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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

       

         

         

         

        일렁이며 타오르는 불꽃은 보는 이를 묘한 힘으로 사로잡는다.

         

        아르실은 자리에 앉아 멍하니 모닥불을 응시했다.

         

        아무 생각도 없이 바라보게 만드는 불꽃은 이대로 날이 밝을 때까지 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미 며칠이나 설산에 죽치고 있던, 두사람뿐인 토벌대의 대장은 너무 좀이 쑤셨다.

         

         

        “어이, 티그리아.”

         

         

        불꽃 너머에서 깃펜으로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는 마법사에게 말을 걸어본다.

         

        시선만 살짝 들어 응답하자 맥이 빠진 아르실은 한숨을 쉬었다.

         

         

        “아니 됐다.”

         

         

        티그리아는 메모를 재개하고 아르실도 모닥불과 그 위에 걸쳐진 냄비를 바라봤다.

         

        냄비 속에는 스프가 보골보골 끓고 있었다.

         

        스프는 성녀가 유일하게 제대로 할 줄 아는 요리였다.

         

        기묘하게도 방패기사는 귀족, 루시는 천상 전투병, 마법사는 말할 것도 없고, 나이드리안은 숲에서 열매와 풀을 캐먹으면 그만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아르실이 요리 담당이었다.

         

        초기에는 맛있다고 해주던 파티원들도 일주일 넘게 스프만 먹으니 괴로워했고, 아르실은 아르실대로 전투나 수련 후에 피곤한 몸으로 불 피우고 스프를 끓여야 하니 여간 곤욕이 아니었다.

         

        그런 경위로 새로 영입된 인물이 바로 짐꾼.

         

        전투 빼고는 자기 일을 참 열심히, 잘하던 사람이었다.

         

        요리도 다양하게 하고 조금이라도 피곤하거나 불편한 기색이 있으면 알아서 조치해주는 유능한 파티원.

         

        아르실은 머리를 흔들었다.

         

        이제 와서 그런 생각 해봐야 아무 소용 없었다.

         

        첫 전투에서 용사 파티는 함께하던 병사들이 쓸모없이 희생 당하는 것을 보았고 거기에 분기탱천하여 격렬하게 싸웠다.

         

        그런 전투가 끝나고 난 뒤 아르실을 비롯한 파티원들이 본 건 작은 방패 뒤에 숨어 떨고 있는 짐꾼이었다.

         

        곤죽이 되고 육편이 된 병사들 시체 사이에서 살아남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짐꾼.

         

        너무나도 큰 실망감에 혐오감에 파티원들은 저마다 비난을 가했었다.

         

         

        ‘저 병사들도 두려움에 떨었지만 가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거였어.’

         

         

        아르실의 말을 들은 짐꾼은 수치심에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짐꾼에 대한 대우는 박해졌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다들 짜증내고 비꼬는데도 짐꾼은 초반의 무모한 짓들을 제외하면 나름대로 적응하여 짐꾼이라는 직무를 충실히 해냈다는 것 정도.

         

        나중에서야 그가 민간인 출신이라는 걸 알았지만 아르실은 그때도 황태녀에게 항의했다.

         

         

        ‘용사 파티인데 검도 전혀 못 다루는 녀석을 붙여주면 어떻게 해!’

         

         

        당시에는 끝없는 전투를 치루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어느정도 일단락 된 지금은 과거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일렁이는 모닥불에게서 아르실은 옛날의 반성을, 혹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엿볼 수 있었다.

         

         

        “짐꾼은 왜 루시를 살린 걸까.”

         

         

        그런 말을 한 줄도 몰랐다.

         

        불꽃의 기묘한 힘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전투 따위 할 줄도 모르는 녀석이었는데.”

         

        ‘그건 애정임.’

         

         

        티그리아는 그렇게 맞장구 쳐주고 싶었지만 지난번 황당무계한 취급을 하던 아르실의 얼굴을 떠올리고 속으로만 대답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마침 티그리아도 짐꾼에 대해 생각하던 중이었다.

         

         

        “짐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함?”

         

        “…나한테 한 말이야?”

         

        “여기에 나를 제외하면 아르실 밖에 없음.”

         

         

        마법사가 먼저 말을 건넨 건 처음이었다.

