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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0

    <210 – 역효과>

     

    직전 면회에서 한참을 기다리게 만들었던 조나와 달리, 이번 두 번째 면회에 참석한 리프는 아침부터 곧바로 면회장에 얼굴을 보였다.

     

    “오랜만입니다, 아가씨.”

    “리프~!”

     

    반가운 마음에 우다다다 달려가 와락 안겼다.

    허리춤에 매달리는 나를 빙글 한 바퀴 몸을 돌려 자연스럽게 충격을 흘린 리프가 손목과 허리에 스냅을 실어 나를 허공에서 창자루마냥 빙글빙글 돌리고는 테이블 위에 머리부터 곤두박질…을 치기 직전에 흠칫 멈췄다.

    테이블과 머리의 간격, 1cm도 안 된다!

     

    “갑작스러운 신체접촉에는 주의해주십시오. 다치실 수도 있습니다.”

     

    면회장에 참석한 다른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뜨악 하는 눈으로 쳐다본다.

     

    “리, 리프으… 내려주세요오…”

     

    우리집 메이드가 손버릇이 좀 무섭긴 해요.

    두 번 매달리먼 테이블 위로 저먼 스플렉스(허리 잡아 뒤로 넘기기)를 당할지도 모르겠어.

     

    “조나는요?”

    “지난 번 면회를 통해 면회에는 은밀한 침입이 가능한 현역 암살자가 낫겠다고 판단, 제가 대신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아항.”

    “…혹시 조나 집사님이 아닌 제가 와서 실망하셨습니까?”

    “아니에요! 조나가 좋은 만큼 리프도 좋은 걸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약간의 차이는 있다.

    <집사의 호루라기> 덕분에 충성도 100의 믿을 수 있는 조나와 달리, 리프는 그런 아이템이 없다.

    배신의 여지가 있는 캐릭터라는 뜻이다.

    물론 리프도 착한 사람이기는 하지.

    조나도 메이드로 기용하고 있기도 하고.

    그래도 100%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마음속에서 자그마한 벽을 치게 만든다.

     

    +15강 전설템을 놔두고 강화가 덜 된 +14강을 써야 하는 기분?

    무언가 딜량이 모자라서 아주아주 중요한 순간에 삐끗 어긋날 느낌?

     

    “사탕은 많이 드셨습니까.”

    “댜 먹었어요!”

     

    자랑스럽게 텅 빈 사탕바구니를 보여주자 리프가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이런 착하고 고마운 언니한테 못된 생각이나 했던 자신이 쓰레기처럼 느껴져!

     

    “용사와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맞아요. 얼파나 골치 아픈지 모르겠어요. 저쪽에서 일방적으로 자꾸 시비를 걸어서…”

    “이사장님의 지령이 내려왔습니다.”

    “…이사장님?”

    “아가씨의 기준으로는 ‘파파’라고 부르시는 분의 지령입니다.”

    “!!”

     

    오크노디의 아버지.

    입학 이전에도 이후에도 한 번도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인물.

    그가 재단의 이사장이었다?

    조나의 자신을 향한 대우나 태도에서 느꼈지만 역시 파파는 거물이 맞았다.

    하지만 그런 거물 파파가 이제야 연락을 하다니.

    대체 무슨 일로 연락을 한 걸까?

    집에 내려오라는 연락이라면 여름방학에 일어날 이벤트이니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을 텐데!

     

    “요즘 들어 아가씨의 아카데미 활동으로 인해 재단에 불상사가 여럿 생겼다고 합니다.”

    “재단에요? 저 때문에? 왜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린아이를 그렇게 잔혹하게 학대하다니 재단 절대 용서할 수 없어, 같은 소리를 하며 덤벼드는 이들이 생겼다고 합니다.”

    “헉.”

    “재단이 후원하는 여러 집단에도 간접적인 방해가 들어오고 있고, 그중 하나는 직접적인 공세위기에도 직면했다고 합니다.”

     

    몬가, 몬가 짐작 가는 구석이 있었다.

     

    -파파가 시켰어요!

    -재단에서는 이런 정보는 상식이거든요!

    -고멘, 파파!

     

    설명하기 곤란하거나 난처한 일이 있을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만능재단설.

    그것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예상치 못한 경로에서 권력자의 심기를 거슬렀던 모양이다.

