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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2

    롤러코스터는 어느 놀이공원을 가든지 가장 인기있는 놀이기구다.

    따라서, 그것을 타기 위한 줄 또한 놀라우리만치 길었다.

     

    다이튼은 길게 늘어선 행렬을 바라보며 묻는다.

     

    “괜찮겠어? 저거 기다리려면 꽤 걸릴 것 같은데.”

     

    “괜찮다네, 기다리는 것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지.”

     

    루크는 걱정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백년 이상 이어진 삶의 기억을 지닌 루크로서는 한두시간 정도야 그다지 긴 시간도 아니었으며, 누군가, 또는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경험 역시 굉장히 많았으므로 참을성이 그다지 없는 편도 아니었다.

    오히려 걱정이 되는 쪽은 말을 꺼낸 파이리스 쪽이다.

     

    “파이리스, 그대야말로 괜찮은가?”

    “응! 언니, 나도 기다리는 거 잘해.”

    “으음, 하긴. 그렇겠구나.”

     

    루크는 파이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평소 참을성이 없는 아이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곤 했지만, 사실 파이리스 또한 아마도 아주 오랜 삶을 살아온 고대 정령.

    기다린다는 것은 파이리스에게도 분명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단지, 시간관념이 굉장히 뒤틀린 상태라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한해선 참을성이 없어져 버린다는 것이 문제일까.

    하지만 반드시 기다려야만 얻어낼 수 있는 것에 대한 경우엔 이야기가 다르다.

    예를 들자면, 밥 먹기 전에 간식을 먹는 것을 참는 것은 할 수 없지만, 맛있는 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기다리는 것은 할 수 있는 것의 차이.

     

    이번엔 디아나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디아나, 너는 괜찮느냐?”

    “나도 기다릴 수 있어!”

    “씩씩한 대답이군.”

     

    디아나 역시 기다릴 수 있다면 답은 정해졌다.

     

    루크는 다이튼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들 괜찮다는 것 같구나. 괜찮겠지?”

    “흐음, 다들 인내심이 좋네.”

     

    예르나의 말에 루크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기다리는 것 정도는 익숙하니까 그런 게지. 그리고 이정도면 많이 기다릴 것 같지도 않고. 그렇지 않느냐, 파이리스?”

    “응!”

     

    그 모습에 예르나는 살짝 쓰게 웃었다.

    그야, 루크와 파이리스는 기다리는 것이 익숙해질 정도로 힘들었던 경험이 있으니까…….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더욱 가치 있는 것이겠지만.

     

    “그럼, 다이튼. 우리도 줄 서러 갈까?”

     

    그러자 다이튼은 어딘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정말 처음부터 롤러코스터를 타자는 거야? 얘들아, 조금 더 있다가 사람 줄어들면 그때 타는 게 낫지 않을까?”

    “흐음,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숫자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만.”

     

    지금도 실시간으로 조금씩 몰려드는 인파를 바라보며 루크는 그렇게 말했다.

    사람이 적어지는 시간대를 기다려봤자, 또 그만큼 줄이 밀려나서 기다리는 시간은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았다.

     

    “아, 아니. 그렇지만……. 처음부터 타는 건 좀.”

     

    어딘가 변명처럼 느껴지는 말이다.

    조금 무서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무서워하다니, 대체 무엇을?

    고작 선로를 조금 빠른 속도로 반복 운행할 뿐인 탈것이다.

    딱히 공포를 느낄 부분은 없는 것 같다.

    안전도 충분히 보장되는 듯 보이고.

     

    헌데 루크조차 그 말에서 약간의 두려움을 읽어냈으니, 말에서 감정을 읽어내는 것이 익숙한 정령이 듣기엔 또 어떻게 들렸겠는가?

     

    루크와 파이리스는 거의 동시에 말했다.

     

    “혹시 두려운가?”

    “혹시 무서워?”

    “…….”

     

    솔직히 말하자면, 무서워하기는 한다.

    고속으로 인간의 평형감각을 어지럽히는 놀이기구가 아닌가?

    평소 두 발을 땅에 딱 붙이고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인간인데, 어떻게 그것이 무섭지 않을 수 있겠나.

     

    하지만, 예로부터 남성을 움직이는 말은 단순한 한마디였다.

     

    “무서워?”

     

    길고 빈틈없는 논리보다 더욱 효과적인 한마디.

     

    다이튼은 그 말 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게다가, 예르나가 보고 있다는 사실이 다이튼의 감정에 기름을 끼얹는다.

     

    “하! 누가 겨우 저런 걸 무서워한다고! 그래, 가자 가! 너희들이야 말로 타고 나서 무섭다면서 울고 불고 질질 짜지나 말라고!”

     

    그렇게 외치며 앞서나가기 시작한 다이튼.

     

    루크와 파이리스는 갑자기 큰 소리를 내는, 그러나 그 외침 속에는 여전히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는 다이튼의 뒷모습을 보았다가, 이내 왜 저러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듯 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 할 뿐이었다.

     

    ——–

     

    -매직코스터의 운행이 끝났습니다! 탑승객 분들 께서는 완전히 정지한 후에 안전바를 천천히 올리시고…….

     

    “흠.”

     

    선로를 한차례 왕복한 뒤 서서히 속도가 줄어가는 롤러코스터.

    루크는 음성 출력 아티팩트에서 흘러나오는 안내원의 목소리를 들으며 한숨을 쉬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타게 된 롤러코스터의 경험은 나름대로 신선했다.

