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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2

        

         

       『 야태도아랑류 당주, 히라모토 미치시게 사망 확인! 』

       『 도주 후 자진한 것으로 추정…. 시신은 아직 발견 못해 』

       『 일본제일무사 曰”무사로서의 부끄러움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다면 해야 하는 옳은 선택” 』

       『 당주의 책임을 진 자진, 하지만 유파의 미래는 불투명? 』

       『 방위대신”사상과 능력이 불순한 유파…. 자비 없이 해야 할 일을 행할 것” 』

       『 음양청장”철저한 조사를 통해 위험분자를 확인할 것. 국민 안전이 최우선” 』

       『 야태도아랑류, 결국 해체의 수순을 밟는가? 』

       『 해체 후의 무인들의 미래는? 』

       『 음양청장”사상에 문제없는 이들은 자위대에 들어가 나라에 이바지할 수 있다” 』

         

       모든 일은 끝났다.

         

       야태도아랑류 당주, 히라모토 미치시게는 공식적으로는 ‘영장이 나오기 전 도주한 뒤 자진’을 한 것이 되었으며, 다른 무인들의 의견 덕분에 ‘무사로서 최소한의 부끄러움은 알고 있던 무인’이라는 최소한의 명예는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죽지 않고 어딘가로 도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솟기는 했지만, 음양사들이 나서서 히라모토 미치시게에 대해 점을 쳐서 그가 명이 더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내었기에 그런 의혹은 쉽게 사라져버렸다.

         

       명이 더 남아있지 않은 사람.

       온갖 방법으로 점술을 보았음에도 앞날을 점칠 수 없는 사람.

       초혼술, 혹은 제사 의식을 했는데 반응이 나타나는 사람.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것은 사자(死者)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히라모토 미치시게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행방불명으로 처리되지 않고 공식적으로 사망하게 되었다. 그리고 히라모토 미치시게의 명의로 되어있던 재산은 상속받아야 하는 이들이 히라모토 미치시게의 유산을 상속받지 않겠다고 ‘자발적’으로 선언함으로써 정부에게 귀속되었으며, 야태도아랑류는 ‘엄중한’ 조사 끝에 완벽히 해체되었다.

         

       그리고 사상이 불순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야태도아랑류의 무인들은 자위대에 들어가 공식적으로는 자위대의 일원, 비공식적으로는 해외 파병을 보내는 용병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었으며, 사상이 불순한 이들은 사고를 가장해서 죽이거나 국외 추방을 하는 등 일본에서 없애버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좀 심한 게 아니냐는 동정 어린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남을 죽여서 얻는 에너지인 마나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 유파 자체적으로 주술 의식을 행한 전적이 있다는 점, 외국 주술과 외국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으로 미루어 또 다른 주술을 알고 있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러한 의견은 간단하게 무시당했다.

         

       게다가 야태도아랑류가 필사적으로 지켜줘야 할 중요한 존재도 아니었고, 대단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 집단이었기에 이러한 조치는 매우 쉽게 진행될 수 있었다.

         

       『 비국민에다가 주술사가 될 가능성이 있는 무인이다. 철저하게 탄압하고, 철저히 조사하고, 철저히 감시하여 솎아내도록 하라. 』

       『 정부와 다수의 국민을 위해 소수를 잘라내는 것을 망설이지 말도록 하라. 』

         

       그리고 비참하게 끝을 맞이한 야태도아랑류와는 달리 한없이 위로 솟구친 사람이 한 명 있었으니.

         

       『 정치인의 귀감, 우치카와 료스케. 보복에 사망. 』

       『 음양청”끔찍한 고문 끝에 사망, 증거인멸을 위해 시체를 터뜨리고 태운 것으로 추정.” 』

       『 前 정치인 류노스케”탐욕은 좀 있기는 했지만, 정치인으로서 가져야 할 모든 것을 가지고 있던 새싹이었다. 시간이 더 흘렀으면 나라를 지탱하는 훌륭한 기둥이 되었을 것.” 』

       『 동료 정치인 토모히데”있을 수 없는 일로 동료가 죽은 것에 큰 슬픔 느껴.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 』

       『 야마히토 친왕”료스케의 헌신은 정치인의 귀감. 일본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표적 사례 될 것.” 』

         

       그것은 바로 목숨을 걸고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범죄자 히라모토 미치시게의 보복에 끝내 목숨을 잃고 만 정치인, 우치카와 료스케였다.

         

       일본의 수많은 사람은 미래에 일본을 크게 부흥시킬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정치인의 새싹이 이렇게 덧없이 가버린 것에 슬픔을 느꼈으며,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앞다투어 그를 추모하였다. 심지어 이러한 추모는 일본에서 가장 고귀한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곳, 황궁까지 닿아 친왕이 공식적으로 그를 추모하는 말을 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게다가 거기서 끝이 나지 않고 교과서에 넣는 것이 어떠냐는 논의까지 오가고 있을 정도였다.

         

       정치인의 귀감.

       위에 선 자의 의무를 다한 정치인.

       자신의 목숨을 걸고 불의를 밝힌 정치인!

         

       그렇게 우치카와 료스케는 소원을 이루었다.

         

       모두가 그를 정치인으로 인식하였고, 앞으로도 그를 정치인으로 인식할 것이다.

       그는 죽음으로써 야인이 될 가능성에서 벗어나 정치인으로서 이미지를 굳혔다.

         

       참으로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좋은 기운은 좋은 기운을 부른다고 했던가.

