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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

    ‘다행스러운 일이구나.’

    예르나는 요 며칠 조마조마해서 잠을 잘 못잤었다.

    허지만 이번에 심사결과를 본 후에야 제대로 한시름 놓을 수 있으리라.

    이것저것 지원금도 주어지니, 루크를 돌보는데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루크, 숲에서 생활하는거, 불편하지는 않니?”

    “나는 괜찮다. 숲이 더 편해.”

    “흐음…….”

    하지만 루크는 여전히 숲에 남기로 했다.

    마나요금지원이 들어온다고 그 300만길을 전부 받을 수 있는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나심축적 증후군, 줄여서 서클 환자들에게 줄 수 있는 지원금은, 일년에 최대 150만길이었다.

    물론 그정도의 지원금이면 웬만한 가정의 웬만한 환자들에겐 충분했을테지만…….

    ‘루크는 한달만에 그 두배를 써버렸는걸.’

    그때는 대체 얼마나 놀랐던가. 

    역시 그것은 일반적인 소비량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애가 실수한건데. 혼낼순 없지.’

    아무튼, 없는것보다야 훨씬 좋았다.

    그러니 일년에 주어지는 지원금이 적다고해서 뭐라고 할수는 없는 노릇일거다.

    단 한명의 예외상황을 위해 제도전체를 손볼 수 없다는건 예르나도 아주 잘 알고있는 사실이었다.

    정부의 복지시스템은 이미 충분히 도움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루크 역시 그러한 도시는 스스로도 불편했다.

    1서클. 아직은 계속해서 마나를 필요로하는 단계.

    1서클은 아주 기초적인 마나서클이라, 손실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물병으로 비유하자면 뚜껑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냥 놔두기만해도 서서히 증발하는데다, 잠깐 놓치면 물이 쏟아져버린다. 

    그렇게 마나가 손실되면, 서클에서 계속 고갈된 서클을 채우라며 아우성친다.

    심장과 링크된 서클의 아우성은 당연히 고통을 동반하게되고, 심하면 쇼크로 폐인이 되거나 죽을 수 있다. 그러니 결국 마법사는 계속해서 마나를 필요로 하게 된다.

    마나발전소에서 사용하던 ‘압축마나’와 비슷한 원리다.

    응축하여 난폭해진 마나를, 통제가능한 상태로 놔둔다.

    자신의 심장으로 묶어 회전시키며 난폭함을 유지시키며 안정화하는 것이다.

    그렇게 서클에 담긴 ‘난폭한’마나는, 쉽게 변형시켜 마법으로 현상시킬 수 있다.

    그것이 서클마법의 원리.

    고위급일수록 마법의 실패가 위험한 이유는 그것이었다.

    통제를 잃은 난폭한 마나가 심장에서 날뛰면, 그야말로 큰일이니까.

    ‘이제는 심장에 묶지 않고도 마나를 압축시킬 수 있는 시대가 왔지만 말일세.’

    과거에는 마나를 필요로 한다는것은 패널티가 아니었다.

    마나는 그냥 어디에나 존재하는것이니까.

    그것에 값을 매기지도 않았다.

    마법사 개인이 아무리 엄청나게 마나를 소비한다고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포션과 마석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래도 루크는 자신의 심장에 서클을 두른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빠른 시일안에 2서클이 필요하겠군.’

    서클에 담긴 마나의 손실률은 서클을 한겹한겹 쌓아나갈수록 줄어드니까.

     

    루크는 아직 하나의 서클만을 회전시키고 있었기에 손실률이 눈에띄게 컸던 것이다.

    서클은 톱니바퀴와 같다.

    하나의서클이 회전할때는 삐그덕댈수밖에 없다.

    제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서클 하나로는 그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

    하지만 2서클이라면?

    두번째 서클이 또 다른 서클과 반대로 돌며 안정화가 일어난다.

    그 작업은 서클이 많아질수록 더욱 더 안정화되고 강력해진다.

    그렇게 서클이 증가할때마다 마나손실은 줄어드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완전체, 10에 이르게되면…….

    개인으로 세계수 수준의 마나생성마저 가능해진다.

    ‘뭐, 이 시대에서는 10서클까지는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클래스마법이라는 새로운 체계도 있고, 10서클에 도달하여 얻는 권한도 별로 쓸모가 없어보였다.

    세상은 지극히 평화로우니, 7서클만으로도 일신의 영달에는 충분하고도 남으리라.

    ‘헌데 7서클이라……. 클래스로 따지면 어느정도의 권한인가?’

    루크는 마나발전소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책장을 넘겼다.

    일전에 제라드가 보여준 ‘근력강화’.

    그것은 분명 3클래스 보조마법이라고 들었다.

    그것이 3클래스로 분류된데엔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

    생각은 꼬리를 물어, 고압마나지역에서의 사건까지 떠올리게된다.

    ‘그때 내게 마나를 넘겨주던 정령은 무어라고 말을 한 것인가. 정령어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은게 후회가 되는구나.’

