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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

       * * *

       

       

       독일

       

       독일의 카이저 빌헬름 2세는 아나스타샤의 예상대로 전쟁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전쟁해야만 했다.

       

       어떻게 해서든 프랑스라도 먹어야 전쟁에서 입은 손해를 메울 수 있으니까.

       

       기적의 물밑협상과 지금까지 말아먹었던 외교력은 오늘을 위해 숨겼다는 듯, 배상금까지 최소화하면서 완벽한 강화협상을 이끌어낸 카이저 빌헬름 2세였지만.

       

       오히려 영국이 쉽게 받아주면서 새로운 야심이 들끓었다.

       

       즉, 카이저 개인의 욕심이 더 있었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까지 깨져 버린 지금, 하다못해 프랑스라도 날려야 수지가 맞지 않겠는가.

       

       

       “작업은 순조롭게 이행되고 있는가?”

       “예. 아직 영국과 미국은 눈치채지 못한 듯합니다. 미국은 목적을 이뤘으니, 러시아 지원에만 힘을 쏟을 테고. 영국 역시 우크라이나 일로 바쁠 겁니다.”

       

       

       놀랍게도 미국은 금방 유럽에서 발을 뺐다.

       

       러시아를 극동을 통해 지원하는 것을 보면, 미국 내에도 공산주의자가 늘어나 이것을 해결할 셈인 모양이지만.

       

       

       “아나스타샤는 좀 어떻다든가?”

       “우리가 철도도 지어 주고 공장도 지어 주고 하는데, 황녀가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해주는 대로 고맙게 받아야지.”

       

       

       독일제국은 극비리에 준비하는 작전이 있었다.

       

       바로 백러시아의 산업력을 확보해준다는 명분으로 극비리에 남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일대에 공장을 지어 주고 있었다.

       

       당연히 오로지 러시아만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열강들에게 우리 일 잘하고 있어요! 를 과시할 필요가 있으니까.

       

       러시아 자체 공장도 있고.

       

       다른 열강들이 저 근본도 없는 볼셰비키를 때려잡으라고 아낌없이 무기를 지원하고 있지 않은가.

       

       여기에 자신들의 몫만 조금 떼가는 것뿐이다.

       

       어차피 조금 떼간다 해도 러시아가 쓸건 충분할 테고. 이제 그렇게 차근차근 독일 내에 모은다음.

       

       한 방을 노린다.

       

       

       “때가 되면 조심스럽게 옮겨야 하네.”

       “예.”

       “단번에 파리로 진군해서 프랑스의 항복을 받아 내기만 하면 되겠지. 영국도 우리가 자기네에 굴복했다고 했으니 우리가 밀약 이행만 계속한다면 별말은 하지 않을 거야.”

       

       

       당장, 지금 독일이 내준 식민지로 함박웃음을 지으며 군대를 돌렸는데, 이제 와 다시 독일을 잡겠다고 군대를 보내지는 않을 거다.

       

       그러니까 결국 말장난이란 의미지.

       

       미국도 끝난 전쟁에 다시 개입할 수는 없을 테고.

       

       

       “그럴 겁니다.”

       “우리 전차의 성능은 어떻나?”

       “성능 실험해보니, 프랑스의 르노 FT 와 비슷합니다.”

       

       

       이미 독일은 프랑스의 르노와 비슷한 성능의 전차를 만들어냈다.

       

       전후에 영국과 프랑스의 전차를 분해한 덕도 컸다.

       

       

       “그렇군. 그놈들이 오스만과 우리의 든든한 동맹인 오스트리아를 찢어먹어 좋아할 때 딱 한 번을 노리면 되겠지.”

       “예.”

       “그리고 전후에 아나스타샤를 며느리로 들인다면 러시아까지 자연히 우리 영향력으로 들어오는 거 아니겠나?”

       

       

       러시아를 편으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당장 동맹국이었던 오스트리아제국이 사지가 찢긴 것도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할 만하다.

       

       동부전선이 해결될 테니까.

       

       

       “바로 그렇습니다. 폐하.”

