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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

       의뢰는 대부분 위험도에 따라서 랭크가 책정되지만. 랭크를 측정하는 것도 일단은 사람인지라. 가끔 실수로 인해서 랭크가 잘못 책정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나마 낮은 랭크가 높은 랭크로 책정되는 것은 애교였다. 적어도 빡세게 준비하면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일이 나오지는 않으니까. 가장 큰 문제는 반대의 경우였다.

       

       

       반대의 경우는 운이 좋으면 살아남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역량이 부족해서 전멸하는 경우가 태반이었으니까. 기드온의 영웅들은 그런 의뢰를 악성 의뢰라고 불렀다.

       

       

       “골짜기의 사자왕이라.”

       

       

       “그래, 지금 그곳이 난리라니까?”

       

       

       “……옛날 생각이 나네.”

       

       

       당시 지크는 길드 수습이라서 단독으로 의뢰를 처리할 수 없었다. 만약 3년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어쩌면 골짜기의 사자 부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악성 의뢰라며 모두가 기피했던.

       

       

       골짜기의 사자왕 의뢰를 말이다.

       

       

       <추방자들의 길드에 어서 오세요!> – 4권 2p에서 발췌.

       

       

       * * *

       

       

       봄날의 싸늘한 바람이 완전히 사라지고. 무더운 태양빛이 내리쬐는 여름이 찾아왔다. 그동안 정말 놀랍게도, 아무런 일도 없었다. 아이작조차 그걸 이상하게 생각했다.

       

       

       원작에서 하데스 길드는 철저한 약육강식의 논리로 자신들의 법칙을 강요하는 패권 길드였다. 근데 철의 방패는 그런 하데스에게 대놓고 반기를 든 거나 마찬가지였다.

       

       

       아이작 또한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당연히 하데스 길드에서 단죄를 위해서 사람을 보낼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정작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상하군. 그것들이 이렇게 얌전할 리가 없는데?’

       

       

       녹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데스 길드에게 가려져서 그렇지. 단순히 군림한 역사만 놓고 보면, 녹스는 무려 그 하데스 길드 이상의 세력이다. 근데 이렇게 조용하다고?

       

       

       그냥 차라리 이쪽에서 먼저 선빵을 칠까. 아니, 그건 길드원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아이작의 컨셉에 맞지 않아. 이런 느낌으로 아이작이 내적 갈등을 겪고 있었던 그때.

       

       

       “잠깐 괜찮아?”

       

       

       소피아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작은 그녀를 반겨주려다가, 그 손에 들린 양피지를 발견했다. 하데스 길드의 문양이 박힌 양피지였다. 오호라, 드디어 왔군!

       

       

       “하데스 길드의 선전포고인가!”

       

       

       “뭐? 그런 거 아니…….”

       

       

       “감히 가족을 건드리다니. 아주 박살을 내주지.”

       

       

       “사람 말을 좀 들어!!”

       

       

       결국 참다못한 소피아가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아이작의 뻘짓은 제압되었다. 기어코 꿀밤 한 대를 벌어서 머리 위에 혹이 생긴 아이작은 팔짱을 낀 상태로 입을 열었다.

       

       

       “그렇군, 하데스 길드에서 우리를 지목해서 의뢰한 건가.”

       

       

       “그래.”

       

       

       “잠시 볼 수 있을까?”

       

       

       “여기 있어.”

       

       

       소피아에게 받은 양피지에는 골짜기의 사자왕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요약하면, 미케스 왕국 북동부에 위치한 골짜기에 서식하는 사자들을 처리해달라는 내용이다.

       

       

       “사자 토벌이라. 마수도 아니고 맹수를 말하는 건가?”

       

       

       “잘은 모르겠지만, C랭크라면 일반적인 의뢰 아니야?”

       

       

       표면상으로는 자신의 딸을 안전한 영지에서 호위해달라는 의뢰가 D랭크로 책정될 정도였으니. C랭크는 영웅이 받는 가장 기본적인 마수 토벌 의뢰라고 할 수 있었다.

       

       

       ‘사실은 이미 전부 다 알고 있지만!’

       

       

       골짜기의 사자왕은 4권의 메인이 되는 스토리다. 하지만 매우 암울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인데. 이는 기드온 영웅들의 어둠을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파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스포일러를 하는 것은 아이작 본인의 신념에 어긋나기 때문에. 그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모르는 표정을 취했다. 소피아는 한숨을 뱉으며 입을 열었다.

       

       

       “저기 말이야. 하데스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이해하는데. 그걸 대놓고 표현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야.”

       

       

       소피아는 이것을 하데스의 권고로 보았다. 이번 의뢰를 해결하면 모르는 척, 눈을 감아주겠다는 권고. 물론 소피아 또한 강자에게 굴복할 정도로 비굴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상황을 읽지 못할 정도로 멍청하지도 않았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철의 방패와 하데스의 격차는 어른과 3살짜리 꼬마와도 같았다. 소피아는 혀를 찼다.

       

       

       “지금은 고개를 숙이는 게 맞아. 때를 기다려야지.”

       

       

       “한 번 고개를 숙이면 영원히 숙이는 것이다.”

       

       

       “아이고, 이 무식한 마스터야. 제발!”

       

       

       “하지만 그 의뢰에는 흥미가 가는군.”

       

       

       “왜? 이번에도 지크랑 같이 가려고?”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소피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이렇게라도 해주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소피아는 아이작에게 양피지를 주고 다시 내려갔다.

       

       

       ‘사자 토벌이면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겠지.’

