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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0

       처음에 샤를로트가 말을 걸 때만 하더라도, 나는 적당히 대화하고 시간을 돌려버릴 생각이었다.

        

       그러면 내가 혼자 밖으로 나갔던 일도 없었던 일이 될 거고, 나를 찾아다니던 앨리스나 샤를로트도 그냥 호텔 안에 있었던 것이 될 테니까.

        

       성당 안으로 몰래 들어가서 이것저것 살펴보고 나오겠다는 원래의 계획은 달성하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벨부르 왕국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얼마나 경계하는지 참고는 할 수 있을 테니까.

        

       시간을 되돌리고, 샤를로트가 오지 않을 루트로 다시 밖으로 나가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호텔로 돌아가는 발소리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옆에서 샤를로트가 걷고 있었고, 주변에는 나와 샤를로트를 호위하는 병력이 우리를 따라오고 있었다.

        

       우리 둘 사이에 별다른 대화가 오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샤를로트는 골목에서 나를 만났을 때보다는 훨씬 편해진 얼굴이었다.

        

       내 머릿속은 훨씬 더 복잡한데.

        

       샤를로트 말대로, 포커페이스라도 익혀둔 것이 어딘가 싶다. 하긴, 아무리 범인이라도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한 가지에 몰두하면 뭐라도 할 수 있게 되는 법이니까.

        

       호텔까지 가는 데는 시간이 꽤 걸렸다. 앨리스가 씻는 시간 내내 계속 걸었으니 꽤 멀리까지 나갈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성당 가기 전에 잡히기는 했지만.

        

       “실비아.”

        

       호텔 로비에는 앨리스가 나와 있었다.

        

       샤를로트 말대로 앨리스의 머리카락은 젖어있었다.

        

       샤를로트와 함께 로비로 들어온 나를 앨리스가 놀란 표정으로 보다가, 이내 표정이 조금 복잡해졌다.

        

       그렇겠지.

        

       “밖을 돌아다니느라 피곤하셨을 테니 슬슬 쉬는 것이 어떨까요? 내일도 이런저런 실습을 한 뒤에 루테티아의 문화제를 보러 나가야 하니까요.”

        

       샤를로트의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방으로 돌아온 뒤에도 앨리스는 곧장 자리에 앉지 않고 방 안을 빙글빙글 돌아다니다가 내 쪽으로 몸을 휙 돌리고 말했다.

        

       “능력을 쓰지 않은 이유가 뭐야?”

        

       “제가 능력을 쓸 거라고 생각하셨다면, 어째서 저를 찾아 돌아다니셨습니까?”

        

       “……그럼 쓰지 않을 생각이었던 거야?”

        

       “쓸 생각이긴 했습니다.”

        

       “…….”

        

       앨리스는 조금 복잡한 표정으로 걸어서 내 앞자리에 털썩 소리를 내며 앉았다.

        

       “나는…… 그렇잖아. 아무리 네가 그 모든 일을 없었던 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네가 말도 없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그냥 무시할 수는 없어. 모든 걸 네게 맡기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앨리스의 그 말에는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하긴, 걱정할 수밖에 없겠지. 단순히 시간을 돌릴 수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다. 앨리스는 내가 시간을 돌리려다가 실패하는 모습도 보았고, 그 실패를 극복하려다가 혼수상태에 빠진 것도 보았다.

        

       내 옆에서 직접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라면 불안할 만도 했다.

        

       “그래서, 굳이 능력을 쓰지 않고 직접 걸어서 돌아온 이유가 뭐야?”

        

       앨리스가 물었다.

        

       음.

        

       사실 앨리스한테 말해준다고 해서 뭔가 잘못될 일은 없을 거다. 앨리스도 샤를로트를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러니 나도 샤를로트와 친하게 되었다고 해서 뭔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이유는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오늘 샤를로트와 했던 대화 때문에 시간을 돌리기 싫어졌다고 생각하는 건…… 그건 조금 그랬다.

        

       뭔가 많이 간지럽고 부끄러웠으니까.

        

       “…….”

        

       내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으려니, 앨리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지만, 이내 “뭐, 그럼 내일 샤를로트한테 물어볼게.”하고 말했다.

        

       시간을 돌리는 능력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우리 둘이 어제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정도는 듣게 되겠지.

        

       그 정도라면 허용 범위라고 생각해, 나는 굳이 거부하지는 않기로 했다.

        

       샤를로트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해주겠지, 뭐.

        

       자기 주변 호위까지 다 물리고 나서야 그 대화를 했는데 말해줄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

        

       다음날.

        

       어째서인지 내 주변으로 사람이 몰렸다.

        

       생각해보니 나는 이쪽 세상에서 친구가 꽤 많았다. 클레어를 친구라고 해야 할지 진짜 여동생이라고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여동생 같은 친구라고 두고 생각하자면…… 어쩌면 나는 원래 세상에서보다 더 연락하고 지낼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그 친구들이라는 존재가 죄다 내 근처에 있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서 앨리스와 단둘이 있거나 나 혼자 있어도 별다른 터치를 하지 않던 친구들이 모두 내 주변에 모여서 은근히 내 눈치를 보고 있으니, 아무리 나라도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알 것 같았다.

