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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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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밀린 떡밥 뭐였음?]

       

        갑자기 퍼리 이야기가 한가득 이네

        드디어 우리가 세상으로부터 인정 받은 거야?

       

        — 아뇨, 장례식인데요

        — 아직 천 년 정도 이르니까 다시 들어가라

        — 9층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에요~

        — 미티어 학파 문하생 대표가 퍼밍아웃함

        — 저격당했는데 털박이단 수장이었음 지금은 클리너 돌려서 죄다 글삭한듯?

        — 흠…… 갑자기 활동 이력이 없던 고닉의 신상이 까발려진 다라, 어떤 악질이 가끔 쓰던 방법이 떠오르는데

         ㄴ 단순한 시스템 오류였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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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강아지사랑꾼’님 음해하지 마세요!!]

       

        강아지 사랑꾼님이 새벽마다 유동으로 퍼리짤 도배하고

        털박이 게시판 만들려고 이리저리 로비하시는 과정에서

        실수로 프로필 사진을 미티어 학파 문하생 대표로 바꾸긴 했지만!!!

       

        9층에서 쓰러진 그 사람과는 달라요!! 다들 헛소문에 속지 마세요!!

       

        — 니가 제일 나빠 ㅋㅋㅋ

        — 익살꾸러기들 벌써 신나서 돌리기 시작했죠?

        — 퍼리짤 도배? 이거 완전 개새끼였네 ㅋㅋㅋㅋ

         ㄴ 어허, 아르투르 대표님께 개새끼라는 욕은 하지 말아주세요 상처받아요

        — 저희 미끈매끈파충류협회는 아르투르님 지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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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이번 저격도 주딱 짓이라고?]

       

        주딱아 또 사람을 찔렀느냐

       

        — 자신에게 상처 주는 자를 상처입힌다면, 네게 남는 건 뭐지?

         ㄴ 음…… 재미?

         ㄴ 아 재미는 중요하지 ㅋㅋㅋㅋ

        — 주딱이 했다는 증거는 없는데?

         ㄴ 증거가 없으면 주딱이 했다는 거라곤 생각 못해?

         ㄴ 헉!

        — 저주일 수도 있지 천칭으로 랜덤박스 내용물 알아내는 미친놈도 있는데 저주로 저격도 못 할까

         ㄴ 흐음…… 그럼 갑자기 용의자가 좁혀지는데

         ㄴ 마법제 3등 한 고닉 등판 해주세요~

         ㄴ 프리나나 : 나 아니야 병신들아 그리고 주딱 음해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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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사람에게 권력이 생기면 대우도 달라지는 법인가.

        음료 외에도 시간당 요금이 추가되는 메릴랜드 관의 카페에서 두 발을 뻗고 느긋하게 앉아 보기는 처음이었다.

       

        “내가, 내가 털박이라고……? 아냐, 하지만 어째서 보관함에 이런 사진들이? 설마, 내가 진짜로?”

       

        눈앞에서 한순간에 사람이 망가지는 것을 본 글레시아 학파의 0년 차 대표는 깍듯한 자세로 나를 대접했다.

        갤러리를 이용한 현실 고로시를 마법이라 칭하긴 뭣했지만 본인이 그렇게 믿는다면 굳이 오해를 정정해줄 이유는 없었다.

       

        “여, 역시 클락 님께서는 저ㅈ…… 해주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시네요! 저도 예전부터 해주학에는 관심이 많아서 꼭 이런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어요!”

        “정말인가요? 그런 거라면 제가 언제 한 번 저희 학파를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분명 얼마 전 2층 창구의 공사가 끝났다고 들었으니 원하시면 전과도 가능합니다.”

        “살려주세요. 다른 거라면 뭐든 할게요.”

       

        가벼운 담소와 목숨 구걸을 받은 이후 나는 세라로부터 이쪽을 찾아온 용건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저희는 이번 대미궁 공략을 위해 클락 님의 도움이 필요해요. 혹시 미궁의 안개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어느 정도 지식은 있습니다.”

       

        대미궁에 퍼져있는 안개는 일종의 디버프 역할을 한다.

