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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1

       [죄송합니다. 귀하께서는…]

       

       여느 때처럼 메일을 살피다 화령에게서 돌아온 답변을 다시금 보게 된 백인욱은 한숨을 내쉬며 그 메일을 지워버렸다.

       

       사실 이번에 탈락하기란 것은 예상한 바였다.

       

       그도 이 쪽 업계의 사람인지라 화령의 편집자로 지원한 인원들이 양도 많고 질도 높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백인욱이 중견은 되는 편집자라 한들 그 험악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한없이 낮았다.

       

       이를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탈락문구에 뼈가 아픈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화령의 방송을 즐겨 보는 애청자이기도 했으니까.

       

       화령이라는 규격 외의 인간이 만들어 내는 여러 기행들로 영상을 만들어내는 건 참 즐거울 것 같았는데 말이야.

       

       첫 날에는 너무 아쉬워서 오랜만에 술을 깠던 백인욱이지만 탈락 메일을 받고 이삼일 가량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래. 얼마나 대단한 영상이 나오는 지 보자.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성과가 없는 메일 창을 닫고 여느 때처럼 커뮤니티를 뒤적이던 그는 흥미로운 문구를 하나 발견했다.

       

       [화령 마이튜브 시작함!]

       

       <화령이 마이튜브에 대해 이야기하는 클립>

       

       오늘 오후 6시에 첫 영상 공개한데!

       

       – ???

       – 이왜진.

       – 낚신 줄 알고 욕하러 왔는데 진짜네?

       

       벌써?

       

       사람 뽑은 지 얼마나 됐다고 영상이 나와?

       

       아무리 실력 있는 편집자를 뽑았어도 퀄리티 있는 영상을 뽑기엔 이른 시간인데?

       

       일단은 가벼운 일상 영상 같은 걸로 시작을 하시려는 건가.

       

       평소에 화령님이 방송에서 보여주는 엉뚱한 모습이 재밌긴 하지만 아쉽네.

       

       그것보단 화령님의 전투영상을 가지고 기깔난 무언가를 뽑아내는 걸 보고 싶었는데.

       

       그나저나 오후 6시인가. 얼마 안 남았네.

       

       영상 공개되면 바로 보러 가야지.

       

       – 주소는?

       └ <영상 링크>

        └ ㄱㅅ

       

       댓글로 남겨져 있는 링크를 따라 마이 튜브에 들어가 보니 [화령의 무술채널]이라는 곳이 열렸다.

       

       무술채널?

       

       굳이 뒤에다 문구를 덧붙인 걸 보면 채널을 확장할 걸 염두해 두신 건가.

       

       하긴. 워낙에 화제가 많이 되시는 분이니까.

       

       팬 마이 튜브 여러 개가 난립하는 데도 각자마다 영상 조회수가 꽤 뽑히는데 화령님 본인 마이 튜브는 어떻겠어.

       

       채널 몇 개로 나눠서 운영을 하더라도 충분히 먹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기다리던 중 영상이 올라왔고 백인욱은 큰 기대 없이 영상을 눌렀다.

       

       영상의 시작은 아무것도 없는 대지에서 시작이 됐다.

       

       풀 한 포기 자라나지 않은 황량한 대지에 두 여성이 서 있다.

       

       똑같은 얼굴에 똑같은 외모를 지닌 두 사람은 얼핏 보기에 동일인물인것처럼 보인다.

       

       허나 자세히 보면 차이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머리스타일이다.

       

       비녀를 통해 정갈하게 머리를 정리한 화령과 오래 사용한 빗자루 같은 머리를 하고 있는 천마.

       

       두 사람은 입을 벌려 무어라 이야기를 나누고는 서로 자세를 취한다.

       

       선수를 취한 것은 천마였다.

       

       그녀는 처음부터 상대를 박살내기 위한 일격을 준비했다.

       

       그녀의 주변에 넘실거리는 흉흉한 내기가 눈앞의 것을 없애버리기 위해 앞으로 향한다.

       

       그에 대응하는 화령의 동작은 부드러움이었다.

       

       폭풍이 몰아친다 하여도 대지에 선 풀은 구부러지며 그를 흘려보낼 따름이니.

       

       몰아치는 공세 속에서도 화령은 태연할 뿐이었다.

       

       “미친.”

       

       서로가 서로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두 사람의 공방은 합을 맞추어 놓은 것처럼 보였다.

       

       연극의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펼치는 춤사위처럼.

       

       죽음이 휩쓸고 간 황폐한 대지는 그들의 무대였으며 그 위의 주연 배우는 화령과 천마였으니.

       

       그들이 추는 춤은 너무도 경이로워서 무를 잘 알지 못하는 인욱조차도 홀리게 만들 지경이었다.