    이 몸은 어쩐지 정령친화력조차 높은 것 같았다.

    정령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으므로.

    사실은 마나가 자신의 일부 그 자체인 정령과, 마나를 해석하고 분해하여 제 몸에 쌓아올리는 마법사는 사이가 좋을수가 없다.

    따라서 마법사와 정령 사이에는 꽤 깊은 간극이 있었으므로, 루크는 평생 사용할 일 없는 지식이라 여겼던 정령어를 배우지 않았었다.

    이제와서는 스스로가 후회되는 일이었지만.

    루크는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예르나에게 말했다.

    “예르나. 물어보고싶은게 있는데 말이다.”

    “어? 말해.”

    머리를 핀으로 고정시키던 예르나가 싱글벙글 웃으며 루크를 돌아보았다.

    자신에게 향한것은 무척이나 화사한 미소였기에, 그 반응이 부끄러워진 루크는 괜히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물었다.

    “그대는 정령어를 할 수 있는가?”

    “정령어……?”

    예르나는 당황스러웠다.

    정령어라니?

    이 시대에 정령은 없다.

    가령 있다해도, 그들은 이제 말을하지 못한다.

    그러니 정령어라는게 있을리 없다.

    어떻게 대답해야 루크의 동심을 깨트리지 않고 대꾸할 수 있을까하고 깊이 고민하던 예르나는,

    “……아차, 내정신좀 봐. 잊고있던 일이 떠올랐네! 금방 갔다올게!”

    대답을 포기하고 도망쳐버리는것을 선택했다.

    탁!

    “…….”

    루크가 잡을새도 없었다.

    그만큼 급한 일이었던가.

    뭔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루크의 감각을 사로잡았지만, 구태여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5000년 전의 내로라하는 정령사들조차 정령어를 제대로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던 것이니까.

    정령어는 그만큼이나 어렵고 비체계적인 문자였다.

    그러니 예르나가 모른다고해도 그렇게까지 이상한 일은 아닐것이다. 그러고보니 요즘엔 정령과 연락도 안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마 말이 잘 안통하는 것이겠지.

    친화력과 의사소통능력은 동일하지 않으니까.

    “에레, 에레…….”

    정령이 구사한 언어중 유일하게 떠올릴 수 있는 단어.

    이것은 루크의 기억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 정령어의 대부분은 인간의 입으로 말할 수 없는 음성으로 이루어져있다. 혓바닥과 성대조차 존재하지 않는 그들의 대화는, 언어라기보다는 음의 파장으로 이루어져있다.

    그 미묘한 선율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건, 사실은 같은 정령이 아니라면 거의 불가능하다.

    사람의 뇌는 그런 신호를 ‘소음’으로 받아들이지, 언어로 받아들이지 않으니까.

    예전의 루크는 그런 듣기조차 어려운 언어를 일부러 배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애초에, 정령들이 인간의 언어를 배우는 경우가 많았지, 인간이 정령어를 배우는 경우는 거의 없기도 했다.

    그러나 정령들은 ‘명사’에 대해선 꼭 인간의 육성으로 발음이 가능한 음성을 사용한다.

    이 세상 거의 모든것에 존재하는 마나처럼, 정령들도 거의 모든곳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누군가 자신을 불러주기를 소망하며, 자신의 이름을 인간이 발음할 수 있는 언어로 짓는것이다.

    그것은 관심받는것을 좋아하는 정령의 특성이기도 했다.

    “그러니 ‘에레’는 분명 이름일터인데…….”

    에레.

    대체 그것이 무슨 뜻일까.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있지만, 그게 대체 어디에서 들어본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을 쥐어짜며 곰곰히 생각해보았지만, 답답함은 전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흐음…….”

    나중에 제라드를 찾아가볼까.

    그가 현재까지 만나본 인물들중에 가장 ‘마법사’에 가까운 자였으니, 어쩌면 ‘에레’가 뜻하는게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

    잠시 후, 점심시간이되어 돌아온 예르나는 루크가 박스 안에서 책을 읽으며 인상을 쓰는것을 볼 수 있었다.

    어째서 저렇게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는 중일까?

    “루, 뭔가 어려운게 있어?”

    예르나의 질문에 루크는 곧바로 그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 예르나. 미안하지만, 왔는지 모르고 있었다. 잠깐 기다려주겠나. 지금 일어날 터이니…….”

    “아냐, 그러지 마. 그냥 편하게 있어, 편하게. 그나저나, 왜 그렇게 인상을 쓰고 있었던거야?”

    “아, 별건 아니니 걱정 말거라. 뭔가 생각중이어서 그랬을 뿐이니.”

    “그런거니?”

    루크가 금세 인상을 풀고 다시 책을 바라보기 시작하자, 예르나는 문득 다프네와의 약속을 떠올렸다.

    ‘분명, 루의 귀여운 모습을 찍어달라고 했었지?’