         

        신기해하면서도 아르실은 뭐라고 대꾸해야할 지 막막하기만 했다.

         

         

        “글쎄, 허드렛일 빼고는 별 도움 안되던 녀석이 대형 사고를 쳤다?”

         

        “그게 다임?”

         

        “그게 다지. 같이 등을 맞대고 싸운 것도 아니고 밥, 캠핑이랑 잡일 등등이나 하던 녀석이라고.”

         

        “혹시 어렸을 적 지냈던 동네에 린 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 없었음?”

         

        “이름 자체가 흔해 빠졌다고. 그리고 나 어릴 적 그 동네에는 그런 사람 없었어.”

         

         

        티그리아는 순순히 납득했다.

         

        린도 면식만 있었을 뿐이라고 했으니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었을 것이다.

         

         

        “어렸을 적이라고 하니 고향 생각 나네.”

         

        “고향이 어디였음?”

         

         

        오늘의 마법사는 어딘가 이상했다.

         

        포착, 어쩌구저쩌구 아니면 ~했음만 하던 티그리아가 성녀에게 고향을 묻다니.

         

        단 둘이 있어서 다른건가 싶다.

         

        아르실은 어깨를 으쓱했다.

         

         

        “구정물골목이라고 제도에서 좀 떨어진 곳 슬럼가야.”

         

         

        교국은 성녀가 슬럼가 출신임을 밝히길 꺼려했다.

         

        어디 소시민 가정의 딸이라고 하면 괜찮았겠지만 구정물골목은 이름처럼 사회의 구정물 취급 받는 이들이 모인 갈 데까지 간 곳이었다.

         

        여아들은 나이가 차면 몸을 팔고 남아들은 자신의 근육이나 비열한 머리를 믿고 살아간다.

         

        그리고 어른들은 이런 어린애들을 착취하며 살았다.

         

         

        “처음 들어봄.”

         

        “뭐, 거의 몰라. 제국의 치부이자 최후의 하수도라서 말야. 꽤 잘 숨겨두고 있지.”

         

        “어릴 적에 친한 이들이 있었음?”

         

        “친구? 글쎄, 한 년은 깜량도 안되는 현실주의자였고, 또 한 년은 고고한 허세덩어리인데 거길 벗어났고, 그리고….”

         

         

        아르실은 한 남자를 떠올렸다.

         

        더벅머리에 삐쩍 말랐지만 따스한 웃음을 지을 줄 아는 남자.

         

        허약하다며 무시했지만 패거리를 위해 헌신하고 다독이는 모습으로 아르실의 시선이 항상 본인에게 머무르게 만든 남자.

         

        성녀로 선택 받은 날, 교국의 강제와 재촉에 의해 그를 두고 온 것은 너무나도 뼈 아픈 실책이었다.

         

         

        ‘아르실! 여긴 가망이 없어. 다 청소하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야 해!’

         

         

        불현듯 떠오르는 과거, 적대 세력이었던 래빈이 그녀를 궁지에 몰아넣었을 때였다.

         

        마치 정치인의 연설처럼 말하는 래빈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아르실은 중지를 치켜세웠다.

         

        ‘이거나 드셔.’

         

        ‘너 이 자식 진짜…! 적당히 숙이고 들어오라고. 우리가 힘을 합치면 다시는 패거리가 굶거나 아프지 않을 수 있어!’

         

        ‘이미 우릴 뜯어먹던 빌어먹을 어른들은 알아서 다 자멸했다고.’

         

         

        벽을 등지고 선 아르실은 다수의 적 앞에서 두 주먹을 들어올리고 자세를 취했다.

         

         

        ‘구정물인 채로 세상에 나가봐야 구정물 취급을 받을 뿐이야. 우린 여기서, 이곳을 새롭게 가꿔나간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거라고.’

         

        ‘여기서는 나아질 수 없어!’

         

        ‘사람이 나아지면 사는 곳도 나아져! 이대로 나가면 우리는 그냥 소매치기, 도둑, 깡패야!’

         

         

        그 다음은 늘상 있는 전개였다.

         

        래빈 패거리가 달려들고 아르실이 주먹으로 후들겨 팬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아르실 혼자 맞서고 있다는 점.

         

        이씨의 말을 들을 걸 그랬다.