       

       그러다 천마가 거리를 벌리더니 웃음과 함께 자신의 내기로 대지를 짓눌렀다.

       

       내기에 무게를 더한 것만으로도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길 압도적인 힘의 여파.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에 짓눌려 죽어버렸을 터이나 그 속에서도 화령은 태연했다.

       

       아니 그녀는 오히려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자신의 혈도를 건드렸다.

       

       화령의 방송을 여러 번 보아 온 인욱은 저게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내기를 증폭시키는 혈도.

       

       그랬다.

       

       방금 전까지의 경이는 그저 전초적이었을 따름이었던 것이다.

       

       백인욱은 그를 깨닫고는 헛웃음을 흘리며 모니터 쪽으로 고개를 들이 밀었다.

       

       둘의 진심을 다한 투쟁이 시작된다.

       

       주먹과 주먹이 부딪칠 때마다 거대한 충격파가 일어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흩날리게 만든다.

       

       화령의 장발과 천마의 단발이 서로의 반대로 흩날리다 주먹이 떨어짐과 동시에 내리 앉는다.

       

       초인과 초인의 전투.

       

       누구의 무력이 더 강한 지를 겨루는 혈투.

       

       물러서는 이는 없으니 둘 중 하나가 부서져야지만 끝이 날 그 풍광에 인욱이 입을 헤 벌리고 있을 무렵에 천마가 진각을 밟았다.

       

       대지가 진동하며 그녀의 주변에 넘실거리던 내기가 권의 아래에 뭉치니 그는 분명 필살의 일격이었다.

       

       화령도 그를 보고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녀 또한 진각을 밟았다.

       

       화령이라는 사람을 유명하게 만들었던.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신의 위용을 인간이 돌파할 수 있음을 알렸던 필살의 일격.

       

       서로의 필살과 필살이 부딪혀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대치를 이루어 낸 끝에 마지막까지 대지에 서있을 수 있었던 것은 화령이었다.

       

       “미친…”

       

       천마랑 붙어서 이겼다더니 진짜로 한 판 붙은 거였어?!

       

       백인욱은 짧은 단편 영화를 본 것만 같은 여운에 멍하니 검은 화면을 바라보다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다시보기 버튼을 눌렀다.

       

       한 번 경이를 경험하고 나니 이번에는 여러 세세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럭저럭 실력 있는 편집자인 인욱은 이 영상 속에 묻어나있는 편집자의 집착에 가까운 광기를 느낄 수 있었다.

       

       어느 하나 손을 대지 않은 곳이 없다.

       

       어떻게 하면 이 영상을 더 멋지게 보일 수 있을까.

       

       이 영상 속에서 펼쳐지는 무가 얼마나 대단한 지를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을까.

       

       원래도 아름다웠던 보석을 어찌하면 세기의 보물로 만들 수 있을까.

       

       그러한 고뇌에서 시작되었을 집착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었던 이 영상을 하나의 작품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아무리 일찍 작업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기간은 이삼일 정도 밖에 없었을 텐데 그 안에 이만한 작품을 뽑아냈다고?

       

       이 편집을 하는 사람은 대체 뭐 하는 인간이야?

       

       그 사람은 기계인가? AI야?

       

       아니면 자기 혼자서 하루를 48시간 동안 살기라도 하는 건가?

       

       또 한 번의 영상이 끝난 순간 인욱은 허탈한 마음에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이만한 실력을 지닌 사람이 있으면 내가 떨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

       

       아아. 세상은 넓고 재능충은 더럽게 많구나.

       

       나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밥 먹고 살라고 이러는 건지 원.

       

       *

       

       [화령 마이튜브 첫 영상 쩐다.]

       

       ㅁㅊ 설명을 못 하겠네. 이거 안 보면 인절손이니까 꼭 봐라.

       

       두 번 봐라. 난 이미 세 번 봤다.

       

       – 뭔 내용임?

       └ 천마 VS 천마

        └ ㅁㅊ. 보러간다.

       – 화령이 말도 안 되는 치트키야. 같은 사람인가 의심되는 수준.

       – 근데 그거 편집자도 자기 생명 갈아 넣은 거 같더라. 편집 개 쩔었음.

        └ ㄹㅇ. 그냥 영화 한 편 만들어 놨더만.

       

       [영상 편집자 예전에 팬 마이튜브 하던 사람임.]

       

       <링크>

       

       예전부터 팬심으로 이런 거 만들던 사람인데 정식 편집자 됐구나. 잘 됐다.

       

       – 개 쩌는데?

       – 와. 이 사람 실력 좋다.