        

       내가 말없이 앨리스를 봤더니, 앨리스는 내 시선을 슬쩍 피했다.

        

       그렇지.

        

       어제 앨리스가 머리도 말리지 않은 채 호텔 안을 돌아다니며 내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고 다녔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당연히 그 질문을 샤를로트에게만 했을 리가 없다. 오히려 나는 샤를로트와 단둘이 있을 가능성이 굉장히 낮은 사람이었으니까.

        

       클레어도 찾아갔을 거고, 레오, 미아, 레나, 제이크나 로티, 그리고 소피아에게까지 찾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들 다들, 내가 어딘가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친구들이었다.

        

       당연히 내가 사라지면 뭔가 일을 터뜨리기 위해 사라졌을 거라고 생각할 거다.

        

       그리고 덕분에, 나는 이렇게 친구들한테 둘러싸여서 감시당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지, 친구들 입장에서는 감시가 아니라 걱정이려나.

        

       “…….”

        

       나는 슬쩍 앨리스 옆으로 가서 손가락으로 앨리스 옆구리를 쿡 찔렀다. 주변을 확실하게 확인하고 한 행동이니 시선을 끌지는 않았으리라.

        

       이것만큼은 다시 시간을 돌려도 될 일이고.

        

       “윽!”

        

       순간 그런 소리를 냈다가 얼른 주변을 둘러본 앨리스는 다행히 이쪽으로 향한 시선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나를 노려보았다.

        

       “왜?”

        

       잔뜩 낮춘 목소리로 그렇게 물어보는 앨리스에게, 나도 역시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대체 어디까지 이야기하고 다니신 겁니까.”

        

       “아니, 나는 네가…… 그,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니까.”

        

       주변을 둘러보고는 황급히 말을 바꾸는 앨리스를 보고, 나는 그대로 이마를 짚을 뻔했다.

        

       그러니까, 그거다.

        

       앨리스는 내가 시간을 돌릴 거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나에 대해서 물어보고 다니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가면녀 때문에 시간을 못 돌리는 것을 보았다고 하더라도, 아직 여기서 튀어나온 적은 없으니까…… 불안하다는 감정과 나에 대한 신뢰가 마구 뒤섞여서 논리적이지 못한 행동을 하게 된 것이리라.

        

       “…….”

        

       내가 앨리스를 가만히 바라보니, 앨리스는 시선을 슬쩍 피했다.

        

       그리고,

        

       “너, 너도 필요할 때마다 아버지한테 이것저것 미루잖아.”

        

       그렇게 핑계를 댔다.

        

       음.

        

       그것만은 반박할 수 없군.

        

       성당 일이야 황제한테 미루면 바로 전쟁이니 내가 덮어쓸 수밖에 없더라도, 온갖 자잘한 문제들은 별다른 죄책감도 없이 황제한테 떠넘기고 있었으니까.

        

       나는 다시 한번 앨리스 옆구리를 찌를까 고민하다가, 그냥 입 다물고 걷기로 했다.

        

       왜냐하면, 앨리스가 낸 소리 때문에 이쪽을 보는 사람이 몇 명 있었기 때문이다.

        

       샤를로트야 제일 앞에서 걷고 있었으니 이쪽을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 걷던 클레어라던가, 검사로서의 감각이 대단한 레오나 소피아라던가.

        

       미아는 아까부터 이쪽을 힐끔거리며 눈치를 보고 있었고, 제이크와 로티는 둘이 딱 붙어서 걷고 있기는 했지만, 종종 내 쪽을 확인하고 있었다.

        

       순간, 그냥 어제로 시간을 돌릴까, 한순간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마냥 싫은 기분은 아니었다.

        

       만약 나를 감시하는 존재가 그저 자기 임무 때문에 나를 감시하고 있다면, 나는 무슨 수를 써서건 그 감시에서 벗어나려고 했겠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이 나를 보는 눈은 걱정하는 눈이었으니까.

        

       그 시선을 받는 감각은, 조금 간질간질하고, 이상하게 부끄럽고, 아무튼 이상한 감각이었다.

        

       이상한 감각이었지만, 뭐랄까.

        

       그 시선들 덕분에, 내가 이 세계로 넘어오고 나서 그럭저럭 잘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고쳐놓고 걱정받는 주제에 무슨 소리냐고 물어볼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뭐 어쩌겠는가. 내 성격이 그런걸.

        

       *

        

       그렇다고 마냥 관광하는 기분으로만 지낼 수는 없지.

        

       샤를로트가 아무리 반칙을 썼다고 하더라도, 나는 나대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괜찮겠어?”

        

       어…… 아니지, 나 혼자는 아닐 것 같지만.

        

       “모든 것을 다 말하겠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나는 나를 따라온 앨리스에게 그렇게 대답했다. 앨리스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런 앨리스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우리 앞에 있는 문을 두드렸다.

        

       [네, 들어오세요.]

        

       두꺼운 문 너머로 샤를로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앨리스 쪽을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우리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샤를로트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기후원해주시는 여러분, 모두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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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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