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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1

    모험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떤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 미지의 장소를 탐색하는 행위를 말한다.

     

    허나 현대는 이미 온갖 비밀들이 파헤쳐져 더 이상 이렇다 할 미지를 찾는 행위부터가 쉽지 않게 됨에 따라, 사람들 역시 자연스럽게 모험을 잊고 말았다.

     

    하지만 인간은 결국 개척하는 종족.

    가슴 속에 고요하게 불타는 작은 본능, 그 열정을 발산하고자 하는 욕구는 분명했다.

    반복되는 일상, 그것에 지쳐 새로운 경험과 미지에 대한 갈망을 도저히 억누르지 못하는 자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놀이공원이란 모험심을 잃어버린, 그러나 모험을 갈망하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간편하고 자극적인 형태로 그 모험을 선사하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곳은 명백히 일상과 동떨어진,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으나 그렇기에 더더욱 완벽한 미지이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 그 놀이공원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한번도 경험하지도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루크와 파이리스에겐 그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미지.

     

    그렇기에 그들은 진실된 의미의 모험을 위해 발을 내딛었다.

     

    “우와아아! 사람이 엄청 많아! 아이도!”

     

    파이리스는 수많은 사람들의 향연을 바라보고 감탄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떠들썩하고 즐거운 감정을 내비치며 다니는 것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리라.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이렇게 즐거워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니?

     

    타인의 목소리에서 감정을 읽어낼 수 있는 정령의 입장에서, 이곳은 그야말로 천국이나 다름없게 보였다.

     

    “이런, 맙소사…….”

     

    루크 역시 감탄하긴 마찬가지였다.

     

    건물들은 하나같이 아름답고, 또한 화려했다.

    도시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심미적으로 뛰어난 건물들이 즐비하다.

    건물의 형태는 얼핏 옛 아린세이아의 그것과 닮아 있었으나, 현대식으로 해석되고 개량된 그 형태는, 마치 5000년 전의 과거에서 마법기술을 압도적으로 발전시킨 형태의 그것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세계수의 발전소시설 전체 넓이로 지어진 수많은 옛 건축형태와 현대의 마법문명이 결합된 놀라운 형상의 건물들은, 그야말로 웅장한 도시나 다름이 없었다.

    만약에 자신이 현대 에이레스의 지리에 밝지 못했다면, 아마 이 곳을 수도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과거를 기준으로 본다면, 이 정도의 넓이는 이미 충분히 도시라고 불리울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기 때문에.

     

    그렇게 놀라움으로 벌어진 입을 다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은 모두 가족이나 지인, 또는 연인과 함께 아름답게 꾸며진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그들 역시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험이라는 것을 혼자서 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을.

     

    ‘아니면, 즐거움은 나눌수록 즐거워진다는 것을 그들은 이미 아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것은 과거 레니에가 했던 말이었다.

     

     

    감정이라는 것은 참 이상해서, 나눌수록 그 몸집이 커져요.

    그런 식으로 작동하는 법칙은 아마도 감정이 이 세계에서 유일하겠죠, 모든 형태를 가진 것들은 나누면 그 크기가 줄어들고 마니까요.

     

    그렇기에 우리같이 힘과 권력이 있는 자들은 언제나 기쁨에 가득한 생각을 해야 하고, 그 생각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해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더욱 행복하고 기쁜 삶을 누릴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이런 어두운 세상에서 사람들이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작은 빛조차 잃어버리게 되면, 그것이 바로 종말이 아니겠어요?

     

     

    ‘실로 그렇군.’

     

    어찌나 그 말에 부합하는지, 처음 도착한 순간부터 조금씩 간질거리며 느껴지는 이 즐거움이라는 감정이, 루크에게도 분명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단순히 길을 거닐고 있을 뿐인데도!

     

     

    게다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쁨에 찬 비명소리(또 정말 공포에 질린 비명도 섞여 있기는 했지만)는 이곳이 분명 즐거운 곳이라는 확신이 들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놀이공원이라는 곳은 레니에가 바라던 이상향이었을지도 모르겠어.’

     

    5000년 전의 어려웠던 시절, 이러한 곳이 하나쯤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만약 그랬다면 분명 레니에도 기뻐했을 텐데.

     

    비록 조금 비싼 값을 내고 입장해야하는 장소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원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그것은 일종의 세금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되리라.

     

     

    그리고 그렇게 걸어가는 아이들을 몇 걸음 떨어져 바라보며 뒤따르는 다이튼과 예르나.

     

    “후훗, 역시 되게 좋아하네, 그렇지?”

    “그러게. 이런 걸 보면 데려온 보람이 있어.”

     

    파이리스는 벌써부터 디아나와 손잡고 너무 앞서나가려고 해서 ‘너무 멀리까지 가진 마! 그러다가 미아 된다!’라고 몇차례나 주의를 줘야 했는데에 반해, 루크는 무슨 산책을 처음 나와본 강아지마냥 조심스럽고 조용했지만 그럼에도 표정은 분명히 즐거워 보였다.

     

    그래, 루크라면 분명히 좋아할 줄 알았다.

    루크 때문에 일부러 마법과 관련된 테마의 놀이공원으로 골랐으니까.

     

    ‘놀이공원이 처음이라니.’

     

    뭐, 말이 안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놀이공원을 전에 가봤다고 하면 그것이 이상한 것일지도 모른다.

    루크가 처음인 것이 어디 한둘인가, 몇 개월 전만 해도 제대로 된 식사조차 해보지 못해서 통조림과 샐러드가 무슨 산해진미인 줄 알던 아이였다.

    그러니 이상할 것은 전혀 없지만, 그렇기에 또 그 사정이 딱하다.

