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12

       ……내가 이런 걸로 불안하다고 느끼게 될 거라는 상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아무래도, 내가 불안함을 느끼는 이유는 정말로 내 옆에 하늘이, 소희, 수아가 없기 때문인 모양이었다.

        

       아니, 따지자면 없지는 않다. 당장 지금도 내 옆자리에 앉아있었으니까. 하지만, 조금은 다르다.

        

       그러니까…… 여기, 식당까지 오는 와중에 세 사람은 내 옆에 딱 달라붙지 않았다. 그러니까, 팔짱을 끼거나 나에게 거의 매달리듯 달라붙지 않았다는 뜻이다.

        

       조금 갈망하는 시선을 보내기는 했지만, 내 경고대로, 세 사람은 무척이나 잘 버텨주었다. 아마 오늘은 더는 세 사람에게 벌을 준다고 하거나, 각방을 쓰자고 하거나 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문제는, 그 상황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이었다.

        

       날씨는 이제 여름이다. 사실 교복을 반팔로 갈아입은 지도 한참 지났다. 옆에 사람이 달라붙으면 끈적끈적한 느낌이 날 정도로 습하고 짜증 나는 날씨가 몰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양 팔, 그리고 옆구리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항상 밖에 다닐 때에는 두 사람이 양쪽에 붙어 있었기에.

        

       상황과 분위기를 봐서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보통은 기회를 봐서 내 옆자리를 은근슬쩍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평소에는 미처 의식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휘적휘적, 공기를 가르는 내 양팔이 너무나 가벼웠다.

        

       “…….”

        

       편한가? 그렇게 물어보면 편하긴 했다. 하지만, 몸이 편하다고 해서 마음마저 편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3개월 정도의 시간 동안 내 양팔을 자기 자리처럼 생각하던 아이들이 없는 것은, 조금 허전하다고 느껴졌다.

        

       아니, 아니다.

        

       본심을 말하자면, 그것만으로도 하늘이, 소희, 수아와 묘하게 거리감이 생긴 기분이었다.

        

       일부러 달라붙지도 않고, 재잘재잘 떠들지도 않고, 은근히 자리싸움하지도 않는다. 분명 내가 먼저 거리를 두자고 했을 텐데,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

        

       아니, 아니지.

        

       이러면 안 된다.

        

       거리두기를 시작한 지 이제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았다. 등교하기 전에 이야기를 나누고, 이제 막 점심시간이 되었는데 말을 물리면, 저 세 사람이 뭐라고 생각할까?

        

       …….

        

       사라가 묘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그러니까.

        

       이건 내가 나쁜 게 아니라니까?

        

       그러고 보면 그동안 내 옆자리를 두고 다투던 아이들은 모두 ‘친구라서’가 아니라 그만큼 흑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잖아.

        

       은근슬쩍 나를 이렇게 조교 해버린 게, 과연 얘네들의 의도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그보다, 그걸 이제야 눈치챈 너가 바보인 건 아닐까?

        

       “……응?”

        

       사라의 그 말에, 나는 문득 걸음을 멈췄다.

        

       내가 걸음을 멈추자, 나를 따르던 세 아이도 걸음을 멈췄다. 불안한 시선이 내게 와 꽂혔다. 그 사이에 나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은 한 것은 아닐까, 뭐 그런 걱정이라도 드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 생각은 온전히 사라에게로 향해있었다.

        

       너, 그건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데?

        

       아.

        

       *

        

       하긴, 사라도 나를 좋아했지.

        

       숨긴다고 해서 이상할 일은 아니다. ‘잠재적인 경쟁자’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당연히 최대한 숨겨서 자기만 남겨놓는 게 좋겠지. 어느 순간부터 나한테 열심히 입맞춤해대던 것도, 결국엔 그 순간부터 내가 그만큼 좋다고 느꼈기 때문일 거다.

        

       평소에는 휙휙 자리를 바꾸다가, 정작 시간 많을 때는 반드시 키스해야 의식을 전환할 수 있다는 말을 한 것도, 분명히 그런 원리이리라.

        

       으으…….

        

       부끄러워해도 소용없어. 어차피 다 들리면서.

        

       이것 참,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그래도 사라의 마음은 조금 알 것 같다. 사라와 나는 서로의 기억을 읽은 사이였고, 실제로 내가 사라에게 지극정성이긴 했으니까. 이렇게 하면 무조건 반한다! 라고 생각하지는 않아도, 지나고 보니 ‘그럴 수도 있었겠네’하고 생각할 정도는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하늘이, 소희, 수아는…….

        

       음, 진짜 모르겠다.

        

       진짜 얼굴 때문인가?

        

       그랬다면 나한테도 반했겠지. 하늘이는 너만 좋아하잖아.

        

       소희는 너도 좋아한다는데.

        

       아…….

        

       평소라면 틱틱거리면서 받아주었을 사라가, 정작 소희 이야기가 나오니까 입을 다물었다. 아마 얼굴을 마주 보고 있었다면 완전히 새빨갛게 변한 사라의 얼굴을 볼 수 있었겠지.

        

       “저기, 있잖아.”

        

       “응?”

        

       갑자기 들린 말소리에, 나는 고개를 휙 들었다.

