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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1

    <211 – 헤스티아는 친구가 적다>

     

    아카데미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났다.

    중간고사라는 대형이벤트가 끝나면서 학생들은 자유를 얻었다.

    그리고 또 다른 승부의 장이 시작되었다.

     

    “거기 1학년. 육체개조부에 들어와서 같이 육체개조를 하지 않을래?”

    “앗 그건 좀.”

    “연금동아리에 들어오면 1포인트짜리 맛없는 흑빵을 맛있게 먹는 연금술을 배울 수 있단다!”

    “와 정말요?”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철없는 1학년들을 잔뜩 끌고 동아리실로 들어가는 승자와 맥동하는 이두박근을 쓸쓸이 어루만지며 단련실로 향하는 패자.

    승자와 패자가 엇갈리는 비정한 승부의 세계가 펼쳐지는 이곳은 동아리회원 정규모집구역.

     

    <주간이벤트 – 동아리 홍보주간>

     

    절호의 기회를 맞아 영업에 전념하는 선배들과 자신의 부족함을 동아리 빨로 메우고 싶은 학생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는 시즌이었다.

     

    “오크노디는 무슨 동아리 들을 거야?”

    “음. 저는 딱히 부족한 게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재수 없긴 해도 맞는 말이긴 하네.”

    “이사벨은요?”

    “요리동아리에 들어가려고.”

     

    이사벨은 슬슬 한계를 느끼던 참이었다.

     

    “견문이 넓어서 할 줄 아는 요리와 여러 조리법을 지니고는 있지만 언제까지 임기응변으로 요리를 이어나갈 수는 없으니까. 선배들의 지혜를 빌리려고.”

    “와! 정말 좋은 생각이에요.”

    “새 요리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신났지?”

    “헤헤.”

    “…뭐, 됐어. 얄밉긴 해도 너 먹이려고 들어가는 건 사실이니깐.”

    “그래서 요리동아리 중에 어느 동아리로 들어가는데요?”

    “요리동아리가 하나가 아니야?”

     

    당연한 소릴 하시네. 식품도감이 그렇게 중요한데 요리동아리가 딸랑 하나만 있을 리가 있나.

     

    “요리동아리는 크게 세 가지가 있어요. 한 종류의 음식을 매주 끝장을 내는 <사골요리파>. 메인테마와 관련된 요리를 백개는 채워야 다른 테마를 요리해요.”

    “…질리겠는데?”

    “같은 요리도 다르게 손보는 방법을 배우려면 나쁘지 않은 선택지이죠.”

    “다른 건?”

    “희귀한 레어요리만 전문적으로 공략하는 <미식회>. 맛과 품질을 모두 높이 따지는 곳인데 개인적으론 추천하지 않아요.”

    “왜? 듣기엔 괜찮은데.”

    “동아리비가 매주 200포인트거든요!”

    “…부자들의 사치 그런 거야? 다른데로 갈래.”

    “마지막은 <어둠의 잔치>인데 여길 추천해요!”

     

    이사벨은 정말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이 되었다.

     

    “이름부터 어둠의 요리사 클래스랑 기분나쁠 정도로 잘 어울리네. 거긴 뭐하는 곳이야?”

    “도감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다소 과격한 선택도 할 수 있는 바람직한 동아리에요. 동물사료도 섞어서 조리한다거나? 비식용재료도 식용으로 둔갑시키거나?”

    “…뭘 위해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데?”

    “생산성이 낮은 벽촌이자 변방에서도 상당히 먼 오지, 마계를 포함한 금역에는 먹을 재료가 원래 드물잖아요. 그런 곳에서도 뭐든 먹을 수 있도록 미리 대비를 하는 거예요.”

    “의외로 건실한 이유네.”

    “그렇죠?”

    “오크노디가 내가 거기로 들어갔으면 하지?”

    “네!”

    “…그래. 너 먹이려고 하는 건데 좋다는 곳 가야지.”

     

    결국 이사벨은 <어둠의 잔치> 동아리에 들어갔다.

     

    “그래서 오크노디는 어디 들어가려고? 요리? 검? 마법? 암살? 채집?”