         

        제발 혼자 좀 다니지 말라고 했었는데.

         

         

        ‘대장! 아르실 패거리입니다! 저희 뒤로 돌고 있답니다!’

         

        ‘리나 녀석이 또 어줍잖게 머리 쓰나보네. 애들 반 데리고 가.’

         

        ‘대장은요?’

         

        ‘어차피 저년은 나 아니면 못 막잖아?’

         

        ‘지지 마십쇼!’

         

         

        래빈은 단검을 꺼내들며 킬킬 거렸다.

         

        아르실은 주먹에 헝겊을 감았다.

         

         

        ‘응원도 해주고 좋은 부하잖냐.’

         

        ‘그래, 어디가서 자랑은 못해도 부끄럽지 않은 녀석들이지.’

         

        ‘우리 애들은 자랑스러운데.’

         

        ‘오 말 나와서 말인데.’

         

         

        래빈은 혀를 내밀고 새끼손가락을 들었다.

         

         

        ‘이씨, 나한테 넘겨라. 그럼 조용히 우리만 떠나줄게.’

         

        ‘…….’

         

        ‘우와 눈 봐봐. 무서워서 지리겠네?’

         

        ‘네년이 약골 취향일 줄은 몰랐는데.’

         

         

        그러자 도리어 래빈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약골이라니 썅년아.’

         

         

        까가가가각!

         

        단검으로 다른 단검의 날을 갈아내자 거북한 소리를 내며 불똥을 튀겼다.

         

         

        ‘이씨만큼 강한 남자는 없어. 너도 알면서 나 하나 도발하겠다고 그딴 말 하지 마라.’

         

        ‘칫….’

         

        ‘게다가.’

         

         

        래빈의 눈에 광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저 얼굴을 할 때의 래빈은 전력을 다한다.

         

        도발이 꽤나 아프게 들어간 모양이었다.

         

         

        ‘우리 같이 천하고 어딘가 나사 빠진 년들 품어줄 남자 중에서는 이씨가 최상등품이잖아. 안 그래?’

         

        ‘…….’

         

        ‘뭐야? 동의 못해? 그럼 내가 가져간다?’

         

         

        콰-앙!

         

        아까도 언급했지만 아르실은 참을성이 없었다.

         

        옆으로 휘두른 주먹에 벽이 움푹 들어갔다.

         

        후두둑 떨어진 파편을 주워든 아르실의 눈도 정상은 아니었다.

         

         

        ‘해보시지.’

         

         

        말은 필요없다.

         

        누가 먼저 상대의 대가리를 으깨냐로 판가름이 날 것이다.

         

        양쪽이 호흡을 멈추고 한걸음 내딛던 그 순간,

         

         

        ‘어머, 동작그만.’

         

         

        무너져내린 건물들 위로 리나와 아르실 패거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기설기 조잡한 활과 화살로 래빈 패거리를 조준한 그들 사이로 리나의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작전대로네?’

         

        ‘뭐야, 뒤로 우회한다고 했던 거 같은데?’

         

        ‘그건 미끼란다.’

         

         

        함정에 빠졌음에도 래빈은 여유만만이었다.

         

        여기 나타난 게 반푼이 책사 리나여서가 아니었다.

         

         

        ‘네가 여깄다는 건….’

         

         

        래빈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아르실은 그녀가 무엇을 노리는지 눈치챘다.

         

        다급히 퇴로를 막으려 했지만 래빈 패거리는 빠르게 후퇴했다.

         

         

        ‘쏴라!’

         

         

        리나가 위엄있게 명령을 내렸지만 조잡한 화살은 제대로 힘도 받지 못하고 맥없이 바닥에 꽂혔다.

         

         

        ‘어때? 대장이 너무 혼자 돌아다니길래 역으로 계략을 짜봤는데.’

         

        ‘리나! 이씨는?’

         

        ‘이씨? 미끼 역할을 맡겼지?’

         

        ‘이 멍청아!’

         

        ‘이, 이 나에게 멍청이라고…?!’

         

         

        마음 같아서는 한 대 쎄게 후리고 싶었지만 허세덩어리라도 리나는 아르실이 거둔 패거리의 일원이었다.

         

        동료에게는 무조건 한 번 참는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아르실은 리나를 후리는 대신 래빈 패거리를 따라 몸을 날렸다.

