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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

       

       

       [와아아아아아아아앙!]

       

       

       미쳐버리겠네.

       

       작가님의 울음이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정말, 정말로 하기 싫었다.

       

       지금도 이 말을 꺼내도 되는 걸까, 한참을 고민했다.

       

       진짜 해도 될까?

       

       하지만 이대로 계속 울고 있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낫겠지?

       

       

       “워, 원하는 거.”

       

       [훌쩍. ···네?]

       

       “원하는 거, 하나만 들어드릴게요.”

       

       [···!]

       

       

       작가님의 울음이 잦아들었다.

       

       효과는 확실하네.

       

       ···문제는 후폭풍이다. 도대체 무슨 요구를 할지 감도 안 오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온종일 울고 있을 게 뻔해.

       

       내가 달래려고 해봐도, 지금 나는 범인으로 지목이 찍혀버린 상황.

       

       달래려고 해봐야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다.

       

       결국 내가 작가님을 달래기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무언가를 해 주는 것뿐인데···.

       

       물질적인 건 불가능.

       

       그렇다고 정신적인 걸 주기에도 상황이 여의찮고.

       

       답은 소원권밖에 없다.

       

       ···그런 결론에 도달해서 내뱉은 말이지만, 솔직히 후회되기 시작했다.

       

       말하지 말 걸.

       

       도대체 무슨 요구를 받을지 벌써 두려워지기 시작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작가님이 입 밖에 꺼낸 요구는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 그럼···. 서비스 씬 하나 전개해도 되나요?]

       

       “네? 그, 그건 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그렇지만···! 원하는 거 하나 들어준다고 하셨잖아요!]

       

       

       아.

       

       ···진짜로 하지 말 걸.

       

       

       “저, 저는 남자인데?”

       

       [지금은 여자잖아요! 게다가 이미 다 들었거든요! 남자니까 한 입으로 두말하는 거 없죠?! 원하는 거 하나 해주기! 저는 이걸로 정했어요! 서비스 씬!]

       

       

       아니, 아직은 늦지 않았다.

       

       서비스 씬이라고 해도 내가 굳이 참가할 필요는 없지.

       

       아멜리아와 유시우가 꽁냥거리는 장면이라도 훔쳐보면···.

       

       

       [아카데미도 학교니까, 수영 수업정도는 있어도 이상하지 않겠죠? 헤헤.]

       

       

       말을 할 때는 언제나 주의해야 한다고 했던가.

       

       언제나 당연하다고 여겼던 그 충고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을 통해서.

       

       역시 입은 만악의 근원이었다.

       

       

       

       ***

       

       

       

       “첫 명령이에요, 라이라 양.”

       

       “···.”

       

       

       꿀꺽.

       

       라이라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잔뜩 긴장한 상태로 몸을 굳힌 라이라는 도대체 무슨 명령이 날아들까 한참을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요인 암살?

       

       아니면 테러?

       

       강도질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쓰고 버리는 말 취급받고 있을 수도···!

       

       

       “아카데미 수영 수업에는, 무슨 수영복을 입는 게 좋죠?”

       

       “···네?”

       

       

       자신도 모르게 되물어본 라이라는 순식간에 입을 틀어막았다.

       

       저 여자한테 반항했다가 무슨 꼴을 당할 줄 알고.

       

       다행히도, 그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니, 여성은 무슨 수영복을 입는가···? 모르겠네요.”

       

       “저, 저기. 무슨 말씀인지 잘···.”

       

       

       잔뜩 당황하고 있는 라이라의 모습은 신경 쓰지 않은 채, 아르테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있었다.

       

       적어도 라이라는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좋아요. 명령이에요, 라이라 양. 제 몸에 맞는 수영복을 하나 구해오세요. ···최대한 노출이 적은 걸로.”

       

       “수, 수영복···?”

       

       “곧 수영 수업이거든요. 후후, 부끄럽게도 제가 수영복이 없어서.”

       

       

       ···무언가의 암호인가?

       

       아냐, 이게 첫 명령이다.

       

       게다가 둘 뿐인 상황에서 굳이 암호 같은 걸 말할 필요가 없을 텐데.

