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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

       성적은 가점과 비슷하게 나왔다.

        

       나는 475점, 앨리스는 492점. 두 사람 다 합격 점수는 훌쩍 넘었다.

        

       이 점수는 나로서는 꽤 놀라운 점수였다. 나야 뭐 문제를 더 틀렸으니 당연한 거지만, 앨리스는 게임에선 487점으로 입학해 수재 소리를 들었다. 물론 게임에서의 점수도 설정상 결코 낮은 점수가 아니었지만, 지금 내 앞의 앨리스는 그 점수보다도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대단하십니다, 황녀님.”

        

       나는 그렇게 말했다. 아주 조금은 감정이 담겨있었을지 모르지만,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닐 것이다. 나는 앨리스 앞에서 종종 미묘하게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긴 했으니까. 뭐, 애초에 아카데미에 가는 이유가 원작 주인공, 히로인들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었으니 앨리스 앞에서는 이 정도 풀어지는 정도는 해도 상관없을 거다.

        

       그리고 앞으로도 쭉 얼굴을 보고 지낼 테니 계속 숨기는 것도 힘들 거고.

        

       황제나 그 아이들 앞에서는 여전히 주의해야겠지만.

        

       “흐응…….”

        

       하지만, 앨리스의 반응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소 달랐다. ‘흐응’의 음정 높이가 훨씬 낮았다. 평소에 기분 좋아서 내는 소리와는 다르게, 나를 대놓고 의심하는 듯한 소리.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보던 앨리스는,

        

       “너, 이거 네 진짜 실력이 맞아?”

        

       라고, 의외로 의표를 찔러오는 질문을 했다.

        

       “…….”

        

       음.

        

       바로 들켜버렸다.

        

       “너, 그날 복도를 걸으면서 ‘모의고사보다 쉬웠다’라고 했잖아. 그런데 성적이 오르기는커녕 떨어졌어. 말이 안 되지 않아? 너처럼 철두철미한 애가.”

        

       “…….”

        

       “혹시, 내 점수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으려고 그렇게 한 거야?”

        

       “…….”

        

       으음.

        

       역시 괜히 그 황제의 딸이 아니다. 재능은 확실하게 물려받은 모양이다.

        

       아니면 그냥 내가 그만큼 티를 많이 냈거나.

        

       “너.”

        

       앨리스가 말했다.

        

       “앞으로는 그러지 마. 너는 내 밑에서 일하게 될 거잖아? 그러려면 내가 너의 능력을 제대로 알아야 할 거 아냐. 나 띄워주겠다고 자꾸 그러면 내가 너의 능력을 어떻게 판단하는데?”

        

       나는 그렇게 말하는 앨리스를 빤히 바라보았다.

        

       앨리스도, 내가 알고 있던 앨리스와는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다.

        

       ‘내가 알고 있던 앨리스’는 어린 시절의 앨리스를 말하는 건 아니다. 물론 어린 시절에 비해서도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내가 말하는 앨리스는 게임에서의 앨리스였다.

        

       어린 시절부터 오로지 아버지를 따라잡기 위해 검술과 책에만 매달려 살아서, 무도회나 연회에는 아주 어린 시절에 잠깐 나가보았을 뿐 황족 같은 활동을 왕성하게 하지는 않았다.

        

       사실 황제가 되기 위해서는 귀족과의 친교도 다져야 했지만…… 앨리스는 어렸으니까. 열네 살이라는 나이는 중2병이 발발하기 좋은 나이가 아니겠는가. ‘남들이 멍청한 짓을 하고 있을 때 나는 제왕학을 배웠다’라는 생각이었으리라.

        

       거기까지는 이 앨리스도 그럭저럭 비슷했지만, 태도 면에서 달랐다.