       

       

       성공만 한다면야, 가능할지도 모를 미래.

       

       러시아는 어찌 될지 모르지만, 프랑스만 먹는다면 충분히 독일제국은 기사회생하리라.

       

       

       * * *

       

       

       

       한편, 바스마치 운동을 일으킨 튀르크족 역시 아나스타샤의 제안을 받았다.

       

       이바힘 베크는 아나스타샤의 제안을 받고 인상을 찌푸렸다.

       

       

       “두마 참여에 자치권 확대라. 이제 와 이런 당근 준다고 한들.”

       “황녀께서는 댁들 사정을 충분히 직시하고 계시오. 무슬림들을 강제로 끌고 간 것을. 아버지인 선대 차르 대신 사죄한다고 하셨소.”

       “음.”

       “이미 아국의 황녀님께 대칸의 지위를 바친 몽골의 복드 칸은 몽골 총독에 임명되고 왕공족은 두마의 의원이 되었소.”

       

       

       물론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당장 몽골은 외부의 국가였다.

       

       그런 국가의 왕공족이 두마로 진출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 튀르크족이라고 못할 것이 무엇인가. 

       

       

       “내전기라 우리의 마음을 달래보려는 것이 아니오?”

       “그 점 역시 황녀님께서는 인지한다하셨소. 믿지 못하면 어쩔 수 없지. 다만 믿지 못한다 해도 내전이 끝날 때까지는 조용히 있어 주길 바란다 하셨소.”

       “내전이 많이 힘든가보오?”

       

       

       이바힘 베크는 눈을 반짝였다.

       

       그렇다면야 아예 독립을 노리는 것이 나은 거 아닌가?

       

       아니다. 그 볼셰비키 러시아가 똑같이 탄압한다면.

       

       어차피 그게 그거긴 하다.

       

       당장 바스마치 운동은 게릴라 전이 대부분이다.

       

       당장에 러시아가 잡으려 든다면 바스마치 운동은 철저히 진압당할 것이다.

       

       

       “댁들에게도 나쁘지는 않는 일일 것이오. 이것이 소련이 러시아를 장악하면 벌일 계획이니.”

       

       

       아나스타샤가 보낸 밀사는 소련의 계획에 대해 알렸다.

       

       당연히 이바힘 베크는 숨을 거칠게 쉬며 화를 냈다.

       

       

       “집단화? 우리보고 그걸 받아들이라는 거요?”

       “그러니까 그건 빨갱이들의 정책이란 뜻이오. 우리 황녀님께서는 집단화란 정책을 볼셰비키 독재정권의 확립을 위한 정책으로 보고 계시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볼셰비키의 위협을 막을 최후의 보루요.”

       “끄응.”

       “그리고 이건 황녀님이 극비리에 댁들에게 내민 ‘제안’이오. 정당하게 돈을 지급할 터이니 무슬림들이 백군에서 함께 싸워주길 바라고 계시오.”

       

       

       이바힘 베크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들에게 러시아제국은 개새끼였지만, 소련이 장악하면 더 힘든 시기가 도래할 것이 눈에 선히 보였다.

       

       그럼 적어도 우리 편 개새끼를 따를 필요가 있지 않은가.

       

       그렇게 튀르크족은 백군세력에 합류하였다.

       

       한편. 표트르 브란겔의 백군은 카잔을 탈환하고, 러시아제국의 쌍두독수리 삼색기를 꽂았다.

       

       

       “““대러시아 백군 우라! 아나스타샤 황녀 우라!”””

       

       

       러시아백군은 신생 러시아의 군대로서, 마지막 로마노프. 아나스타샤의 군대라는 자부심이 넘쳤다.

       

       물론 로마노프로 치면 아직 방계도 남아 있지만,

       

       지금 그들과 함께하는 것은 아나스타샤 황녀였으니까.

