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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2

       지사장이 떠나간 사무실. 아니, 쫓겨났다고 해야 하려나. 표정이 안 좋던데.

        

       하기야, 문앞 명패에 제법 큼지막하게 지사장실이라고 써있던데……아무리 본사 주인님이어도, 본인 방에서 쫓겨나는 건 좀 그렇긴 했겠지.

        

       물론, 남의 기분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쏟아지는 질문들에 맞추어 내 생각과 상황을 최대한 자세히- 그러나 동시에, 미래 지식은 숨기며 설명해야 했으니.

       

       그 와중에 이예리는 혹시 모를 녹음에 대비하기라도 하는 건지, 들릴락 말락한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어서……알아듣기도 힘들더랬다.

       

       그럼에도, 솔직히 그건 문제 축에도 속하지 않았다.

        

       “아, 그리고……현금화 가능한 재화 관련 버그, 같은 건 사용한 적 없는 거지?”

        

       ……나오나, 진짜 안 해본 것 같은데. 튜토리얼만 했거나.

        

       나오나에 현금화 가능한 재화라니. 현금을 쓸 컨텐츠도 부족해서 탈이던 게임이다. 제발 얼마여도 좋으니 스킨을 출시만 해달라고 다 함께 어깨 걸고 소리치던 나날이 몇 년이었던가.

        

       지금은, 기묘하게……비싼 스킨이 줄줄이 출시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봐야, 결국 이런 게임은 돈을 쓰는 게임이다. 버는 게임이 아니라.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예리는 알지도 모르는 나오나를 파악해가며 나를……동생을, 변호하겠다고 최선을 다하는 중이란 뜻 아닌가. 하루에 4시간씩 자며 일을 하던 와중에 잠시 휴가를 써서 한다는 게, 이런…….

        

       그러니 차마, 도저히 그런 이예리를 무시하고 내 마음대로 날뛸 수는 없었던 고로.

        

       “응. 없어.”

        

       결국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건, 짧은 대답뿐이었다.

        

       이어지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크게 다를 건 없었다. 때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젓는 정도로 대답하며, 때로는 짧게…….

        

       ……하지만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이러려고 온 게 아닌데.

        

       정말로.

        

       “예나야?”

        

       ……생각에 너무 오래 잠겨 있었던 걸까.

        

       걱정이 가득 담긴 채 내 안색을 살피는 이예리의 시선이, 가슴을 짓누르듯 다가왔다.

        

       이예리.

        

       이예나의, 언니.

        

       이예나의 핸드폰 사진 폴더에서 단연 압도적인 지분을 차지하던 사람. 그리고, 유일하게……나오나와 아무런 상관없는 인연.

        

       기억을 더듬어보면, 병원에서 깨어났던 날 처음으로 본 이름도 이예리였지. 분명, 진동하는 전화의 액정에 떠오른 발신인이었다. 빙글빙글 도는 머릿속 어딘가에서, 이런 상태로 저 전화를 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더랬다.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렇게 받지 못한 전화는 의외로 그리 집요하게 이어지지 않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예나는 언니의 전화를 안 받는 일이 의외로 자주 있었던 것 아닐까.

        

       다시 핸드폰이 진동했을 때는, 액정에 전화가 아닌 메시지 – ‘별 일 없지? 잘 지내나 확인차 전화했어! 용돈 부족하면 얘기하구!’ – 가 떠올라 있었다.

        

       메시지를 제대로 읽을 기운도 없었던 탓에, 한없이 무겁게 느껴지는 손가락을 가까스로 움직여 ‘아무 일도 없어’라는 답장만 겨우 보냈더랬다.

        

       딱히 그리 보내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해서는 아니었다. 어째서인지, 이미 그 채팅방에 이미 적혀있었던 문구였으니. 몽롱한 정신으로 화살표 모양 전송 버튼을 한 차례 눌렀을 뿐이다.

        

       그 후엔 잊고 지냈다. 특별히 연락이 오는 것도 아니었으니,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치킨이 도착한 줄 알고 연 현관문 앞에서, 오열하는 이예리를 마주하기 전까지는.

