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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2

       제임스가 의문의 손님을 받기 4일 전.

         

         

       아카데미 여자 기숙사에 편지 바구니가 도착했다.

         

         

       타지에서 온 편지.

       타국에서 온 편지.

       연인에게 온 편지.

         

         

       많은 편지를 담은 바구니에서 자신의 편지를 찾아간 유리아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유리아는 편지를 보낸 이가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 편지를 보낼 사람은 단 두 명밖에 없었으니까.

         

         

       아빠.

       그리고 리카르도.

         

         

       유리아는 기분이 좋았었다.

         

       

       이 두 사람이 보내는 편지는 재미없는 아카데미 생활에서 활력소가 되어주었었으니까.

       

         

       편지를 손에 쥔 유리아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편지 봉투를 뜯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작게 미소를 지어보기도 했었다.

         

         

       “누구일까…?”

       

       

       -북부 최고 미남 제임스.

       

       

       “푸핫 뭐야!”

       

       

       전서구를 통해 온 편지는 4일 전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하늘을 나는 새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마차보다 빨랐으니까. 비교적 최근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지.

         

         

       ‘서걱’하는 소리와 함께 편지 칼로 봉투를 뜯은 유리아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서투른 글씨로 적힌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나의 딸 유리아에게.

       

         

       유리아는 편지에서 희미하게 나는 그리운 고향 냄새를 맡으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아빠…”

         

         

       -잘 지내고 있니?

       

       

       북부에 홀로 사는 아버지가 보낸 편지는 언제나 그렇듯 유리아의 안부를 묻는 내용을 담았다.

       

       

       밥은 잘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용돈은 부족하지 않는지.

       

       

       보편적인 아버지의 걱정을 담은 글귀에 유리아는 작게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

         

         

       “아빠보다 맛있는 거 먹고 있거든요…. 굶는 건 아빠면서….”

         

         

       유리아의 걱정을 담은 중얼거림에 답변을 해주듯이 제임스의 편지는 유리아의 질문에 답을 해주고 있었다.

         

         

       -아빠는 잘 먹고 잘살고 있단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고기가 더 맛있지 뭐야. 허허 주책맞게 이는 튼튼해서 말이야!

       

       

       -유리아,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아빠 걱정인 거 알고 있지? 유리아가 없어도 아침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으니까, 걱정마렴.

         

         

       유리아는 작게 웃으며 아버지의 장난에 찡한 미소를 지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빠의 편지는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으니까.

       

       

       특별한 내용 없는 글귀가 전부인데, 누구보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아버지의 편지를 보면 눈이 촉촉하게 붉어진다.

         

         

       유리아는 작게 고이는 눈물을 쓸어내리며 편지를 꼬깃하게 쥐었다.

         

         

       “보고 싶어요.”

         

         

       길게 늘어진 편지를 한참 동안 읽었을까, 어느덧 끝이 다가온 아버지의 편지는 한가지 특별한 소식을 담고 있었다.

       

       

       아버지의 여관에 온 남녀.

       

       

       잔잔한 미소를 짓던 유리아는 아버지의 편지를 읽고 몸이 굳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어…?’

       

       

       -오랜만에 손님을 받았어. 한동안 손님이 없어서 적적했는데, 잘된 일이지.

       

       

       -네 또래인 것 같은데, 둘이서 북부에 여행하러 왔다나 뭐라나, 이런 말 하긴 그런데 아빠는 미친 사람인 줄 알았다니까. 위험한 시기에 북부에 여행을 하러 왔다고 하니까 말이야.

         

         

       유리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버지의 편지를 읽었다. 한평생을 북부에서 살아온 유리아는 지금 이 시기의 북부가 얼마나 위험할지 알고 있었으니까.

         

         

       아빠의 말처럼 유리아는 그들이 보통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특이한 사람들이네.”

         

         

       -내가 그렇게 위험하다고 하는데, 알고 있다나 뭐라나.

         

         

       “대단하다….”

         

         

       근데 누구지…?

       

       

       유리아는 여관의 찾아온 두 남녀의 존재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편지의 다음 말은 유리아의 불안을 키우기 시작했다.

         

         

       -다리 다친 여자를 데리고 여관에 왔는데, 수상하단 이유로 내쫓을 수 없겠더라고. 너무 매정한 것 같잖아.

       

         

       ‘다리 다친 여자…?’

       

       

       -아무튼, 정말이지 대단한 친구였다니까, 아빠가 어지간해서 이런 말 잘 안 하는 거 알잖아. 착한…건 모르겠고, 얼굴이 아빠 옛날 생각 날 정도로 정말 잘생겼어. 요리도 정말 잘하고 말이야. ‘국밥’이란 요리를 배웠는데, 아빠가 다음에 오면 해줄게.

         

         

       -아카데미 출신이라고 하던데, 유리아는 알고 있을까 모르겠네, 빨간 머리에 이름이 네 글자였는데…. 기억이 잘 안 나네. 아무튼, 유리아는 괜찮은 남자 없니?

         

         

       -장난이란다.

         

         

       편지를 읽던 유리아는 두 가지 글귀에 숨을 삼켰다.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여자.’