     

    하지만 루크에겐 그정도 쯤은 자극으로 따지면 한참 부족한 것이었다.

    가속과 원심력을 이용해 내장을 뒤흔들고 평형감을 무너트리는 감각 따위는 이미 마계에서 숱하게 느껴온 감각교란보다 훨씬 못하다.

    게다가 속도 또한 과거 자신의 중첩 헤이스트에 비해도 터무니 없을 정도로 느린 편이었고.

     

    게다가 진짜 생과 사를 오가는 전장을 경험한 루크의 입장에선 고작 이런 일로 새삼 흥분할 일도 없다.

     

    그런 루크에겐 유니콘의 등 위나, 롤러코스터의 앞좌석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어디로 갈 지 명확히 보인다는 점에서 롤러코스터는 유니콘보다 더욱 타기 쉬운 놀이기구였다.

     

    그리 생각하며 안전바를 들어올리고 있으니, 파이리스가 눈을 마주하고는 활짝 웃으며 대꾸했다.

     

    “재미 있었어!”

    “음, 그랬느냐?”

    “응, 다들 즐거워 했는걸? 다이튼 오빠만 빼고.”

    “하하.”

     

    정령 역시 공간과 시간에 관해 인간과는 차원이 다른 인식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그 빠른 속도 역시 파이리스에겐 별 것 아닌 것으로 느껴진 것이겠지.

    다만 육체를 지님으로서 느껴지는 감각은 나름대로 신선했던 모양이지만.

    하긴, 평소에 어떻게 내장이 쏠리고 몸이 뒤집히는 감각을 느껴보겠는가.

     

    다만 다이튼은 다리를 후들거리며 디아나와 함께 기가 다 빨린 모습으로 겨우 롤러코스터에서 빠져나왔다.

     

    “죽는 줄…….”

    “롤러코스터 무서워…….”

     

    “하하하하.”

     

    루크는 그 장면을 보고는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보니 꽤 닮지 않았는가?

    그 모습은 누가 뭐라해도 남매의 모습이었다.

     

    그러고보니 디아나는 이번에 키가 딱 맞아떨어져서 처음 타보는 거라고 했던가.

    처음이면 무서울 만도 했다.

    하지만 다이튼이 무서워 하는 것은 또 의외였는데.

     

    루크는 출구로 걸어나오며 예르나에게 물었다.

     

    “예르나, 그대는 어땠지? 괜찮았는가?”

    “으음, 괜찮네. 재미있었어.”

     

    예르나는 루크 숲 이전에 있었던 부대에서 겪은 훈련을 떠올렸다.

    롤러 코스터 같은 건 아니었지만, 낙하 주문을 걸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훈련은 꽤 자주 해왔다.

    그래서 그 울렁거리는 감각에도 나름대로 익숙한 편이었고, 과거 롤러코스터를 많이 타 본 경험도 있다 보니 즐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런 것 같더군, 그러고보니 중간부터는 그대의 웃음 소리까지 들리던데.”

    “응? 아아, 그건 그냥……. 뒤에서 보고 있으니까 다이튼이 너무 웃겨서.”

    “아, 그거 말인가……. 흠, 그렇군. 그것 역시 꽤 우스운 모습이었지.”

     

    루크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루크는 파이리스와 앞좌석을 차지한 채 롤러코스터가 출발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엔 느릿하게 가는 듯 하다가 이내 속도가 붙어 감각이 이리저리 혼란스러워 지는 것을 보니, 옛 마계에서 모험할 적 생각도 난다.

    게다가 선로가 꽤 높이 솟아 있어서, 놀이동산의 모습도 한 눈에 담을 수 있어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바람도 시원하군.”

    “응! 언니, 저거 봐! 다음엔 저기 가볼까?”

    “그래, 저기도 한번 물어보면 괜찮겠어.”

     

    파이리스 역시 루크와 비슷할 정도로 꽤 평온한 표정이었다.

    사람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것에 기분이 고양되어 웃고 있는 모습인 듯하지만.

     

    그렇게 평화롭게 풍경을 관찰하고 있으니, 중간부터 뒤에서 공포에 질린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내리막에서 속도를 얻어  뱅글 회전하며 치솟아오르는 코스였다.

     

    “으아아아!  으어어억-! 으아악!!”

     

    ‘이 목소리는…… 설마 다이튼인가?’

     

    익숙한 울림에 루크는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다이튼은 거의 패닉이 되어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디아나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하얗게 질려 있는 모습이었다.

     

    다이튼의 목청은 롤러코스터 안에서도 굉장히 큰 편이어서, 혼자서 몇 명분의 비명을 내지르려는 듯 열정적으로 목을 혹사시켰다.

    반면 디아나는 ‘타자고 하지 말걸……!’이라며 후회를 하듯 중얼거리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예르나와 마침 눈이 마주쳐서 손을 한번 흔들어주자, 예르나 역시 웃으며 손을 흔드는 것으로 화답했다.

    예르나 역시 이 놀이기구가 꽤나 안락한 모양이다.

    이런 경험이 많은 것인가?

    뭐, 어쨌든 즐거우면 된 일이겠지.

     

    하지만 다이튼의 비명소리는 끊어질 기미가 없다.

     

    ‘역시 다이튼이 가장 무서워했던 것 같구나.’

     

    다이튼은 대체 누굴 걱정했던 것일까?

    아마도 스스로를 걱정했던 모양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남자를 움직이는 데엔 대부분 긴 말이 필요 없습니다!

    “쫄?”이거 하나면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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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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