        

       게임에서 초반의 앨리스는 그 높은 캐릭터 능력치와는 별개로 자존감이 무척 낮았다. 겉으로는 오만한 황녀 같은 인상이지만 자기보다 검술을 잘하는 사람, 혹은 공부를 잘하는 사람에게 질투하는 장면이 몇 번이나 나왔다.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의 능력을 대놓고 인정하는 장면이, 초반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 ‘초반’조차 아니다. 나도 앨리스도 열다섯 살이 되었지만, 앨리스가 나에게 가끔 보여주는 태도는 그 떼쓰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아닌, 훨씬 침착하고 어른스러운 태도였다.

        

       “왜, 왜 그렇게 쳐다보는데?”

        

       내가 말없이 앨리스를 빤히 바라보자, 앨리스가 좀 찝찝하다는 듯 말했다.

        

       “……아닙니다.”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황녀님께 저의 능력을 숨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응? 아, 어, 음, 그래…….”

        

       내가 순순히 인정하고 사과하자, 앨리스는 조금 당황한 채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앨리스다웠다. 내가 알고 있는 어느 쪽의 앨리스와 비교하더라도.

        

       *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신난다.

        

       아니지, ‘조금’이라는 말은 빼도 될 것 같다.

        

       아니, 아니지. 방금 빼서 비어있는 자리에 ‘엄청나게’를 대신 넣어도 될 것 같다.

        

       사실 그 ‘엄청나게’도 내 기분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아니었다. 나의 이 기분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세상에 없다. 조금 풀어서 쓰자면, 침대 위에 올라가서 생일 선물로 콘솔 게임기를 받은 어린아이처럼 방방 뛰어다니며 환성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10년이다. 무려 10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렸다.

        

       이 몸이 다섯 살이던 시절에 이 세계로 와, 내가 기억하던 그 게임 속의 세상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내가 좋아하던 그 캐릭터들을 직접 만나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린 거다. 사실 실제 시간은 아마 그거보다 훨씬 더 걸렸을 거다. 내가 시간을 되돌린 적이 여러 번 있었으니까.

        

       사실 내가 생각해도 이 정도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신기하긴 했다.

        

       그렇지 않은가. 내게 아제르나 전기 시리즈를 플레이한 시간은 7년뿐이었다. 이쪽 세계에서 기다린 시간보다 짧았다.

        

       황제의 아이가 된 이후로도 나는 몇 번이나 내 그 마음이 얼마나 오래갈지 궁금해하곤 했다. 어린 시절에 가지고 있던 꿈이 어른이 되어 생각하면 별거 아니었거나, 그 시절에 가지고 싶던 물건을 어른이 되어 가지게 되어도 막상 가지고 나면 허무감만 느껴지거나 했던 적이 종종 있었으니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마냥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셜록 홈스 팬들은 신작을 7년이나 기다렸었고, 게임이나 영화 시리즈 중에도 종종 그런 경우가 있다. 어차피 그 기간을 통째로 기다렸다기보다는 중간중간 이것저것 하다 보니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있었다고 생각하는 쪽이 옳은 표현일 거다. 처음에는 날짜를 세며 기다리더라도 결국에는 그 세던 것을 잊어버리게 되니까.

        

       나도, 음,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기도.

        

       그게 아니라면, 내 근처에 있는 실존하는 캐릭터들 때문에 내가 계속 이 세상 안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황제의 아이들과 앨리스, 클레어가 있다면, 레오 그레이스와 다른 캐릭터들도 이 세상 어디에선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후우…….”

        

       나는 숨을 길게 내쉬며 긴장을 풀려고 노력했다.

        

       꼭 연예인을 만나러 가는 기분이다. 내 주변에는 앨리스나 다른 캐릭터들도 있었고, 클레어도 직접 만나봤었지만, 클레어를 만났을 때는 반가워할 틈도 없이 탈출을 고민해야 했고, 앨리스는 어린 시절 만나서 지금까지 쭉 함께 지내다 보니 연예인이라기보다는 여동생을 보는 기분이었다. 앨리스는 그런 말을 들으면 기겁하겠지만.