       

       진짜로 수영복만 사 오라고?

       

       

       “아, 우선 구매하고 영수증을 가져오시면 돈은 챙겨드릴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네, 네···.”

       

       “최대한 노출이 적은 걸로. 부탁드릴게요?”

       

       

       싱긋 웃는 아르테의 모습이 떨떠름했다.

       

       애초에 수영 수업이라는 건 없었을 텐데.

       

       지금껏 받아왔던 아카데미의 커리큘럼에 그런 수업은 없었다.

       

       수영 수업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없었고.

       

       하지만 라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제 와서는 생각해봐야 쓸모없는 일이니까.

       

       또 어디서 정보를 수집한 거겠지.

       

       위버멘쉬의 존재도 당연하다는 듯 알고 있었던 녀석이다.

       

       아카데미의 비밀 정보 같은 것도 당연히 알고 있다고 봐도 좋겠지.

       

       

       “알겠···습니다.”

       

       “좋아요. 일을 잘 수행하면 상을 드리죠. 기대하셔도 좋아요.”

       

       

       아르테의 말은 흘려들었다.

       

       상이라니, 어차피 별거 아니겠거니 싶어서.

       

       

       

       ***

       

       

       

       “다들, 주목하도록. 공문이다.”

       

       

       학생들이 떠들며 클레어 선생님을 기다리던 방과 후.

       

       클레어 선생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학생들의 시선이 선생님께 쏠렸다.

       

       

       “무슨 일이지?”

       

       “글쎄. 또 누가 전학이라도 갔나?”

       

       

       전학이라.

       

       아멜리아의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번졌다.

       

       라이라는 그렇게 처리되었다. 전학.

       

       유시우의 말에 따르면 라이라는 아르테와 적대 관계, 혹은 같은 조직이어도 사이가 대단히 나빴을 거라고 추정된다.

       

       아르테와 라이라의 대치 결과, 라이라는 사망.

       

       아르테가 나를 죽일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렇게 말했지.

       

       아무리 아카데미라도 사건이 연속으로 터지는 건 부담이 컸나 보네.

       

       전학이라고 덮어버린 걸 보면 말이야.

       

       뭐,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

       

       학생이 변절하다니.

       

       마수 사태는 어찌어찌 넘어갔다고 쳐도,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것보다 더 큰 사건이 터진 꼴이다.

       

       최선을 다해서 덮었겠지.

       

       

       “···너희들은 영웅이 되기 위해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영웅이라면 만약의 사태에 시민들을 구할 수 있어야겠지.”

       

       

       클레어 선생님의 이야기에 학생들이 공감했다.

       

       영웅들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곧 시민들의 안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내일 수업은, 수중 재난 시 구조 훈련을 대비하기 위한 사전 준비. ···즉, 수영이다.”

       

       “오오오오!”

       

       

       수영 수업?

       

       학생들이 신나게 떠드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울려 퍼졌다.

       

       아직은 학생들. 물놀이를 좋아할 나이다.

       

       수영이라니 들뜨는 것도 당연하지.

       

       

       “조용! ···영웅이 수영하지 못하는 경우는 있어서는 안 된다. 수난이 일어났을 때 자신이 구조받아서야 영웅이라고 할 수 있겠나?!”

       

       “아닙니다!”

       

       “그래. 내일까지 수영복을 챙겨오도록. 이상이다.”

       

       

       클레어 선생님이 사라진 직후.

       

       학생들의 기대감 섞인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왔다.

       

       

       “수영이라니, 기대된다.”

       

       “그러게. 저번에 사둔 거 아직 몸에 맞으려나?”

       

       “맞겠냐. 살쪘다며?”

       

       “···뒤질래?”

       

       

       수영이라.

       

       학생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를 배경음 삼아 아멜리아는 문득 자신의 배를 만져보았다.

       

       ···별로 안 쪘겠지?

       

       

       “아멜리아는 수영 할 줄 알아?”

       

       “당연한 거 아냐? 기본이라고.”

       

       “그렇지? 다행이네.”

       

       

       다가온 유시우의 말에 퉁명스럽게 대꾸한 아멜리아가 갑작스레 굳었다.

