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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

       농작물이 자라지 않는 땅.

       

       나는 분명히 비슷한 걸 본 적이 있다.

       

       스승님과 이곳저곳을 다니며 어지간한 귀신은 다 만나 봤으니까.

       

       농부 아저씨에게서 나는 악취로 보면 그때 봤던 그게 맞을 것이다.

       

       “신기한 일이네.”

       

       이 세상이나 저 세상이나 사람이 사는 곳이라 그런지 그 한의 형태도 비슷한 것 같다.

       

       그러니까 비슷한 귀신들이 있는 것이겠지.

       

       옆에서 따라오던 아이린이 나에게 물어왔다.

       

       “크리스, 이것도 영혼이랑 연관된 일인가요?”

       

       “가 봐야 알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네요.”

       

       아이린은 내 행동들을 모두 지켜보겠다는 듯이 나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오려는 걸 간신히 막아냈다.

       

       영감들도 자리를 비웠는데 뭘 보겠다고 이렇게 붙어있는 건지···.

       

       그나저나 이 영감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

       

       후배들과 할 이야기가 있다며 어딘가로 끌고 가는 모습을 봤다.

       

       영감님들의 성격이 서글서글하니 잔소리나 하고 있겠지? 

       

       “양반은 못되겠네.”

       

       생각하자마자 두 영감이 따라오는 게 보였다.

       

       “또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던 터라 말도 못 하고 왔는데 찾아온 게 신기했다.

       

       “파라몬 영감님은 왜 망치를…?”

       

       “아, 후배들한테 조각 하는 법을 알려주고 오는 길이네.”

       

       클로셀 영감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가 않았다.

       

       아주 나를 신기한 현상의 덩어리로 보는 듯한 기분이다.

       

       “이번에는 무슨 일인가?”

       

       “농작물이 자라지 않는다네요.”

       

       “호오, 자네 농사도 지을 줄 아는가? 별일을 다 하는군.”

       

       이제는 설명하기도 귀찮다.

       

       처음에야 다 대답해 주었지만 클로셀 영감의 질문은 끝이 나질 않는다.

       

       내가 마법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이라나?

       

       그때 코끝으로 악취가 스쳐 지나갔다.

       

       “이게 무슨 냄새야…”

       

       농부 아저씨를 따라 갈수록 냄새가 심해졌다.

       

       마치 썩은 내 같기도하고···.

       

       굉장히 기분이 더러운 냄새였다.

       

       정작 내 주위의 사람들은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 모양이지만.

       

       “또 자네에게만 느껴지는가 보군.”

       

       “흐음…영혼과 소통하는 사람은 냄새도 특이하게 감지하는군.”

       

       “그…비료를 뿌려놓기는 했는데…”

       

       악취가 더 심해졌다.

       

       이제는 농부 아저씨의 안내가 없어도 찾아 갈 수 있을지경이다.

       

       “아저씨, 저쪽 맞죠?”

       

       “역시 소문대로…”

       

       “그런 걸 용하다고 해요.”

       

       또 무엇이든 척척 알아 맞추는 걸로 소문이 난 것 같다.

       

       도대체 언제쯤 되어야 무당의 역할이 제대로 알려질런지···.

       

       조금 더 걸어가니 들었던 대로 황량한 땅이 나왔다.

       

       지금까지 걸어온 곳들은 곡식들이 풍요롭게 자라고 있었다면, 이곳은 진짜 풀 한 포기도 없었다.

       

       무언가가 자리를 꿰차고앉아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맞네, 맞아.”

       

       확신의 말을 내뱉으니, 사람들이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쳐다 봤다.

       

       신기한 일을 기대하는 것 같다.

       

       파라몬 영감이 슬쩍 입을 열었다.

       

       “익숙한 느낌이군.”

       

       “라몬, 자네도 느꼈는가?”

       

       두 영감과 아이린이 무언가 짐작 가는 게 있는 듯 서로 속삭였다.

       

       클로셀이 반짝이는 두 눈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어서 해 보게.”

       

       “예?”

       

       “솔직히 이 현상에 대해 짐작 가는 바가 있네만… 자네가 해결하는 걸 보고 싶군.”

