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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1

       *

         

         

         파트리시아의 체중은 그의 기억과 거의 오차 없이 동일했다. 이반은 등에 업힌 파트리시아의 중량감을 계산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놀라울 정도의 자기관리다. 그녀를 마지막으로 등에 업었던 것이 거의 10년 전인데, 심지어 그땐 마족령을 돌파하며 수척해진 상태가 아니었던가. 평화의 시기에도 이와 같은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겁니까!”

         “네 체중.”

         

         

         성녀는 대뜸 이반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충격 따윈 없었다. 그녀가 전력을 다해서 내려 찍어도 이반의 육체는 신성력도, 마력도 한줌 남지 않은 성인 여성의 팔에 다칠 정도로 가냘프지 않았다.

         

         그는 대신, 뒤쫓아 따라오는 일행을 곁눈질했다.

         

         

         “헤엑— 후욱—!!”

         

         

         이자벨과 에시디스, 오스칼은 비교적 멀쩡했는데 엘피헤라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비틀비틀 쫓아오고 있었다.

         

         

         “조금— 조금만 쉬고— 헤엑—!!”

         

         

         그들은 지금 전력질주로 숲을 주파하고 있었다. 레오노르 북부 국경선에 넓게 펼쳐진 숲은, 소작농 하나 없이 버려진 야생지였다.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 굵은 뿌리나 나뭇가지 따위를 피해가며 달려야 했다. 길 따윈 없었다. 열차 차로가 놓인 방면을 제외한다면 정차역 하나 없이 쭉 늘어선 외딴 숲이다.

         

         그런 지역에서 간신히 마법으로 신체를 강화해 달리던 엘피헤라가 가장 먼저 탈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엘프는 원래 숲에서 잘 뛰는 거 아니었어?”

         “그게— 무슨— 우린 바다 민족— 헤엑—!!”

         

         

         에시디스의 말에 엘피헤라는 버럭 화를 내려다가 혀를 씹고 끽 소리를 냈다. 그녀는 입을 오물거리며 가쁜 숨을 토해내더니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쯧, 이반은 혀를 차며 대열의 뒤로 물러섰다. 그의 행동을 본 이자벨이 발걸음을 늦추자, 이반은 고개를 저으며 짧게 말했다.

         

         

         “멈추지 마라. 계속 달려.”

         “진짜 아저씨 훈련 방식 문제 있는 거 아시죠?”

         

         

         투덜거리는 이자벨을 무시한 채, 비틀거리는 엘피헤라의 뒷덜미를 콱 움켜쥐었다. 껙 소리를 내며 끌려 올라온 엘피헤라가 이반의 팔에 데롱데롱 들렸다.

         

         

         “어!? 바, 반칙인데! 나도, 나도 힘들어요!”

         “네가 쓰러지면 에시디스가 들 거다.”

         “왜 나만!!”

         “한쪽 팔은 남겨둬야 하니까.”

         

         

         등엔 성녀가, 왼팔엔 엘피헤라가 들려 있으니 오른팔까지 누군가를 들 수는 없다. 이반은 다시 속력을 올려 대열의 선두로 향했다.

         

         단숨을 내뱉으며 침착하게 속도를 유지하던 오스칼이 차분하게 물었다.

         

         

         “계획이 어떻게 됩니까?”

         “숲 입구에서 교전.”

         “놈들이 덤벼들겠습니까?”

         “숲을 벗어나면 관도로 이어진다. 그 위치부턴 급습이 의미가 없으니 그 전에 결착을 보려 하겠지.”

         

         

         말을 이어가던 이반이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타앙—!!

         

         

         숲의 먼 거리에서 총성이 울렸다. 성녀를 노린 저격이다. 이반은 사선 감지의 경고에 따라 허릴 굽힌 채로 달리며, 그대로 오른팔을 뻗었다.

         

         

        -철컥, 타앙—!!

         

         

         질주하는 자세와 속도에 변화 없이, 총성이 들린 순간 상대의 위치를 간파해 대응 사격. 이반은 총성이 들린 방향으로 시선을 보내며 두 발 더 쏜 뒤에 다시 권총을 갈무리했다.

         

         마력으로 한계까지 강화한 청각에 짧은 비명소리가 들렸다. 즉사는 아니더라도 부상은 입혔겠다.

         

         숲의 입구까지 도보로 사흘은 걸릴 거리. 이를 하루하고 반나절까지 줄인다. 도보 거리의 기준은 평보였으므로, 기사급의 전력질주라면 그보다 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그 뒤로 레오노르의 수도, 에브론까지 다시 하루. 이땐 평지 주파를 기준으로.

