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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2

       

       

       

       

       

       “그래, 자네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황제는 즉시 측근들을 불러 모아 회의를 시작했다. 

       

       “당장 용사를 불러서 드래곤에 관한 언급을 하지 못하게 막아야 합니다!”

       

       항상 가장 먼저 반박당하고 묻혀 버릴 선택지를 언급하는 신하가 입을 열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용사처럼 정의감이 투철한 이에게 거짓말을 하라고 해 봐야 바로 거부할 겁니다.”

       “거짓말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드래곤에 대한 언급만 하지 말라고 하면 되잖습니까.”

       “그럼 드래곤이 활약한 부분을 자신의 활약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는 소리인데, 그게 거짓말이 아니면 무엇입니까?”

       “자, 자. 싸우지 마십시오. 어차피 드래곤에 대한 언급을 막는 건 불가능할 겁니다. 황제께서 직접 말씀하신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왜냐하면….”

       

       그때 옆에서 뭔가 알고 있으면서 입은 늦게 열어 주목을 독차지하는 신하가 그들을 중재했다.

       

       “왜냐하면?”

       “용사는 이미 그 드래곤을 아주 아끼고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가 자신이 들은 소문과 입수한 정보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용사는 그 드래곤을 본따서 만든 인형을 매일 밤 안고 잘 정도로 좋아한다고 합니다. 평소에도 항상 같이 다니며 친하게 지내고, 드래곤의 계약자 및 그의 아내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가 또 뜸을 들이자 성미가 급한 신하가 끼어들었다.

       

       “무엇보다 뭐요? 아까부터 자꾸 뜸을 들이는데 빨리 좀 얘기하지!”

       “…용사 레키온, 그리고 그와 견습 기사 시절부터 함께 해 왔던 동료 기사 데보라가 현재 정식으로 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서로 좋아하고 있었으나 이어지지 못하고 있던 둘 사이에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해 준 것이 바로 그 드래곤이라고 합니다.”

       “뭐라고?”

       “그건 좀 크군.”

       “용사 입장에서 좋아할 수밖에 없긴 하겠어.”

       “그렇다면 용사와 드래곤 사이를 갈라 놓는 선택지도 함께 사라지게 되겠군.”

       “그럼 어떻게 해야….”

       

       그때, 가만히 정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걸 기반으로 가장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아서 있어 보이는 척하기를 좋아하는 신하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두 가지 정도로 좁혀지겠지요. 첫 번째는 드래곤이라는 존재의 무서움을 제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서 경계심을 심어 주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드래곤을 어떻게든 제국 편으로 확실하게 끌어들여 저희의 통제 아래 놓는 것. 이렇게 두 가지로 말이지요.”

       

       제국의 황실에서 드래곤을 경계하는 이유는 명확했다. 

       

       드래곤이라는, 가히 초월적인 존재에 가까운 종족이 가지는 영향력이 황실을 위협할까 두려운 것이었다.

       

       페룬 대륙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이 높은 카란트라 제국.

       

       그리고 그런 카란트라 제국의 황실은 가히 대륙에서 최고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황실 직속 기사단, 황실 직속 마법사들, 그리고 황실 직속 암살자 겸 정보원까지.

       

       지금까지 황실을 위협할 만한 힘을 가진 세력도, 인물도 없었다. 

       

       ‘용사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지.’

       

       황제는 침음을 삼켰다. 

       

       사실 용사 레키온의 등장 역시 그 힘만 놓고 보면 황실 입장에서는 위험한 존재였다. 

       

       다만 용사의 성격 자체가 워낙 정의감이 투철하고, 견습 기사 시절부터 지금까지 제국의 영향권 아래 계속 순응해 왔기에 큰 걱정은 하고 있지 않은 것뿐이었다. 

       

       ‘게다가 대륙을 위협하는 가장 큰 악의 세력, 악마들이 다시 깨어나고 있으니 용사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야.’

       

       용사 레키온은 황실이 기대했던 것을 넘어서서 이미 너무 많은 일을 해 왔다.

       

       특히 제국 내부에서 슬금슬금 활동하고 있던 악마의 하수인들, 즉 하무트교의 악행을 밝혀내고 악마와의 연관성을 증명, 게다가 최근에는 화룡점정으로 부활한 마왕을 처단해 다시 봉인시키기까지 했다. 

       

       만약 레키온이 없었다면 제국은 진즉 악마들에 의해 어지럽혀지고, 제국민들은 황실을 원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드래곤은 너무도 큰 변수야.’

       

       드래곤은 그 어떤 조직에도 속하지 않는, 다시 말해 언제 어디로 어떻게 튈 지 모르는 존재다. 

       

       계약자 역시 드래곤이라는 엄청난 존재를 사역마로 삼고 있음에도 일반적인 용병 생활을 하며 조용히 지냈다. 

       

       오히려 그 점이 더더욱 그들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들었다.

       

       황제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자, 신하들은 토론을 계속했다. 

       

       “첫 번째 방법은 좀 위험하지 않습니까? 드래곤이 지금까지 가만히 제국에 피해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용사를 도왔는데도 사람들 사이에서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면 갑자기 돌변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동의합니다. 용사도 드래곤과 가까이 지내는 마당에, 저희가 드래곤을 배척하는 낌새를 보이면 용사가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도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첫 번째 방법이 먹힐지도 의문입니다. 제가 들은 정보에 따르면 벌써 제국민들 사이에서 드래곤의 인기가 나날이 올라가고 있다고 합니다.”