     

    다이튼은 예르나를 내려다보며 작게 묻는다.

     

    “그래서, 루크는 성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고?”

    “응, 부모님이 주신 이름이라, 그것까지 바꾸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야.”

    “그렇구나……. 뭐, 확실히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네.”

    “맞아, 루크의 이름에 관해서는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

    “하하.”

     

    다이튼은 실없이 웃으며 다시 루크를 바라보았다.

     

    사실 루크라면 분명 ‘리스핀드’를 고를 것이라고 생각하곤 있었지만, 내심 ‘게네퍼’를 선택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없었다고 하지는 못한다.

    그것은 마치 인류 최초의 문답,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것과도 닿아 있는 느낌이 든다.

    어릴 때는 대체 왜 그런 말을 하는 지 잘 몰랐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이거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었구나.

     

    비록 지금은 그 누구도 선택받지 못한 셈이지만…….

     

    “그래도, 이름이야 언제든지 바꿀 수 있을 테니까. 지금은 그대로 둬도 괜찮겠지.”

    “응. 뭐, 여차하면 일단 우리들 성을 미들네임으로 집어넣어도 되지 않을까?”

    “그런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루크 리스핀드 게네퍼 이루시. 뭔가 옛날 귀족 이름 같은 걸.”

    “푸핫! 뭐야, 그게!”

     

    예르나는 웃음을 터트리며 다이튼의 등을 쳐댔다.

    그것은 옛날보다 약하고 부드러운 강도라, 자신이 예르나의 마음 속에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실감을 할 수 있었다.

     

    다이튼은 그렇게 웃으며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곧 서류상으로 분명한 가족이 될 아이들이다.

    그러니까, 곧 저 아이들이 자신의 아이가 된다는 뜻.

     

    “딸이 둘이라…….”

     

    혹자는 쾌락 없는 책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이미 자신은 너무나 행복한걸.

    비록 아직 키스조차 하지 못했지만.

     

    “그런데 대체 키스는 언제쯤 하려나…….”

    “뭐, 뭐어?”

    “아.”

     

    젠장, 생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나.

     

    그래도 분명히 작게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숲지기로서 단련된 엘프인 예르나의 예민한 청력은 그 작은 소리를 놓치지 않고 잡아내었다.

     

    그에 예르나는 급격히 얼굴을 붉히며 다이튼을 올려본다.

     

    “ㄴ, 너. 지,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야?”

    “아, 아니……. 이제 결혼도 하는데, 키스 정도는 괜찮지 않아……?”

     

    조금 구차해 보일 수는 있겠지만, 솔직히 어쩔 수가 없었다.

    다이튼으로서는 분명 억울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제 곧 결혼한다는 여성과 손밖에 잡아 본 적 없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남이 들으면 하하, 농담이 정말 재밌네. 하고 바보취급 할 만한 일이었다.

     

    뭐, 고백한지 며칠만에 결혼한다는 것도 우스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하지만 예르나는 굉장히 부끄러운 이야기였는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푹 숙인 채 중얼거렸다.

     

    “애, 애들도 다 있는데……. 그런 걸 어떻게 하니!”

     

    다이튼은 그 모습이 이상해서 얼굴을 살피려고 들이대며 묻는다.

     

    “……그래? 그럼 애들이 없으면 괜찮다는 거야?”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렇다는 게 아니라면 대체 뭐란 말인가, 혹시 예르나가 자신이 싫은데 억지로 루크 때문에 결혼을 하려는 것이라면 솔직히 많이 슬플 것 같은데.

    다이튼은 그렇게 생각하며 조금 우울하게 물었다.

     

    “아니면, 내가 싫어서 그래?”

    “읏…….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얼굴이 가까웠다.

    원래 이런 느낌이었던가?

    다이튼은 며칠 전만 해도 그냥 친한 동생 정도였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지?

     

    하지만 다이튼의 표정은 정말로 버려질 것 같은 아이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덩치에 맞지 않게 순박한 얼굴이, 어쩐지 귀엽다는 생각도 든다.

     

    예르나는 기어들어가는 듯 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 그런 건 묻지 말고, 그냥 분위기 있을 때 하고 싶어서……. 처음이잖아. 조금만 더 아끼면 안될까?”

    “……좋아.”

     

    그러자 명백히 표정이 밝아지는 다이튼이었다.

     

     

     

     

    그리고 그 대화를 좋은 청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엿듣게 된 루크가 있다.

     

    ‘이거, 아무래도 적당한 시간에 자리를 비켜줘야 할 것 같구먼.’

     

    루크는 기회를 봐서 파이리스와 디아나를 자신이 데리고 빠져나와 줘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디아나와 파이리스의 손을 양쪽에 하나씩 쥐고 걷고 있으니 지나치게 활기차게 걸음을 걷던 디아나가 묻는다.

     

    “뭐부터 하지! 뭐부터 탈까! 언니는 뭐 생각 중이야?”

    “글쎄……. 이런 곳은 처음이라 잘 모르겠구나.”

     

    그러자 파이리스가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외친다.

     

    “언니! 저거, 저거!”

    “응?”

    “저거 사람들 제일 좋아해!”

    “저게 무엇인데?”

     

    파이리스가 가리킨 방향을 보아도 대체 뭔지 잘 모르겠는 루크는 조금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마력으로 깔아둔 레일을 고속으로 주행할 뿐인 장치인 것 같다.

    대체 뭐라고 부르는 장치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모습을 보던 디아나가 외쳤다.

     

    “아, 롤러 코스터 말이구나?”

    “롤러 코스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ㅋㅋ 롤러 코스터는 못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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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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