       ‘붉은 머리의 잘생긴 남자.’

       

       

       이 두 글귀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유리아는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고개를 저었지만, 부정할 수 없는 근거에 불안함을 지울 수 없었다.

         

         

       올리비아가 아빠를 해코지하기 위해 북부에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유리아는 손톱을 뜯으며 불안감을 지워냈다.

       

         

       “아니야…”

         

         

       유리아는 고개를 저으며 상념을 떨쳐냈다.

         

       

       “아니겠지.”

       

         

       설령 여관에 찾아온 사람이 자신이 생각하는 사람이라 해도 무슨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테니까. 복잡한 생각을 털어내기로 했었다.

         

         

       하지만.

         

         

       속에 있는 불안을 지울 수 없었다.

         

         

       아무리 화해를 하고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라고 해도, 리카르도와 함께하면서 벌어졌던 일들은 매번 비극을 만들었으니까.

         

         

       아카데미에서도.

       던전에서도.

       일상에서도.

         

         

       오로지 올리비아만을 생각하는 리카르도를 온전히 믿지 못하는 유리아는 암울한 마음을 달래며 고개를 숙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유리아는 불안했다.

         

         

       그리고 4일 뒤.

       유리아는 북부로 달려갔다.

         

         

       “…믿으면 안 됐어.”

         

         

       원한이 깃든 혼잣말을 뱉으면서.

       북부로 향해 달려갔다.

         

         

       *

         

         

       시간은 다시 현재, 유리아가 편지를 받기 하루 전으로 흘러간다.

         

       

       평온하고.

       조용한 밤.

       유리아에게 미움받을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

         

       

       *

         

         

       제임스에게 명소를 추천받은 나는 아가씨와 함께 온천에서 피로를 녹이고 있었다.

         

         

       “흐아아…”

       “히힛.”

         

       

       몸에 쌓이는 피로가 풀리는 온천.

       극락과 같은 평화에 나는 고개를 돌려 아가씨를 바라봤다.

       

       

       “재미있…. 어라?”

       

       

       삶은 계란을 가슴에 올려놓고 있는 아가씨는 진중한 표정으로 계란을 보고 있었다.

         

       

       나는 허탈한 웃음을 뱉으며 아가씨에게 물었다.

       

         

       “뭐하십니까?”

       “알 품기. 부화시켜서 치킨으로 먹을 거야.”

       “대단하군요.”

       “웅. 리카르도도 할래? 리카르도도 하면 치킨이 두 마리야.”

       “저는 몸을 더 녹이다가 하겠습니다.”

       “그래.”

         

         

       아가씨는 다시 보물 주머니로 알을 넣고 미간을 찌푸렸다. 삶은 계란을 열과 성으로 품는 아가씨의 모습에 나는 작은 웃음을 뱉었다.

         

         

       ‘나중에 말해야지.’

       

       

       아가씨를 놀리는 건 재미있으니까.

       놀릴 생각을 하며 작게 웃는 나는 고개를 들어 밝게 떠오른 달을 보고 노곤한 한숨을 뱉었다.

         

         

       ‘힘드네… 힘들어.’

         

         

       3일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고민을 해봤다.

         

         

       생명이라는 관점에 초점을 두고 생각해봐도. 이기적인 마음으로 생각해봐도 이렇다 할 결론을 못 찾고 있었다.

         

         

       도망치자는 결론을 내리면 유리아가 걸리고, 오지랖을 부리자는 결론을 내리면 비틀어질 일들이 두려웠으니까. 마음이 무거웠다.

       

         

       “하아…”

         

         

       늘어가는 건 한숨뿐이었다.

         

         

       무언갈 하기에는 늦었는데 말이지.

         

         

       유리아의 아버지가 언제 죽었는지.

       이름이 뭔지도 정확히 모르는데….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고

         

         

       돌아가서 말릭과 사업에 관련된 이야기도 해야 하고 새로운 레시피도 전달해줘야 하는데, 시간이 여유롭지 못했고.

         

         

       ‘모르겠네.’

         

       

       나는 쓰라린 미소를 지으며 아가씨를 바라봤다. 온천에 몸을 담근 아가씨는 슬라임처럼 늘어져서는 평화를 만끽하고 있었다.

         

         

       “흐에에…”

       “병아리 만들기는 포기했습니까?”

       “배고파서 먹었어.”

       “…?”

       “내 몸이 너무 뜨거워서 익었나 봐.”

       “원래부터 삶은 계란이었습니다.”

       “…익?”

         

         

       아가씨는 배신당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주먹을 쥐고 치킨의 복수를 하려는 모양인지, 볼에 바람을 빵빵하게 넣은 아가씨.

         

         

       나는 작게 웃으며 아가씨의 분노를 웃음으로 답해줬다.

       

         

       “이이익!!! 왜 늦게 말해줘!”

       “푸하하!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아가씨의 사랑으로 부화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나 바보 아니야!”

       “푸하하하! 아아아! 잘못했습니다!”

         

         

       조금의 다툼이 끝나고 밝게 뜬 달을 보며 늘어진 나는 옆에서 헤벌쭉 웃고 있는 아가씨를 보며 잔잔한 목소리로 말했다.

