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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2

       설명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중간중간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은 배제하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은 두루뭉술하게 돌려서 넘겼다.

         

       ‘아무리 내가 애들에게 안 숨긴다고 해도. 내가 유세하라는 캐릭터에 들어왔고, 너는 내가 키운 캐릭터 중 하나였다 같은 말을 할 수는 없지.’

         

       새삼스럽긴 하지만 문보라는 똑똑하다.

         

       평소 훙엥! 거리고 푼수, 호구처럼 굴어서 그렇지.

         

       머리 회전만 보면 ‘고스라’의 인물 중에서도 상위권이다.

         

       “……”

       

       그렇기에 뭔가를 눈치챈 듯한 기색이 살짝 느껴졌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태홍삼>의 양기로 머리가 띵한 건지, 배려심인지.

       아니면, 그저 나라는 존재를 그 누구보다 믿어주기에 이러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된 거야.”

       “……”

         

       문보라는 한동안 침묵하였다.

         

       전대미문.

       있어서는 안 되는 힘.

       대충 그런 생각을 하는 게 눈빛으로 보였다.

         

       이것만으로도 터무니없는데.

       골라서 습득도 가능하고…

       조건부지만, 타인에게 전수도 가능하다는 점이 그녀의 침묵이 길어지는 이유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이런 유세하의 생각은 어느 정도 정답이었다.

         

       문보라는 놀라는 동시에 납득하였다.

         

       ‘아……’

         

       어느 정도 그에 대한 의문이 확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유세하의 천재성이 하늘에 닿았다는 건 문보라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팽진아 교수님도 그렇게 말했고…

         

       실제로 두 눈으로 본 그의 성장과 활약은 인외의 범주에 도달했으니까.

         

       하지만 단순히 재능 하나만으로는 설명 할 수 없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게, <깊은 수렁의 늪지대>의 일.

         

       ‘3연 찌르기까지는 그렇다 쳐도…’

         

       아예 연고도, 배움도 없었던 <불 속성>.

       그것도 [타오르는 화염]이라는 강력한 레어 스킬을 아무렇지도 않게 습득했다는 점에서 이치가 맞지 않다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과연…

         

       ‘그렇구나.’

         

       그런 [고유능력]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문보라는 작게 몸을 떨었다.

         

       약간의 두려움과 기대에 가까운 감정.

         

       유세하의 천재성에 [역천의 눈동자]라는 고유능력.

       그것이 도달할 최종적인 길은…

       과연 얼마나 드높을까?

         

       확실한 건 문보라로서는 도저히 가늠이 안 되는 영역으로 올라갈 거다.

         

       이 사실이 기쁘면서도……

         

       조금은 슬펐다.

         

       ‘결국, 저는 언젠가는 도태되겠네요.’

         

       제아무리 노력하고 강해져도 결국은 유세하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되는 날이 언젠가는 찾아올 거다.

         

       지금 문보라가 이리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유세하의 힘이 되어주기 위함인데…

         

       약간 그것이 의미 없어지는 거 아닌가 하는 공포가 몰려왔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곧바로 털어냈다.

         

       ‘…아닙니다.’

         

       이미 이러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 나가는 소녀를 한 명 알고 있었으니까.

         

       마하나.

         

       그녀는 분명 진작에 모든 걸 알고 있었겠지.

       그렇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녀 또한 자신과 같은 고민을 했을 거다.

       세하에게, 소중한 그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거 아닐까?

       짐만 되는 게 아닐까?

       그저 언제나 피투성이로 싸우고 돌아오는 그를 달래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없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그림자처럼 따라옴에도 마하나는 희망으로 가득 찼다.

         

       당당히 방패를 들어 올렸고, 지금도 차여주 교수를 따라 열심히 수련하고 있을 거다.

         

       제 보신이 아닌…

         

       ‘세하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문보라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확신했다.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은 틀리지 않았다.

         

       ‘그저 옆에 있다 보면…’

         

       그를 위한 길은 얼마든지 보일 거다.

       그러니…

       문보라 또한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더 나아가겠다고 다짐하였다.