         

         에브론에서 말을 구하면 로렌시아 서부를 관통해 이틀간 질주한다. 중간에 말을 한 번 갈아탄다고 가정해도 그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타앙—!!

         

         

         다른 방향에서 들린 총성에 곧장 응사하고는, 다시 머릿속에 펼쳐진 지도 위로 선을 슥슥 그었다.

         

         로렌시아 서부를 이틀 안에 주파하면 교황청이다.

         

         즉, 닷새… 길어도 엿새 안에 교황청에 도달할 수 있다. 하루 정도는 변수에 대한 여유시간으로 빼두어도 공의회에 날을 맞추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정도 거리를, 이 정도의 시간으로 주파하는 것은 이미 해봤다. 심지어 그 시절엔 이보다 더 험지였으며, 이보다 더 많은 인원으로 감행했어야 했었으니.

         

         가능한 일이다. 이 녀석들만 버텨준다면.

         

         닷새간 잠은 돌아가면서, 휴식은 최소화하고, 식사는 영양바로. 성녀만 버틸 수 있다면 초인이 하지 못할 정도의 거리는 결코 아니라 하겠다.

         

         그리고 위협 요인이 없는 실전은 곧 훈련이다. 이반은 상식적인 사람이었으므로, 일거양득이 가능한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

         

         

        *

         

         

         “디에고가 당했습니다!!”

         “제기랄, 저 놈은 괴물이냐?”

         

         

         루이스는 이를 꽉 깨물며 망원경을 쥔 손에서 힘을 풀었다. 지금도 시시각각 멀어지는 놈과의 거리를 고려할 때, 놈의 그 작달막한 권총이 대응 사격으로 수하들을 쏴 죽이는 것은 현실감이 없었다.

         

         말의 구보와 비슷한 속력으로 달리는 것을 지금 몇 시간 째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운데, 마상사격과는 비교도 어려운 난이도의 사격을, 그것도 권총으로 해내고 있다.

         

         놈을 쫓으며 중간중간 견제 사격을 넣는 것만으로도 아군의 낙오자가 발생할 지경이다. 비전투 손실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쯧.”

         

         

         루이스는 수하들을 훑으며 혀를 찼다. 사기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성녀를 죽이라는 명령을 들었을 때에도 유지되던 사기가 막상 실전에서 급격히 꺾이고 있었다.

         

         그는 혀를 차며 속으로 원망을 삼켰다.

         

         

         ‘힘 없는 여인 하나가 아니지 않습니까…!’

         

         

         기사 둘까지 포함된 암살조였다. 이런 저열한 일에 동원된 것만으로도 한숨이 절로 나올 일인데, 심지어 실패가 목전에 있었다.

         

         

         “저 속도를 유지한다면 이틀 안에 숲을 벗어납니다! 카스타노 경,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결단? 저쪽에 기사급이 적어도 넷이 있는데 달리 무슨 결단을 내린단 말인가? 계획대로 하게. 오티스 경, 몬테로 경. 두 분은 숲의 입구로 가서 병력을 인솔해 주시오. 그쪽으로 몰고 갈 테니.”

         “알겠네.”

         

         

         기사들이 자리를 떴다. 놈들의 경로를 유추할 때, 레오노르 북서부 평원을 향해 정확히 직진하고 있었다.

         

         그 앞엔 노르빅 요새가 있다. 레오노르 최북방에 위치한 요새이며, 에스칼론 백작의 사병이 적어도 500여명은 유지되고 있는 군사거점이다.

         

         에스칼론 백작이 이 근방에 병력을 전개해 민간인 통제를 하고 있으니, 숲을 벗어난다 하더라도 당장 작전이 실패할 리는 없었다.

         

         

         “그래, 계획대로….”

         

         

         어차피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사급으로 이루어진 성녀의 보조 인력들에게서 최대한 체력을 빼두는 것뿐이다.

         

         최선을 다해 교련한 정예병들이 하나 둘 죽어가는 건 뼈아프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이것이 전부였으니….

         

         어쩐지 등허리가 싸늘해지는 예감 속에서, 루이스 데 카르타노 남작은 장총을 꾹 움켜쥔 채 숲 속을 달렸다.

         

         

        *

         

         

         “잠시 쉬지.”

         “어윽….”

         “헤윽… 후우…. 흐아아아—.”

