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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1

       *** ***

       

       숨을 고른다.

         

       “후우…”

         

       무인으로서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았다. 경지가 올라 폭등한 능력치, 그러니까 신체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고 경지상승으로 인한 신체의 역량 파악이 끝나면 그런 신체에 맞춰 무공을 조율해야 한다.

         

       그리고 경을 다루는 연습은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도 파악해야겠지. 결국 손으로 내쏘는 경은 권장각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경을 위해 권의 기초를 닦을 것인가 아니면 경은 적당히 다루는 법만 배우고 검기를 추구할 것인가.

         

       “선배, 한번 영역을 점유한다는 생각으로 경을 내뿜어 보실래요?”

         

       정리하고 고민해야 할 일은 산더미였지만 우선순위는 확실했다.

         

       우선은 경을 어느 정도는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주변 초절정 고수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했던 점이니만큼 오늘 새벽은 흑묘와 함께 특훈에 들어갔다.

         

       “음….”

         

       흑묘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이중나선의 내공을 허공중으로 풀어냈지만 어쩐지 영 맥아리가 없었다.

         

       “선배, 그렇게 내공을 여러 곳으로 열어버리면 경이 아니라 방출에 불과해요. 내공의 흐름에 맞춰서 방출해야죠. 내공이 지나가는 그 순간에만 딱 문을 여는 느낌?”

         

       “그러냐.”

         

       “일단은 원하는 혈에서 경을 내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에요. 일반적으로 외부와 소통이 자유로운 혈은 팔다리에 몰려 있으니까요. 일단 기해혈으로 경을 발출할 수 있도록 연습해 보죠.”

         

       “끄으응…”

         

       그렇게 한참을 끙끙거리고 있다보니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 벌써 아침 시간이 되었다. 아침부터 너무 용을 써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있자니 당도경이 껄껄 웃었다.

         

       “하하, 수련에 힘쓰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그렇소?”

         

       “야 형, 아니 호 형께서는 경을 어느 정도 몸에 익히시거든 말씀해 주시겠소? 절정의 두 번째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무기에 기를 불어넣는 방법은 당가에서 내려오는 특훈법이 있으니 말이오.”

         

       “오, 그런 것이 있소?”

         

       “그렇소. 당가의 암기를 접해 보셔서 알겠지만 그 형상이 천차만별이지 않소. 그 많은 형상의 암기를 모두 이해하고 기를 주입해야 하니 당가는 무기에 기를 넣는 부분에 대한 특훈법이 존재하오. 대부분의 당가인들이 이 과정을 거쳐 암기에 기를 불어넣곤 하지.”

         

       그런 특훈법이 있다라. 이거 꽤 기대되는군.

         

       그렇게 당도경과 새벽 연무를 마무리하고 가볍게 잡담을 하고 있자니 집에서 작은 그림자 하나가 달려 나왔으니.

         

       당려아였다.

         

       “오, 려아야…”

         

       “언니들! 여기 수건이에요! 아침 연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나와 당도경에게는 수건을 홱 던지고 흑묘와 여일예에게 쪼르르 달려가는 려아.

         

       작은 마술을 보여주고 성공할 때마다 순수하게 기뻐하면서 날 따르던 작은 려아는 일년 사이에 무럭무럭 성장해서…사춘기가 왔다.

         

       한창 외모나 명성에 관심이 있을 시기.

         

       손재주보다는 이 세상 미모가 아닌 흑묘와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라고 할 수 있는 협객, 홍죽군협 여일예 언니들에게 더 관심이 가는 모양.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려아 소저.”

         

       두 사람도 자신을 따르는 꼬마 숙녀인 려아가 귀여운지 잘 대해주는 모습.

         

       세 사람의 화기애애한 모습을 우울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자 당도경이 쓴웃음을 지었다.

         

       “너무 상심 마시게. 호 형이 떠난 뒤에 려아가 어찌나 숙제를 열심히 하던지….어머님과 아버님이 걱정할 지경이었으니.”

         

       “…그렇구만.”