       

       짐작 가는 게 있다고?

       

       영감들이 이걸 어떻게 아는걸까?

       

       나도 그렇게 많이는 못 본 귀신인데 말이다.

       

       “흐음…어디 보자….”

       

       이미 땅이 많이 오염되어 있었다.

       

       스산한 음기와 원한이 한가득 스며들어있는 게 꼭 잡귀를 보는 듯한 느낌.

       

       땅 자체가 원한을 가질 일은 없다.

       

       “이거 지박령이네.”

       

       “호오? 자네는 이 몬스터를 지박령이 부르는가?”

       

       몬스터?

       

       이건 몬스터가 아니라 지박령이다.

       

       “몬스터가 아니고 잡귀예요.”

       

       “아니네. 이건 몬스터의 흔적이 확실하네. 자네라면 다르게 느낄 수도 있겠군.”

       

       클로셀 영감이 작게 중얼거렸다.

       

       “다친 사람이 없는 게 다행이군…하긴 이 몬스터라면 그럴 만도 하지.”

       

       지박령은 다른 귀신들과 다르게 큰 특징을 가진다.

       

       바로 그들의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아주 지네 집 안방이네.”

       

       한곳에 머물러 자리를 잡은 귀신.

       

       그곳에서 지박령은 주변의 환경을 잡아먹는다.

       

       마치, 자기 몸으로 만들듯이.

       

       그때문에 땅이 이렇게 된 것이다.

       

       “여기부터…저기까지?”

       

       영역이 상당히 넓었다.

       

       더럽혀진 땅.

       

       군데 군데 얼룩진 원한들.

       

       그곳에서 느껴지는 한은 탐욕이었다.

       

       “욕심도 많다.”

       

       이렇게 욕심이 가득한 귀신들의 특징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욕심의 주체를 지키려고 몸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절대로 남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용을 쓰는 놈들이다.

       

       농부 아저씨가 저걸 건드리지 않은게 천만 다행이다.

       

       딸랑-

       

       “이게 뭐라고 죽어서도 욕심을 부리나…”

       

       몸을 꼭꼭 숨겨봐야 소용없는 일.

       

       귀신을 불러내는 굿도 필요 없을 것 같다.

       

       욕심이 몰려 있는 곳으로 다가갈 수록 나를 향한 분노가 느껴졌다.

       

       “손님도 맞이할 줄 모르는 놈이로다.”

       

       방울을 들어 땅을 쳤다.

       

       일부러 지박령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 밑에 있는 것이 욕심의 대상이라면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 분노를 참지 못하고 기어나올 것이다.

       

       딸랑 –

       

       음기가 진동했다.

       

       분노한 듯 떨리는 기운들이 들썩이고 있었다.

       

       “이래도 안 나오네?”

       

       영기를 담아 휘파람을 불었다.

       

       귀신들을 꾀어내는 소리였다.

       

       지박령의 처지에서는 기가 찰 것이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사람이 휘파람을 불어제끼니 말이다.

       

       거기다 무당이 내는 소리이니만큼 자신을 모욕하는 걸로 들릴 것이다.

       

       금세 반응이 왔다.

       

       음기가 들썩이고 땅속에서 흐릿한 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바람이 휘몰아쳤다.

       

       “음…?”

       

       내 예상대로 지박령이 맞다.

       

       하지만 상태가 굉장히 이상하다.

       

       전체적으로 푸르스름한 것이 꼭···.

       

       진짜로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영안으로 귀신을 보는 느낌이 아니다.

       

       “혹시 영감님들도 이거 보이시나요?”

       

       잔뜩 두려움에 질린 농부의 옆에서 클로셀 영감이 걸어왔다.

       

       “레이스라고 불리는 몬스터일세.”

       

       “레이스…?”

       

       “보기 드문 유령형 몬스터라네.”

       

       왜 영감이 몬스터라고 말하나 했더니···.

       

       예상외의 사실이 조금 당황스럽다.

       

       지박령이라면 쫓아내거나 한을 풀어 주면 된다.

       

       하지만 몬스터라면 죽여 없애야 하는 건가?