         

         

        ‘대장 어디가!’

         

        ‘이씨 구해야지 이 멍청아!’

         

        ‘또 멍청이라고…!’

         

         

        래빈을 추격해서 벌어진 다음 전투는, 그야말로 참혹했다.

         

        최대한 인명피해는 나게 하지 않는다는 그녀들만의 암묵적인 협의를 깨고 래빈과 아르실은 진심으로 맞부딪쳤다.

         

        단검이 아르실의 팔뚝을 스치고, 주먹이 래빈의 갈비뼈를 때렸다.

         

         

        ‘아르시이이이이일-!!!!!’

         

         

        승리한 건 아르실이었다.

         

        비통해 하는 래빈의 절규를 뒤로 하고 아르실은 이씨의 부축을 받으며 당당히 아지트로 돌아왔다.

         

         

        ‘대장 괜찮아?’

         

        ‘이씨, 아르실이라고 부르라니까.’

         

        ‘나 때문에 다쳤잖아.’

         

        ‘네가 위험했으니까.’

         

        ‘리나가 어차피 래빈은 날 해치지 않으니 미끼역으로 최적이라고 했어. 다 계산된 거였어.’

         

         

        이씨의 변호에도 불구하고 아르실은 리나를 노려봤다.

         

        리나는 자신이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씨의 말처럼 리스크를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한 작전을 짜고 성공했는데 바보 같은 아르실은 눈칫밥이나 주고 있었다.

         

        결국, 억울함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짓자 이씨가 황급히 다가와 그녀를 달랬다.

         

         

        ‘오늘 리나의 계략이 완벽히 맞아떨어졌어. 대단해!’

         

        ‘그럼 뭐해, 저 고릴라는 나한테 멍청이라고 하는데.’

         

        ‘대장은 우리 누구 하나라도 다치는 걸 싫어해서 그래.’

         

        ‘자기는 대장인 주제에 최선봉에 서면서!’

         

        ‘얌마! 네가 동료를 미끼로 쓰니까…!’

         

        ‘자자, 다들 진정들 해.’

         

         

        아르실까지 버럭하자 이씨는 둘을 동시에 다독였다.

         

         

        ‘오늘은 정말 운이 좋아. 래빈네쪽에서 빵을 좀 훔쳤거든.’

         

         

        아마 일부러 훔치게 뒀을 거다.

         

        래빈 패거리도 이씨를 싫어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 나는 최근에 잼을 만들었지.’

         

         

        이씨는 등 뒤에 숨기고 있던 바구니를 보여주었다.

         

         

        ‘짜잔! 감자를 넣은 잼 샌드위치야!’

         

        ‘샌드위치!’

         

         

        아르실과 리나가 동시에 환호성을 질렀다.

         

        구정물골목에서는 제대로 된 음식을 구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씨는 어떻게 해서든 먹을 수 있는 식물들을 구해와 패거리에게 나름대로 신선한 음식을 만들어주려 애썼다.

         

         

        ‘오늘 생일도 아닌데….’

         

         

        리나는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

         

        특히나 샌드위치는 이씨가 만들어준 걸 처음 먹어본 이후로 아르실 패거리의 생일상이 되었다.

         

         

        ‘오늘도 우리가 이겼잖아. 다들 다툴 게 아니라 승리를 축하해야지!’

         

         

        이씨는 패거리들에게 샌드위치를 나눠줬다.

         

        아르실은 마지막에 자기 차례가 오자 얼른 손을 내밀었지만 이씨는 샌드위치를 들고만 있었다.

         

        올곧은 눈동자가 자신에게 무언의 압박을 가하자 아르실은 툴툴 거렸다.

         

         

        ‘알았어, 알았다고.’

         

         

        마지못해 그녀는 리나에게 다가갔다.

         

         

        ‘리나.’

         

        ‘…뭡니까 대장.’

         

        ‘이씨를 미끼로 쓴 건 좀 그렇지만… 덕분에 오늘 이길 수 있었어.’

         

        ‘흥… 앞으로 미끼 작전은 지양할게.’

         

         

        그렇게 두 사람이 화해하고 나서야 이씨는 방긋 웃으며 샌드위치를 건넸다.

