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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

       어떤 작품이 ‘위대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영혼을 울리는 섬세한 감수성, 수려한 문장, 날카로운 사회 비판이나 완성도 높은 세계관. 문학이란 다양한 이유들로 위대해질 수 있다.

       

       그리고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순수한 재미 하나만으로도 문학사의 여러 ‘위대한’ 고전들 옆에 이름을 나란히하는 작품이었다.

       

       

       “크흐, 이게 바로 소설이지!”

       “다, 다음 이야기는 언제 나오는 거요?!”

       

       

       몽테크리스토 백작에는 전생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자극적인 내용들이 많았다.

       

       누명으로 인한 약혼자와의 이별, 친구에게 빼앗긴 약혼자, 도움으로 인한 탈출, 행운, 화끈한 복수와 통속적인 전개. 그야말로 ‘재미’ 하나만을 위해서 쓰인 소설이 바로 몽테크리스토 백작이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설정 구멍도 많은 소설이었지만, 순수한 재미는 그런 ‘외적인’ 것들 따위에는 눈길조차 돌리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랑 비교하면 다른 소설은 조금… 심심하지 않나?”

       “그러게 말이야. 뭐, 확실히 글은 잘 쓰는 것 같은데…. 그렇지?”

       

       

       복수극이라는 자극적인 플롯의 완성형이라고 할 수 있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이었다.

       

       순수한 재미로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고.

       

       싸구려 잡지 ‘하프 앤 하프’는 순전히 재미를 위해서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구매하는 잡지였다.

       

       

       “독자 투표? 이건 당연히 몽테크리스토 백작이지!”

       

       

       당연하게도, 독자 투표의 결과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90% 이상의 독자들이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최고의 소설로 꼽았다.

       

       그 결과는 잡지에 소설을 연재하던 작가들에게 곧바로 전해졌다.

       

       

       “크아아악! 마, 말도 안 돼!”

       “호메로스 작가님과의 공동 집필 기회가…!”

       “다, 다음 연재에서 어떻게든 역전해야…!”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였다.

       

       .

       .

       .

       

       미국의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는 사람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단계를 ‘부정-분노-협상-우울-수용’의 5단계로 구분했다.

       

       ‘하프 앤 하프’ 독자 투표의 결과를 들은 작가 지망생들의 반응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다 합쳐도 10%가 안 된다고…?”

       

       

       첫 번째 단계. 부정.

       

       

       “말도 안 돼요! 그으, 투표 결과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뭔가 오류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조작이다! 헤로도토스 작가가 투표 결과를 조작한 게 분명합니다!”

       “아직 초반이라 조금 지루해서 그럴뿐이야…. 복선을 회수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날아오를 거야….”

       

       

       두 번째 단계. 분노.

       

       

       “끄으윽! 저, 저 작가는 어째서 저희랑 같은 시기에 연재를 하는 건가요!”

       “내 작품이 모자란 게 아니다! 내 작품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는 독자들의 문제다!”

       “저 소설은 설정 구멍도 많은데… 핍진성도 엉망인데… 너무해….”

       

       

       세 번째 단계. 협상.

       

       

       “자, 작가님? 그으게, 독자 투표에서 1위를 하면 공동 집필을 해주시겠다고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희 학생들 중에 1위라는 뜻이죠…? 저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작품을 제외한 저희 작품들 중에 1위를 고르는 것이시죠?”

       “차라리 저희들 중에서 작가님께서 직접 1위를 고르시는 건 어떻습니까? 대중의 인기라는 건 결국 한때의 유행에 불과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냥 같이 써주시면 안 되나요…?”

       

       

       네 번째 단계. 우울.

       

       

       “제 소설은 쓰레기예요…. 애초에 호메로스 작가님처럼 위대한 분과 함께 글을 쓴다는 생각 자체가 욕심이었던 거예요….”

       “이걸로 전부 끝이다! 이 차이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어! 끄흐윽….”

       “헤, 흐헤, 내 글은 재미가 없구나…. 나는 글에 재능이 없었어….”

       

       

       그리고 다섯 번째 단계인 수용으로 이어져야했지만─.