         

         

         이반의 손짓에 일행이 멈췄다. 일행은 거대한 나무 둥치 아래에 몸을 묻고 여기저기 널브러져 헐떡거렸다.

         

         이반은 실신한 엘피헤라를 구석에 던져두곤 성녀를 조심스럽게 내렸다. 반나절 가까이 업혀 있었음에도 성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고 있었다.

         

         

         “옛날 생각이 나는 경험이었어요.”

         “조금 더 오래 겪어야 할 거다.”

         “추억을 곱씹을 시간이 더 길어지겠는데요.”

         

         

         성녀의 말에 이반은 피식 웃으며 영양바를 건넸다. 성녀의 웃음이 처음으로 깨졌다.

         

         이반은 그녀의 손에 영양바를 쥐어주고는 낙엽을 모았다.

         

         

         “어, 모닥불 켜도 괜찮아요? 시인성 운운하셨었잖아.”

         “어차피 지금 우리 위치는 계속 노출되어 있다.”

         

         

         적지 한가운데의 숲에서 생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결코 모닥불 같은 것을 피워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금은 추격대들이 그들을 명백히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차피 상대의 습격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러니 차라리 휴식의 질을 높이는 편이 나았다.

         

         

         “30분간 휴식하고 다시 출발한다. 식사 준비는 내가 할 테니 쉬고 있어라.”

         “식사 준비라고 해봐야….”

         “불에 익히면 먹기 편해질 게다.”

         

         

         이반은 품에서 부싯돌을 꺼내 빠르게 모닥불을 준비했다. 굉장히 익숙한 손놀림이라, 이자벨은 멍하니 이반이 하는 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타닥, 타닥. 순식간에 불꽃이 타올랐다. 어느새 저녁에 가까워져 어슴푸레한 하늘 아래에서, 새빨간 불길에 얼굴이 비쳐 보였다.

         

         하, 얼굴만 뜯어 먹고 살수 있으면 진짜 괜찮은데 말이야. 입만 열면 문제라니까. 저 아저씨.

         

         이자벨은 내심 투덜거리다가, 이반이 건네는 영양바를 받았다. 질척하게 녹은 표면에서 기괴한 냄새가 풍겼다.

         

         

         “으에.”

         

         

         에시디스가 눈물을 흘리며 영양바를 입에 물었다. 끈적끈적하게 녹은 돼지 지방이 입 안 가득 엉겨 붙어서 평소보다 두 배로 끔찍해졌다.

         

         오스칼은 묵묵히 영양바를 뜯고, 루시아는 슬픈 눈으로 이반의 목덜미를 바라보다가 애써 고개를 돌렸다. 이자벨이 한숨을 푹 내쉬며 한입 물 때, 이반이 성큼 다가왔다.

         

         

         “왜요. 먹잖아.”

         “신발 벗어라.”

         “…네?”

         

         

         잘못 들었나? 이자벨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이반은 시간이 아깝다고 느꼈는지 곧장 손을 뻗어왔다.

         

         

         “예, 예, 예???? 뭐하는 거예요?! 지금 뭐해!!”

         “신발 벗어.”

         “이, 이거 성추행! 성추행이야! 성, 성추행!!”

         

         

         이반은 합리적인 사람이므로 분대원의 투정을 무시했다. 그는 덜덜 떨며 다리를 옹송그리는 이자벨의 종아리를 억지로 쥐고 당겼다.

         

         

         “으? 에? 에엑?!”

         

         

         이자벨은 온 얼굴이 새빨개진 채 파닥거렸다. 바짓단이 말려서 새하얀 발목이 드러났다. 이반은 능숙한 손짓으로 워커의 끈을 풀어내고 신발을 벗겨냈다.

         

         

         “꺄아아아악—!!”

         “조용.”

         

         

         수통을 뜯어 맑은 물을 이자벨의 발에 부었다. 발에 물집이 잡히진 않았는지 한참 살핀 후에 양 발에 처치를 완료하고 일어났다.

         

         

         “에에— 으에— 에?”

         “발이 식을 때까지 내놓고 있어라. 완전히 마른 뒤에 신발을 신고. 30분이면 충분할 게다.”

         “에에으—??”

         

         

         이자벨은 고장난 채로 눈을 빙글빙글 굴렸다. 이반이 오스칼에게 다가가서 같은 짓을 하려 하자, 오스칼은 굳은 얼굴로 스스로 신발을 벗고 자신의 발에 물을 뿌렸다.