       

       [2시간 만에 인급동 진입!]

       

       마교도들 화력 진짜 좋네.

       

       – 천마강림! 만마앙복!

       – 근데 그건 마교도 아니어도 보러 가지 않음?

       – 걍 보고 있으면 감탄 밖에 안 나와서.

       – ㄹㅇ. 어디서도 못 보는 거니까.

       – 아피스 컵에서도 저런 건 못 봐.

       

       [님들 화령님 다른 채널도 영상 올라옴.]

       

       <링크>

       

       여긴 일상 채널이네. 별 건 없고 화령님이 바루랑 놀고 먹방하는 영상임.

       

       – ㅋㅋㅋㅋ

       – 바루 귀여워.

       – 무술채널에 올라온 거랑 인상이 정 반대야.

        – ㄹㅇ. 무술 채널에선 살벌하고 멋진 사람이었는데 여기선 쿨하고 멍한 사람이잖아.

        – 멋진 건 무술이고 일상은 소소한 느낌인가보네.

       

       *

       

       – 벌써 인급동 이에요! 미쳤어요!

       – 영상이 쩔게 뽑히긴 했지만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이야.

        – 지금 마이 튜브 반응만 좋은 것도 아니에요. 커뮤니티 쪽 반응도 다들 호평밖에 없어요!

        – 하린 씨가 만든 일상 영상도 반응이 괜찮네요.

        – 한식님이 잘 조언해주셔서 그런 것 같아요!

        – 저보단 설아 씨의 공이 크지 않나요?

        – …설아씨도요!

       

       영상이 올라온 후부터 한식과 하린의 호들갑은 끊일 기색이 없었다.

       

       조회수가 폭발하고 있다느니.

       

       커뮤에서 화제가 됐다느니.

       

       시작부터 성과가 너무 좋다느니.

       

       정작 그 반응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본인은 그리 체감이 되지 않았다.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그러했다.

       

       영상의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을 본인도 모르진 않았다.

       

       시간의 여유가 있을 적에 본인이 매일 보는 게 마이 튜브의 영상이기도 하고.

       

       엔리가 알려준 것도 어느 정도 있으니.

       

       시작이 어느 정도면 성공한 것인지 본인이라 하여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 말이다.

       

       이제 막 채널을 만들어 첫 영상을 올렸을 뿐인데 왜 벌써 10만이 넘는 이들이 영상을 시청한 것이냐?

       

       물론 나와 백화령의 싸움은 대충 보기에도 대단하다 생각할 요소가 널리기는 했다만 이 정도로 인기가 있을 줄이야.

       

       으음. 이는 설아와 다른 이들이 편집을 잘 해준 까닭이겠지.

       

       본인이 보기에도 그 영상은 공을 들였다는 것이 눈에 띌 지경이었으니.

       

       정작 이 상황을 가장 좋아해야 할 설아가 지금 없다는 게 참 아쉽구나.

       

       마지막으로 마무리를 짓고서 기절을 해버린 것 같으니.

       

       일어나면 무척이나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그 녀석이 어떤 인간이건 고생한 것은 사실이니 나중에 치하를 하긴 해야겠지.

       

       “기분이 좋아 보이는 구나.”

       

       내 다리 위에서 늘어져 있던 바루가 고개를 들고는 그리 물었다.

       

       “본인이 진행하는 일이 생각 이상으로 잘 풀려서 말이다.”

       “그렇다면 잘 된 일이구나.”

       

       여우 상태인 바루의 머리를 툭툭 두드려주자 바루가 눈웃음을 짓더니 몸을 일으켜서는 기지개를 켰다.

       

       “슬슬 도술 수업을 시작할까?”

       “좋지.”

       

       그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에 산 아래에 자신을 감추지 않는 거대한 기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놈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너무도 뻔한 일이었다.

       

       백화령 이 녀석은 왜 이리 여유가 넘치는 것이냐.

       

       그 위치는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위치가 아닐 터인데.

       

       “수업은 뒤로 미루어야겠구나.”

       “그러게 말이다.”

       

       짜증난 기색이 역력한 바루를 데리고서 산 아래 쪽으로 향하니 티격태격거리고 있는 한서우와 백화령이 눈에 들어왔다.

       

       대충 보아도 고집을 부리는 것은 백화령이고 그를 말리느라 곤란해 하는 게 한서우인 듯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

       

       그를 보고서 내가 그리 묻자 이미 내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백화령은 당연하다는 듯 이리 대답했다.

       

       “맛있는 것을 먹으러 왔다!”

       

       아. 그래?

       

       …그대는 본인을 무슨 맛집 서적 정도로 생각하는 게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CG없는 천마대전. 개꿀잼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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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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