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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

       요람의 교사들은 모두가 역전의 용사들이다.

       실제로 늙은 건 아니고 그만큼 실력이 좋다는 소리다.

         

       허나 그런 교사들도, 반드시 피하고 싶은 게 하나 있었으니.

       

         

       “끄으으으….”

        “우으응―”

         

       

       ―꾸벅꾸벅

         

       이능이니 능력자이니 하지만, 결국 알맹이는 한 명의 인간.

       몸이 가장 나른해지는 오후. 거기에 점심까지 곁들이면 졸음은 최고조가 된다.

       이것만큼은 그 어떤 이능으로도 막아낼 수 없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흠.”

       

         

       교단에 선 스미스 선생은 침음을 흘리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하필이면. 요람의 교사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시간대에 걸려버렸다.

       심지어 굉장히 지루하고 재미없기로 유명한 몬스터 행동학 수업이다.

         

       평소에도 몇몇 학생들이 딴 짓을 하거나 졸곤 하는데.

       그게 지금처럼 점심 직후 시간에 걸리면 답이 없다.

       

         

       “자자!!”

       

         

       ―짝짝!

         

       하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은 교사이고, 저들은 학생이다.

       가르쳐야 하는 자와 배워야 하는 자들. 모든 것은 결국 미래를 위한 일.

       

         

       “다들 졸려서 미치겠지? 선생님도 다 알아! 원래 점심시간 이후에는 체육 수업이 잡혀야 하는데! 이 선생님도 너무 졸리단다! 하지만 어쩌겠니! 다들 힘내서 수업 집중하자! 아자, 아자!!”

         

       

       스미스 선생만의 고군분투는 결코 아니었다.

       그래도 나름 제국을 지키는 능력자라고. 모두가 싸우고 있긴 하다.

         

       누구는 제 볼이나 허벅지를 꼬집고. 누구는 냉수를 벌컥벌컥 마시고.

       몇몇은 결국 졸음에 패하여 고개를 처박고 말았지만 말이다.

         

       와중에 몇몇은 이 정도는 견딜 만하다는 듯 또랑또랑한 눈빛을 유지하고 있다.

         

       

       “….”

       

         

       그 중에는 가장 뒤에 앉은 데우스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아무튼. 다 체력이 약해서 그래, 체력이.’

       

         

       쯔쯧. 혀가 절로 차진다. 저게 과연 제국의 미래를 지킬 능력자란 말인가.

       아니, 졸음 하나 이겨내지 못할 거면서 몬스터와는 어떻게 싸우려고?

       이 정도는 근성 하나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일 아닌가?

       

       

       라고. 정작 본인도 졸았던 전적이 있는.  

       고개를 내젓던 데우스가 옆으로 막 고개를 돌린다.

       

         

       “….”

       

         

       그곳에는 졸음과 사투 중인 유리시아가 보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패하기 직전이다. 고개가 계속 꾸벅거린다.

       그 광경을 잠시 바라보던 데우스는 손을 뻗어 책상을 두드렸다.

       혹여나 유리시아가 놀라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럽게.

       

         

       ―퉁퉁!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소리가 작을 수는 없었지만.

         

       

       “흐잉?!”

         

       

       화들짝 놀란 유리시아가 급히 고개를 든다.

       그리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아마도 교사가 주의를 주었다 여기는 모양.

         

       

       “유리시아.”

       

         

       혹 그녀가 더 놀랄까, 데우스는 가볍게 손을 한 번 흔들었다.

       깨운 건 자신이니까 괜히 더 놀랄 필요는 없다는 뜻.

         

       

       “아…!”

       

         

       처음엔 선생님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뒤를 이어서, 데우스가 자신을 위해주었다는 고마움이.

       마지막으로. 그의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였다는 부끄러움까지.

       

         

       ‘우으으….’

       

         

       순식간에 유리시아의 얼굴이 그녀의 머리색마냥 분홍색으로 물든다.

       만약 만화였다면 두 귀에서 푸슉! 하고 뜨거운 수증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다음으로. 암형 몬스터에 대한 부분을 알아보도록 할 거야. 이 녀석들은 다른 몬스터들보다 더더욱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부유란다. 하지만 절대로 빛에 약한 건 아니야. 실제로 많은 광휘 능력자들이 굉장한 고전을 했던 놈들이지. 이놈들의 행동은….”

       

         

       그냥 이능으로 깔아뭉개는 방식인 줄 알았는데, 나름의 공략법이 있구나.

