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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

    <21 – 큰 지진에는 사전징후가 있어요>

     

    노아의 방주를 아는가.

    죄악이 만연한 세상을 신께서 홍수로 심판할 것이니, 방주를 만들어 피난하라 외치던 노아.

    사람들은 그의 경고를 무시하였고, 노아는 발암에 걸렸다는 참 슬픈 이야기다.

     

    “오크노디양. 그만 좀 쉽시다.”

    “지젤아저씨도 참. 병약소녀인 저보다 체력이 약하면 어떡해요?”

     

    전국의 병약소녀 다 뒤진 소리하네.

    그런 얼굴로 나를 째려보던 지젤이 오기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쥐방울아,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산을 타야 되냐?”

    “생각을 해봐요. 시험을 치르는 사람에 비해 시험장이 너무 넓잖아요. 시험장이 이렇게 큰 건 분명 다 의미가 있을 거라니깐요?”

     

    나는 지금 심사가 무척 복잡하다.

    노아의 발암과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고 싶은 재단사의 괴로움이 반반 섞인 상태!

    이 시험장에서만큼은 나보다 커다란 괴로움을 안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저 뒤에 쫓아오는 놈들은 그런 생각은 조금도 없어 보인다만?”

     

    시험개시 2시간 째.

    참가자들은 크게 세 가지 행보를 보였다.

     

    “역시 밑에서 자리 깔던 놈들을 두들겨패고 쫓아내야 했어.”

     

    산 초입에 자리를 깐 <다수연합>과 <절대강자>유형.

     

    “오오, 이놈들 쌓는다, 쌓아.”

    “이 새끼들이 미쳤나. 지금 뭐하자는 거냐?”

    “자, 돌 던지니 무너졌죠? 화나죠? 싸우고 싶죠? 근데 우리가 숫자 더 많고 강하죠? 캬캬.”

    “아, 빡도네. 야, 한판 뜨자!”

     

    산 중턱에 자리를 깐 <소수연합>과 노골적으로 트롤링을 하는 <트롤패거리>간의 실력대결.

     

    “저기 저 눈 째진 녀석. 어제 재수 없게 나대던 칼잡이 새끼지?”

    “쫓아가자.”

    “새끼, 묫자리 하나는 멀리도 찾으러 가네. 뭐, 어디로 가든 감히 남부7성 성주연맹을 건드린 마당에 살아남기는 글렀지만.”

     

    산 깊은 곳까지 사람을 피해 숨으러 올라오거나 밑에서 쫓겨난 <도망자 그룹>과 이들을 탈락시키고 경쟁자를 줄이려고 하는 <추적자 그룹>.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그치만 이 게임에는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네 번째 유형도 존재한다.

     

    “야이 미친놈들아! 어디까지 도망가!”

    “그만 좀 싸우자 씻팔!”

     

    쫓아오던 추적자 그룹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등산에 진심인 <등산그룹>.

    바로 천재미소녀 오크노디와 두 졸개들을 일컫는 그룹이다.

     

    “쥐방울아, 너무 얕잡혀 보이는 거 아니냐?”

    “흥. 아저씨가 수인이라서 어그로 끌린 거거든요?”

    “자, 자. 입을 오래 열면 먼저 지칩니다. 이걸로 허기나 채우면서 갑시다.”

     

    [요리도감에 <허니버터육포>가 수집되었습니다.]

     

    이 아저씨 좋은 거 먹고 다니네.

    이래서 돈 많은 상인이랑은 친하게 지내야지!

     

    [장시간 추적자를 경계하며 등산을 했습니다.]

    [등산 경험치+3]

    [지구력 경험치+2]

    [호흡 경험치+2]

    [경계 경험치+1]

     

    고된 등산에 쑥쑥 오르는 기능 경험치.

    열심히 능력치와 기능숙련치를 올리던 한 달 간의 수련이 없었으면 저 아래서 헉헉거리며 나가떨어진 추적자 그룹 꼴을 면치 못했겠지.

    병약미소녀인 나보다 체력이 약한 녀석들은 진심으로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바로 지어봤자 시간도 한참 남는데 적당히 산이나 타면서 자리라도 보고 다닐까요?”

    “고놈 참 여유롭네. 담력 하나는 쥐방울이 아니라 티라노사우루스가 따로 없어.”