         

       문보라는 조용히 눈을 떴다.

         

       답지 않게, 긴장하는 유세하가 보였다.

         

       특유의 흑요석 같은 눈동자에는 ‘혹시라도…화내려나?’ 하고 걱정하는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이 돋보였다.

         

       그 모습이 귀여워 작게 웃는 문보라.

         

       “풋.”

       “응?”

       

       가느다란 손을 들어, 유세하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미묘하게 얼굴을 붉히는 그의 반응이 너무나도 좋았다.

         

       “…세하, 이걸 아는 사람은 달리 누가…?”

       “현재는 므냥이랑 너 말고는 없어.”

        “…흐흥~”

       “…뭐야 왜 좋아해?”

       “그냥요~”

         

       문보라는 홍조를 피웠다.

       자신이 두 번째라…

       이 말은…

         

       ‘주나용씨도…

         

       아직 모른다는 소리였다.

       즉, 자신이 먼저 선택받았다는 거 아닌가?

       그 사실이 묘하게 기뻤다.

         

       문보라는 부끄러움에 손가락을 꼼지락거렸고.

       유세하는 그녀를 지켜보다 피식 웃었다.

         

       비단처럼 보드라운 문보라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넌지시 물었다.

         

       “…질타 안 해? 나 능력 훔쳐 배우는 도둑인데.”

       “새삼스럽게 그런 게 무슨 상관이에요.”

         

       그리고 세하라면 그런 능력 없었어도 알아서 배웠을 거예요.

         

       “천재니까요.”

       “…흠, 그 정돈가?”

       “…당사자가 그리 말하며 제가 뭐가 돼요?”

        “그것도 그러네.”

         

       둘은 작게 웃었다.

         

       “고마워요.”

       “…응?”

       “절, 마하나 씨만큼 믿어줘서…말해줘서…”

         

       문보라는 마저 말을 이으지 못하고 약간 머뭇거렸다.

       아주 조금이지만 감정이 벅차올랐다.

         

       그가 믿어줬다는 것이.

         

       여기에 자신이 지금까지 노력한 모든 게…하나의 결실을 보았다는 그 사실이.

         

       행복한 미소를 짓게 했다.

         

       “…고마워요.”

       “…뭘.”

         

       *

         

       유세하는 <보은>으로 건네주는 능력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였다.

         

       여러 가지 원리가 있겠지만, 쉽게 말해서 열기를 순환시켜 냉기로 인한 내상을 극복하자는 말.

         

       문보라는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다.

         

       “화, 확실히…생각도 못 한 거긴 하네요. 상반된 속성으로 서로의 약점을 보완한다라…”

       “여기에 추가적인 것도 있어.”

       “추가적인 거요?”

       “추측이지만 열기와 냉기를 서로 격돌시켜 순환하는 과정에서…새로운 힘을 창출하는 게 가능할지도 몰라.”

       “…창출?”

       “응.”

         

       실제로 고스라에서도 이론상 가능은 했다.

         

       상반된 힘을 서로 부딪쳐 그에 따른 반발과 융합의 과정으로 나오는…

         

       원래 있었던 두 개의 힘과는 전혀 상이한 새로운 힘을 창조하는 과정이.

         

       물론, 어디까지나 이론이다.

         

       애초에 이리 배울 수 있는 버그성 캐릭은 [역천의 눈동자]를 가진 유세하말고는 없었다.

         

       그리고 난 유세하를 키워보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커뮤니티에 떠돌아다니는 이론 글만 보았던 거라 실제로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는 몰랐다.

         

       “…이건 구태여 지금 알아낼 필요는 없어. 그저 내상을 회복하는 용도로만 생각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거야.”

       “아, 네.”

         

       유세하는 문보라의 손을 붙잡았다.

         

       “그럼, 지금부터 전수할게. 대기하고 있을 테니. 동의 눌러줄래?”

       “네…!”

         

       문보라는 곧 <정보창>에 떠오른 ‘보은’을 확인하였다.

         

       [쌍방의 동의가 이루어집니다.]