       

       

       정말로 안일한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 * *

       

       

       마차는 교통수단이며 동시에 길드의 격을 알려주는 간판이기도 했다. 화려함을 중시하는 거대 길드의 경우에는 제국의 황제나 끌 수 있는 황금 마차를 사용하기도 했고.

       

       

       또 날개 달린 말을 이용한 은색 마차를 끄는 등. 길드의 규모에 따라서 마차 또한 각양각색이었다. 다만 길드 규모에 따라서 볼품없거나 아예 마차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철의 방패의 경우, 이제 막 창설된 신생 길드였기 때문에. 애석하게도 길드 소유의 마차가 없었다. 물론 마차를 구입할 재정은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유지비였다.

       

       

       [말을 관리하려면 당장 마구간이랑 말을 관리할 마부까지 필요해. 물론 돈은 여유가 있지만, 지금 상황이 좀 그렇잖아?]

       

       

       당장 철의 방패는 하데스에게 대놓고 반기를 든 상황이다. 어째서인지 하데스 길드는 지금 얌전히 있었지만. 언제 어디서 갑자기 돌변해서 어떠한 제재를 가할지 모른다.

       

       

       그때를 대비하여 소피아는 최대한 돈을 아끼자고 아이작에게 건의했고. 아이작 또한 소피아의 의견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하여 반영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짐마차였다.

       

       

       “괜찮나?”

       

       

       “네, 아무렇지도 않아요.”

       

       

       “다행이군.”

       

       

       지금 아이작과 지크는 길드 소유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빌린 마차도 아닌, 무려 상인의 짐마차에 얻어탄 상태였다. 덕분에 뒤에 실린 짐에게 이리저리 치이고 있었다.

       

       

       마차를 빌리는 것도 상당한 돈이 깨졌기 때문에. 아이작은 확실하게 절약하기 위해서 짐마차를 타고 가는 것을 택했다. 물론 겸사겸사 상인들의 호위도 겸해서 말이다.

       

       

       미케스 왕국은 기드온에서도 제법 거리가 있는 왕국이었다. 물론 일부러 아이작을 멀리 보내놓고 그 사이, 철의 방패를 공격하는 게 아닐까라는 의심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하데스 길드가 그럴 일은 없었다. 악육강식의 논리를 주장하는 그들답게. 어떤 상황에서도 정면으로 부딪쳐서 부수는 것을 절대 꺾지 않는 자들이다.

       

       

       ‘덕분에 주인공에게 일망타진 당하고 말았지.’

       

       

       혹자는 하데스 길드를 멍청하다고 욕하지만. 아이작은 하데스 길드를 욕할 수 없었다. 그들 또한 어떻게 보면 자신과 같으니까. 컨셉충으로서 신념을 욕할 수는 없다.

       

       

       “미케스 왕국은 어떤 곳인가요?”

       

       

       “풍부한 철광석을 바탕으로 기술이 발전한 곳이지.”

       

       

       “그런 곳에서 사자를 토벌하지 못해서 의뢰를 한 건가요?”

       

       

       지크의 의문은 지극히 합리적이었다. 국가나 되는 힘을 가진 그들이 사자 무리 하나를 토벌하지 못한다고? 당연히 의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의뢰를 자세히 봐야하는 이유다.”

       

       

       “첫 의뢰처럼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뜻이군요.”

       

       

       “그렇다. 스스로 깨달아서 기쁘구나.”

       

       

       “헤헤…….”

       

       

       아이작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지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따듯한 온기 때문일까. 소녀는 자기도 모르게 배시시 웃으며 아이작의 손길을 만끽했다. 곧 그는 손을 거뒀다.

       

       

       “곧 도착이구나.”

       

       

       “저곳이……?”

       

       

       “그래, 미케스 왕국의 북동부에 위치한 네메아 요새다.”

       

       

       네메아 요새는 말 그대로 골짜기의 이름을 따온 요새였다. 지크는 펄럭이는 천막을 들추고 요새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요새답게 매우 거대한 성벽이 그들을 반겨주었다.

       

       

       “살렌에서 봤던 것에 비하면 조금.”

       

       

       “그 어떤 성도 살렌과 비교하면 실례일 수밖에.”

       

       

       “베헤모스 때문에 자원이 넘쳐났으니까요.”

       

       

       네메아 요새는 골짜기의 출입을 통제하는 최고의 문지기로 군림하고 있었다. 굳게 닫힌 성문이 열리고, 아이작과 지크는 자연스럽게 상인들과 함께 내부로 진입하였다.

       

       

       “…….”

       

       

       그러나 웅장한 요새의 겉모습과 달리, 내부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부서진 무기들이 바닥을 나뒹굴었고, 치료소에 수용되지 못한 부상자들이 그 옆에 함께 있었다.

       

       

       “마을에서 봤던 시체들이랑 비슷하네요.”

       

       

       의외로 지크는 담담하게 그 광경들을 눈에 담았다. 고향에서 봤던 시체들과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지금이 더 낫다. 최소한 저들은 목숨을 잃진 않았으니.

       

       

       “마스터, 이제 조금 알겠어요.”

       

       

       “무엇을 깨달았지?”

       

       

       “절단면이 칼에 잘린 것처럼 깔끔해요.”

       

       

       그 어떤 짐승의 발톱이나 이빨도 저런 식으로 절단면을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저들의 상처는 대부분 예리한 날붙에 의한 절단상이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골짜기의 사자는 진짜 사자들이 아닌, 사람이군요.”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마수도 아닌 그저 사자를 토벌하는 것에 C랭크라는 위험도가 측정되다니. 하지만 이제는 이해가 되었다. 상대는 평범한 사자가 아니니까.

       

       

       완벽한 정답에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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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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