    “음. 들어가는 건 아니고 참관을 하고 싶은 곳은 있어요. 헤스티아가 듣는 동아리요.”

    “거긴 뭐하러?”

    “헤스티아가 조금 신경 쓰여서요.”

     

    정확히는 자신도 모르게 활성화시켜버린 헤스티아의 억까 트리거가 신경 쓰였다.

     

    -내가 밤새 이야기하며 마음의 위안을 얻었던 친구의 정체가… 벽 속에 갇힌 유령이었다고? 그것도 정말로 우정을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날 대신 가두려는 목적을 지닌?

     

    유일한 친구의 실체를 깨달은 헤스티아는 마음 속 마지막 안식처마저 무너지며 광인이 된다.

    그런 헤스티아의 벽 속 친구를 모자로 끄집어냈으니, 요즘 들어서 헤스티아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도 충분히 납득이 갔다.

     

    “그 아이, 엄청 상심하고 있을 거야.”

     

    2대 모자씨는 헤스티아를 진심으로 걱정했다.

    벽에서 해방된 덕분에 자유의 몸이 된 그녀는 이전처럼 불순한 목적으로 헤스티아와의 유대관계를 이용하지 않게 되었다.

    순수하게 밤새 서로의 속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우정을 나눈 친구로서 그녀를 걱정하고 있다.

     

    “알았어. 그럼 헤스티아를 만나러 가자!”

    “고마워…”

    “나야말로 고맙지. 헤스티아랑 같이 놀아줘서.”

    “…넌 정말 착한아이야.”

     

    낯간지러운 소리나 하기는.

    괜히 부끄러운 마음에 모자깃을 손으로 툭 건드렸다.

     

     

    * *

     

     

    헤스티아가 속한 동아리는 <페이퍼 던전 탐사대>라는 다소 특이한 이름의 동아리였다.

     

    “이 동아리에 들어가면 뭐가 좋습니까?”

    “동료들과 모험을 함께 떠날 수 있지!”

    “동료…?”

    “백문이 불여일견. 와서 직접 보면 알아.”

     

    헤스티아는 자신보다 약한 선배가 잡아끄는 손에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끌려갔다.

    강함을 얻었지만 그 반대급부로 동료라고 부를만한 관계를 모두 잃어버린 그녀.

    아군에게도 불신을 사는 광전사Berserker 클래스의 비애를 달랠 기회를 내심 스스로도 바란 탓이다.

     

    “자, 오늘의 페이퍼 던전 테마는 마차강도야. 기승에 자신 없는 애들은 빠져.”

    “쳇. 운수 텄네.”

    “관전이나 할래.”

    “나도.”

    “신입, 너도 와서 관전이나 해.”

     

    책을 든 선배에게 몇 명의 도전자가 나서며 책 위에 손을 얹더니 환한 빛과 함께 책장 속으로 선배들의 모습이 빨려 들어갔다.

    놀라 벌떡 일어서는 헤스티아를 진정시키며 그녀를 데려온 선배가 말했다.

     

    “진정해. 저건 페이퍼 던전이니까.”

    “사람이 빨려 들어가도 괜찮은 겁니까?”

    “저 책은 외부의 충격을 받으면 강제로 안의 사람을 밖으로 내보내. 책이 파손되어서 다칠 걱정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페이퍼 던전은 온갖 모험을 겪었던 헤스티아에게는 퍽 신기한 놀이였다.

     

    “자, 너희가 경계초소를 넘자 거기에는 오크들이 다섯 마리 나타났어. 어떻게 할래?”

     

    책을 든 선배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책 속의 선배들은 그에 맞추어 대응한다.

    그야말로 페이퍼 던전과 이를 공략하는 던전탐험대의 이야기!

    심지어 책장에 꽂힌 책들은 종류도 다양했다.

    로맨스.

    액션스릴러.

    신화판타지.

    정치판타지.

    19금 어덜트 동화.

    온갖 장르의 책이 전부 구비되어 있다.

     

    ‘오크는 저런 몬스터 아닌데.’

