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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0

       쉬는 시간.

       나는 아이들과 함께 부스를 돌아다녔다.

       

       아이템을 파는 부스가 대부분이었는데, 그중 간식을 함께 파는 부스도 있었다.

       우리의 구경거리는 대부분 간식 부스였다.

       

       “왕아, 절로 가보자!”

       

       “응.”

       

       축제라 그런지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돈도 평소보다 많이 가져왔는데, 이틀째가 되니 그마저도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간식 하나 사 먹으면 끝이겠네.’

       

       돈을 더 많이 가져올걸.

       축제 때 아이들 간식도 제대로 못 사주고 이게 뭐람.

       

       레비나스도 우리가 돈이 많지 않다는 걸 아는지, 보이는 음식을 중얼거리면서도 굳이 다가서지는 않았다.

       

       “호떡, 어묵, 회오리 감자··· 으잉? 왕아! 회오리 감자가 뭐냐?! 회오리도 먹냐?!”

       

       “어··· 회오리처럼 뱅글뱅글 도는 감자인가 봐.”

       

       “뱅글뱅글?”

       

       레비나스가 좌우로 팔을 펼친 채, 자리에서 회전했다.

       회오리 감자를 나름대로 연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궁금하면 하나 사 먹어볼래?”

       

       “응! 레비나스 돈 있다! 이걸로 회오리 사 먹을 거다!”

       

       주머니에서 천원을 꺼낸 레비나스가, 회오리 감자를 파는 가게로 달려갔다.

       

       천원으로는 안 될 텐데.

       나는 새벽이와 함께 레비나스의 뒤를 쫓았다.

       

       “레비나스, 회오리 감자 얼마래?”

       

       “삼천 원···”

       

       레비나스가 손에 쥔 천원과 가게에 걸린 메뉴판을 번갈아 보았다.

       이천 원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천 원은 내가 내줄게.”

       

       “웅···! 그러면 같이 나눠 먹자···!”

       

       레비나스의 천 원과 내 이천 원을 한데 모았다.

       새벽이도 뭔가를 얹고 싶었는지,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녀의 주머니에서 나온 건 음료수 병뚜껑 두 개였다.

       

       “이거 내가 아끼는 건데, 특별히 줄게.”

       

       에헴.

       새벽이가 근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를 본 레비나스의 눈이 반짝거렸다.

       

       “우아! 굉장하다!”

       

       “굉장한 거야?”

       

       “응! 엄청난 병뚜껑이다!”

       

       엄청난 병뚜껑이라니.

       무슨 특별한 거라도 있는 건가?

       혹시 몰라 병뚜껑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러자 안쪽에서 ‘하나 더!’라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와.”

       

       이건 진짜 굉장한 거네.

       귀한 보석을 다루듯, 병뚜껑을 소중히 붙잡았다.

       

       “난 돈이 없거든. 그래서 병뚜껑으로 주는 거야.”

       

       “응. 고마워.”

       

       회오리 감자 하나를 셋이 나눠 먹기엔 양이 부족했는데.

       음료수가 생겨서 다행이었다.

       

       나는 새벽이가 준 음료수 뚜껑을 동전 지갑에 집어넣었다.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린 게 그때였다.

       

       “아가, 이거 가져가서 먹으렴.”

       

       “네?”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우리에게 회오리 감자를 내밀었다.

       한 명당 하나씩, 총 세 개였다.

       

       “회오리!”

       

       레비나스가 눈을 빛냈으나, 회오리 감자를 받진 않았다.

       받아도 되는 게 맞는 건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저희가 돈이 없어 가지고···”

       

       “그냥 주는 거야. 가져가서 먹어.”

       

       “아, 아뇨. 공짜로 받는 건 안 돼요···”

       

       거절의 의미로 손을 내 저으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중년 여성이 따라오며 내 앞에 쪼그려 앉았다.

       

       “공짜로 주는 거 아니야, 고맙다고 주는 거지.”

       

       “고마울 이유가 있나요···?”