       

       표트르 브란겔은 탈환한 카잔에 꽂힌 러시아제국의 삼색기를 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얼마 전에는 아나톨리 페필랴예프의 2만 군대가 페름을 함락 시킨 덕에 카잔도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

       

       역시 남러시아가 예카테린부르크에 합류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 덕에 남쪽의 사마라도, 이 눈앞의 카잔도 탈환했고, 이 기세면 니즈니노브그라드까지 노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예카테린부르크는 어느 정도 안정권인가. 니즈니 노보그라드까지는 갈 수 있겠군.”

       

       

       우크라이나까지 백군 세력권으로 들어오면 우크라이나 쪽에서도 압박해 들어갈 수도 있다.

       

       저 빨갱이들이 도사리고 있는 모스크바를 사방에서 두들길 수 있다는 소리다.

       

       

       ‘그렇게만 되면, 스몰렌스크 쪽으로 우회해 들어가는 것도 좋을 텐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적군도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적군 휘하에 있는 카자크들 역시 이쪽으로 넘어오고 있다.

       

       그래. 그런데.

       

       

       ‘아나스타샤 황녀라.’

       

       

       표트르 브란겔이란 인물은 아나스타샤 황녀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그저 온실 속 화초로 자란 황녀인 줄 알았는데, 저리 강단이 있다는 말인가.

       

       듣자 하니 총알을 맞아도 죽지 않았다는데, 뭐 정통성 확보와 신격화를 위한 다소 과장은 있을 것이고,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직접 적군을 맞이한 것은 분명한 사실.

       

       만일 아나스타샤 황녀조차 없었으면, 황녀가 도망쳤으면, 백군은 사분오열되어 저 볼셰비키에 무너졌을 것이다.

       

       공화주의자든, 비볼셰비키 사회주의자든, 왕정주의자든. 지금은 아나스타샤 아래에 단합되어 있으니까.

       

       심지어 개혁까지 하고 있다.

       

       물론 내전 중이라 러시아 전역에 시행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시도 한다는 게 중요했다.

       

       그러고 보니 처음 아나스타샤 황녀가 예카테린부르크에서 거병했다고 했지.

       

       

       “예카테리나 2세가 떠오르는군.”

       

       

       무너진 러시아를 다시 일으키는 러시아의 어머니. 그 자체였다.

       

       그래. 지금은 이놈의 내전이 중요하지.

       

       당장 황녀의 뜻대로 천천히 진군을 개시하니 협력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기세라면 모스크바까지 어렵지 않으리라.

       

       

       * * *

       

       

       이번에 미국에서 기술자들이 투입되었다.

       

       좋은 지역은 볼셰비키가 선점했으니, 지금 있는 백계러시아의 영토의 개발을 위한 지원이었다.

       

       다만, 문제가 한 가지 있다면, 정말 예상외의 인물이 이곳에 있었다.

       

       니콜라 테슬라.

       

       에디슨의 라이벌이자 무선 통신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

       

       다양한 것을 개발했고, 레이더도 개발한 인물이었다.

       

       이런 자가 이곳에 올 줄은 몰랐는데.

       

       

       “니콜라 테슬라. 무선통신의 아버지.”

       “저에 대해 잘 아시는군요.”

       

       

       젊은 시절 미남이었다는데, 늙어서도 여전히 그 과거의 외모가 남아 있는 듯했다.

       

       이 사람이 뭐 하러 러시아까지 왔을까.

       

       미국에서 보내는 것이 훨씬 편할 텐데 말이다.

       

       

       “위대한 발명가께서 하필 이런 내전 중인 국가에 오시다니.”

       “이곳이라면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오게 되었습니다. 이제 늙어가는 중에도 제 머릿속에는 끊임없는 아이디어와 함께 새로운 발명 환경을 요구받고 있지요.”

       “흠, 내전이라 그리 많은 지원은 할 수 없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이미 미국에서 많은 지원을 하고 있으니까요,”

       

       

       이 사람이 무슨 이유로 이 자리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왕 이곳에 왔다면 붙잡아두는 것이 낫겠지.

       

       어차피 노년 아니냐고. 미국에만 있는 것보다 백계 러시아에서도 좀 써먹자.

       

       그러자면 좀 흥미가 돋구는 새로운 게 필요하겠지.

