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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0

       훙엥, 우후엥?

       후엥엥엥?

         

       “…훙엥?”

         

       약 10초.

         

       문보라가 훙엥하고 훙엥하며 훙엥한 생각에 빠져, 멍하니 천미라를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넋을 놓은 채 ‘후웅엥~’하는 혼령을 내뱉는 문보라.

         

       그러거나 말거나 천미라는 [얼음 발발이]의 입에서 차례대로 꺼내었다.

         

       새하얀 백색의 옷 두 벌.

         

       옷은 안이 훤히 비추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하나는 남성용, 하나는 여성용으로 재단되었다.

         

       문보라는 주섬주섬 챙기는 그 모습에 뒤늦게 정신 차렸다.

         

       그리고 직감했다.

         

       ‘진심이다.’

         

       조금 전 스승님의 말이 진심이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필시 준비가 끝나는 대로 유세하에게 다가가 말할 기세였다.

         

       ‘후, 후아아! 아, 안돼!’

         

       문보라는 서둘러 천미라의 어깨를 붙잡았다.

         

       갑작스러운 제동에도 천미라는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한시가 급하다. 비켜라.”

         

       “스, 스승님! 다, 다른 방법-”

         

       “-없다. 내가 보기엔 유세하야말로 가장 좋은 재목이다.”

         

       “아, 아무리 그래도…저, 저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 되어 있고…그, 그러니까. 후, 후엥…”

         

       천미라는 제자가 왜 이럴까…하듯 쳐다보았다.

         

       이내, 잠시 드는 생각.

         

       곧, 천미라는 자신이 너무 무심하게 대답했다는 걸 자각했다.

         

       과연, 그런 의미로 받아들인 거라면…

       이런 반응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다.

         

       “착각을 하나 한 것 같구나.”

       “…네?”

       “동침이라 하지만 남녀의 정을 나누라는 소리는 아니다.”

       “후에?”

         

       천미라는 설명하였다.

         

       <태홍삼>을 재료로 만든 환단을 유세하에게 먹이고, 서로 옷을 갈아입은 다음 하룻밤.

         

       딱 하룻밤 동안 서로 껴안고만 있으면 된다고.

         

       그러면 자동으로 양기가 흡수될 거라고.

         

       물론, 보통이라면 이런 식의 방법이 통할 리가 없었다.

         

       그러나 문보라의 몸에 흐르는 피의 원류가 어디인지 생각하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었다.

         

       재능있고, 아름다우며, 강인하고, 유망한 거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아 교접하여 만든 가문.

         

       “너의 몸에 흐르는 <문가>의 피는 이럴 때 큰 힘을 발휘하는 법이니까.”

       “그, 그러면…?”

       “말 그대로 그저 같이 잘 뿐이다. 물론 껴안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좀 다르겠지만.”

       “…아, 아…”

         

       문보라는 작게 안도하였다.

         

       천만다행이었다.

         

       설마 진짜로 채양보음(採陽補陰) 비슷한 걸 해야 하는 건가 싶었다.

         

       문보라 또한 방중술(房中術)에 대한 구절은 읽어본 적이 있었기에 이러한 방식으로 강해지는 길도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드는 의문.

         

       ‘……’

         

       이게 정말 다행인 걸까?

       듣자하니, 속옷도 입으면 안 된다고 한다.

       그저 저 실오라기 같은 천 조각 하나로…

       유세하에게 모든 걸 공개해야 했다.

       이것만으로 죽고 싶을 만큼 쪽팔린 데…

         

       ‘유, 유세하도…’

         

       저것만 걸쳐야 한다는 소리다.

         

       문보라는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오두막 안, 어스름하게 비추는 시리도록 창백한 달빛 아래.

         

       두 남녀가 서로를 바라보며, 거의 알몸인 상태로 끌어안는 거다.

         

       과, 과연…

         

       그 뒤로 아무 일도 없을까? 정말로?

       자신도 유세하도 한참 나이대의 남녀인데?

       아무리 동료로서 지냈다고 하여도…

       그가 그런 욕망을 안 가진다는 보장이 있을까?

         

       결정적으로……

         

       ‘마, 만약에라도 그가 저를 요구한다면…’

         

       거절할 수 있을까?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우, 우, 우, 우, 우!!!”

         

       두 눈을 질끈 감은 문보라는 양손을 버둥거리며 후엥거렸다.

         

       머리 위로 생겨난 ‘대충 19금, 야한 건 안 돼!’ 하는 상상의 나래를 손으로 휙휙 저어 없앴다.

         

       천미라는 그걸 말없이 지켜보았다.