         

       일의 뒷수습 역시 별일 없이 진행되었다.

         

       야태도아랑류가 있던 자리는 건물이 모조리 철거되고 공터가 되었고, 마나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차기 신관, 진성이 주기적으로 들러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신력으로 축복을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그리고 이 ‘궂은일’을 해주는 대가로 정부에서는 신사에 온갖 특혜를 주기까지 했다.

         

       사이고 리세가 입을 떡 벌릴 정도의 특혜였다.

         

       그리고 시현류에서도 그에게 보은해주었다.

         

       “덕분에 일을 무사히 마무리 짓고 명예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크게 보답하겠습니다.”

         

       한때 할복을 하는 것까지 각오했던 사범은 진성을 자신의 은인이라고 생각했으며, 자신의 힘이 닿는 일이라면 언제든 달려와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잘못했으면 야태도아랑류의 처지가 될 뻔했던 시현류 역시 진성을 은인 취급하며 신사가 필요한 일이나 축제 관련된 일이라면 반드시 진성을 부를 것이라고 약조했다.

         

       그리고 이것으로 부족한 것이었는지, 통 큰 결정까지 내렸다.

         

       “부디 쿠로츠루기미네에 신사를 분사해주었으면 좋겠네.”

         

       흉흉한 소문이 돌고 산사태가 일어나 곳곳이 흉하게 변한 쿠로츠루기미네에 신사를 만들어서 안녕을 기원해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다. 게다가 신사에 들어가는 공사 대금의 절반을 시현류에서 부담하겠다고까지 말할 정도였다.

         

       당연히 진성은 그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저 별 볼 일 없는 재주로 도왔을 뿐인데 이리 크게 베풀어주시다니, 호의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어디에 신사를 세워야 할지 결정하고 목수들과 연락해서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게다가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르는 온갖 자재들을 제공하였고, 목수들마다 제각기 관할 구역을 설정하고 다른 도면을 제공하여 ‘효율적으로’ 자그마한 신사를 지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쿠로츠루기미네 신사에는 준비된 무녀가 들어가게 되었으니.

         

       “나루미. 당연히 그곳에서 최선을 다하겠지요?”

       “힉, 네. 네에. 물론이에요 아가씨.”

         

         

         

        * * *

         

         

         

       촛불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본전의 안, 리세는 못마땅하다는 듯 무릎을 꿇고 있는 나루미를 바라보았다.

         

       “아가씨…?”

       “죄, 죄송합니다! 리세 무녀님! 아가씨가 아니라 리세 무녀님-!”

         

       나루미는 건방짐이 아직 남아있었던 이전과는 다르게 순종적으로 변해 있었다.

       아니, 순종적인 것을 넘어서 공포에 질린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건 당신에게 주는 신주님의 자비랍니다. 알고 계시겠죠?”

       “네, 네!”

       “신주님께서는 불순한 생각을 품고 있는 당신을 용서해주셨어요. 본래라면 가차 없이 죽이거나 무녀의 직위를 완전히 빼앗고 내쫓아도 모자랄 일이었는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감사? 고작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요?”

         

       쾅!

         

       하지만 리세는 그러한 그녀의 모습도 성에 차지 않는 것인지 그녀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고작 감사라니! 당신을 용서해주고 비참한 미래가 오지 않게 배려해주신 신주님의 은혜를, 고작 감사하다는 말로 끝내다니!”

       “히, 히익!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은혜도 모르는 금수 같으니! 당신에게는 더 교육이 필요하겠어요! 새타니-!”

       “죄송합니다! 꿈은 싫어요! 꿈은 싫어! 꿈은 싫어어어어!”

         

       새타니라는 이름이 들리자 나루미는 흡사 발광하듯 절규했다.

       그녀는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제발 살려달라고, 제발 꿈만은 꾸지 않게 해달라며 리세에게 빌었으며, 진성을 찬양하는 온갖 말을 공포에 질려서 내뱉었다.

         

       그런 간절한 기도가 통한 것일까?

         

       “그만하거라, 리세.”

       “네에, 신주님. 알겠습니다.”

         

       귀신처럼 소리 없이 나타난 진성이 나루미에게 가해질 끔찍한 처벌을 멈춰주었다.

       게다가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나루미를 손수 일으켜주었고, 이제 안심해도 된다는 듯 따스한 체온이 감도는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나는 네가 그곳을 잘 관리할 것이라 믿고 있느니라.”

       “신, 주님….”

       “그리고 이러한 믿음은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되었느니라. 내가 너를 믿지 못한다면 어찌 그 중요한 곳에 너를 보낼 것이며, 그곳을 ‘특별하게’ 관리하도록 교육하였겠느냐? 하니 너는 나의 믿음을 등에 업고 든든한 마음으로 그곳에 가도록 하여라.”

       “흑, 흐윽.”

         

       나루미는 정신없이 몰아치는 칼날 같은 말과 일상처럼 주위에 감돌았던 공포가 아닌, 마음을 치유하는 듯한 진성의 따스한 미소와 말에 울음을 터뜨려버렸다.

       그리곤 엉엉 울면서 잘하겠노라고,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몇 번이나 다짐하였고, 진성이 본전에서 나갈 때까지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렇게 한때 리세를 괴롭혔던 가해자는 개과천선하였고, 리세와 진성을 위해 일하는 훌륭한 조력자로 다시 태어났다.

         

       참으로 길한 일이라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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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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