     

    참고로 이 게임, 대륙 깊은 곳에는 공룡도 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오우거를 찢어.

     

     

    * *

     

     

    어슬렁어슬렁 산 위를 돌아다니고 있자니, 숨이 목 끝까지 차오른 추적자 그룹이 앞을 가로막았다.

     

    “헉, 헉, 드디어, 잡았, 허억, 헉.”

    “이, 이, 개새, 끼들,”

    “진짜, 니들, 뒤져……!”

     

    이놈들 숨넘어가겠다.

     

    “그래서 뭐. 한 판 뜨자고?”

     

    조금도 지치지 않은 손오천이 봉을 한 손으로 붕붕 돌리며 물었다.

    기세등등하게 나타났던 놈들이 위협적인 봉 소리에 놀라 움츠러들었다.

     

    “하. 이딴 놈들이 나랑 같은 골드티켓이라니. 이거 사기 아니냐?”

     

    솔직히 내가 봐도 수준 차이가 심하다.

    손오천은 심사관 운이 없었지.

    상급시험관 미하엘의 재료수집 시험이 아니라 바위깨기 시험, 대련시험 같은 거였으면 플래티넘 티켓은 가뿐히 따고도 남았을 피지컬이다.

    그에 비하면 상급이 아닌 다른 시험관들은 평가기준도 시험수준도 만만한 편.

    골드티켓 정도는 가볍게 뿌려댔겠지.

     

    “같은 취급 하지 마!”

    “오. 기개 있는 놈이 하나는 있군.”

     

    숨넘어가는 추적자 그룹 사이에서 탐험가 모자에 고글을 얹은 여자가 손오천과 나를 향해 삿대질했다.

     

    “우리 에소니아 모험단은 장기모험에 필요한 정원이 부족해서 언제나 외부인을 받아야했어.”

    “그리고 너희 같은 애새끼나 수인이 저지른 사고로 중요한 모험에서 실패하고, 단장을 포함한 단원 절반이 죽었다고.”

    “모험단도 끝난 마당에 젊은 놈들은 새 삶을 살라며 등을 떠밀린 것이 얼마나 비참한지 알아?”

     

    몰락한 모험단의 일원 출신인가.

    엑스트라 치고는 꽤나 번듯한 사연을 지녔네.

     

    “떠맡겨진 짐을 떠안는 것보단 차라리 복수가 나아. 우리 모험단을 파멸시킨 애새끼와 수인처럼, 이번에는 우리가 너희 같은 놈들을 파멸시키겠어!”

     

    뭐어, 사정이야 번듯하기는 한데.

    그걸 왜 우리한테 난리야?

     

    “화풀이는 일을 저지른 당사자한테나 하지, 왜 엄한 곳에서 난리냐?”

    “사고 친 그놈들은 벌써 뒤져버렸다고!”

    “그럼 아무 죄 없는 이 쥐방울 같은 놈은 남의 사정에 휘말려도 되는 거냐? 멍청한 외부인 때문에 신세 조진 너희처럼?”

     

    수인은 인간의 외모와 짐승의 육감을 동시에 지녔다.

    그렇기에 핵심을 찌르는 말을 종종 해낸다.

    그런 직설적인 화법은 종종 나약함을 감추려 드는 인간에게 불쾌한 감정을 품게 만든다.

     

    “그럼 우리는 누구한테 화풀이를 하라는 거야! 우리도 잘못 같은 건 없었는데!”

     

    애처럼 떼를 쓰며 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무심코 깨달았다.

    아카데미 입학시험 참가조건은 만 20세 미만.

    저 인간도 나름 젊은 나이에 모험단의 일원으로 활동했지만 결국은 아직 미성숙한 아이다.

    몸은 성숙해도 마음은 미성숙한 아이.

    몸은 미성숙해도 마음은 성숙한 나와는 반대의 의미로 아이인 사람.

     

    “잡아요.”

     

    로프를 던져줬다.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멍하니 서있는 여자.

    그 직후,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오크노디의 예민한 몸으로는 진즉부터 느꼈던 큰 지진이 일어나기 전의 사전징후인 예진豫震.

    그 뒤의 본 지진, 본진本震이 산을 뒤흔들며 시야를 위아래로 휩쓸어 덮친다.