       

       갑작스럽게 멈춰버린 그녀의 모습에, 시우가 한껏 당황하며 아멜리아를 불렀다.

       

       

       “아, 아멜리아? ···괜찮아? 어디 다쳤어?”

       

       

       유시우.

       

       수영 수업.

       

       아르테 이시스.

       

       그리고 나, 아멜리아.

       

       ···이거다!

       

       아멜리아의 머리에서 시뮬레이션이 모두 돌아갔다.

       

       이거면, 그 ‘작가님’의 증거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아멜리아는 그렇게 확신했다.

       

       

       “있지, 유시우.”

       

       “다, 다행이다. 어디 다친 줄···.”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응?”

       

       

       수영 수업이라는 말을 듣고도 눈치채지 못했나?

       

       유시우에게 떠오르는 게 없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수영 수업이라고, 수영 수업.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겠어?”

       

       “아니, 모르겠는데.”

       

       

       이걸 생각하지 못하다니.

       

       답답함이 느껴졌다.

       

       어쩔 수 없지. 유시우에게 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설명해 줄 수밖에.

       

       

       “그 ‘작가님’이랑 대화하려면, 모종의 장치가 있어야 할 거 아냐. 초소형 통신기라던가.”

       

       “그렇지?”

       

       “그리고 수영 수업에는 수영복만 입고 물속에 들어가야 하니, 기계 장치를 몸에 지닐 수 없어.”

       

       “···아!”

       

       

       그래.

       

       드디어 깨달았구나.

       

       나와 같은 결론에 도달한 유시우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수영 수업 도중에 몰래 그녀의 옷을 조사하면···!”

       

       “그래. 증거를 찾을 수 있어. 선생님과 협력할 수 있게 된다고.”

       

       “괴, 굉장해. 나는 떠올리지 못했어.”

       

       

       유시우는 나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감명받은 모양이었다.

       

       그럴 만도 하지.

       

       이건 그야말로 완벽한 작전이니까.

       

       

       “그럼 내가 그녀를 감시하는 사이에 네가···!”

       

       “응? 무슨 소리야? 옷을 조사하는 건 너야.”

       

       “어?”

       

       

       뭐야, 왜 그렇게 당황해?

       

       내가 무슨 틀린 말을 했던가?

       

       

       “네가 조사하는 게 아니라?”

       

       “너는 아르테랑 친구가 아니잖아. 너, 아르테랑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어?”

       

       “그, 그건···.”

       

       

       그래.

       

       아르테랑 유시우는 친구 사이가 아니다.

       

       아르테가 유시우에게 관심이 많고, 그를 감시하고 있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몰래.

       

       겉으로 보기에 친한 사이가 아니다, 이거지.

       

       갑작스럽게 친하게 지낼 수는 없었다.

       

       

       “나는 아르테랑 친구잖아. 자연스럽게 그녀와 움직이며 그녀의 위치를 알려줄 수 있어.”

       

       

       나는 가끔 아르테와 같이 다니며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니 수영 수업 내내 같이 다녀도 이상하지 않아.

       

       하지만 유시우가 수영 수업 내내 아르테를 감시하기에는 변수가 많다.

       

       즉, 그녀를 감시하는 역할은 유시우가 아니라 내가 맡아야 한다.

       

       

       “그러니까 너는 자연스럽게 남은 역할인 옷을 뒤지는 역할을 맡게 되는 거지. 이해했어?”

       

       “···정말 해야 해?”

       

       “당연하지. 그 ‘작가님’의 실체를 붙잡을 기회라고.”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의 유시우였지만, 내가 강하게 밀어붙이자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내일이 기대되네. 그 ‘작가님’의 실체를 붙잡을 기회라니.”

       

       “그, 그렇구나.”

       

       

       역시 나야.

       

       완벽한 계획이었어.

       

       아멜리아의 얼굴에 뿌듯함이 번져나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러분은 저런 거 따라하면 안되는거 아시죠?

    범죄니까요

    ***

    고나루 님, 2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이번 작도 재미있게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sasim6126 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재송합니다···. 감사인사 드린다는거 까먹엇서요···. 작가를 떄려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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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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