       [타오르는 열기는 곧 화마로 번집니다. 피어오르는 업화가 문보라의 몸에 새겨집니다.]

         

       쿵-!

         

       문보라의 몸에 작은 지진이 일어났다.

       양손으로 입가를 가리는 문보라.

         

       갑작스러운 변화에 유세하가 놀라지만 손을 들어 괜찮다는 의미를 보냈다.

         

       “조, 조금 당황해서…그래요.”

       “……”

       

       문보라는 숨을 내쉬었다.

         

       뜨겁다.

         

       마치, 누군가 불덩이를 입안에 집어넣고 삼키게 한 느낌이었다.

         

       동시에 아팠다.

       미묘한 고통이 치솟아 그녀를 괴롭게 만들었다.

         

       와락.

         

       끌어안은 손길이 느껴졌다.

         

       유세하가 괜찮다는 듯 등을 토닥여 주고 있었다.

         

       “세하…”

       “괜찮아.”

         

       유세하의 응원 덕분일까.

         

       문보라의 몸에서 난리를 치던 불꽃은 곧 잠잠해졌다.

         

       마하나 때랑은 다른 스킬끼리의 반발과 충동.

         

       이것은 마하나가 전수받은 스킬 3가지 모두 레어(Rare) 능력이었고.

         

       그에 반해 문보라가 받은 건 무려 2단계나 더 높은 유니크(Unique) 능력이라는 점이 컸다.

         

       흔히 유니크부터는 준 종결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강력한 힘이었다.

         

       그만한 힘의 덩어리가 문보라에게 새겨지는 거다.

         

       추가로 원래 있던 힘.

         

       [얼어붙은 동토]와 상반되는 속성이라는 점도 한몫했을 거다.

         

       하지만 <보은>은, 주인인 유세하조차 완벽히 간파하지 못할 만큼 고차원에 있는 능력이었다.

         

       화르륵-!!!

         

       제아무리 상성이 맞지 않는 문보라라고 할지라도. 안전하게, 온전하게 흡수할 수 있도록 확실한 보조를 해주었다.

         

       문보라는 눈을 감았다.

         

       <태홍삼>의 양기와 불꽃 특유의 열기가 전신에 퍼져나갔다.

         

       그 기분이 얼마나 황홀한지, 일순 쾌락에 가까운 신음을 터트렸다.

         

       “하아……”

         

       태어나 이래, 언제나 냉기만 다루었던 그녀이다.

       불은 너무나도 생소했지만, 그동안 속성을 연구하고 다뤄 본 경험이 어디로 가지는 않았다.

       남다른 이해력을 바탕으로 조심히 [불사르는 화마]를 시전하였다.

         

       [요동치던 업화가 새로운 주인을 인정합니다.]

       [얼음으로 가득 찬 생기 없는 세상. 불과 얼음이 서로 만나 새로운 세상을 펼칩니다.]

       [축하합니다. 문보라는 ‘불사르는 화마’를 전수 받는 데 성공합니다.]

       [마력이 4, 정신이 4, <불내성+15>가 상승합니다.]

       [문보라의 심상이 스킬에 영향을 미칩니다.]

       [궁극스킬 ‘플레어 버스터’가 ???으로 변동됩니다. 현재 제약에 걸린 스킬입니다. 추후 조건 만족 시 해방할 수 있습니다.]

         

       문보라는 <정보창>을 조심히 닫았다.

         

       유세하의 도움을 받으며, [불사르는 화마]를 시전했다.

         

       외부의 발현이 아닌, 내부를 돌리며 내상을 치료하는 용도.

         

       이것은 가장 깊숙한 곳에 박힌, 얼음결정을 녹임으로써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해 냈다.

       

       “…! 세, 세하 서, 성공이에요. 정말로 내상이 치료되고 있어요!”

       “다행이다.”

         

       유세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름대로 걱정이 많았던 모양이다.

         

       문보라는 그런 유세하를 바라보며 쓰게 미소 지었다.

         

       지금 그가 건네준 이 능력.