       데우스는 수업 내용을 적당하게 필기하며 그리 생각했다.

         

       하긴. 그래야 이능의 종류가 많은 걸 설명할 수 있겠지.

       강점과 약점이 있고,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각자를 보조할 수 있다.

       어느 한쪽이 강하기만 하면 균형이 무너지고 종국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몬스터들도 종류가 꽤나 다양하군. 행동 양식도 다르고. 단순 전투력 측정기 역할은 아니라는 셈이야. 이놈들이 메인 빌런이 되는 건가?’

         

       

       어떻게 해야 이 세상에 더욱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을까.

       돌아가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다.

       지금은 이곳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살아가는 게 먼저다.

         

       일단, 이 세상은 평범한 아카데미물은 아니다.

       자신이 보던 아포칼립스물 마냥 게이트에, 몬스터도 있다.

       단지 그 분위기가 극도로 우울하던 < 용병단 첫날 게이트가 열림 > 과는 다를 뿐.

       

         

       ‘거기서는 처음엔 몬스터가 주류였지만 점차 다른 악인들. 그리고 몬스터보다 더욱 강한 놈들이 쏟아져 나왔지, 아마?’

       

         

       몬스터는 말 그대로 ‘몬스터’ 이니 적으로 인지하기가 굉장히 쉬웠다.

       허나 같은 사람은, 속을 읽지 않는 이상 함부로 구별해내기가 힘들다.

       그런 자들이 이곳 세상엔 없는 듯하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데우스?”

       

         

       아무리 생각해도, 이곳에서 살아가는 가장 좋은 길은 이능력자다.

       마침 장르 착각이라는 실수로 미치도록 단련을 한 것이 큰 강점이 되었다.

       그 부분을 통해서 활약을 하면 이 검머외 딱지도 조만간 떼어질 터!

       

         

       “데우스…?”

         

       

       아. 상상의 나래를 너무 지랄 맞게 펼쳤던 모양이다.

       

       

        “아, 유리시아. 불렀어?”

        “으응. 수업, 끝났는데… 멍하니 앞만 보고 있어서.”

       

         

       뭐야. 수업 벌써 끝났다고? 아니, 대체 언제?

       당황해선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로 쉬는 시간이다.

       이렇게 정신을 놓을 정도로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호, 혹시 무슨 일 있어?”

       “무슨 일 있기는. 그냥….”

       

         

       [ 요람 학생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립니다. 게이트 경보 발령. 게이트 경보 발령. 이 상황은 실제 상황입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게이트 경보 발령. 게이트 경보 발령. 이 상황은…. ]

         

       

       “무슨 일이… 있네….”

         

       

       뭔가 억울하다.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심지어 게이트 경보? 이거 엄청 큰일 아닌가?

         

       

       “모두 주목! 주모오옥!!”

       

         

       조금 전 인사와 함께 교실을 나섰던 스미스 선생이 급히 들어온다.

       그리고는 교탁을 내리치며 ‘당황하지 마! 애들아! 당황하면 안 돼!’ 라고 외친다.

       정작 본인이 가장 당황한 것처럼 보이는 건 잊어두도록 하자.

       

         

       “이거 실제 상황이다! 훈련 아니야! 전부 건물 밖으로 나간다! 다들 알지?! 게이트가 건물 근처에서 생성되면 건물이 무너져서 큰일 날 수도 있어!”

       “결계로 보호 받고 있는데도 안 되는 건가요?!”

       “그게 가능했으면 결계 계열 놈들이 최고 능력자 자리 먹었겠지! 일단 다들 나가라! 어서! 다음으로는 각 선생님들과 요람 관리원들. 그리고 학생회 측 안내에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게이트라. 몬스터라. 아, 갑자기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궁금해지는데.

       

         

       “데우스! 어, 어서 나가자…!”

        “응응. 가자.”

         

       

       바짝 긴장한 유리시아의 뒤를 따르며, 데우스는 그리 생각했다.

         

       

       *

         

       

       결국 올 게 왔구나. 헌터 선생은 흘러내린 선글라스를 위로 올렸다.

         

       리페어룸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마침 재료도 들어온 게 있다고 했다.

       한 일주일이면 수리를 마쳐서 다시금 작동할 수 있을 거라고도 했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 꼭 사고는 이런 때에 터지더라.

       그것도 하필이면 자신이 근무를 서는 순번에 말이다.

