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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2

       천마의 직위에 있는 자가 할 만한 발언이 아니라 생각해 짜게 바라봐주었더니 백화령이 다급히 목소리를 냈다.

       

       “맛있는 걸 먹겠다는 게 뭐 그리 잘못된 발언이더냐?!”

       “잘못될 건 없지. 다만 위엄 없는 바보 같을 뿐.”

       

       천마가 다른 문파에 와서 한다는 소리가 맛있는 걸 먹으러 왔다가 무어냐.

       

       음식을 향한 갈망은 이해한다만 그래도 체면은 지켜야 하지 않겠나.

       

       “위엄이 밥을 먹여주더냐!”

       

       그리 생각해 핀잔을 주었지만 백화령은 되래 어깨를 피면서 소리칠 뿐이었다.

       

       이 모습을 신교의 놈팽이들이 봤어야 했는데.

       

       아니군. 그 놈들이라면 오히려 당당함을 잃지 않으시는 천마님이라며 좋아하겠구나.

       

       이 따위 일로 신앙을 잃을 놈들이었다면 애시당초 신교의 일원이 되지도 않았을 터이니.

       

       오히려 저런 당당함에 부끄러워하는 것은 멀쩡한 사람이지.

       

       백화령의 곁에 있는 한서우 같은 놈 말이다.

       

       “죄송합니다. 저희 스승님이.”

       “어허! 제자야! 천마의 제자라는 놈이 그리 쉽게 고갤 숙여서 쓰겠느냐!”

       “정말로 죄송합니다.”

       “고생하는구나.”

       

       본래 백화령이라는 인간은 무척이나 말괄량이구나.

       

       본인이었다면 저렇지는 않았을 것이야.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하더라도 몸에 익은 예의를 잃지는 않았을…

       

       흠. 이는 확신하지 못하겠군.

       

       본인이라 한들 평생 먹어보지 못한 미식을 앞에 두고서 진정할 수 있을까?

       

       무림에 살적에도 미식을 찾아 헤매이던 본인이?

       

       지금의 백화령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을 것 같구나.

       

       입장을 바꾸어 생각을 해보니 이해가 되어서 잔소리하는 것을 멈추었다.

       

       그 대신에 이리 물었다.

       

       “백화령. 조리장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느냐?”

       

       지난번에 떠나갈 적에 내 이야기하지 않았느냐.

       

       그 녀석은 그럭저럭 열정이 있는 녀석이니 새로운 조리법을 거부하지 않았을 터.

       

       애초에 천마가 먹고 싶다 그러는데 한낱 조리장이 그를 물리지도 못할 텐데.

       

       “했지.”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난리더냐.”

       

       그럼 그 녀석이 해주는 것을 먹으면 그만이지 않으냐.

       

       “세상에는 명령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게 있는 법이다.”

       

       백화령은 그리 이야기하며 신교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해주었다.

       

       지난번 나와의 만남에서 자신이 우물 안에 있었음을 깨달은 백화령은 조리장에게가 바깥의 식문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외부의 음식들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이 곳의 요리법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음을.

       

       평범한 사람이 이야기했다면 자존심이 드높은 조리장이 무시를 했을지도 모르나 그 이야기를 한 것은 신교의 신일지어니.

       

       신교의 일원인 조리장은 응당 백화령의 말에 수긍했고 한서우와 함께 바깥으로 나가 음식을 먹어 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과거에 갇혀 있음을 인정했다.

       

       “그럼 된 것 아니더냐.”

       “민가. 이야기는 끝까지 듣거라. 나이도 많으면서 왜 그리 인내심이 없는 게야.”

       

       백화령은 그리 투덜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분명 조리장이 자신의 부족을 인정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 하여 바로 변화할 수는 없었다.

       

       지금 무림 식문화의 발전은 대개 외부인이 중심이 되어서 이끌어 낸 것.

       

       요리사로서의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외부인에게 가르침을 얻어야 하는데 폐쇄적이어서 외부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신교로써는 그러기가 어려운 것이다.

       

       “외부인이 들어오기 시작한 초창기까지만 해도 호기심에 찾아온 이들이 여럿 있었다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거의 멸종되다시피 했으니 말이야.”

       

       설령 가르침을 얻는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산적해있다.

       

       그 중에 제일 큰 것은 식재료를 구하는 것이다.

       

       본래 무림에서 사용하던 것과 외부인들이 바꾼 식재료에는 큰 차이가 있으니.