    ‘던전 고증 잘못 됐네.’

    ‘의뢰주는 저렇게 보상 많이 안 주는데.’

     

    용병 출신인 헤스티아의 눈에는 영 개판인 고증과 지나치게 꿈과 희망이 넘치는 모험이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졌지만 오히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어때, 신입. 너도 같이 할래?”

    “들어갈게요.”

    “잘 생각했어. 너라면 훌륭한 탱커가 될 거야!”

    “아 치사해. 니 파티엔 이미 다른 신입도 있잖아.”

    “크크. 꼬우면 니가 신입들 데려오던가.”

    “신입들. 그 녀석, 보기랑 다르게 엄청 쪼잔한 놈이니까 시원찮다 싶으면 나중에라도 우리 파티로 넘어와. 알았지?”

    “다 들리거든!?”

     

    거짓된 세계에 거짓된 모험이지만 같은 시련과 역경을 공유하며 즐거움을 누린다.

    유대를 쌓으며 기쁨을 누리는 즐거움만큼은 현실에서도 누릴 수 없는 진짜였다.

    헤스티아는 매주 1회 <페이퍼 던전 탐사대>에 꼬박꼬박 출석할 정도로 이 시간을 즐겁게 여겼다.

     

    “헤스티아. 표정이 왜 그래? 시험 망쳤어?”

    “요즘 친구랑 얘기를 별로 못해서요.”

     

    아침 9시 이후부터 밤 9시 이전까지.

    하루 12시간 선을 긋고 대화를 나누지만 먼저 말을 걸 적이면 언제나 대답하던 벽 너머의 친구.

    그런 그녀가 벌써 며칠 째 말 한 마디도 없이 침묵만 하고 있으니 괜히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만 계속 앞서나갔다.

     

    “기운 내, 친구. 여기 늠름한 방패잡이 스컬이 왔잖아. 오늘도 신나는 모험을 즐겨보자고!”

     

    2학년 선배 스컬.

    나름 중급반에 속할 정도로 그럭저럭 괜찮은 실력을 지니고는 있다.

    실력만큼 나쁘지 않은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지만 그는 동급생이 아니다.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고.

    일주일을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에서는 함께 할 수 없는, 오직 한가한 주말에 동아리부실에서만 만날 수 있는 페이퍼던전 속 동료.

     

    “미안해요, 선배. 오늘은 조금.”

    “뭐야. 기껏 기대하고 있었는데.”

    “죄송해요.”

    “알았어. 나중에라도 기분 풀리면 말하라고.”

     

    진짜 친구라면 이럴 때 하루쯤은 모험을 쉬고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주었겠지만 스컬선배는 다른 선배들과 대화를 나누며 금방 새 팀을 구했다.

     

    파아앗!

     

    환한 빛과 함께 또 다른 파티에 속해서 모험을 떠나 사라지는 스컬 선배.

    헤스티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왠지 이렇게 될 것 같더라니.

    선배는 자신과의 유대관계를 중시한 것이 아니다.

    단지 용병출신의 자신의 경력과 실전에서 겪은 풍부한 경험, 우수한 실력을 높이 평가하여 유능한 동료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기분을 내고 싶었을 뿐.

    진실된 관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만둘까, 동아리.’

     

    마음이 꺾인다.

    아카데미에 막 입학할 때로 되돌아온 것만 같다.

    자신은 혼자다.

    입학하기 전에도.

    입학한 직후에도.

    벽 너머의 친구, 오크노디를 알기 전까지는.

    그래, 오크노디에겐 자신이 스컬선배처럼 여겨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필요할 때만 이야기하고 의지하는 사람.

    자신의 외로움만 달래려 드는 사람.

    속물스러운 사람.

     

    ‘아니야. 난 달라.’

     

    오크노디를 찾아가자.

    그리고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는 거야.

    동아리실 문을 여는 그녀의 앞에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헤스티아!”

    “오크노디…?”

    “견학왔는데 같이 놀아주실 수 있나요?”

    “당연히 가능하지.”

     

    헤스티아는 냉큼 그 손을 붙잡고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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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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