    임시보호연장제도를 알려준 다프네에게, 루크의 사진정도는 얼마든지 보내줄 수 있을 것이다.

    일전에 그 사진도 받았고, 루크도 사진을 찍히는것엔 별로 거부감을 갖지 않는 듯이 보였으니까.

    휴대폰을 들어보이며, 예르나가 말했다.

    “루크, 여기좀 봐봐.”

    “음? 아, 사진이라는 것인가. 자.”

    루크는 자연스럽게 손으로 브이자를 만들어 얼굴의 옆에 댔다.

    “푸흡.”

    루크는 참 특이하게도, 사진을 찍을때면 저 브이는 꼭 취해주는 것이다.

    역시 사진찍히는걸 좋아하는걸까?

    처음에 자신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까 그것도 너무 좋아했다고 하던데, 그 모습도 사진으로 남겨뒀으면 좋았을뻔 했다.

    ‘얘, 사실 자기가 귀여운지 아는거 아닐까?’

    웃음을 참아내느라 어깨가 조금씩 들썩인다.

    그러느라 사진찍기가 잠깐 지연되자, 루크는 예르나가 갑자기 왜 저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했다.

    “왜 웃는거지? 그만 웃고 얼른 찍게나.”

    “아, 미안, 미안. 찍을게.”

    루크는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는 예르나가 이상해보였을 뿐이다.

    -찰칵!

    그렇게 사진에는 박스에 들어가 책을 읽으며 브이자를 만들어낸 루크가 찍혔다.

    ‘이정도면 다프네도 좋아하겠지.’

    찍힌 사진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낸 예르나가 말했다.

    “어떻게 나왔는지 보고싶어?”

    그 제안에 루크는 곧바로 대답했다.

    “물론이다.”

    휴대폰을 살필 기회를 놓칠 루크가 아니었다.

    “자, 어떤거같아?”

    예르나가 루크에게 휴대폰을 건네자, 그것을 조심스럽게 받아낸 루크는 그것을 확인하며 다시한번 감탄을 했다.

    ‘언제보아도 참 신기한 마법이로구나.’

    루크는 이번에도 그 ‘사진’이라는 평면형상화술식의 마법적처리에 금방 정신이 팔려버렸다.

    이정도로 정교한 마법배열을 사람의 손으로 만들 수있는것인지, 루크에게 그 마력의 사용법은 볼때마다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잘 찍힌거같아?”

    “아, 그래. 뭐, 잘 찍혔구나.”

    사실 루크는 그 사진에 뭐가 찍혀있는지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일부러 잘 못찍혔다고 할 이유도 없어서 대충 긍정했다.

    루크의 허락을 받은 예르나가 휴대폰을 다시 받아들며 말했다.

    “맞다, 루. 밥 먹고 산책 좀 할래?”

    “산책말인가?”

    “응, 밥먹고 바람좀 쐬자. 계속 안에만 있는것도 싫잖아?”

    예르나는 요 일주일간 정신이 너무 없었기에 루크와 산책도 못했었다.

    루크는 어린이인만큼 산책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자신의 사정으로 그것을 해주지 못한것이 굉장히 미안했다.

    “그래. 그러도록 하지.”

    루크도 집 안에서 마나를 채우는것보다야, 당연히 밖을 돌아다니는것이 마나를 채우는데 도움이 되므로 거절하지 않았다.

    “좋아, 그럼이제 밥 먹자.”

    루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르나가 싸온 도시락을 받아들었다.

    메뉴는 역시 샐러드와 통조림. 매번 똑같은 메뉴였고, 그동안 별로 불만은 없었지만, 솔직히 질리는것도 사실이기는했다.

    통조림을 따고 예르나가 가져온 자신의 몫의 샐러드에 철퍽 올리고 포크로 그것을 잘 섞은 뒤 집어먹고 있었더니, 오늘따라 다이튼의 요리를 다시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꼬치의 맛은 루크의 기억속에 깊이 각인된 상태였으니까.

    식사를 마친 뒤, 루크는 예르나에게 물었다.

    “다이튼은 요즘 통 보이질 않는군. 무슨 일이 생긴겐가?”

    예르나는 살짝 멈칫하더니 진지한 어투로 물었다.

    “……루, 다이튼이 보고싶은거야?”

    보고싶다? 그런 감정은 결코 아니었다.

    루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보고싶다는건 아닐세. 그냥 조금 걱정이되었을 뿐. 요 일주일간 전혀 볼수가 없었잖은가.”

    “그래서 걱정되는거야?”

    “그렇지. 그리고, 그가 만든 요리도 꽤 맘에 들었는데. 보이질 않으니 아무래도 다시한번 부탁할수도 없지 않은가.”

    “…….”

    예르나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생각했다.

    ‘나중에 같이 병문안이라도 가야겠는걸…….’

    ……그땐 조금 흥분해버려서 힘조절을 실수했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정말로 별거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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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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