         

       뭐랄까. 작년에 함께 신나게 놀던 조카를 일년만에 만났더니 데면데면하게 구는 듯한 섭섭함이랄까.

         

       “후우. 당 형, 아침 식사 전에 잠시 도박 기술이나 봐 주시겠소?”

         

       “좋소.”

         

       골패나 주사위 등을 잡지 않은지도 꽤 오래됐다. 여일예를 만나기 전까지는 매일 도박판에서 살다시피했고 그 뒤로도 드문드문 도박기술을 펼칠 일들이 이어져 왔지만…

         

       낙양 도박장에서 도귀와 승부를 낸 이후로 골패나 주사위를 잡을 일이 전혀 없었다.

         

       즉 나는 반년 넘게 도박 기술을 펼쳐 보이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사사삭.

         

       가볍게 잔을 돌리고 있으니 흑묘와 여일에가 다가왔다.

         

       “선배, 도박 연습 같은 건 안한다면서요.”

         

       “그러니까 지금 급하게 하고 있는거지.”

         

       “으음. 연습을 하지 않으셔도 기술이 유지되는게 아니셨습니까?”

         

       “허허, 그런 사람이 어디 세상에 있을 수 있겠소.”

         

       흑묘와 여일예의 얼굴에 물음표가 잔뜩 떠올랐다. 내가 도박에 한해서는 지고의 경지에 오른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인간인지라 연습을 하지 않으면 기술이 녹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솔직한 심정으로는 딱히 기량 유지를 안 해도 이길 자는 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오.”

         

       “…음. 절대자의 자신감일까요.”

         

       “확실히…선배의 기량이 좀 녹이 슨다고 해도 누군가에게 질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드네요.”

         

       야바위를 펼쳐보니 확실히 알겠다.

         

       무인으로서의 경지는 상승했지만 도박기술을 펼치는 손끝의 날카로움은 죽었다고.

         

       아마 지금의 나와 가을 이전의 내가 도박판을 벌인다면 지금의 내가 지겠지.

         

       그렇지만 지금의 내가 도귀와 붙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이긴다.

         

       이몸, 고인물 호천안.

         

       기본적으로 내 행동은 효율에 입각한다. 여태동안 전문 도박사를 어디 한두 명 만나 보았는가? 그 중에서 나에게 위기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었던 자는 도귀 한 명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 도박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일까. 어차피 전문적인 도박사들을 상대로도 손쉽게 승리를 거둘 수 있을 정도로 역량 차이가 현격한데 뭐하러 검의 날을 유지하듯이 매일 갈고 닦을 필요가 있을까.

         

       아무리 실전 감각이 떨어진다고 해도 급이라는 것이 있다. 초절정 고수가 오랫동안 실전을 경험하지 못했다 한들 절정고수에게 패배할까. 아직까지 동급이라 할 수 있는 도박고수를 만나본 적이 없었으니 도박의 감을 유지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노력을 할 필요성을 찾을 수 없다니.

         

       절대자의 경지란 이토록 허무한 것이다.

         

       간단한 기술부터 어려운 기술까지 하나하나 시연해 보이며 차근차근 감을 되찾았다. 능력치가 올라간 탓인지 도박기술이 더 매끄럽게 나가는 것 같기도하고.

         

       기술 자체의 완성도는 변함이 없었지만 신체능력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기술을 펼칠 때의 부담감이 확 줄었다.

         

       아아, 나는 또 발전해버리고 말았는가.

         

       무림고수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는 압도적인 신체능력을 손에 넣어버린 나는 또 강해져버리고 만 것이다.

         

       “어째 전보다 손놀림이 조악해진 것 같은데 그래도 여전히 알 수가 없네요…”

         

       “역시 대단한 기술입니다.”

         

       “흥.”

         

       두 사람이 날 칭찬하는 모습에 자극받았는지 려아가 뺨을 부풀리며 주사위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가벼운 손동작과 함께 깔끔하게 사라지는 주사위.