     

    “파파네 가문에서는 뭐라고 하세요?”

    “가문 말입니까?”

     

    리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이사장님은 귀족이 아니십니다.”

    “네에에!? 정말요? 그렇게나 돈이 많은데?”

    “실례지만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들으신 겁니까?”

    “입학시험을 준비하라면서 금화 100매를 주기도 했고, 조나한테도 비행선 경비를 지원하기도 했고, 또 집사에 메이드를 고용할 정도면…”

    “…그런 거였습니까? 우선 아가씨의 착각부터 정정해드리자면, 귀족이 아니어도 세상에는 돈이 많은 사람들은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파파는 그냥 돈이 많은 거였어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사장님에 대해 어떤 소문을 들으셨는지는 몰라도 전부 잊으십시오. 재단의 외부인이 함부로 떠드는 이야기로 재단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문득 파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럼 파파는 어떤 사람인데요?”

    “무서운 분이십니다.”

    “음. 그건 알아요!”

     

    랜덤파파 편지이벤트에 입학시험장의 주소만 딸랑 적어두고 훈련에 필요한 돈과 집사호출용 호루라기만 넣을 정도로 삭막한 사람이었는걸.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귀찮게 굴지 않고 지원은 넉넉해서 편리한 파파지만 NPC 입장에선 무섭겠지.

     

    “다른 건요? 잘하는 기능이 머에요? 특기는 있어요? 어떻게 생겼어요?”

     

    리프가 갑자기 조용히 내 손을 잡아주었다.

    하얀 장갑 너머로 리프의 온기가 맞닿았다.

    지문이 닳을 정도로 훈련을 한 손의 감촉은 전사들의 손처럼 재밌었다.

     

    “여기는 듣는 귀가 많군요. 둘이 식사라도 하면서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혹시 가져온 요리도 있어요?”

    “조나님께서 싸주신 도시락이 있습니다. 아가씨가 가장 좋아하는 처음 먹는 레어음식 도시락입니다. 아카데미 식당메뉴표와 겹치지 않는 것을 확인한 메뉴로만 구성했다고 하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와아! 와아!”

     

    신난다.

    조나는 역시 최고야!

     

     

    * *

     

     

    아가씨만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조나에게 이야기는 들었다.

    아가씨는 거리에서 찾은 고아라고 들었다.

    물론 특별한 아가씨이기는 했다.

    듣기로는 그 ‘보스’가 직접 고른 아이라고 했었지.

    어쩌면 그 순간을 기억하고 계시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파파라고 부르는 걸까.

    진짜 아버지가 되어줬으면 해서.

    남루한 차림새에 돌을 먹을 정도로 빈곤한 나날을 보냈던 아이에게 번듯한 옷을 입히고 매끼 새로운 음식을 먹는 사치를 즐기게 해준다.

    자신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냈던 아이에게는 천국이 따로 없는 경험이겠지.

    고생이 워낙 심했기 때문에 자신이 해왔던 훈련이 과할 정도로 지나치다는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그 정도로 상식이 결여되어 있으니 입학시험에서 1등을 할 정도로 비상한 결과를 낸 걸까.’

     

    덕분에 보스도 오크노디의 존재를 특별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재단에 전례조차 없던 수석장학생으로의 등재가 그 증거다.

    하지만 이 명량한 아가씨가 사고를 제대로 쳤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다니는 건지.

    사방에서 들어온 조사명목을 보면 아주 가관이다.

     

    재단이 5세 이상 15세 이하의 아이들을 납치해서 강제로 훈련을 시키며 훈련을 따르지 않을 시, 사창가나 노예시장에 애들을 팔아넘긴다거나.

    착한아이에게는 독사탕을 먹이며 그 괴로움을 이겨내지 못해서 살려달라고 애원할 때까지 식고문을 하면서 잔혹한 살인병기로 인성을 개조한다거나.

     

    참 웃기는 소리들이다.

     

    애초에 재단이 그런 짓을 왜 하겠는가?

    말 안 듣는 아이는 수익성을 내려고 고민할 것도 없이 처분하면 그만이다.

    독사탕도 경쟁자들이 몰래 독을 먹일까봐 미리 내성을 길러주는 것뿐인데.

     

    “이사장님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마십시오. 그분께서 아가씨의 어리광을 받아줄 일은 극히 드물 거라고 생각합니다.”