       

       “그럼, 아가들이 손님 많이 데리고 왔잖아. 우리가 그 덕을 많이 봤어.”

       

       중년 여성의 시선이 우리 쪽 부스를 향했다.

       손님으로 가득해서 부스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다만, 여성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충분히 보였다.

       

       “많이 파셨어요?”

       

       “많이 팔았지. 오늘 매출 절반만 나와도 대박인 건데, 반나절도 안 됐는데 목표치의 두 배는 벌었지 뭐야? 남편이 급하게 재료 공수하러 갈 정도였다니까?”

       

       중년 여성이 어서 받으라며 회오리 감자를 내밀었다.

       확실히 이 정도면 공짜로 받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나름의 홍보비인 셈이었다.

       

       “그, 그러면, 감사히 먹겠습니다···”

       

       “응. 더 먹고 싶으면 또 오고.”

       

       “네에···”

       

       어쩌다보니 돈을 아끼게 됐네.

       이 돈으로 다른 간식이나 사줘야겠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회오리 감자를 하나씩 들고 여러 부스를 돌아다녔다.

       주로 간식을 파는 부스였다.

       

       

       **

       

       

       “왕아! 우리 간식 부자다!”

       

       “으, 응. 그러게···”

       

       우리는 봉투를 들고 부스로 돌아갔다.

       상당한 양의 간식을 들고 있었으나, 돈은 백 원도 쓰지 않았다.

       

       ‘진짜 뭐지.’

       

       전부 다 고맙다며 받은 간식이었다.

       어떤 부스에서는 간단한 마법 아이템도 받았다.

       뭐에다 쓰는 아이템인지는 나도 알지 못했다.

       

       ‘낙수 효과를 본 건가.’

       

       모두가 잘 됐다면 좋은 일인 거겠지.

       나는 들고온 간식 봉투를 모두의 앞에 내려놓았다.

       때마침 우리 부스는 브레이크 타임 시간이었다.

       

       “이거 같이 먹어요.”

       

       “어머, 웬 간식이 이렇게 많아요?”

       

       유상아가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그녀는 바쁘게 움직였음에도 땀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있었다.

       

       “주변 상인분들이 우리 덕분에 장사가 잘 됐대요. 고맙다면서 주셨어요.”

       

       “어머, 그랬군요?”

       

       기쁨을 표하는 유상아의 곁으로 윤채린이 와 앉았다.

       우리 중 제일 바쁘게 일을 했음에도 그녀의 입가엔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냥 애들이 예뻐서 준 걸 수도 있겠네요.”

       

       “그것도 일리가 있네요.”

       

       유상아와 윤채린, 그리고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분까지.

       우리는 한데 모여 간식을 즐겼다.

       

       화목한 분위기가 좋다.

       꼬리가 빠르게 흔들리는 찰나에 한 명이 없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모모아가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어쩐지 조금 공허한 얼굴이었다.

       

       “모모아, 같이 간식 먹어요.”

       

       “···됐어요.”

       

       그녀의 거절에 흔들리던 꼬리가 툭 멈춰 섰다.

       모모아가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죄, 죄송해요. 많이 바빴죠··· 제가 잘 설명했어야 했는데···”

       

       들고있던 닭꼬치의 양념 소스가 손 위로 흘러내렸다.

       끈적거리는 양념 소스보다도, 모모아를 향한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런 거 아니에요, 전 그냥···”

       

       꾸욱-

       말아쥔 모모아의 주먹이 떨렸다.

       나 때문에 화가난 게 분명했다.

       

       “다, 닭꼬치 머글래요···? 이거 맛있는데···”

       

       “아뇨, 그냥 밖에서 바람 좀 쐬고 올게요.”

       

       모모아가 부스 밖으로 걸어나갔다.

       힘없는 발걸음이 어쩐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

       

       나 때문에 많이 화났으려나.

       나는 멍하니, 멀어져가는 모모아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구석진 골목길.