         

       흑묘와 여일예가 손쉽게 주사위를 사라지게 한 당려아를 보며 감탄했다.

         

       그 뒤로도 려아는 불퉁한 표정으로 주사위 마술을 선보였다. 왼손에서 나타났던 주사위가 오른손으로 나타나고 오른손에 있던 주사위가 손을 뒤집자 사라지고…

         

       당씨 특유의 손재주는 물론이고 수많은 연습을 거치지 않으면 만들어질 수 없는 자연스러운 동작들.

         

       정말로 연습을 열심히 한 모양이다. 크윽, 려아가 이렇게 열심히 연습했는데 잠깐 쌀쌀맞은 태도를 보였다고 나는…

         

       감동의 박수를 보내자 나를 찌릿 노려보는 려아.

         

       “….거짓말쟁이.”

         

       “려, 려아야?”

         

       “나한테만 가르쳐 준다고 했으면서.”

         

       싸늘한 한 마디만을 남기고 흑묘와 여일예를 억지로 끌고 사라지는 당려아.

         

       뭐지? 내가 뭘 잘못했나?

         

       멍하니 있자니 당도경이 쓴웃음을 지었다.

         

       “음, 그것이…나와 가주님이 호 형의 도박기술을 사용하니 자연스럽게 호 형의 도박기술이 당가에 퍼졌소.”

         

       “그렇겠지요.”

         

       “그런데 려아는 호 형이 주고 간 비급서를 받고는 자신에게만 특별히 기술을 알려 준 것이라고 생각했나 보오. 그렇게 열심히 연습을 했는데…어느 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당가인들이 호 형의 기술을 구사하고 있고, 나 역시 기술을 사용하고 있으니…”

         

       “아…”

         

       “뭐, 오해를 풀 기회는 많지 않겠소? 흑묘 소저와 여일예 소저가 려아의 기분을 어느 정도 풀어 줄 터이니 그때 화해합시다.”

         

       이건 확실히 내가 잘못했네. 마치 너만을 위한 비급인 양 건네받은 비급을 피땀 흘려가며 열심히 수련했더니 사실은 당도경도 알고 가주님도 알고 그런 두 사람에게 알음알음 배운 당가인들 전체가 아는 기술이었다라.

         

       려아가 나에게 배신감을 느낄 법도 하다.

         

       려아가 아는 기술과 당가 사람들이 구사하는 기술의 질적 차이야 있겠지만 려아 입장에서는 그런 게 중요한게 아니겠지.

         

       “언니들, 당가타를 안내해 드릴게요!”

         

       “앗, 선배 그럼 다녀올게요.”

         

       제대로 미운털이 박힌 모양인지 아침 식사 시간 내내 눈 한번 마주치지 않은 려아는 흑묘와 여일예를 붙잡고 휑하니 나가 버렸다.

         

       어렵다 질풍노도의 시기.

         

       려아의 문제는 시간이 윤활유가 되어 주기를 바라며 나 역시 문을 나섰다.

         

       독의 어르신의 도박 실력을 향상시켜 드려야 할 시간이었다.

         

       *** ***

         

       “크핫핫! 이놈아 왼쪽이다!”

         

       따아악!

         

       “아아악!”

         

       독의님의 저택을 찾아가 가장 먼저 본 광경은 막이를 붙잡고 딱밤을 때리고 있는 독의님의 모습이었다.

         

       이마에서 엄습하는 고통을 죽이고자 바닥을 떼굴떼굴 구르는 막이와 그런 막이를 보며 껄껄 웃고 있던 독의님과 시선이 마주쳤다.

         

       “….크흠. 자네 왔는가.”

         

       “밤사이 평안하셨습니까. 아니 굳이 묻지 않아도 되겠군요.”

         

       “커흠, 크흠! 이놈아! 손님이 왔으니 차라도 내오거라!”

         

       그렇게 한바탕 소란이 지나가고 도박판에서 독의님을 마주했다.

         

       우선은 간단한 도박 실력 확인이 있었다.

