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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2

       엔시아 일행이 결승을 보러 떠나갔다.

       나와 아이들은 밖에 있기로 했다.

       경기를 보지 못하는 레비나스의 곁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결승을 보진 못했으나 아쉬움 따윈 없었다.

       레비나스랑 노는 것도 상당히 즐거웠으니까.

       

       “왕아, 왕아.”

       

       어느 가게 앞에선 레비나스가 와보라며 손짓했다.

       핫도그를 종류별로 팔고 있는 가게였다.

       

       “핫도그 먹고 싶어?”

       

       “아니···!”

       

       내 물음에 레비나스가 기겁했다.

       빠르게 젓는 머리 위의 토끼 귀가 이리저리 휘날렸다.

       

       “핫도그 먹고 싶은 거 아니었어?”

       

       “응! 레비나스는 강아지 안 먹는다···!”

       

       “강아지?”

       

       핫도그의 도그를 강아지로 오해한 건가.

       우리 레비나스가 영어를 할 줄 안다는 게 기특하다.

       조금 틀리긴 했지만.

       

       “왕이는 고양이라서 다행이다.”

       

       “왜?”

       

       “고양이 요리는 없잖아.”

       

       레비나스가 킁킁거리며 핫도그 냄새를 맡았다.

       나도 괜스레 냄새를 맡았다.

       딱히 개 냄새가 나지는 않았다.

       

       “음··· 고양이 요리 있을걸?”

       

       “있냐?!”

       

       “응. 근데 찾긴 힘들 거야.”

       

       이 세계에 살면서 고양이 요리를 본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흔히 볼수 있는 요리는 아닐 터였다.

       

       ‘나비탕이라든가···’

       

       으···

       원래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고양잇과 수인족이 돼서 그런지, 고양이 요리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레비나스가 걱정어린 눈길을 보낼 정도였다.

       

       “왕아, 괜찮냐?!”

       

       “으, 응. 고양이 요리 생각하니까 뭔가 무섭네.”

       

       “원래 그런 거다! 레비나스도 뿔토끼 요리 보면 많이 무섭다!”

       

       “그렇구나.”

       

       고양잇과 몬스터의 마석을 볼 때에도 이랬는데.

       수인족은 자신의 원형이 되는 동물에 동질감을 느끼는 게 분명했다.

       

       후아.

       가슴 위로 손을 올리고,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는 때였다.

       갑자기 레비나스의 눈썹이 사납게 올라갔다.

       

       “레비나스는 나중에 음식점을 열면, 뱀고기 음식점을 열거다!”

       

       “뱀고기?”

       

       “응! 그러면 나쁜 뱀이 무서워서 못 온다!”

       

       그렇구나.

       엄청난 전략이네.

       뱀을 싫어하는 레비나스를 위해 장단을 맞춰주기로 했다.

       

       “뱀이 오다가 울겠다.”

       

       “응! 레비나스가 나쁜 뱀 울려버릴 거다!”

       

       흥. 흥.

       콧바람을 내뿜는 레비나스의 앞으로 무언가 나타났다.

       맛있어 보이는 큼지막한 핫도그였다.

       

       “아가, 이거 먹고 화 풀어라.”

       

       “······?!”

       

       코앞까지 다가온 핫도그에 놀란 레비나스가 내 뒤로 숨어버렸다.

       등 뒤에서 얼굴만 살짝 내밀어서 핫도그를 준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레, 레비나스는 멍멍이 안 먹는데?” 

       

       “괜찮여, 이름만 멍멍이니께, 붕어빵에도 붕어 안 들어가제?”

       

       “헉···?!”

       

       붕어빵에 붕어가 안 들어가긴 하지.

       뒤늦게 진실을 깨달은 레비나스가 충격을 받았는지, 뒤에서 내 어깨를 흔들었다.

       

       “왕아! 들었냐?! 멍멍이 안 들어간댔다!”

       

       “응. 다행이네.”

       

       레비나스가 홀가분해진 모습으로 핫도그를 받아들었다.

       나와 새벽이것까지 총 세 개였다.

       

       아저씨는 우리에게 돈을 받지 않았다.

       홍보를 해 줘서 고맙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우리는 핫도그를 물고 축제 구역을 돌아다녔다.

