아 그 소문 들었어? 대표님이 최근에 엄청난 거물을 만나고 있다던데?”

       “거물? 누군지 알아?”

       “소문이니까 당연히 모르지. 근데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신 걸 보면 진짜 예삿일이 아닌 것 같아.”

         

         

       홍련의 멤버들이 연습실로 향하면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을 때였다.

         

         

       “다혜야?”

         

         

       홍련의 맏언니이자 리더인 ‘채린’이 뒤따라오다 갑자기 멈춰선 이다혜를 발견했다.

         

       채린이 의아한 표정으로 막내 이다혜에게 물었다.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거야? 저기 네 취향에 맞는 남자라도 있어?”

       “아, 아니에요!”

         

         

       맏언니의 장난스러운 물음에 이다혜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막내의 과민 반응이 귀여워서 그런지 옆에 있던 멤버들의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가 걸렸다.

         

         

       “언니 뭔 소리예요. 우리 다혜가 얼마나 이상형이 확고한데.”

       “이상형이 확고해?”

       “네. 상냥하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멋진 것 같다던데요?”

       “근데 이상형이고 자시고 다혜의 남친이 되고 싶으면 일단 우리한테 면접을 받아서 합격해야 하는 거 아니야?”

       “오, 그것도 맞는 말이네.”

       “으… 다들 저 그만 놀려요!”

         

         

       결국 언니들의 놀림에 제대로 폭발해버린 이다혜.

         

       홍련의 멤버들은 그런 막내의 폭발이 익숙하다는 듯 그녀의 삐짐을 살살 달래주며 연습실로 향했다.

         

       다만.

       

       오늘따라 어째서인지 이다혜의 안무 실수가 유독 많이 나왔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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