         

       “허어…”

         

       환자, 아니 독의님의 상태는 익숙했다. 딱 당가주 당광렬의 초기 상태와 비슷했으니까.

         

       “분명 왼쪽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거늘…”

         

       눈과 자신의 감각을 너무 과신해서 간단한 사각 속임수에도 손쉽게 현혹당하는 모습.

         

       “음. 독의님은 어느 정도 수준을 목표로 하시겠습니까.”

         

       “당연히 타도 당가주일세!”

         

       “음…”

         

       솔직히 힘든 이야기였다.

         

       독의님도 도박에 소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도박에 재능이 없으면 애초에 내기를 통해 독물이나 암기를 모으기가 쉽지 않았을 테니, 당가에서 성공한 인물이라면 다 도박에 재능이 있다고 해야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어르신께서는 일단 오랜 세월 도박을 등한시하지 않으셨습니까.”

         

       “…큿.”

         

       독의 어르신이 천하를 주유하면서 독물을 연구하실 때, 과연 도박에 손을 대셨을까? 당연히 아니겠지.

         

       반면 가주님은 꾸준히 실전 경험을 하신 상황. 특히 작년에 내 손을 거치며 완전히 가다듬어진 당가주님이 아니던가. 그 뒤로도 어느 정도 도박을 즐기셨을 테니 현재 당가주님의 기량은 최고조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내가 지금부터 독의 어르신을 가르쳐 드린다 한들 연일 고점을 갱신하고 있을 당가주님을 따라잡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독의 어르신이 무언가 결심한 듯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자네…혹시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가?”

         

       “….대충은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래…그랬군.”

         

       독의 어르신이 하늘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내 인생에 그런 치욕은 처음이었네…허허.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이마를…”

         

       “….”

         

       당가에 딱밤을 풀어 죄송합니다. 어르신. 근데 그게요 변명을 하자면 당가주님의 건전한 도박윤리의식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할까, 하늘의 뜻이었다랄까, 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달까…

         

       그렇게 마음 속으로 변명을 되뇌이고 있자니 독의 어르신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내 인정하지! 지금 그놈이 나보다 도박을 잘 한다는 걸 말일세! 그렇지만….그렇지만…! 최소한 당한 치욕을 갚아줘야 하는 것이 무인의 도리일세!”

         

       “….어르신.”

         

       “자네! 부탁임세! 내가 이 치욕을 설욕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나!”

         

       나는 숙고한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어르신.”

         

       “오, 오오! 고맙네!”

         

       어르신의 부탁을 거절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딱밤의 진실을 아는 자는 가주님과 풍영대주 뿐이지만 혹시나 만에 하나 딱밤을 누가 전파했는지 독의 어르신의 귀에 들어간다면…?

         

       만의 하나에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업보는 미리미리 청산해둬야지.

         

       독의 어르신이 당가주님을 뛰어넘을 실력을 지니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독의 어르신이 당가주를 상대로 이기는 것은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낙양의 도박판에서 우연히 만난 도귀였다.

         

       분명히 나보다 실력이 떨어짐에도 나를 밀어붙였던 저격수.

         

       독의 어르신을 당가주님의 저격수로 훈련시킨다면?

         

       딱밤을 되갚아 주는 정도는 어떻게든 가능하지 않을까?

         

       “어르신, 쉬운 여정은 아닐 겁니다. 당가주께서는 지금 도박사로서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계시니까요. 그러니 저는 단 한번 그 역량의 차이를 뒤집어 낼 수 있는 무기를 어르신께 장착해 드릴 겁니다.”

         

       “…알겠네! 딱밤을 되갚아 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못 하겠나!”

         

       “각오는 되신 모양이시군요.”

         

       나는 활활 타오르는 독의님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렇다면 도경 형을 불러 현재 당가에 흐르는 도박 동향부터 파악해 보시지요.”

         

       복귀자는 메타 파악부터 하는 것이 순리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따악밤!

    *[비공개]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도박파트에 이은 후원…이것은 도박파트에 대한 지지도를 나타내는 것인가..?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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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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