        

       말을 건 것은 손아름이었다.

        

       “혹시, 너희들 싸웠어?”

        

       “어…….”

        

       싸웠……나?

        

       싸웠다기보다는 내가 일방적으로 화낸 거에 가깝긴 하다. 그 분노에 아무런 이유도 없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아냐. 싸운 건 아니야.”

        

       그저 약간의 조정 기간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혼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조금 그렇게는 하다만.

        

       “아무리 봐도 별로 분위기가 좋아 보이지는 않는데.”

        

       “그냥, 이런저런 일이 있었어. 너 돌아가고 나서.”

        

       “그래……?”

        

       손아름은 나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엔 식사할 때 손도 안 쓰고 식사했잖아.”

        

       그리고 쓸데없이 정정당당한 팩트를 날렸다.

        

       “아,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었어.”

        

       주위의 시선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나는 얼른 그렇게 반박했다.

        

       그래, 평소에 양쪽에서 내 입에 음식을 찍어 넣어주긴 했지만, 그래도 내 손으로 먹을 때도 많았다. 받은 음식의 절반 정도는 내 손으로 먹었다고 자부한다.

        

       ……자부해도 되나?

        

       생각해보니, 오늘은 간식 같은 것도 하나도 먹지 못했다. 평소에는 길을 가다가, 수업 도중에, 쉬는 시간에, 혹은 하굣길에, 하늘이, 수아, 소희가 입 안에 뭔가 하나씩 까서 넣어주는데.

        

       …….

        

       어, 말하고 보니까 영 이상하네.

        

       ……그러고 보면, 나는 그걸 ‘친구니까 베푸는 호의’로 생각하고 받아먹어 왔다.

        

       실제로는 완전히 딴마음을 먹고 있었던 건데.

        

       제일 심각한 건, 내가 그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거였다.

        

       그래. 받아들이고 ‘있다는’거다.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지금도, 가슴 한편으로는 ‘그게 정말로 잘못된 일인가?’하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래, 이게 잘못한 일인가?

        

       뭐 ‘잘못한’일이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아니다. 무슨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그냥 친구 입에 초콜릿을 넣어주었을 뿐인데. 가끔 밥도 떠먹여 주고.

        

       그리고 그 상대를 조금 좋아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잘못한 것은 아니다.

        

       이상한 행동이긴 했지만, 잘못한 것은 아니었다.

        

       손아름의 그 갑작스러운 질문을 듣고 나서라 그런지, 하늘이와 수아와 소희의 손놀림이 조금 느려졌다. 아무래도 조금은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하긴, 그 행동 자체가 꽤 용기 내서 움직인 거니까.

        

       나였다면 좋아하는 여자애 입에 뭔가 넣어주는 것은 둘째치고, 그 아이와 친해지는 것부터가 난관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호의를, 나는 ‘일단 떨어져’라는 말로 미뤄버린 것이다.

        

       “…….”

        

       음, 뭐.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심했을지도.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갑자기 사과하는 것도 이상하고, 무엇보다 아직 내가 사과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한 것도 아니었기에, 일단은 조용히 밥 먹는데 집중했다.

        

       *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외로운 감정은 점점 더 심해졌다.

        

       막 혼자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토록 친했던 애들이 나와 거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영 불편했다.

        

       그래, 알고 있다. 그렇게 하자고 한 게 나라는 거.

        

       아마도, 나는 나도 모르게 이 아이들에게 베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뭐, 어떤 의미에서는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나는 돈을 쓰고 있었고, 이 아이들이 자는 방도 내 방이었고, 전기세, 식비, 기타 등등 생활하면서 드는 돈들을 자연스럽게 내가 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내가 ‘베풀고 있기는’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친구들이 나에게 베푸는 것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곁에서 그 아이들이 나에게 보내주는 심리적인 안정감이었다. 밤에도 그 커다란 방 안에서 외롭지 않았고, 무슨 일이 터지더라도 나를 기꺼이 도와줄 수 있는 아이들이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나를 좋아해 주는 아이들.

        

       세상이 다 나의 적이 된다고 해도 나의 편을 들어줄 것 같은 아이들.

        

       나를 사랑하는 감정이 있다고 해서 내가 멀리 미뤄야 할 이유가 없는 아이들.

        

       ……어쩌면, 그 아이들이 나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일단 밀어내고 보자는 생각을 한 나도 나빴다.

        

       “…….”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나는 대체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이었다.

        

       먼저 그렇게 말한 주제에 이제 와서 뜬금없이 ‘내가 미안해’라고 하는 건, 좀, 많이 그렇지 않나?

        

       ……에휴.

        

       사라가 대놓고 한숨을 쉬었다.

        

       아니, 그럼 너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말을 하려고?

        

       …….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나의 그 질문에 사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뭐,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걸지도 모르지.

        

       “……아.”

        

       그래, 맞다.

        

       오늘 내가 한 말을 잘 지키면, 내가 칭찬으로 포옹 한 번씩 해 주기로 했지.

        

       그렇다면 그 상황을 최대한 잘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에휴.

        

       다시 한번, 사라가 대놓고 한숨을 쉬었다.

       

       

    다음화 보기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