    “힝. 왜요?”

    “지금 말씀드릴 사항도 이사장님이 직접 전달한 전언입니다.”

     

    말하고 싶지 않다.

    상처받을 것을 아니까.

    그래도 조직의 명령은 지켜야만 한다.

     

    “더 이상 재단에 대한 악소문을 만들지 마라. 수석장학생은 재단의 명예를 대변하는 타의 모범이 되는 학생이어야 마땅하다.”

    “제가 파파를 곤란하게 만들었나요?”

    “아가씨에게 악의는 없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향후는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언행에 주의를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네…”

    “이사장님이 화가 난다면 아가씨에게 어떤 지령을 내릴지 모릅니다. 부디 그 분노가 아가씨에게 향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십시오.”

     

    그래도 이 정도로 경고를 했으면 아가씨도 당분간은 조심하시겠지.

    더 이상 이사장의 눈총을 사는 일은 없으리라.

     

    “건강히 지내십시오. 다음달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리프도요!”

     

     

    * *

     

     

    면회가 끝났다.

    누구네 보호자는 어느 왕국의 대귀족이니, 누구네 보호자는 일국의 대장군이니, 보호자의 권력을 제 것마냥 내세우며 으스대는 아이들.

    내세울 것이 없는 아이들은 자신에 대한 자랑 대신, 자신보다 못난 아이에 대한 험담에 눈을 떴다.

     

    “들었어? 오크노디네 재단의 이사장이라는 분이 오크노디한테 화가 났대.”

    “헐. 대박. 그거 위험하지 않아?”

    “성적이 그렇게 좋은데 화를 낼까?”

    “오크노디 때문에 퍼진 소문들을 생각해봐. 나 같아도 화나겠다.”

    “이번에 본국에서 온 편지에 재단 얘기도 들어있더라. 와이히엠하이 재단이 정말로 그렇게 위험한 재단이냐고 묻던데 밖에선 뭔 일이 있는 걸까?”

    “이번에 자체적으로 왕실내무부에서 감사를 진행했는데 군부 장성들 사이에서 재단의 장학생 출신이 일부 발견되었대. 그것도 빙산의 일각일 거라나?”

    “재단 무섭네.”

     

    그런 뒷담 중에서 가장 신명나게 화제가 되는 것은 당연히 오크노디의 후원세력인 와이히엠하이 재단에 대한 근황토크였다.

    아동학대는 물론이요, 인간 같지도 않은 잔인한 교육정황이 여럿 나타난 상황.

    심지어 그 정보력은 어찌나 예사롭지 않은지 재단 내에서 모르는 일이 없다.

    지식은 또 얼마나 주입해댔는지.

    물어보면 막히는 정보가 없고 답이 술술 나온다.

    저 나이에 저걸 다 공부하려면 대체 얼마나 학대에 가까운 교육을 당해야 하는지 귀족가 아이들도 암담해서 그녀를 보는 눈이 측은해질 지경이었다.

    그런 악소문이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 유독 더욱 화제가 되는 데에는 면회가 끝난 뒤의 오크노디의 행동도 한몫 더했다.

     

    “오크노디. 재단에 대해서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재단은 나쁘지 않아요!”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재단은 파파의 소중한 조직이에요. 재단에 대해 나쁜 말을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파파를 곤란하게 만드는 딸이 되고 싶지 않아요… 나쁜 건 저니까 차라리 제 욕을 해주세요…”

    “…그래. 내 생각이 짧았어. 미안.”

     

    호기심에 접근했던 학생들은 질문도 하지 못하고 무리로 돌아왔다.

     

    “뭐래?”

    “애기 꺼내지마. 면회에서 쟤 혼났나봐.”

    “재단에서 애를 혼냈다고?”

    “365일 웃고 다니던 애가 풀이 죽어서 울상 지으면서 저러니까 맘이 다 아프더라, 야.”

    “와… 애를 얼마나 기를 죽여놨으면 쟤가 저래? 중간고사에서도 웃으면서 다리에서 한 번, 강 앞에서 한 번 선배들까지 담가버리던 앤데.”

     

    리프를 통해 전달한 경고대로 악소문 확산방지를 위해 노력한 오크노디였지만, 의도와는 달리 재단을 향한 악명은 오늘도 더욱 커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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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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