        

       어쩌면, 이예리를 대하는 내 자세는 이미 그 순간에 굳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치킨 냄새가 풍기는 눈물과 함께.

        

       하지만…….

        

       “응.”

        

       “괜찮아? 좀 쉴까?”

        

       “아니야. 괜찮아.”

        

       “그래. 걱정하지 말고, 언니만 믿어. 상황이랑 입장 대략 파악했고……충분히 설명 가능하겠어.”

        

       내가 정말로 이예리를 대하고 있는 걸까, 하면……쉬이 대답이 나오지 않더라.

        

       이러한 생각의 흐름이 찾아올 때면 늘 들이켜던 술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건, 손님 대접이 소홀한 점조차 패러데이스럽다고 음해하고 싶어지는데.

       

       게임이 게임인 만큼, 회사에 방문하는 손님들도 일단 중세 분위기의 나무잔에 맥주 한잔 가득 담아서 건네주는……그런, 그런 느낌을 기대했을 수도 있잖아.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데. 제안하면 받아 주려나- 따위의 생각을, 머릿속에서 애써 굴려보았으나-

        

       알코올 한 방울 흐르지 않는 혈관에 힘입어 과도하게 명징한 정신은……이렇게 노골적인 현실도피를 허용하지 않더라. 

       

       ……괴로워.

        

       * * * *

        

       [작성자: ㅇㅇ]

       [제목: 소신발언) 통제 좆같음]

       [고소? 좋음.

        

       악질 처단? 좋음. 솔까 갤 기준으로도 좀 역겨운 새끼들 많았음.

        

       근데 통제? 좆같음. 진짜 개 좆같음.

        

       아따먹이 방송 아무리 지 좆대로 해도 방송 시작하면 개같이 달려갈 정도로 존나 재밌었던 이유가 뭔지 모르는 새끼 있냐?

        

       아따먹이 방송 지 좆대로 해서 재밌었던 거잖아.

        

       근데 최근 상황 보자.

        

       ㄹㅇ 개또라이짓 하나보다 싶었던 시위? 본격적으로 뭐 하나 싶더니만 갑자기 뭔 여캠마냥 사은품 나눠주고, 언니인지 뭔지 나타나서 끝남ㅋㅋㅋ

        

       시위 결론? 갤주 예쁘다가 끝임

        

       아니 예쁘긴 존나 예쁜데 씨1발 애초에 누가 그래서 아따먹 봤냐고 

        

       이젠 방송에서 드립 좀 치면 존나 짤려나가고

        

       위게더 도적부흥운동회 시절 좆꿀잼 드립은 다 사라졌고 

        

       팬카페는 거의 육수 수용소 수준이고

        

       아따먹 이 텐련은 위키에 논란 페이지만 목차 8.5까지 만들던 폼은 어디 팔아먹었는지 갑자기 존나 소심해져서 눈치보는 거 느껴지고

        

       아

        

       걍 개 시발 다 좆같음

        

       나는 그냥 존나 프로가 오면 프로 머가리에 단검을 심어주고 부처가 오면 부처 모가지에 대검을 날리던 시절 아따먹이 보고 싶다고…

        

       어제부터 다 포기하고 다시보기만 개같이 돌려보고 있는데 볼수록 눈물이 나온다고 씨1발련들아…]

       –     왜케 화났어;

       –     이건 또 어디 아이피냐

       –     ㄴ 아스가르드자너

       –     존나 소신발언 ㅇㅈㄹ 하면서 토르 키는거 안 부끄러움?

       –     ㄴ 갤주가 직접 클리너 돌리라고 하는 마당인데 안 키는게 병신이지

       –     ㄴㄴ 근데 애초에 갤주가 직접 클리너 돌리라고 한 거 보면 갤주는 고소도 안 하고 싶은 거 아님?

       –     ㄴㄴ ㄹㅇ

       –     근데 예쁘긴 진짜 존나 예뻤어…….

       –     ㄴ ㅇㅈ 시위는 보람 있었다 그건 까지 말자

       –     ㄴㄴ 아니 시발1련들아 그 시위가 갑자기 노잼으로 끝난 게 문제란 거잖아

       –     ㄴㄴ 걍 얼굴만 봐도 존나 유잼이었는데 너 시위 온 거 맞음?