         

       작게 한숨을 쉬며, 검지에 미세한 냉기를 모아 딱 콩-! 을 날렸다.

         

       “훙엥!”

       “진정해라. 나 또한 너를 골려 먹으려고 이런 말을 꺼낸 게 아니다.”

         

       천미라는 묵묵히 문보라를 바라보았다.

       스승으로서의 진실 어린 한마디를 내뱉었다.

         

       “정말로 필요한 일이다.”

         

       너의 몸에 감도는 냉기는 점점 강해질 거고 가속할 거다.

         

       필시, 대가를 치를 날이 성큼성큼 다가오겠지.

         

       “나는 내 제자가 얼어 죽는 걸 보고 싶지 않다.”

         

       진지하기 짝이 없는 눈빛에 문보라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죄, 죄송합니다.”

         

       “아니다.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지금껏 처녀를 간직해 온 상태에서 외간 남자를 끌어안으라는 거다. 나 또한 가혹하다고 생각한다.”

         

       “…그, 그런 거 안 알려드렸는데요…”

         

       “그럼, 처녀가 아니냐?”

         

       “……”

         

       “그래도 천만다행이지 않으냐.”

         

       “…네?”

         

       천미라는 달을 바라보았다.

       그저 아무 말 없이 평소처럼 묵묵히…

       하지만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지는 시선에 문보라는 가슴이 아파져 오는 걸 느꼈다.

         

       “처음으로 몸을 보여주는 이가 믿을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이라면, 여인으로서 행복한 법이다.”

         

       나는 그래 주지도 못했다.

         

       미숙하게 자기감정 하나 깨닫지 못하고 고집만 부렸다.

         

       결국, 남녀에게 있어 흔한 손 한번 잡아보는 것도 하지 못했다.

         

       “…분명 기회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애교를 부리던 여자에게 홀라당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그걸 깨닫고 처음으로 울었던 기억이 나는구나.”

       “…스승님?”

       “…말이 셌다.”

         

       천미라는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시선이 나무 한곳으로 향했다.

       문보라가 있는 곳과는 명백히 다른 장소였다.

         

       “그래서 부디 제자를 위해 품에 안아줄 수 있겠는가. 유세하 생도.”

       “…!?”

         

       놀란 문보라가 뒤를 돌았다.

         

       뒤편에서 유세하가 걸어 나왔다.

         

       홍당무처럼 붉어진 문보라가 뭐라 말하려 했으나 천미라의 말이 먼저 나왔다.

         

       “오해하지 마라. 내가 처음부터 전음을 보냈다. 부디 있어 달라고.”

       “…에, 에?”

       “구태여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으니까.”

       “…저, 저기 그러면 제 처녀…발언도…”

       “들었겠지.”

       “…후, 후, 후에에엥!!!!”

         

       버둥거리는 문보라와 뭘 그런 거 가지고 그러냐 하듯 바라보는 천미라.

         

       유세하는 둘을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모든 이야기를 다 전해 들었기에, 상황은 빠르게 이해했다.

         

       “대답을 들을 수 있겠나?”

       “…으음.”

         

       잠시, 쓰게 웃는 유세하.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문보라의 일이다.

       지도관이자, 리더이자, 소중한 동료인 그가 나서지 않을 리가 없었다.

         

       “저기 대신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부탁?”

         

       유세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촤아악-!

         

       등 뒤로 폭포수 같은 물벼락이 떨어졌다.

         

       현재 나는 오두막 바로 옆에 설치된 온천에서 깨끗이 몸을 닦고 있었다.

         

       작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건 알지만 여러모로 싱숭생숭한 기분이었다.

         

       음, 뭐…

         

       ‘…문보라 알몸을 보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긴 한데…’

         

       <끈적이는 하수구>에서 함정에 걸렸을 때 발동되었던 옷만 녹이는 액체.

         

       그때, 사실 서로 볼 건 다 봤다.

         

       물론, 이번은 단계가 더 높긴 하다.

         

       ‘속옷도 안된다라…’

         

       그래야지만, 환단을 완전히 섭취하고 온전히 양기를 전달 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이리저리 고민하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고민하지 않고 도전하는 게 옳았다.

         

       나는 천미라가 준비해 둔 흰 천의 옷을 몸에 둘렀다.

         

       와, 씨 이거…

         

       ‘거의 노출증 변태 옷인데…?’

         

       옷이 이상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천미라가 재단하여 그 자체로 멋이 있지만…

       안이 너무 비춰 보여서…

       사실상 알몸이나 다른 바가 없었다.

         

       ‘후우…’

         

       조심히 걸어, 오두막 문 앞에 도착하였다.