         

         

         “제가 하겠습니다. 예레모프 경. 에시디스를 도와주시지요.”

         “너, 너, 너 그거 도와주는 게 아니라 먹이는 거야! 삼촌! 하지마! 하지마요! 내가, 나도, 내가 할할 테니까!!”

         “아, 저는 해주세요. 발에 땀이 나지 않는 체질이라.”

         

         

         루시아는 흡혈귀였으므로 발에 물집이 잡힐 일이 없었다. 굳이 처치를 해줄 필요가 없는 훌륭한 요원이다. 이반은 고개를 가로젓고는 에시디스가 스스로 자신의 발에 물을 뿌리는 것을 묵묵히 바라보다가 자리를 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성녀가 쿡쿡 웃었다.

         

         

         “저도 해줄래요, 형제님?”

         “걷지도 않았잖나.”

         “그냥 받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성녀는 모닥불을 보며 천천히 영양바를 숨기고는 말을 꺼냈다.

         

         

         “레오노르, 로렌시아, 벨라크리아. 그 세 나라가 교황의 손을 들어준 이유를 아시나요?”

         “교황청과 가까우니까.”

         “반만 맞췄습니다. 정답은 저 세 나라는 그나마 ‘열강’과 인접했으니까, 라고 볼 수 있겠지요.”

         

         

         공의회의 결과에 따라 만일 드로안, 틸레스, 크라실로프 3개국 중 하나가 파문된다면, 그에 가장 가까운 레오노르, 로렌시아, 벨라크리아 3개국이 가장 먼저 수혜를 받게 될 것이다.

         

         

         “실제로 레오노르의 국왕은 지금 이 지역으로 군세를 모으고 있었지요. 아직 공의회가 열리지 않아 움직임이 도드라지면 공연히 표적이 될까 몸을 사리고는 있지만, 글쎄요. 노골적으로 군비를 동원하더군요.”

         “흠.”

         “그에 반해 비교적 더 남방에 있는 알비니아, 에퀴타니아, 엘스로스. 그 세 나라는 크게 호응하지 않았지요. 교황청의 입김을 받더라도 열강을 대적할 큰 이유가 없는 위치였으니.”

         “그들이 우릴 도울 것이란 뜻인가?”

         “제 파문으로 공의회가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교회 내부의 여론이 절반으로 나뉘어 분란이 시작된다면. 네, 그렇겠지요.”

         

         

         성녀는 낙엽으로 영양바를 감추고는 손을 털었다.

         

         

         “레오노르, 로렌시아, 벨라크리아가 교황 성하의 의견을 따른다면, 남은 3개국은 제게 손을 보탤 겁니다. 그들은 열강을 도모하기보다는, 이웃을 잡아먹는 편을 선호할 테니까요.”

         “남부육국이 절반으로 나뉜다?”

         “좋게 생각하면 절반일테고, 최악의 경우엔 글쎄요. 하나가 고작 아닐까요?”

         “에퀴타니아.”

         “예, 제 고향.”

         

         

         성녀가 이단으로 지정되어 파문된다면, 성녀의 고향인 에퀴타니아는 반드시 몰락할 것이었으므로.

         

         

         “모든 계획이 실패할 경우에도 몸을 숨길 나라가 하나는 남았으니 다행이라 할까요.”

         “변수가 많군.”

         “제가 베올그린 형제님도 아니고 어떻게 모든 변인을 통제할 수 있을까요. 후후.”

         “그러니 힘을 더 잘 비축해야지.”

         

         

         이반은 모닥불에 굽던 영양바를 꺼내어 성녀의 입에 넣었다. 성녀는 순간 입을 다물고 고개를 틀었지만, 초인의 동체시력과 반사신경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입 한 가득 들어온 영양바를 억지로 씹으며, 성녀는 조용히 성호를 그었다.

         

         

         “10분 후에 출발하지. 다음 휴식은 12시간 후다. 준비를 단단히 해두도록.”

         

         

         이반은 일행을 한차례 둘러보고는 자리의 끝에 앉아서 영양바를 으적, 씹었다.

         

         

        -타앙—!!

         

         

         고개를 젖혀 탄환을 피하고, 곧장 응사하면서도 영양바를 씹는 턱을 멈추지 않았다.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지도는 만들어지는 대로 가져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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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프롤로그에서 30년이 흘렀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got transmigrated into a game I’ve never seen before. I thought it was a top-notch RPG and spent 30 years on it. I retired as a war hero and planned to spend my remaining time leisurely. But it turns out, it was an academ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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