        

       그리고, 각자 한 명씩 따로 만나게 되는 것과 갑자기 한 번에 여럿을 만나게 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니까.

        

       짐은 어젯밤에 이미 다 싸두었다. 어차피 싸야 할 것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교복은 학교에서 받을 예정이고, 교재 같은 것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기숙사에 가져다 놓을 개인 물품이 있다면 챙겨도 된다는 말은 있었지만, 나에게 개인 물품이라곤 내 무기뿐이었다.

        

       그리고 무기는 학교에서 직접 맡기로 되어있었다. 총기를 사용하는 캐릭터는 원작에서도 이미 몇 명 있었다. 굳이 총기가 아니더라도, 들고 오는 무기들이 죄다 사람을 죽이기 위한 실전 병기다 보니 그런 조치는 당연했다. 어떤 미친놈이 수업 중에 총기 난사라도 하면 어쩌려고.

        

       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배경 조사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러니까, 나는 굳이 짐을 추가로 쌀 필요도 없었다. 그 말은 생각을 어디로 돌릴 수단이 없다는 말이다. 책을 읽는다고 그게 눈에 들어올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아까부터 계속 방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침대 위를 뛰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일단 캐릭터 성은 유지해야 하고.

        

       그렇게 한참 동안 방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더니, 누군가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실비아 님, 짐을 옮기러 왔습니다. 들어가 봐도 되겠습니까?]

        

       평민들은 본인이 직접 짐을 들고 학교에 가겠지만, 황족이나 귀족은 그 아래 있는 사람이 많았다. 짐 같은 것은 그런 사람들을 통해 미리 보내서 기숙사에 미리 가져다 놓을 수 있었다.

        

       입학 첫날과 종업식 이후 이틀 동안만 허락된 일이다.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상식적인 안전조치였으니 딱히 불만을 가질 필요는 없다.

        

       나는 작게 숨을 고른 뒤, 목소리가 떨리지 않기를 바라며 입을 열었다.

        

       “……네, 들어오십시오.”

        

       그래도 십 년짜리 연기연습은 꽤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

        

       황성과 황립 론다리움 아카데미는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제도에서 가장 치안이 좋은 곳이 바로 황성 인근이니 아카데미를 짓기에 손색이 없다. 이곳 근처에는 황립 아카데미 말고도 이런저런 학원이 꽤 많이 있었다. 대부분은 그럭저럭 유명한 집안의 아이들, 혹은 돈 많은 집안의 아이들만 받는 학원이었다.

        

       걸어가도 아주 오래 걸릴 일은 없는 거리이긴 했지만, 우리는 통학하지 않는다. 제도에 본가가 있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황립 아카데미는 무조건 전교생 기숙사제였다.

        

       역마차 같은 대중교통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현대의 버스처럼 사람을 꽉꽉 채워서 이동시키기에는 무리가 많고, 아무리 제국에서 가장 치안이 좋은 곳이라고 해도 서울 한복판만큼 안전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러니 학생의 안전을 위해— 다시 말하자면 학생에게 해가 입었을 때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아카데미뿐만이 아니라 많은 학원에서도 당연하다는 듯 전교생 기숙사제를 채택하고 있었다.

        

       덤으로, 걸어 다니는 것보다는 어딘가 타고 이동하는 쪽이 호위 대상을 호위하기에 훨씬 안전하므로, 우리는 그 짧은 거리마저 마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기대돼?”

        

       “네?”

        

       뜬금없이 앨리스가 그렇게 물어와서, 창밖을 보고 있던 나는 앨리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요즘 들어 마음이 들떠서 그럴까. 자꾸 이런 식으로 놀라는 반응을 하는 일이 늘고 있다. 그래도 상대가 앨리스니까 별로 문제는 없었지만.