        시야 차단, 마력 감응도 저하, 대상자를 혼란에 빠뜨리거나 피아식별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등 종류도 다양하다.

        게다가 무엇보다 까다로운 점은 이런 효과를 가진 안개가 미궁 입장 하루마다 중첩된다는 것이다.

        즉 시간이 지날수록 출구를 찾기 어려워지며, 무리하게 앞으로 나아갔다간 미궁 속 마수들에게 목숨을 잃을 위험이 있다.

       

        랭크를 나눠 출입 기간을 제한하는 것도.

        수습생들을 미궁과 유사한 환경인 어둠의 숲에 한 번씩 밀어 넣는 것도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함.

        미티어 학파와 글레시아 학파의 0년차 대표들이 나를 찾아온 이유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희와 저기 나자빠져 있는 머저리의 학파는 이번 미궁탐사에서 전체 수습생의 3할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요.”

        “한 번 사고가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는 거군요.”

        “네. 그래서 최대한 많은 인원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안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해요.”

        “과연, 이해했습니다. 안개의 저주를 해제할 해주술사가 필요하다면 제가 기꺼이…….”

        “아뇨? 저주에 대한 내성을 올리기 위해 저주술사의 힘을 빌리고 싶은 건데요?”

        “네?”

        “?”

       

        순간의 정적.

        분명 같은 시작점에서 출발했을 텐데 정 반대의 목적지에 도착해버린 사고의 흐름을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미궁의 안개는 저주와 비슷한 원리이니 해주로 풀면서 이동하겠다는 뜻 아니었나요?”

        “수백 명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데 그걸 어떻게 일일이 푸나요? 그것도 매일.”

        “저주를 발생시키는 매개체 같은 게 미궁 안에 있지 않습니까?”

        “미궁의 핵을 말씀하시는 거 같은데, 그거 찾으면 저희가 그냥 마법으로 부수면 돼요. 애초에 찾는 거 자체가 시간 낭비라 출구쪽으로 가는 중에 보이면 운이 좋은 거고요.”

        “…….”

       

        해주학파, 쓰레기 전공.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나는 세라의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클락 님께서 창을 잘 쓰시긴 하지만 미궁의 마수들에겐 해주가 안 통하잖아요? 대미궁이 열리기 전까지 저희를 도와주신다면 안전하고 신속하게 출구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안타깝게도 그건 불가능합니다.”

        “어째서요?”

        “저는 살면서 저주라곤 단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으니까요.”

       

        마음 같아서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지만 현실이 녹록치 못하니 어쩌겠는가.

        나의 영혼은 발푸르기스의 마녀들조차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순수청백하며.

        감수성 짙고 다감한 성격으로는 누군가를 음해하거나 불행을 바라는 행동을 차마 실행에 옮기지 못하거늘.

       

        “……과연, 그런 컨셉이시군요.”

       

        허나 태생부터 의심암귀인 사악한 얼음 마법사는 내 안의 순수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물론 저주에 대한 내성을 기를 수 없다고 해도 마법제 3위의 전력이 파티에 끼는 건 매우 바람직한 일이었기에 나를 원하는 건 여전했다.

       

        “이해해요. 그럼 동행 자체는 괜찮으시죠?”

        “그야 조건에 달렸죠. 제게 어떤 걸 줄 수 있나요?”

        “미궁 내에서의 전리품의 공정한 분배…… 같은 건 사실 별 의미가 없죠. 만약 저희를 도와주신다면 수련의 층에 머물고 계신 동안 학파의 시설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해드릴게요.”

        “미, 미티어도 마찬가지다. 약속하지.”

       

        11층부터 19층까지 글레시아 학파와 미티어 학파의 시설 이용 권한이라.

        장서가 보관된 도서관만 출입할 수 있어도 내겐 굉장한 이득이었다.

        해주학파의 것들은 안 봐도 열악할 게 뻔했으니까.

       

        조건 자체는 당장 고개를 끄덕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좋았지만 내게는 중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었다.

       

        ====

        초천재금발미소녀 : 주딱

        초천재금발미소녀 : 저 일주일만 탈갤이어요

        초천재금발미소녀 : 이번엔 진짜 급한 일이어서 연락이 안 될 수도 있는 것이에요

        초천재금발미소녀 : 듣고 있나요 악마같은 인간

        ====

       

        미궁이 열리는 기간은 총 7일.