       그곳에 쪼그려 앉은 모모아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모모아가 겨울에게 쌀쌀맞게 군 건, 일이 바빠서가 아니었다.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사랑받는 아이가 부러웠을 뿐이었다.

       

       “정말 너무한 세상이네요.”

       

       누구는 더러운 혼혈이라는 이유만으로 괴롭힘을 당했는데.

       누구는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에게 간식을 받는다.

       

       “정말···”

       

       그냥 집에 있을걸.

       왜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해가지고는.

       모모아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아이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투덜거리다니.

       이렇게 역겨운 인간이 세상에 또 있을까?

       

       모모아가 제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으니, 누군가 모모아의 이름을 불렀다.

       

       “모아야.”

       

       “언니···?”

       

       모모아가 가장 존경하는 채주연이었다.

       상냥한 채주연의 등장에 모모아의 마음이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다.

       

       “모아 여기서 뭐 해? 가게 도와준다는 말은 들었는데.”

       

       “아··· 잠깐 쉬고 있었어요···”

       

       “혼자서?”

       

       “네. 사람 많은 장소는 질색이거든요. 그냥 집에 갈까 봐요.”

       

       역시 나는 집 밖으로 나와선 안 됐구나.

       모모아가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채주연은 그런 모모아를 보며 무슨 문제가 있었음을 알아낼 수 있었다.

       

       “뭐가 있었구나?”

       

       “···귀신이세요?”

       

       “언니는 모아 일이라면 다 눈치채거든.”

       

       “흥···”

       

       작게 투덜거리는 모모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자신을 알아봐 주는 채주연이 싫지는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래? 언니한테만 알려주면 안 돼?”

       

       “그냥, 열등감을 느꼈어요.”

       

       “열등감?”

       

       “네. 모두한테 사랑받는 아이를 보고 열등감을 느꼈지 뭐예요.”

       

       그랬구나.

       채주연은 말없이 모모아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그녀의 과거를 알고 있는 탓이었다.

       

       강압적인 부모로 해외에 유학을 보내진 아이.

       그곳에서 혼혈이라는 이유만으로 괴롭힘을 당했다.

       괴롭힘을 참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자 받게 된 건, 부모의 싸늘한 눈빛이었다.

       

       사랑을 탐하는 모모아에게는 사랑받는 아이가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모아야, 부러워하는 건 절대로 열등감이 아니야. 당연한 감정이지.”

       

       “하지만, 저보다 열 살은 더 어린아이 였는 걸요. 겨울이라고 언니 집에서 신세 지고 있는 아이인데···”

       

       “겨울이···?”

       

       “네. 정말 순수한, 불행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였어요. 그 아이는 삶이 즐겁기만 하겠죠?”

       

       모모아가 제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모모아를 달래주려던 채주연의 손에 망설임이 생겼다.

       

       ‘겨울이가···?’

       

       겨울이는 누구보다 참혹한 과거를 지닌 아이였다.

       불행에 순위에 매기면 안 됨을 알고 있었음에도, 최악의 과거를 꼽자면 단언컨대 겨울이었다.

       

       아이의 행복한 현재를 보고 착각을 한 게 분명했다.

       

       ‘어쩌지.’

       

       누구의 불행이 더 큰지 승부를 내는 건 옳지 못했다.

       겨울의 과거를 함부로 말할 수도 없었고.

       

       그러나 채주연은 모모아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겨울이 충격적일 정도로 끔찍한 과거를 딛고 일어선 아이라는 것을.

       만약 모모아가 이를 보고 무언가를 얻어갈 수만 있다면···

       

       ‘일단 허락을 받아야겠네.’

       

       채주연이 전화기를 들어 올렸다.

       겨울이의 보호자에게 연락하기 위함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요!

    불행에는 순위를 매길 수 없는 법이지요…!
    1위인 겨울이만 빼고…

    ───
    Prologue P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마이번냥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우애님 겨울이 팬아트 후원 감사합니다!
    금방 정리해서 공지에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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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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