         

        패거리 모두가 일제히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문다.

         

        그리고 외친다.

         

         

        ‘맛있어!’

         

         

        그 샌드위치, 정말 달콤했었는데.

         

        옅은 미소를 띄며 모닥불을 바라보는 아르실.

         

        하지만 마법사는 그녀가 추억에 잠기게 두지 않았다.

         

         

        “그리고?”

         

        “응?”

         

        “현실주의자, 허세덩어리 외에 또다른 친구는 누구임?”

         

        “아.”

         

         

        강제로 회상에서 끄집어내진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르실은 성실하게 답했다.

         

         

        “있어, 귀여운 애.”

         

        “귀엽다라, 짝사랑임?”

         

        “뭐, 뭣?!”

         

        “여자가 남자를 귀엽다고 했으면 좋아해를 뛰어넘는 경지라고 책에서 읽었음.”

         

        “세상에 그런 게 적힌 책이 어딨어!”

         

        “있음.”

         

        “애초에 남자라고 한 적도 없어!”

         

        “아님?”

         

        “그…! 젠장 남자 맞아.”

         

         

        두손두발 다 든 아르실에게 마법사는 또 질문했다.

         

         

        “어떻게 생겼음?”

         

        “알아서 뭐하게.”

         

        “그렇게 치면 이세상 모든 대화의 9할을 알아서 뭐할 거 없는 무용지물들임.”

         

        “너한테 그런 말 들으니 되게 묘하다.”

         

        “그래서 어떻게 생겼음?”

         

        “음~.”

         

         

        답지 않게 발을 동동 구르며 아르실은 그를 떠올렸다.

         

        지금도 아릿한 두근거림을 주는 그 사람을.

         

         

        “검은 더벅머리에 몸은 기본적으로 마른 체형이야. 그런 주제에 힘만큼은 은근히 셌지. 항상 위생과 잠자리가 중요하다면서 청소를 하고 잘 곳을 푹신하게 만들어줬어. 슬럼가 사람답지 않게 말도 험하게 안하고. 응, 그런 게 좋았지. 맞다! 요리도 잘해! 정말 아주 가끔씩 감자를 넣은 잼 샌드위치를 해줬는데…!”

         

         

        어느새 아르실은 쉬지않고 그에 대해 조잘댔다.

         

        오랜만에 생기가 돋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사람들이 기대하던 활발하고 명랑한 성녀 그 자체였다.

         

        그런 성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마법사는 자신의 메모에 그 얼굴을 간단하게 그렸다.

         

        그리고 그 그림 아래에 이렇게 제목을 달았다.

         

         

        [사랑에 빠진 여자의 표정]

         

         

        “아~ 이씨 보고 싶다. 이씨가 해준 샌드위치 먹고 싶어!”

         

         

         

         

         

         

         

         

         

         

         

         

         

         

         

        “자, 감자를 넣은 잼 샌드위치.”

         

         

        운이 좋았다.

         

        래빈은 린을 만날 날을 고대하며 샌드위치 재료를 상시 준비해놓고 있었다.

         

        제대로 된 음식도 못 먹으며 설산에서 내려왔던 루시의 간청도 있어 린은 못이기는 척 오랜만에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었다.

         

         

        “이거야 이거!”

         

        “감자랑 잼 밖에 안 들어간 건데.”

         

         

        호들갑을 떨며 기뻐하는 래빈에게 머쓱해진 린은 루시에게도 샌드위치를 건넸다.

         

         

        “입에 맞을까 모르겠네.”

         

         

        그의 걱정과 다르게 루시는 감동받고 있었다.

         

        린이 해준 제대로 된 음식.

         

        마왕 토벌 때 얼마나 감사한 지 모르고 먹기만 했던가.

         

        게다가 이 샌드위치는 린이 루시를 위해 만들어 준 것.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루시도 래빈도 동시에 샌드위치를 베어물었다.

         

        그리고 동시에 외쳤다.

         

         

        ““맛있어!””

         

         

         

         

         

         

       


           


He Became the Only Ally of the Abandoned Warrior

He Became the Only Ally of the Abandoned Warrior

Abandoned Hero's Only Ally, 버림받은 용사의 유일한 아군이 되었다.
Score 6.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saved the Warrior who used to ignore and bully me and now she is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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