        

       나와 마주 앉은 앨리스는 굉장히…… 능글맞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앨리스의 표정도 많이 풍부해진 것 같다.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일까? 만약 그 이유가 나 때문이라면, 적어도 내가 지금껏 앨리스를 어르고 달래 온 것도 그다지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하지만, 그래도 의문은 있었다. 나는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다. 그건 내 손으로 얼굴을 만져보거나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10년 전부터 의식적으로 무표정을 유지하는 것을 꾸준히 연습해왔으니 이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앨리스가 내 기분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꽤 중요한 일이기도 했다. 앨리스가 알아차릴 수 있다면 다른 누군가도 알아차릴 만한 구석이 있었다는 뜻이었으니까.

        

       확인해서 고칠 필요가 있다.

        

       “평소에 너는 바깥 풍경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까. 게다가 무릎 위에 책이 있는데도 읽지 않고 있잖아. 평소에는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시큰둥하게 책만 읽고 있었을 텐데.”

        

       “…….”

        

       “그리고, 제도에 그다지 새로 볼만한 게 있지도 않잖아? 나는 몰라도, 너는 이미 질리도록 봤을 풍경인데.”

        

       황제의 심부름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니곤 했으니까. 적어도 앨리스보다는 잘 알고 있다. 아니, 사실은 제도 구석구석 무엇이 있는지 몇 번이고 확인해두었기 때문에 제도 어디에 떨어져도 길을 찾을 자신이 있었다. 아무리 처음 보는 골목이라도 커다랗게 보이는 랜드마크는 다 외워두었으니까.

        

       “그러니까, 네가 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을 뿐이야. 그게 아니었다면 미안하네.”

        

       물론 ‘미안하네’라는 말을 할 때도 여전히 능글맞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으니, 그 앞의 ‘그게 아니었다면’에는 전혀 진심이 담기지 않은 것이 확실했다.

        

       “…….”

        

       나는 그런 앨리스에게 굳이 대답하지는 않았다. 아니라고 해도 앨리스는 ‘아, 그러세요?’하고 반응할 것이고, 맞다고 인정하는 건…… 아직은 이르다.

        

       그래서 나는, 그냥 다시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아카데미에 도착할 때까지의 그 짧은 시간 동안 앨리스의 그 능글맞은 표정을 감내하고 있어야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 쓰다가 잠깐 쉬겠다고 누웠는데 그대로 잠들어버리는 바람에 남은 부분은 오늘 출근해서 썼습니다.

    그래도 써둔 부분이 있었기에 다행이었네요…

    =

    snrnsrk님,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참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될수 있는 한 꾸준히 연재를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제 글쓰는 버릇 중 하나가 설명이 길고 많이 들어간다는 건데, 그래서인지 한 편씩 연재할 때는 전개가 너무 더딘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물론 두 편씩 연재한다고 제가 글 쓰는 스타일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읽는 분들은 체감상 전개 속도가 두배가 될 테니까요! 앞으로도 꾸준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헤엄치는새 님,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읽다보면 저도 써보고 싶은 소재가 참 많습니다. ‘나라면 어떻게 썼을까’하는 생각이 계속 드는 것은, 아마도 제가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같았으면 그냥 혼자 하는 망상으로 끝났을 일이 이제는 새로운 소설의 소재가 되고 있네요. 모두 제가 하나의 소설을 완성시키는 것에서 시작된 일입니다. 그리고 그 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확신 덕분이었습니다. 매일 꾸준히 글을 써서 올리는 것이 너무 즐거워 그걸 반복하다 보니 소설이 써지고 완성되는 것을 반복하고 있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스스로 저를 작가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저의 글을 읽고 저를 작가라고 불러주시는 여러분 덕분입니다. 글 쓰는 것은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지만,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저는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겁니다. 언제나 저와 함께 걸어주시는 분들, 모두 너무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쓰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 저를 찾아오시면 읽을만한 글이 있을 수 있도록 준비해두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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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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