       

       그 맛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식재료를 수급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허나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림과 신교가 있는 지역의 사이에는 수많은 고난의 길이 펼쳐져 있다.

       

       거대한 산맥과 기나긴 사막.

       

       이 두 개를 넘어서야 간신히 천마신교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교에서 꾸준히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식재료를 무림으로부터 수급하는 것이 어찌 간단하겠는가.

       

       “이외에도 문제는 수도 없이 많다만 결론은 단순하다. 알겠느냐. 본인으로써는 맛난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이 곳에 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먹는 거 때문에 지금 신교에 쌓인 일도 넘쳐나는데 저를 반쯤 협박해서 여기로 오신 거고요.”

       “협박이라니! 스승이 제자에게 부탁한 것을 그리 말하면 서운하니라!”

       

       백화령. 그대가 간절하다는 것은 대충 알겠다.

       

       그래. 밥 좀 먹으러 가는 것이 뭐 그리 힘든 일이겠느냐.

       

       신교의 입장에서야 그대의 단독행위가 곤란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본인이 신경 쓸 바는 아니지.

       

       안 그래도 내 은인을 데리고서 한 번 거리로 나갈 생각이었거늘 거기에 동행시키는 거야 별 어려운 일이 아니지.

       

       “잠시 기다리거라. 데리고 올 분이 있으니.”

       “흐음?”

       

       그리 이야기를 하고 나서 은인을 데려왔더니 백화령의 눈이 커졌다.

       

       “스승님! 여기 계셨습니까?”

       “얼마 전에 왔다. 이 분이 날 구해주어서 말이다.”

       

       반가운 듯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은 본인이 예전에 바라왔던 은인과 본인의 모습과 한없이 닮아있었다.

       

       저를 가만 구경하고 있자니 반가우면서도 씁쓰름한 기분이 들어 왠지 모르게 곰방대를 물고 싶어졌다.

       

       그 시절의 본인이 좀 더 강했더라면 이런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사람의 형태로 변해 있던 바루가 내 옷깃을 꾹꾹 집어 당겼다.

       

       “왜 그러느냐.”

       “본인이 있지 않으냐!”

       

       아아. 그대는 본인의 사정을 알고 있으니 본인의 심정이 어떨지가 대충 추측이 되는가 보구나.

       

       그 모습이 기특하여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자아. 움직이지. 안 그래도 괜찮은 곳을 봐 두었다.”

       

       은인께 어설픈 곳을 안내해드릴 순 없으니 내 미리 여러 이들에게 물어 좋은 식당 하나를 알아봐 두었지.

       

       “민가야. 본인은 또 역용술을 써야 하느냐?”

       “그러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곳은 외곽 지역에 있는 자그마한 식당이라서 그대를 아는 이도 드물 것이다.

       

       거기에 더해 그 요리사는 외부인이자 본인의 팬 중 하나여서 그대가 대놓고 모습을 드러낸다한들 크게 소란이 일진 않겠지.

       

       설령 소란이 인다 해도 쫓겨날 일은 없을 터이고.

       

       “잘 된 일이구나. 역용술을 쓰는 건 귀찮고 아프니까.”

       

       *

       

       무림맹에 속한 사람 중 하나인 쟁촐은 화주 한 잔을 들이키고는 기분 좋게 웃음을 지었다.

       

       최근의 무림맹을 요약하는 단어는 혼란이었다.

       

       혈교가 부린 수작으로 인해 화산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서 한 외부인이 자신을 화산문주라 지칭하며 새로운 화산을 세웠다.

       

       허나 그 외부인은 본인이 무림맹에 들어오기를 거절했으니 정파는 다소 완곡한 위협을 가해야만 했다.

       

       무림맹의 고위층이 예상하지 못한 것은 그 화산문주라는 자가 상식 이상의 무뢰한이자 괴물이었단 것이다.

       

       천마신공을 쓰는 외부인 한 사람의 손에 의해 무림맹의 무인들이 박살이 나버렸으니 이는 실로 치욕스러운 사태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무림맹에 속해 있는 여러 문파들에게서 불신의 신호가 쏟아졌다.

       

       덕분에 무림맹의 사람 중 하나인 쟁촐은 잠을 청하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무림맹의 안정을 위해 전념해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무림맹은 최근에 와서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최근 움직임을 보이는 신교.

       

       여기저기서 패악질을 부리는 혈교.

       

       그리고 무림맹이 흔들리는 걸 기회라고 여긴 듯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는 사파.