       

       “레이스는 그들의 영역이 있지. 보통 이렇게 주변이 다 죽어 있다네.”

       

       클로셀 영감은 오랜만에 희귀한걸 봤다는 듯 내 옆에 서서 레이스를 구경 중이었다.

       

       “기원은 알 수 없으나, 인간의 영혼이 타락하고 어둠의 마나가 뭉쳐서 생겨난다는 것이 마법학계의 정설일세.”

       

       이 세상에는 이런 식의 귀신도 존재하는 모양이다.

       

       몬스터라는 이름으로.

       

       “힘들면 말하게나. 마법으로 충분히 처치할 수 있는 몬스터이니.”

       

       “허…”

       

       영감의 말을 듣고 자세히 살펴보니 육체의 형태가 특이했다.

       

       정령이 몸을 가지는 것과 비슷하지만 전체적으로 더러운 오물로 만들어진 느낌이다.

       

       중요한 건 확실하게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귀신이 사람 흉내를 내는구나.”

       

       레이스의 시퍼런 눈이 나와 마주쳤다.

       

       귀기가 넘실 거리는 게 심지가 약한 사람이라면 기절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쯧쯧…”

       

       나한테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악귀하고 하는 기 싸움은 한 번도 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느껴지기로도 이 레이스라는 것은 나보다 한참이나 아래인 영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 쳐다 보면 뭘 하누?”

       

       본격적으로 나를 해칠 마음을 먹었는지 레이스에게서 음기가 넘실거렸다.

       

       “어디 재롱 한번 보자꾸나.”

       

       놀리듯 휘파람을 한 번 더 불었더니 곧장 반응이 터져 나왔다.

       

       스으으 –

       

       한기와 영기가 주변으로 퍼지며 땅에 닿았다.

       

       그리고 박혀 있던 돌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아마 예전의 내가 이 광경을 봤다면 보통 흉악한 놈이 아니라 생각했을 것이다.

       

       돌을 들어 올릴 정도로 원한이 짙은 놈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위협적이기보다는 하찮았다.

       

       어울려주며 놀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별것도 없는 놈이구나. 나도 하겠네.”

       

       귀신들은 초장에 기를 확 꺾어놔야 한다.

       

       방울을 흔들며 영기를 퍼뜨렸다.

       

       딸랑 –

       

       순식간에 주변이 내 영기로 뒤덮였다.

       

       그리고 레이스가 한 것과 똑같이 돌들이 떠올랐다.

       

       “호오, 이건 마법이 아니군.”

       

       “허허…”

       

       내 영기는 서서히 레이스의 영역을 잠식해 갔다.

       

       띄워 놓은 돌들을 빼앗았고, 집마저도 빼앗는 중이다.

       

       “신령님 도움도 필요 없겠네.”

       

       레이스는 안간힘을 쓰는 중이었다.

       

       허공에 띄운 돌들로 날 공격할 생각이었나 본데, 단 하나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안 움직이지?”

       

       레이스는 허공에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이미 집을 빼앗긴 놈이 힘을 쓸 수 있을 리가 없다.

       

       “몸도 안 움직이지?”

       

       레이스에게로 가까이 다가가니 살기마저 느껴졌다.

       

       볼수록 신기한 현상이다.

       

       귀신이 몸을 가지다니.

       

       산 사람의 몸에 빙의를 한 것도 아닌 독립적인 몸이다.

       

       땅에서부터 이어지는 음기들이 레이스에게로 흘러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이거 땅 빨아먹고 몸을 만들었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영기를 끌어모은 손으로 흐르는 음기 중 일부를 막아 버렸다.

       

       스윽 –

       

       팔 한 짝이 사라진 레이스의 눈에 당황이 차올랐다.

       

       “얼씨구?”

       

       다른 부분을 틀어막으니 이번에는 다리가 사라졌다.

       

       “다음은 어디를 없애 볼까…”

       

       레이스의 눈에 공포가 차올랐다.

       

       “이놈 한을 풀어 줘야 되나…몬스터니까 죽여서 없애야 하나….”

       

       그때, 뒤에서 다급한 농부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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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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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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