       

       패배는 죽음이 아니었고.

       

       이들은 전부 예술적 자존심으로 넘쳐나는 작가였다.

       

       

       “아직, 아직 기회는 남아있어요. 다음 연재분에서 어떻게든 독자들의 시선을 뺏어올 수 있다면…!”

       “하하, 차라리 주인공을 전부 죽여버린다면….”

       “내가 보기에는 내 글이 가장 재미있는데…. 다음 연재분에서는 다들 내 글의 재미를 알아주지 않을까…?”

       

       

       작가들은 패배를 수용하는 대신, 오히려 미친듯이 창작 욕구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작가들이 각성했고.

       

       

       [“페르낭! 나의 수많은 이름 가운데 너를 쓰러트릴 이름은 단 하나뿐이다.”]

       

       

       각성한 작가들의 연재본이 연재되던 날.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첫 번째 복수가 완성되었다.

       

       독자 투표의 결과는….

       

       

       “크아아악!!!”

       “저주한다! 헤로도토스여!!!”

       

       

       뭐,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으리라.

       

       .

       .

       .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복수극이었다.

       

       당연하게도, 독자들이 바라는 이야기 또한 원수를 향한 화끈하고 절대적인 복수였다. 감옥에서의 탈출, 구원, 방관자인 카드루스의 몰락 등 그전까지도 시원시원한 이야기가 이어지기는 했지만.

       

       결국, 복수극이란 오직 ‘복수’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려가는 맹목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고 그 첫번째 복수가 완성되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이야기를 따라가던 독자들의 반응 또한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크, 이거지! 내가 이 장면을 보려고 지금까지 하프 앤 하프를 계속 읽었다고!!!”

       “크헉, 속이 너무 시원해서 참을 수가 없군! 오늘 맥주는 내가 쏜다!!!”

       “그러면 안주는 내가 사지!”

       

       

       제국에 존재하는 모든 주점이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이게 바로 인과응보지! 결국, 죄를 지으면 다 벌을 받는다니까! 크흐,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복수야말로 천주의 뜻이라고!”

       “그렇지. 결국 제가 지은 죄를 그대로 돌려받은 꼴이 아닌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원수─ 페르낭이 맞이한 결말에 대해 시원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야기에 과몰입해서는 이 모든 게 천주의 뜻이라며 기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른 원수들도 죄다 끔찍한 결말을 맞이해야하는데!”

       “천주께서 백작과 함께하시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나? 전부 자기 죄의 죗값을 치르겠지!”

       

       

       다른 원수들이 맞이할 결말에 대해 추측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주점에서 가장 시끄러운 주제는 따로 있었다.

       

       

       “이제 페르낭에 대한 복수도 끝났으니, 백작은 다시 메르세데스와 이어지겠지?”

       “하이데의 백작을 향한 사랑이 참 인상 깊었어. 당연히 백작은 하이데와 이어지겠지?”

       

       “뭐?”

       “뭐?”

       

       

       바로, 히로인이었다.

       

       자고로 주점에서 술과 함께 떠드는 안줏거리로는, 여자 이야기만큼 남자들의 언성을 높이기에 제격인 주제가 또 없었다.

       

       

       “메르세데스는 백작의 첫사랑이야! 백작은 아직도 메르세데스를 향한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당연히 백작과 메르세데스가 다시 결합해야하지 않겠나?!”

       “하!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 애 까지 가진 유부녀와 이어지자니, 자네 제정신인가?! 하이데는 백작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 당연히 하이데가 백작이랑 이어져야지!”

       

       “하이데는 그냥 딸이라고! 애초에, 20살이나 넘게 차이 나는 여자애랑 결혼이라니, 자네 취향이 의심되는구만!”

       “늙은 유부녀를 좋아하는 자네 취향만 하겠나!”

       

       “이 자식이?! 결투다!”

       “누가 도망칠 줄 알고!”

       

       

       서로의 입장 차이가 분명한 탓에 이러한 주제는 금방 싸움으로 이어졌다.

       

       주변 사람들의 응원, 내기 따위가 이어지면서 주점은 금방 아수라장이 되어갔다.