       

       자칫 잘못하다간 자신들의 문파가 폭풍 앞의 촛불처럼 사그라들 수 있는 현 시점에서 그 누가 집단에서 빠져나가려 하겠는가.

       

       본래라면 무림맹을 세차게 성토 했을 이들조차도 무림맹의 필요성을 인정한 채 침묵했으니 무림맹은 간신히 평화를 되찾았다.

       

       덕분에 쟁촐은 하루의 여유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봐야 내일부터는 또 다시 몸을 갈아가며 일을 해야 할 터이지만 하루 쉴 시간이 생긴 게 어디인가.

       

       이 하루를 위해 현재 무림에서 아는 사람만 아는 맛집까지 예약을 한 쟁촐은 오늘 하루를 시원하게 즐길 생각이었다.

       

       쟁촐이 다시금 화주를 들이키며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때에 가게의 문이 열렸다.

       

       새로운 손님인가?

       

       그리 생각을 하며 본능적으로 곁눈질을 한 순간 쟁촐은 너무도 익숙하고 공포스러운 면면들을 보고는 다급히 고갤 돌렸다.

       

       뭐지? 뭐냐.

       

       자신이 보았던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쟁촐이 슬며시 눈을 돌린다.

       

       확실했다.

       

       그의 눈은 제 역할을 다했고 뇌 또한 마찬가지였다.

       

       잘못된 것은 오롯이 하나.

       

       쟁촐의 상식 뿐이었다.

       

       왜.

       

       왜 저런 괴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것인가?!

       

       우선은 가운데에 있는 사람이다.

       

       현 화산문주이자 단신으로 무림맹을 부술뻔한 무인.

       

       외부인이면서도 천마신공을 다루는 괴물.

       

       죽어도 죽지 않는 몸을 지녀 바란다면 얼마든 단신으로 무림을 초토회시킬 수 있는 악마.

       

       민가.

       

       그리고 그 오른쪽에서 느긋이 가게를 둘러보고 있는 것은 복수를 위해 무림을 멸하려 했던 자.

       

       지금에 이르기까지 천마신교에 대한 병적인 두려움과 적대감을 남긴 악몽.

       

       천마 백화령.

       

       마지막으로 왼쪽에 서 있는 노인은 분명 옛 무림의 전설로 남은 권사.

       

       당윤옥이지 않나.

       

       한 명 한 명이 지금의 무림을 뒤엎을 수 있는 괴물이거늘 저들이 왜 같이 뭉쳐 있는 것이지?

       

       천마신공을 다루는 자끼리의 인연인 것인가?!

       

       끔찍하군.

       

       만일 저들이 힘을 합친다고 한다면 이 무림에서 과연 저를 막을 수 있는 자가 존재하기나 할까.

       

       천하의 삼존이 뭉쳐야 겨우 대적할 수 있겠구나.

       

       “민가야. 저 자는 무어냐?”

       

       쟁촐의 시선을 눈치 챈 것일까. 천마 백화령이 미간을 찌푸리며 날 선 목소리를 냈다.

       

       이런. 멍청했다.

       

       저 자들은 무림맹에 미움을 가진 이들.

       

       내 정체를 들킨다면 그 자리에서 참살당해도 이상하지 않거늘!

       

       필사적으로 몸이 떨리는 것을 참아내는 쟁촐을 본 민가는 가벼히 눈짓을 하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백화령에게 말했다.

       

       “손님이지. 무엇이겠느냐.”

       “그런 것치고는 시선이 불순했다만.”

       “네 놈은 겨우 그 시선 하나 때문에 식사자리에 피비린내가 나게 만들 셈이더냐.”

       “…으음. 그럴 수는 없지.”

       

       안 들켰나.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쟁촐은 머릿속으로 어떻게 하면 들키지 않고 이 자리에서 도망칠 수 있을 지를 고민하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조금 바꾸어 본다면 저 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이지 않나.

       

       분명 이는 위험이 가득한 일이지만 그만큼이나 가치 있는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무언가 정보를 얻을 수만 있다면 이는 무림맹에 큰 도움이 될 터.

       

       그리 생각을 한 쟁촐은 화주를 잔에 따르고는 그 안에 담긴 것을 단번에 들이켰다.

       

       그래. 한 번 해보자.

       

       기껏 해봐야 죽기밖에 더하겠는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레이드 보스 셋 + 신령 둘

    어지간한 세력 하나는 전복 시킬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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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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