        

       [작성자: ㅇㅇ]

       [제목: 근데 솔직히 나도 좀 그랬음…]

       [저번에 이거 좀 그렇지 않냐고 한 소리 했다가 고소당할 예정인 병신새끼라고 비추만 존나 처맞았는데

        

       뭔가 자동 쥐흔 느낌 있지 않았음?

        

       ‘곧 고소합니다~~’ 간판 붙여놓고 방송하니까 시청자들이고 방장이고 방송 텐션이 올라갈 리가 있냐

        

       방장도 갑자기 존나 무슨 키즈 지튜버마냥 변한 거 다 느꼈을 거 아니야

        

       어제 ‘오늘은 나이트 오브 나이츠를 해볼 거예요’ 하는데 나 진짜 토할 뻔했다ㅋㅋㅋㅋㅋ씨1발

        

       얼굴도 깐 김에 곧 액괴 가져와서 젤리 먹방도 하겟어 씨1발]

       –     아 그건 좀 그랬지

       –     왜케 중간이 없냐 이 텐련은……

       –     엥 어제 나오나 함?

       –     ㄴ 한 30분 하다 끄더라 지도 방송 좆같았나봐

        

       [작성자: ㅇㅇ]

       [제목: 언제는 관리자 생겨서 좋다면서?]

       [또 뭐 ‘밥통이 너무 커서 아가 소아비만 걸리겠네’ 이딴 방송이랑 상관도 없는 성욕배설 도배 보고싶나?

        

       역겨운 채팅 줄어서 좋기만 했는데 여기 글들 수준 진짜 환멸나네

        

       방장도 아닌 척하는 거지 그런 글 볼때마다 상처받는 거 다 티 났는데 계속 방치했으면 언젠가 터졌어;

        

       왜 사람을 쓰레기통처럼 쓰려고 해? 제발 정신들 차려 좀]

       –     군번 총기번호 전우조 숫자

       –     ㄴ 나 남자야 병신아

       –     ㄴㄴ 그니까 군번 총기번호 전우조 숫자

       –     이제 다 밴때리고 고소한다니까 사린거지 그걸 진짜 민심 좋았단 거라 생각하냐 ㅋㅋㅋ능지 수준 진짜

       –     ㄴ 지금은 왜 안 사림?

       –     ㄴㄴ 너무 오래 참았음

       –     ㄴㄴ 일주일 지났다 아붕아……

       –     ㄴㄴ ㅇㅇ그니까 너무 오래 참았다고

       

       [작성자: 아따먹의노예]

       [제목: 유입 티 그만 내고 응원이나 해라]

       [언제는 뭐 아따먹이 시청자 신경쓰면서 방송했냐?

        

       원래도 한번쯤 개미털기 할 타이밍 됐었다

        

       개씹좆혐 불던 시절보다 백배 낫구만 진자 무료눈깔 뉴비들 징징 개역겹네]

        

       [작성자: ㅇㅇ]

       [제목: 걍 갤주 방송이 갑자기 바뀐 느낌이라니까]

       [갤창새끼들 문해력 실화냐 따평 수준에 감탄만 나온다

        

       선넘는 새끼들 밴하는 거 좋다고

        

       고소도 해도 좋다고

        

       근데 시위 이후로 갤주 방송이 병신이 됐다고 씨@발

        

       겨우 닷새 방송했는데 이렇게 씹퇴물된 티 풀풀 나기도 쉽지 않다

        

       갑자기 무슨 공중파 출연한 거 마냥 입조심하기 시작한 건 둘째치고

        

       당장 이번주에 뭐 한국지사에 본사 임원 와서 만나러 간다며?

        

       원래 갤주였으면 오토바이 헬멧 쓰고 쌍수단검 들고 가서 방송 켰다 ㄹㅇ

        

       언제 가는 건지도 말 안 해

        

       가서 뭐할 지도 말 안 해

        

       방송도 안 해

        

       근데 시발 이 상황에서 좆같단 소리도 못함?

        

       터렛육수질 작작해 니들이 방송 망치는 거야]

       –     근데 방송은 원래 잘 안 하지 않았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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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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