       

       

       “첫사랑을 포기하라니, 네가 그러고도 남자냐!”

       “유부녀한테 매달리라니, 네가 그러고도 남자냐!”

       

       

       과몰입.

       

       압도적인 과몰입이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었다.

       

       연재 소설이라는 특성 탓에 과몰입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직 결말이 나오지 않았으니까!

       

       

       “소설을 제대로 읽었으면 백작의 마음 속에는 메르세데스밖에 없다는 걸 알 수밖에 없지! 자네 소설을 제대로 읽은 것은 맞나?”

       “소설을 제대로 읽었으면, 백작을 향한 하이데의 마음이 얼마나 열정적인지 알 수밖에 없지! 자네야말로 소설을 대충 읽은 것은 아닌가? 으응?”

       

       

       사람들은 제멋대로 이야기를 추측하고, 분석하고, 예상하며 상상에 상상을 더해갔다.

       

       아예 자기가 추측한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는 미치광이들도 많았다.

       

       재미있는 소설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그리고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문학사에서 가장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그리하여 제국의 주점은 몇날 며칠을 ‘누가 백작과 이어져야하느냐’ 따위의 주제로 불타올랐고.

       

       그 모든 혼란을 초래한 표절 작가는.

       

       

       “오오, 다들 되게 재미있게 잘 썼는데? 크, 이게 사람 사는 맛이지.”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열기에 묻힌 작품들을 읽으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

       .

       .

       

       내가 이 세계에 전생의 문학을 풀어버린 이유는, 결국 더 많은 작품들이 읽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나는 무척이나 만족하고 있었다.

       

       ‘코난 사가’와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영향을 받은 잡지 연재 소설들은 시원시원한 재미가 있었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후로 유행하기 시작한 로맨스 소설들은 가슴을 간지럽게 만드는 감성으로 충만했다.

       

       여러 단편 소설들로 문예를 학습한 ‘작가 지망생’들도 각자 개성있는 작품들을 여럿 써주었고 말이다.

       

       

       “이게 옳게 된 세상이지! 크흐….”

       

       

       학생들에게는 ‘독자 투표’에서 1위를 하면 함께 집필에 참여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사실, 꼭 1위를 하지 않더라도 필요하다면 집필에 학생들을 참여시킬 생각이었다.

       

       전생의 고전들은 무척이나 많았고, 내가 그 위대한 고전들을 전부 표절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잡지 연재’는 학생들의 스타일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학생들을 더 몰아붙여 볼까. 흐음.”

       

       

       원고 용지에 기억나는 단편들을 하나씩 써내며,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문학이여, 멈추지 말아라.

       

       너 참 아름답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순수한 재미 하나만으로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 시대를 초월한 ‘재미’를 지닌 걸작입니다.

    대중 소설이란 것이 특정 시대에만 소비되는 오락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평가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 재미를 지닌 작품인지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습니다.

    사실,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만을 이야기하자면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좋은 평가를 주기가 어려운 소설입니다.

    장기 연재로 인한 늘려쓰기, 넘쳐나는 설정 오류, 비판받을만한 구석이 적지 않죠.

    하지만 대중 소설로서의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그야말로 대중 소설의 바이블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걸작이기도 합니다. 현대에도 ‘복수’라는 소재를 다루는 모든 이야기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영향력 아래에 있으며, 어떠한 복수극도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이야기조차 있으니까요.

    실제로, 현대에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각색한 창작물들은 원작의 ‘시원시원한 재미’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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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ing as a Plagiarist in Another World

Surviving as a Plagiarist in Another World

Surviving as a Plagiarizing Author in This World 이세계에서 표절 작가로 살아남기
Score 4.6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literature of this other world was atrocious.

So, I plagiarized.

Don Quixote, Anna Karenina,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The Metamorphosis… I thought that unraveling the literature of the original world would advance the literature of this other world.

“Those who dream and those who do not, who really is the mad one?”

“To live or to die, that is the question.”

“No matter how fatal the mistake, it is different from a sin.”

But then, people began to immerse themselves too deeply in the novels I plagiarized.

Can’t a novel just be seen as a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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