         

       

       ‘현장 일은 이제 좀 그런데.’

         

       

       능력자들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 삶의 길이 말고, 이능의 길이 말이다.

         

       이능이란 힘은 결국 육체의 과부하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따라서 그들이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못하다.

       대부분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면 이미 은퇴 확정이다.

         

       그들 중 현장에서 보다 험하게 굴렀던 이들은 30대 초반부터 버거운 게 현실.

       

       

       “끄응.”

       

         

       아주 퇴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20대처럼 쌩쌩한 것은 아니다.

       하여 혹시나 몰라 일단 몸을 가볍게 풀어준다. 허리 삐끗하면 남자 인생 끝이지 않나.

         

       다행스럽게도 그의 몸은 제법 당시로 돌아간 듯싶다.

       어디 쑤시거나 삐걱거리는 곳 없이 잘만 움직이기에.

         

       

       ―쿠구구!

         

       공간이 일그러지고, 시커먼 무저갱이 그 아가리를 벌린다.

       그 너머에서 퀘퀘한 죽음의 냄새가 피어오른다. 역겹기 짝이 없다.

         

       

       수십 년 전에는 저것이 세상의 종말이라 불렸다.

       당시엔 아직 이능에 대한 사실도, 능력자에 대한 존재도 알려지기 전.

       기껏해야 검기나 마법 정도가 저항할 수 있는 것의 전부였다.

         

       인류가 비로소 준비가 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가.

       당시를 모두가 기억하기에, 현재의 이능력자들은 제 의무를 중요시 여긴다.

       이것은 권리이자 선물인 동시에 족쇄이고 숙명인 법.

       

         

       ―캬아아악!!

         

       과거 수많은 이들을 해쳤던 몬스터들이 다시금 괴성을 내지른다.

       저 안에서 놈들은 주인이었고 유일한 존재이자 강자였을 것이다.

       그 악의를 가감 없이 이 세상에 퍼트리고자 하는 악몽들이다.

         

       

       “헌터 선생님!!”

       “아. 왔군요, 티아마트 선생님. 대피는 어찌 되었습니까?”

       “잘 진행되고 있어욧! 저는 그쪽에 맡겨두고 온 거구요!”

       

         

       좋은 소식이다. 아직 학생들은 준비가 덜 되었기에.

       그들의 이능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니다. 좀 더 굳건한 마음이 필요하다.

       이것은 괴물들과의 싸움이자, 동시에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에.

       

         

       “어떤가요?”

       “흐음. 다행히도 고위험 등급의 게이트는 아닌 듯하군요.”

       “다행이네요! 괜히 일대가 망가지면 안 되잖아요!!”

       “얼른 정리하죠. 제가 이 다음에 수업이 있어서.”

       

         

       비록 예전만큼의 위용은 낼 수 없다고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능력자들. 재앙에서 제국을 지키는 수호자들.

       몸이 무너지고 나이를 먹어도 그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시합할까요?! 누가 더 많이 잡나 말이에요!”

        “좋습니다.”

       

         

       헌터 선생이 선글라스를 벗어선 조용히 옆에 내려둔다.

       학생들이 붙여준 별명. 사슴 눈망울. 그 말대로, 순하디 순한 눈동자.

       그러나 그 안에 가득한 것은 저 재앙을 향한 명백한 적개심이다.

       

         

       “지는 쪽이 오늘 저녁 사는 걸로 하죠.”

       “전 무조건 고기인데요?! 그것도 가장 비싼 걸로!!”

       “라고 해도 결국엔 삼겹살에 소주이지 않습니까.”

       “가끔은 소맥도 마는데욧?!”

        “…마음대로 하세요.”

         

       

       요람의 두 교사는 곧장 발현된 게이트를 향해 달려 나아갔다.

       

       무저갱 속, 그 깊숙한 곳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채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두번째 맹약에 대해서 여러 의견들을 주셨습니다!!

    좀 더 직관적인 부분을 위해서 직면한 싸움에서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아니한다. 로 수정하였습니다!!

    1화와 7화 부분도 수정되었습니다!

    다음화 보기


           


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Overpowered in the Wrong Genre 장르 착각에서 먼치킨으로 살아남기
Score 3.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found myself in an apocalypse novel with no dreams or hope. And because of that, I trained and trained to become stronger in order to survive. “Wait, hold on a minute.” But, one day, I realized I had mistaken the genre of the novel I had transmigrated i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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