         

         

       “북부 여행은 즐거웠습니까?”

       “응. 북부에 잘 온 것 같아. 보고 싶은 걸 못 봐서 아쉽긴 한데…. 재미있었어.”

       “그럼 다행입니다.”

         

         

       아가씨는 팔을 활짝 펴고 돌더미에 팔을 기댔다. 이제 완전히 슬라임으로 변할 모양인지, 노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가씨.

         

         

       ‘음?’

         

         

       자연스럽게 내 시선은 수건으로 감싼 아가씨의 웅장한 보물 주머니를 향하게 되었다. 일부로 본 것은 아니었고 아가씨께서 추울까 봐 걱정하는 마음에서 봤었다. 양심을 걸고 말이지.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북부에 잘 온 것 같습니다.”

         

         

       북부.

       나쁘지 않은 곳 같다.

         

         

       아가씨는 하늘이 뻥 뚫린 천장을 바라보며 헤실거리는 미소를 지었다.

         

         

       “온천에 사람이 하나도 없어. 별도 엄청 많고.”

         

         

       당연한 소리를 뱉는 아가씨의 발언에 나는 들썩이는 어깨를 감추며 자신 있는 목소리로 아가씨에게 답했다.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다. 온천을 통째로 빌렸는데.”

       “히이익…! 빌린거야?”

       “네.”

       “왜?”

       “평안한 목욕 생활을 위해서?”

         

         

       사실은 아가씨의 벗은 몸을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싫은 마음에서 큰맘 먹고 저지른 일이지만 사소한 이유는 말하지 않는 것이 멋있기에 나는 부자의 사치를 즐기며 아가씨에게 말했다.

         

         

       “이 정도는 가뿐하게 할 수 있습니다.”

       “호오오…”

         

         

       아가씨는 엄지손가락을 척하니 올리며 눈웃음을 지었다. 작은 움직임에도 흔들리는 아가씨의 웅장한 보물 주머니에 나 역시 돈이 아깝지 않았다.

         

         

       역시 여관 주인.

       여관으로 돌아가면 팁으로 혼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고개를 들어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바라보던 아가씨는 고개를 돌려 나를 빤히 바라봤다.

         

         

       “리카르도.”

       “네.”

       “리카르도. 몸 엄청 좋아.”

       “…?”

         

         

       웅장한 대흉근을 보며 감탄을 뱉는 아가씨. 만져보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스르륵 손을 뻗는 아가씨의 손짓에 나는 몸을 감싸며 ‘꺅!’이라는 소리를 뱉었다.

         

         

       “뭡니까. 그 음흉한 발언은.”

       “그냥. 리카르도 몸이 이렇게 좋았나 싶어서.”

       “원래 좋습니다.”

       “재수 없어.”

       “과도한 겸손은….”

       “이익! 시끄러워!”

         

         

       아가씨는 손에 물을 받고 내 얼굴에 뿌리기 시작했다.

         

         

       “해보자는 겁니까?”

       “이히힛!”

         

         

       흉터가 가득한 내 몸을 보며 징그럽다고 하지 않는 아가씨의 배려가 고마웠다. 악녀답지 않게 말이지.

         

         

       나는 작게 웃으며 아가씨의 물장구에 응하며 시간을 보냈다.

         

         

       “집사의 권 1장”

       “히이이익!”

         

         

       격렬한 물장구에 파도치는 온천.

         

         

       힘 조절을 잘못한 탓인지, 아가씨의 얼굴을 향해 막대한 양의 온천수가 세차게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으이이익!!”

         

         

       손을 저으며 방어하려는 아가씨.

         

         

       소드 마스터를 직전에 둔 검사의 장풍을 받아내는 아가씨는 뿜어져 나오는 물대포를 온몸으로 받으며 허우적거렸다.

         

         

       “하지마!”

       “아가씨께서 먼저 하셨습니다.”

       “이이익…!”

         

         

       그리고.

         

         

       -스륵.

         

         

       “어라?”

       “벗겨졌다…”

       “…?”

       “이이이이익!”

         

         

       나는 여관 주인에게 막대한 팁을 주기로 했다.

         

         

       *

         

         

       목욕을 마친 아가씨와 나는 젖은 머리를 털며 우유를 마시고 있었다. 다소 부끄러운 해프닝이 있었지만, 자부심이 강한 아가씨께서 금세 부끄러움을 회복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은 지금.

         

         

       “리카르도. 변태.”

       “…”

         

         

       나는 따끔거리는 뺨을 만지며 아가씨의 투정을 받아내고 있었다. 그래도 뺨 한 대로 극락을 봤으니, 남는 장사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한 대 더 맞고 또 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지만 나는 솔직한 마음을 깊은 곳에 숨기고 여관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관의 모습에 나는 콧노래를 멈추고 주먹을 쥐었다.

         

         

       “어라. 여관 불이….”

         

         

       “꺼져 있네요.”

       

       

       선택의 시간이 왔다.

       

       

       나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최근 부진한 모습만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닷!
    다음화 부터 전개를 빠르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닷…!

    다음화 보기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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