         

       똑똑.

         

       가벼운 노크.

         

       안에서 움찔거리며 ‘훙엥…’하는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을 가다듬었다.

         

       “문보라 들어갈게.”

        “…네, 네.”

         

       끼익.

         

       안으로 들어선 나는, 순간 경직되었다.

         

       “……”

         

       문보라.

         

       겉옷을 둘렀지만, 그 안에는 나처럼 속이 다 비추는 백색 옷을 입고 있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말하겠다.

         

       ‘…예쁘네.’

         

       아름다웠다.

         

       워낙에 본판이 미인인 그녀다.

         

       하도 같이 지내다 보니, 잘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런 상황이니 의식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여기에 나처럼 갓 목욕해서 발색이 잘 오른 얼굴과 고운 피부가 어스름하게 비추는 달빛에 투과되어 특유의 여성스러움을 표했다.

         

       문보라는 몸매가 좋다.

       아마 가장 완벽한 여성의 곡선이겠지.

         

       마치…

         

       신이 직접 만든 조각상이 이런 게 아닐까 싶은 기분이었다.

         

       마지막으로 평소 ‘훙엥!’하는 목소리지만, 틀림없이 귀여운 음성까지 들려오니 복잡미묘한 감정이 피워올랐다.

         

       “세, 세하…?”

       “……”

         

       흐으음.

       하아.

       후우.

         

       ‘제기랄…’

         

       생각보다 힘들겠는데 이거.

         

       나는 [흔들리지 않는 통찰력]을 전력으로 발휘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아까 천미라에게 부탁하였던 ‘그것’을 품에 꺼내 들었다.

         

       정체는 바로, 안대.

         

       도저히 맨눈으로 볼 자신이 없어 부탁하였던 물품이다.

         

       안대로 눈을 가린 나는, [미증유의 감]으로 지형지물을 파악하며 걸어갔다.

         

       덩그러니 놓인 침대 위, 문보라의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우리는 잠시 서로 등을 돌렸다.

         

       곧 내 손등 위로 문보라의 손길이 닿았다.

       매번 느끼는 손인데도 불구하고 이리 곱고 부드러웠나 싶었다.

         

       “세, 세하 여기 영약이에요.”

       “어, 으응.”

         

       손바닥 위로 올려지는 화끈거리는 환단 하나.

       천미라가, <태홍삼>을 비롯한 각종 영약을 뭉쳐 만든 물품이었다.

         

       “저, 저기 근데…굳이 안대 쓸 필요 있어요?”

         

       문보라가 의아하다는 듯 질문하였다.

         

       자각이 없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날 믿는 건지…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자신이 없어서 그래. 특히 방금은 좀 위험했다.”

       “…네?”

       “널 보고 덮치지 않을 자신이 없다고.”

       “……”

         

       문보라의 침묵.

       

       나는 [미증유의 감]을 통해 그녀가 홍당무가 되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제아무리 내가 우리 애들을 그런 눈으로 보지 않는다고 하여도…

         

       이런 대놓고 주어지는 환경에서는 요상한 감정이 샘솟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지금 이것까지 섭취하면 더더욱 그럴 확률이 높겠지.

         

       ‘강력한 양기란 곧 남자의 욕구로도 직결되는 법이니까.’

         

       나는 천미라가 알려준 주의 사항을 상기하며, 조심히 환단을 삼켰다.

         

       목구멍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

         

       “……!”

         

       몸에 불을 지른 것 같은 강력한 열기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고양감이 당장이라도 이걸 모두 내 것으로 만들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이놈의 욕심쟁이 같은 몸뚱이하고는…!

         

       ‘안돼. 새끼야!’

         

       착각하면 안 된다.

         

       지금까지 먹었던 영약처럼 그냥 내 배때기에 집어넣으면 안 되었다.

         

       지금, 이 짓거리를 하는 가장 큰 목적은 문보라에게 양기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

         

       그걸 위해서는 흡수하는 것이 아닌, 이 어마어마한 양기를 내 몸 안에 순환시키며 돌리는 것에 유념해야 했다.

         

       천만다행히 1분 정도 집중되자, 약 80% 정도의 양기를 계속해서 순환시킬 수 있었다.

         

       그동안의 성장에 의한 그릇의 확장이, 톡톡히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나의 몸에서 김이 피어올랐다.

         

       지켜보던 문보라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다가왔다.

         

       “세, 세하? 괜찮아요?”

       “…문보라.”

       “네?”

         

       나는 바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이불을 벌렸다.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손짓하였다.

         

       “이리로…”

         

       들어오도록 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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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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