       결승전과 시상식이 끝난지도 모르고 구경하고 있으니, 저 멀리서 반가운 이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얘들아···”

       

       힘없는 한여름과 언제 나와 같은 최진혁이었다.

       그 중 한여름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얼굴 여기저기에 피멍이 나 있었다.

       

       ‘얼굴이···’

       

       많이 아파 보이는데, 괜찮으려나?

       걱정스러운 눈으로 한여름을 살폈다.

       

       “겨울아아···”

       

       터덜거리며 다가온 한여름이 나를 꼭 안아 들었다.

       반가웠으나, 꼬리가 그렇게까지 세차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기운이 없어보여요.”

       

       “응, 언니 졌거든. 미안···”

       

       한여름이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아래로 떨어진 눈을 따라가자, 목에 걸려있는 은메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와.”

       

       결승까지 올라갔다는 말을 들었는데.

       메달로 보니 한여름의 위용이 더욱 와 닿았다.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게 될 정도였다.

       

       “언니 이등했는데 박수 쳐주는 거야?”

       

       “네. 이등이면 엄청난 거 아니에요···?”

       

       꽉찬 네 자릿수 참가자 중에서 무려 이등이었다.

       나로서는 경악스러울 만한 결과였다.

       

       “메달이다 메달! 우리가 메달 두 개다!”

       

       레비나스가 한여름과 최진혁의 주위를 폴짝 뛰어다녔다.

       그런 레비나스를 보며 한여름에 헤헤 웃었다.

       

       “두 개가 아니라, 일곱 개야. 우리 길드가 제일 많다?”

       

       “메달이 일곱 개나 돼요?”

       

       “응. 저번에 겨울이가 성별이랑 체급 나눠서 겨뤄야 한다고 했잖아.”

       

       “아···”

       

       체급별로 나눠서 싸운 건가.

       그런데 왜 한여름은 최진혁이랑 싸운 거지?

       고개가 갸우뚱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언니는 성별 무관 무제한급으로 나갔지만.”

       

       “그랬군요.”

       

       한여름의 몸이 탄탄하긴 했지만, 무제한급에 나갈 정도의 덩치는 아닌데.

       저 작은 몸으로 무제한급에서 이등을 한 건가.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성과였다.

       

       “저거 진짜 괴물이야.”

       

       한여름이 이를 갈며 최진혁을 흘겨보았다.

       최진혁 앞에서 폴짝 뛰던 레비나스가 만세를 한 자세에서 굳어버렸다.

       

       “괴물이 거인으로 둔갑한 거냐?!”

       

       “아니야.”

       

       “아니냐!”

       

       레비나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리 주변을 뛰어다녔다.

       상실감에 빠져있던 한여름이 허리가 꼿꼿히 펴졌다.

       

       “언니가 우리 아가들 덕분에 기운이 나네.”

       

       “저두요.”

       

       “겨울이도?”

       

       “네. 저두 가족들 보면 기운이 나요.”

       

       기운을 차린 한여름을 보자 꼬리가 세차게 흔들렸다.

       내쪽으로 뛰어오던 레비나스가 흔들리는 꼬리에 찰싹 뺨을 맞았다.

       한여름의 품에 안겨있는지라 높이가 딱 맞았다.

       

       “우!”

       

       레비나스가 뺨을 문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곧바로 근처에 있던 새벽이의 꼬리를 붙잡더니, 내 허벅지를 콕콕 눌렀다.

       부드러움에 꼬리가 더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 미안, 이거 안 멈춰 가지고···”

       

       “미안하면 레비나스도 안아주라!”

       

       “응.”

       

       한여름의 품에서 내려와 레비나스를 안아주었다.

       그런 우리를 보며 한여름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제 집에 갈까?”

       

       “다 끝난 거예요?”

       

       “응. 이제 볼일은 없지.”

       

       “그럼 집에 가요.”

       

       집을 떠난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벌써 그립네.

       집에 가서 길게 푹 쉬어야 할 것 같았다.

       

       

       **

       

       

       집으로 돌아왔다.

       날이 어두워 그날은 푹 쉬고, 다음 날 아침 공원으로 나왔다.

       

       “후아.”

       

       공원의 공기가 상쾌하다.

       역시 집이 제일이지.

       가볍게 주위를 둘러보는데, 익숙한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어라.”

       

       모모아다.