     

    동물의 서식지의 흔적은 남아있되 동물은 없는.

    남은 거라고는 바위와 자갈뿐인 바위산.

    주의력이 없는 이는 미처 깨닫지 못할 제 1 관문의 함정이자 진짜 시험이 닥쳐온다.

     

    <산사태 이벤트>

    제 1 관문의 함정, 지진이 발생했다.

    더는 석탑을 지킬 때가 아니다.

    우선은 산사태를 동반한 지진으로부터 살아남자!

     

    쏟아지는 토사.

    무너지는 산.

    그중 고르고 고른 안전한 지형에 로프를 묶고 지젤과 손오천에게도 손짓을 했다.

     

    드드드드득!

    와르르르르!

     

    바위산 저 아래, 밑으로 갈수록 커지는 산사태가 힘만 센 멍청이들과 머릿수만 믿고 안일하게 게으름을 부리던 수험생들을 덮친다.

    우리의 뒤를 쫓아온 추적자 그룹 <에소니아 모험단의 젊은 피>들도 까딱 하면 휩쓸릴 뻔한 재난.

     

    후두둑.

    후둑.

     

    본진 뒤에 이어지는 지진인 여진餘震도 지나간 뒤, 겨우 잠잠해진 바위산.

    로프를 붙잡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에소니아 모험단의 잔당들이 새파래진 얼굴로 능선 위에 올라와 넋 나간 얼굴을 했다.

     

    “미쳤어. 이 녀석들, 시험장에 산사태를 일으키다니. 휩쓸리면 즉사였다고!”

    “세계제일의 아카데미잖아요. 거기서도 고르고 고른 최우수인재를 뽑는 시험이고. 오히려 정말로 석탑쌓기만 할 거라고 믿는 쪽이 순수한 거 아닌가?”

    “말이면 단 줄 알아?! 우리 단장도 산사태로……!”

     

    흙투성이가 된 얼굴로 무어라 항의하려던 리더의 시선이 내 손에 꽂혔다.

     

    [산사태와 지진 속에서 로프를 놓치지 않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했습니다.]

    [버티기 경험치+10]

    [근성 경험치+5]

    [악전고투 경험치+1]

     

    앗 따가.

    로프를 쥐던 손이 매달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쓸려서 피가 흐른다.

     

    “너, 그 손은…… 그 지경이 되도록 로프를 붙잡고 있었던 거야?”

     

    전직 모험단의 일원이자 현직 수험생 그룹의 리더인 젊은 여대장의 동공이 거칠게 떨렸다.

     

    “심한 말만 했는데. 꼴 보기도 싫어서 탈락시키고 싶었을 텐데. 대체 왜?”

     

    이유야 많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캐릭터는 높은 확률로 해당 회차의 주요인물.

    아카데미 시험에서 탈락하더라도 훗날 빌런이 되어 다시 등장한다.

    빌런이 될 종자를 확실하게 박멸하겠다며 죽여봤자 헛수고다.

    이 여자는 이미 말하지 않았던가.

    자신들은 에소니아 모험단의 ‘젊은 놈들’.

    바깥에는 모험단의 ‘늙은 놈들’이 있다.

    그것도 아이와 수인에게 원한을 지닌.

    그래도 제 어린 동료들을 소중히 여기는 자들이.

    그들이 이 인간들의 사망소식을 듣거든 빌런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하기는 할까?

     

    ‘지진은 어디까지가 큰 지진일지, 큰 지진을 알리는 사전징후인 예진일지 섣불리 단정 지을 수 없지.’

     

    입학시험에서는 가벼운 땅울림이 예진이고 산사태가 본진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겠지.

    하지만 먼 훗날 돌이켜보면 에소니아 모험단의 젊은 놈들의 죽음이야말로 예진이고, 늙은 놈들의 복수야말로 본격적인 큰 지진이 될 수 있다.

    오늘만 사는 놈들은 절대로 내다볼 수 없는 미래의 재앙을 로프 하나로 방지한 거라는 말씀!

     

    “그냥. 할 수 있으니까 한 거에요.”

     

    그 긴 설명을 다 하기는 너무 귀찮지.

    대충 얼버무려주니 여대장의 얼굴이 수치심에 붉게 물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후회 피폐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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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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