        그 안에 나와 마리엘이 동시에 자리를 비워선 갤 관리가 안 된다.

       

        “이 정도면 만족하실까요?”

        “혹시 다른 사람도 추가로 받아줄 수 있습니까?”

        “동행이 있나? 하지만 그건 어떤 학파냐에 따라 다르다.”

        “저희와 사이가 나쁜 곳들도 더러 있어서요.”

        “그거라면 문제없군요.”

       

        그렇다면 차라리 먼저 올려보내 버리자.

        다행히 두 사람의 걱정과 달리 마리엘이 원소학파와 마찰을 빚을만한 곳에 속할 걱정은 없었다.

       

        이미 신비의 파편을 지닌 그녀는 어떤 학파에도 들어가지 않았을 테니까.

       

       

       

        *

       

        10층에서만큼은 대대로 협력해온 글레시아와 미티어는 각자 따로 움직이기로 합의되어 있었다.

        일반적으로 7일씩이나 미궁 내에서 머무르는 경우는 없으므로 한쪽이 먼저 올라가는 형식이었다.

        선발대가 안개의 종류와 출구의 위치를 알려주면, 후발대가 낙오된 이들을 최대한 많이 데리고 나온다.

       

        이번에는 글레시아가 먼저 들어갈 차례였고, 나는 아르투르가 이끄는 미티어 학파와 함께 사흘 뒤에 입장하기로 되어 있었다.

        출구를 찾아서 빨리 나가 버리면 나를 제대로 써먹을 수가 없으니 뒤에 배치하기로 한 것이었다. 

       

        “여기 있는 것들은 전부 우리 문하생에게 지급되는 마장이다. 이번 동행에 한해 대여해 준다는 허가를 받아 놨으니 원하는대로 골라 쓰도록. 그 낡아빠진 것은 청소 도구함에나 넣어 버리고.”

       

        아르투르는 미티어 관의 무기고로 나를 데려갔다.

        내 껌이 눌러붙은 창날이 마장이라는 어이없는 소리를 듣자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장비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었다.

        혹시 망가지거나 잃어버리면 어떡하냐는 질문에는 가볍게 웃으며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말라고 했다.

        역시 통이 큰 대형 학파 출신의 신예 다웠다.

       

        “아르투르 님! 괜찮으십니까?”

        “마녀들의 농간에 당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보부와 공조하여 범인을 찾고 있습니다. 감히 미티어의 명예를……!”

        “호들갑 떨지들 마라. 그 정도로 떨어질 명예라면 줍지 않느니만도 못하니까.”

       

        칠현자의 직계는 아니어도 유수한 가문의 후예인 만큼 그는 학파 내에서도 입지가 두터웠다.

        시간이 흘러 진정하고 나니 두고두고 회자될 추문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반짝이는 창 다섯 자루를 품에 안자 괜시리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강해졌다.

        이래 봬도 갤러리의 관리자인 만큼 범인을 잡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사악한 저주술사를 색출하기에 내 힘은 극히 미약했다.

       

        “이거 죄송하네요. 좀 더 원만한 방법이 있었을 텐데.”

        “괜찮다, 저주란 걸 직접 받아보니 확실히 좋은 교훈을 얻었으니까. 해주학파라 해도 방심하면 안 되겠군. 어쨌거나 뒤를 잘 부탁한다.”

       

        크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에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업 때마다 얼음 정수기 코드를 뽑아놓는 누군가와 다르게 미티어의 마법사들은 다들 고명한 인성을 지니고 있었다.

        단지 불같은 투쟁심에 가려져 여지껏 그 진가를 몰라봤을 뿐.

       

        “클락, 그런데 내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다만…….”

        “예?”

       

       그런데 내가 속으로 그에 대한 칭찬을 백번 늘어놓고 있을 때.

        문하생들의 배웅을 받은 아르투르가 조용히 다가와 목소리를 죽인 채 물어왔다.

       

        “그 수인 게시판에 가면…… 이런 사진을 더 구할 수 있는 거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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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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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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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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