       모모아는 신성길드쪽 아닌가?

       나는 빠른 속도로 모모아를 향해 달려갔다.

       

       “모모아.”

       

       “머, 멈추세요!”

       

       모모아가 손을 뻗어 나를 제지했다.

       다급히 브레이크를 밟자, 쭉 미끄러진 몸이 모모아의 품으로 들어갔다.

       중심을 잘 잡아 넘어지진 않았다.

       

       “왜요?”

       

       모모아의 품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잔뜩 붉어진 그녀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빨리 달리면 위험하잖아요! 넘어지면 어쩌려고 그래요?”

       

       “빨랐나요?”

       

       “당연하죠. 그걸 느리다고 할 수는··· 설마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건가요?”

       

       “음··· 네에.”

       

       방금은 네발짐승이 달리는 정도였다.

       마나 없이 순수한 신체능력으로 달렸을 때의 속도였다.

       

       “노, 놀랍네요. 전 방금 속도의 반의반도 안 나올 텐데.”

       

       “빠른 건 제 특기거든요. 모모아 한테도 모모아만의 특기가 있잖아요.”

       

       “제 특기요?”

       

       “네. 잘 챙겨주고, 일도 엄청 잘하고.”

       

       “···흥.”

       

       모모아가 내 시선을 피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걸 보니, 딱히 싫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모모아, 근데 여기서 뭐 해요?”

       

       “상아 언니가 팀에 들어와 달라고 부탁했거든요.”

       

       팀원.

       한여름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팀을 말했다.

       

       “모모아가 일의 천재니까요. 같이 일하게 돼서 정말 영광이에요.”

       

       “흐, 흠···”

       

       몸을 이리저리 꼬던 모모아가 손목 시계를 확인했다.

       화들짝 놀란 그녀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는 이만 가볼게요. 출근 시간이라서요.”

       

       “네. 나중에 봐요.”

       

       “모르는 사람이 물고기 준다 해도 따라가면 안 됩니다?”

       

       “네에.”

       

       모모아를 떠나보내고 밭에서 작물을 확인했다.

       삼일 동안 관리를 하지 않았음에도 문제 있는 작물은 없었다.

       레비나스의 마법 덕분이었다.

       

       ‘오늘은 당근만 뽑을까.’

       

       흙밭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당근을 뽑기 위해 손을 뻗는 순간, 누군가 내 어깨를 콕콕 눌렀다.

       새벽이었다.

       

       “겨울아, 이거 써볼래?”

       

       새벽이가 내게 검정색 마석을 내밀었다.

       용도를 알 수 없는 마석이었다.

       

       “이게 뭐야?”

       

       “기억··· 정보가 담겨있는 마석이야.”

       

       “정보?”

       

       새벽이가 나한테 무슨 정보라도 주고 싶은 건가?

       새벽이가 건네는 마석을 받아들었다.

       

       이건 대체 어떻게 쓰는 걸까.

       손톱으로 마석을 톡톡 누르면서 새벽이를 바라보았다.

       어째선지 새벽이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겨울아, 만약에···”

       

       “응.”

       

       “내가 겨울이한테 잘못을 저지르면 어떨 거 같아?”

       

       꽤나 진지한 목소리였다.

       평소의 무뚝뚝한 목소리 톤보다도 진지했다.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

       

       “···응. 내 딴에는 겨울이를 위해 한 일이었거든? 근데···”

       

       새벽이가 말을 잇지 못했다.

       불안에 잠긴 새벽이의 머리를 토닥여 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응. 나를 위해 한 일인데, 그게 조금은 엇나간 방식일 수도 있다는 거지?”

       

       “마, 맞아.”

       

       대체 무슨 방식인진 알지 못했다.

       다만, 새벽이가 진심으로 나를 아껴주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무슨 잘못인지 알려줄 수 있어?”

       

       “···그게.”

       

       새벽이가 입술을 조물거렸다.

       한참을 그러던 그녀가 두 눈을 꼭 감았다.

       

       “조금씩, 천천히 알려줘도 될까···?”

       

       “응. 물론이지.”

       

       이유를 묻지 않는다.

       그저 믿어줄 뿐이었다.

       

       나는 새벽이의 몸을 꼭 안아주었다.

       강한 새벽이가 오늘따라 여리게 느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요!

    좀비 조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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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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