       “드래곤이 인기가 있다고…?”

       

       사람들이 의문을 던지자, 그간 품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던 신하가 인형 하나를 꺼냈다. 

       그건 말랑콩떡 모드의 아르 인형이었다.

       

       “……!”

       “그 인형은?”

       “설마 아까 말했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드래곤의 인기가 올라감에 따라 제국의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는 드래곤의 모습을 본딴 인형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손을 쓴다고 해도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울 겁니다.”

       “흐음, 확실히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군.”

       “실제로도 저렇게 생겼나?”

       “설마. 그냥 미화해서 귀엽게 만든 거겠지.”

       “어쨌든 그럼 두 번째 방법으로 가야 한다는 소린데….”

       “저도 두 번째가 나을 것 같군요.”

       

       마지막에 모든 이야기를 정리하길 좋아하는 신하가 말했다.

       

       “저희에겐 어차피 선택지가 없습니다. 마왕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인 이상, 앞으로도 저희는 용사와 드래곤의 도움을 받아야 할 테니까요.”

       “게다가 만약 드래곤이 카란트라 제국을 떠나, 대우가 좋은 다른 제국 혹은 왕국 측에 붙는다면 저희에게는 오히려 좋지 않은 소식이 되겠지요.”

       “동의합니다. 채찍과 당근, 지금은 그중 당근을 써야 할 때인 듯합니다.”

       

       의견은 결국 하나로 모아졌고.

       황제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짐의 생각에도 드래곤을 무턱대고 배척하는 건 상책이 아닌 것 같군. 일단 불러서 당근으로 구슬리는 게 가장 낫겠어. 전보를 보내 그들을 황실로 초대하도록 해라. 직접 만나 짐이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다.”

       “예! 알겠습니다!”

       

       신하들이 돌아간 뒤, 혼자 남은 황제는 턱을 괴었다. 

       

       “당근이라…. 그래. 추후에 방법을 다시 생각하더라도, 지금은 그게 최선의 방법이겠군.”

       

       그리고 중얼거렸다.

       

       “다만 드래곤이 당근을 마음에 들어할지 그게 문제일 뿐이지.”

       

       ***

       

       아르는 울상을 지었다. 

       

       “히잉! 아르 당근 시러!”

       “골고루 먹어야 쑥쑥 크지, 아르야. 당근에 좋은 영양분이 얼마나 많은데.”

       “히이잉…. 구럼 쪼금만 머글래.”

       

       아르는 눈을 질끈 감으며 당근 볶음을 먹었다. 

       

       우물우물.

       

       “아유, 잘 먹는다. 아르 금방 자라서 더 멋진 드래곤 되겠네.”

       “쀼우….”

       

       아르는 내가 칭찬하며 토실한 궁둥이를 토닥여 주자 조금 기분이 나아진 듯했다. 

       

       “하하하! 아르가 편식을 하는 줄은 몰랐네. 하긴, 나도 어렸을 때 당근은 싫어했던 기억이 나.”

       

       레키온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레키온. 배급에 당근이라도 나오면 나한테 먹어 달라던 때가 엊그제 같네.”

       “윽. 데비, 하지만 넌 당근을 좋아했잖아.”

       “나도 싫어했거든? 근데 네가 계속 못 먹겠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좋아하는 척한 거지!”

       “그…런 거였어?”

       

       레키온은 이제야 알게 된 진실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 계속 싫어하는 당근을 나 때문에 참고 먹어 준 거야…? 정말 감동이야, 데비! 너무 고마워.”

       “흐, 흥. 알았으면 됐어.”

       

       데보라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홱 돌렸다. 

       

       “히히, 삼쵼이랑 데보라 온니 서로 조아하는 모습 보기 조타.”

       

       아르는 그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남은 당근을 옆으로 슬쩍 치웠다. 

       

       나는 피식 웃으며 못 본 척해 주었다. 

       

       ‘녀석, 꾀 부리긴.’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햇볕이 잘 드는 언덕으로 나와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간만의 여유를 즐겼다.

       

       “날씨가 참 좋네요.”

       “그러게요. 하무트를 봉인하고 나니 저도 마음이 편하네요. 당분간은 좀 편하게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실비아도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앉았다.

       

       아르는 그새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아공간에서 꺼내 먹고는 만족한 듯 풀숲 위에 드러누웠다. 

       

       “쀼우…. 조타아….”

       

       그러고는 나를 향해 팔을 쭉 뻗었다. 

       

       “레온, 아르 안아 조….”

       

       아르는 그새 덩치가 조금 더 커져 있었다. 

       

       이번에 마왕을 잡으며 레벨이 단숨에 83까지 오른 까닭에, 통곡의 벽인 레벨80을 뚫고 성장 4단계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하루 푹 자면 성장이 끝나 있던 반면, 이번에는 폭풍 성장기를 겪는 아이처럼 하루가 지날 때마다 알게 모르게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문인지 아르는 요즘 꽤나 자주 졸려했다.

       

       “그래, 안아 줄게.”

       

       부드러운 풀숲 위, 따뜻한 햇살, 부른 배.

       낮잠을 위한 삼위일체를 장착한 아르는 마지막으로 나를 껴안음으로써 금세 꿀잠에 빠졌다. 

       

       “뀨우우…. 큐우….”

       

       콩, 콩, 약동하는 아르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나도 달콤한 낮잠에 빠질 무렵.

       

       “전보입니다!”

       

       우리는 황실의 전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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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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