       

       그래. 분명히 레이더 개념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그리고 이후에 야기 히데쓰구와 우다 신타로에 의해 야기 안테나가 만들어졌다.

       

       

       “혹시 레이더에 대해 아십니까?”

       “예. 설마 황녀님께서 레이더에 대해 아실 줄은.”

       

       

       쓰읍, 이렇다면 이쪽이 먼저 도전해볼 만한데.

       

       어쩔 수 없다.

       

       내가 사는 세상은 뭐라도 해야 하는 세상이었다.

       

       혹시라도 정부기능을 하는 도시가 남아는 있는지 알아보려고 라디오 같은 것도 조작하고 도서관에서 이것저것 공부했으니까.

       

       그러던 중. 과거에 만들어진 안테나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야기 안테나.

       

       민간에서도 많이 쓰여 TV 수신용으로도 쓰였던 안테나.

       

       나는 테슬라가 보는 앞에서 종이를 꺼내 그림을 그렸다.

       

       

       “이런 건 어떻습니까.”

       “이건 무엇입니까?”

       “이것은 지향성 안테나입니다. 군사적 목적으로 쓰고 싶은데 말입니다. 제가 문외한이라 대충 이러한 게 있으면 어떨까 싶어서 말이죠.”

       “지향성 안테나라. 안테나. 흐음. 레이더로서는 상당히 혁신적입니다만.”

       

       

       원래는 25년도에나 개발되는 거지.

       

       이왕이면 야기 안테나도 당신이 미리 만들라고.

       

       

       “재미있군요. 이건 새로운 도전이 될 듯합니다. 한 번 시도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무엇입니까?”

       “전후에 저는 러시아의 함대를 재건할 생각입니다. 무선조종 배라는 것을 만드셨다던데.”

       

       

       니콜라 테슬라는 1898년에 무선조종 배를 시현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텔레파시며 흑마술이라고 불리고 2차 대전 이후에나 미국에서 연구되었다는데. 나는 테슬라가 좋아할 만한 말로 러시아에 남겨둘 생각이다.

       

       

       “바보 천치들이 흑마술이라고 여기면서 무시했습니다. 헌데 그것을.”

       “러시아에서 연구해 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그리고 러시아는 넓습니다. 테슬라 박사께서 고안하신 송전탑. 그 수 킬로미터까지 전류를 보내는 그것을 만들어 보실 생각은 없습니까?”

       “아니 황녀께서 그거까지는 어떻게 아시고.”

       

       

       대공황까지는 그리 오래 남지 않았다.

       

       그럼 그전까지 뽕이란 뽕은 다 뽑아내야지.

       

       무기와 기술을 독일이 지원하고, 영프는 전차와 의용군을, 그리고 미국에서는 돈을 보내고 있다.

       

       이때가 아니면 이런 것도 언제 시도해 보겠나?

       

       심지어 니콜라 테슬라는 21세기에도 구현 방법을 없을 정도의 실험을 많이 해냈다.

       

       니콜라 테슬라가 죽기 직전까지 이곳에서 무엇이든 하게 만든다면, 인류역사는 좀 바뀌지 않을까?

       

       

       “설마 황녀님께서, 이 늙은이에 대해 그만큼 알고 계셨다니. 좋습니다. 한번 도전해 보겠습니다.”

       

       

       니콜라 테슬라는 이번에 설립한 러시아 과학기술부를 맡게 하였다.

       

       뭔가 굉장히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 같은데.

       

       설마 하니 니콜라 테슬라일 줄이야.

       

       나를 이곳에 보낸 할배가 억지 개연성을 만든 것인가, 그도 아니면 가능한 개연성이었던 건가.

       

       역사 속 테슬라의 성격을 보면 아주 불가능한 거 같지도 않지만.

       

       일단 미국에서 파견된 인간 중 테슬라 말고도 누가 있는지 또 보려고 했는데. 뭔가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조지 S. 패튼?”

       

       

       조지 S. 패튼이 주재 무관으로 왔다고?

       

       대체 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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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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