       이것이 얼마나 큰지 감히 상상도 안 되었다.

         

       문보라는 뭐라도 좋으니 보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뭐라도…좋으니까.’

         

       그를 위해서 하나라도…

         

       띠링-!

         

       “……?”

       

       그리고 이런 생각은 곧 떠오르는 <정보창>에 영향을 미쳤다.

         

       내용을 읽은 문보라는 함박웃음을 띠며 유세하에게 말을 건넸다.

         

       “세하.”

       “응?”

       “이거 봐주세요.”

         

       [더욱 강력한 유대감을 확인합니다.]

       [문보라의 마음이 하나의 결정을 이룹니다.]

       [확정적으로 ‘얼어붙은 동토’를 복사하여 전수 할 수 있습니다. 영웅(Hero) 등급 능력입니다.]

       [스킬 레벨은 조정되어 습득됩니다.]

         

       “…!?”

         

       설마 이런 것도 가능할지 몰랐는지 유세하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받아 주실래요?”

       “아니, 그래도 이건…”

        “저도 세하를 위해서 도움이 되고 싶어요.”

       “……”

         

       유세하는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보라에게서 ‘얼어붙은 동토’를 복사합니다.]

       [3레벨로 습득됩니다.]

       [습득 보상으로 마력이 2, <물 내성+10>, <얼음 내성+10>이 상승합니다.]

       [궁극스킬, ‘만빙설화’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습니다. 추후 제약 해제 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유세하는 손을 펼쳤다.

       처음 써보는 능력이지만, 문보라가 운용하는 모습을 수십 번도 더 본 그였다.

         

       곧바로 엉성하지만, 확실한 얼음결정을 만들어 차가운 냉기를 퍼트렸다.

         

       ‘…이것 참.’

         

       이 좋은 능력을, 설마 이렇게 배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세하 축하해요!”

       “…그, 고마워.”

       “저야말로 고마워요.”

         

       서로를 보며 웃는 두 사람.

         

       곧, 짹짹거리는 새소리와 함께 창문 너머 어스름한 밤의 끝을 알리는 태양 빛이 스며들었다.

         

       “벌써 아침이네요.”

       “…그러게.”

         

       길었다면 길었고.

       짧았다면 짧았던.

       절대 잊지 못할 하룻밤의 동침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

         

         

       눈부시게 찾아온 아침.

         

       두 사람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조심히 오두막을 빠져나왔다.

         

       힐끗 서로를 보다, 부리나케 고개를 돌렸다.

         

       “……”

       “……”

         

       붉어진 얼굴로 애꿎은 곳을 쳐다보았다.

         

       늦은 야밤이라는 황혼의 시간이 끝나고.

       이성을 상징하는 아침이 찾아오자, 확 부끄러움이 몰려왔던 거다.

         

       ‘으으으…!’

         

       특히나 문보라는 양다리를 동동 굴렸다.

       유세하의 품에 매달린 채 아이처럼 울먹이다가, 배시시 웃던…

         

       그것도 모자라서 그에게 애교를 부렸던…

         

       바보스럽던 과거의 자신을 욕했다.

         

       ‘우, 우, 후엥!!!’

         

       여기에 이러한 부끄러움은 기다렸다는 듯 찾아온 스승.

         

       천미라에 의해 더욱 증폭되었다.

         

       그녀는 둘을 보자마자 바로 물어보았다.

         

       “뒤처리는 확실히 했는가. 두 사람?”

       “…네?”

       “…훙엥?”

         

       천미라는 괜찮다며 손을 저었다.

         

       “야밤에 남녀라면 당연히 있는 일이다.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그대들의 나이는 오히려 늦은 편이었다.”

       “…네?”

       “…훙엥엥?”

         

       갸웃거리는 둘을 바라보는 천미라.

         

       아무렇지도 않게 입이 쩍 벌어질 폭탄 발언을 내뱉었다.

         

       “피임 말이다. 피임. 확실하게 했는가?”

       “……네?”

       “우, 우, 후……”

         

       훙엥에에엥!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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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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