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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3

    나는 마물 무리 중앙에서 크룬드를 바라보았다.

     

     

    여기까지 오니 그 어느때보다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는 이 순간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아담 형이 크룬드에게 죽음을 맞이한 이후부터 내려앉은 저주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보다 더 많은 이유로 크룬드와 맞서고 싶었던 것 같기도 했다.

     

    영지를 지킨다는 명목 외에도, 이 지긋지긋한 전쟁의 끝을 보고 싶었다.

     

     

    17살이 되었을때부터 시작했던 전쟁.

     

    그 전쟁으로 인해 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시엔과 이별하고, 용병단에 들어가고…

     

     

    결과적으로 가족같은 단원들과, 가족이 된 네르와 아르윈까지도 만나게 되었지만, 그 과정속에서 너무나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아내들과 이야기할때마다 이런 마음은 더욱 확실해졌다.

     

    게일의 조언으로도 깨닫고 있었다.

     

     

    나는 부귀영화를 누릴 생각은 어디에도 없었다.

     

    비싼음식과 멋진 집, 영지와 하인들 따위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 것들을 지키기 위해 견뎌야만 하는 의무가 되려 무거울 뿐이었다.

     

     

    이 전쟁이 터지지만 않았어도, 어쩌면 그런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귀족, 혹은 지도자의 삶이 아닌, 그저 내 가족만 신경쓰면 되는 가장으로 살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아.”

     

     

    싸움이 아직 제대로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나는 다짐한다.

     

    이번 일이 끝나면, 원했던 삶을 살아보기로.

     

     

     

    “…베르그…”

     

    크룬드가 내 이름을 속삭인다.

     

    나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가 이어갔다.

     

    “잘 살고 있는 것 같더군…귀족도 되고, 아내도 들이고…”

     

    “…”

     

    “분명 내 팔을 이렇게 잘라내고, 마왕님께 다가가는 걸 저지한 보수였겠지.”

     

     

    크룬드가 왼팔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손목 밑으로는 뭉툭한 흉터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너 하나 죽이겠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버텼다…”

     

    크룬드가 침을 질질 흘리며 속삭였다.

     

    “네게 끝없는 고통을 주겠다는 마음으로 버텼다….너만 없었어도, 마왕님을 지킬 수 있었을테니까…”

     

     

    나도 그에게 말한다.

     

    “…나도 기다렸어.”

     

    “…곱게 죽을 생각은 말거라. 네가 소중히 여겼던 그 모든걸 박살내는걸 보여줄테니. 널 꺾고…살려둔채로 네 영지와 가족을 밟는 모습을 꼭 보여주마.”

     

     

    나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검을 강하게 쥐며 답했다.

     

    “…해 봐.”

     

     

    -쾅!

     

    우리는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렸다.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져 공격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생사가 갈릴 공격들이 처음부터 오갔다.

     

    나는 크룬드의 예리한 공격이 이어질때마다 피부에 솟는 짜릿한 감각을 견디고 있었다.

     

     

    싸움을 싫어하는 나였지만, 어쩌면 이제는 이 살떨리는 감각에 중독된걸지도 몰랐다.

     

     

    검을 휘두를때마다 손으로 전달되는 진동에 나는 호흡을 다잡았다.

     

    미세한 진동들로 공격이 아직 과거처럼 예리하지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깔끔한 손맛이 들어야지만 검도 잘 휘두른거라 말할 수 있었다.

     

    아담 형이 언제나 내게 전했던 말이었다.

     

     

    -퍽!

     

    나는 검을 휘두르다 크룬드의 몸통에 발차기를 집어넣었다.

     

     

    크룬드가 그 일격에 저 멀리 밀려난다.

     

    한번의 합이 끝나고, 그는 몸을 풀며 말을 이었다.

     

     

    “멍청한 놈. 나는 시간만 끌면 되는 입장이야.”

     

    “…”

     

    “주위를 둘러보라고. 상황이 어떠한지.”

     

     

     

    그의 말대로 우리는 마물 무리에게 포위당한 상태였다.

     

    하지만 크룬드의 말처럼 이 상황이 그다지 겁나지는 않았다.

     

     

    “네가 둘러봐.”

     

    내가 그에게 말했다.

     

    크룬드는 그 말에 눈동자만 미세히 굴려 우리의 주변을 보았다.

     

     

     

    홍염단의 단원들은 지금 날 위해 거대한 원을 만들어가는 중이었다.

     

    마물이 우리의 싸움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그들이 피를 흘려가며 싸우고 있었다.

     

     

    “네가 이곳에서 죽을때까지…내 동료들이 버틸거다.”

     

     

    내가 크룬드에게 말했다.

     

    그는 콧방귀를 뀌며, 다시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과거 게일에게 배운대로, 검으로 노을빛을 반사해 크룬드의 눈을 맞추었다.

     

    크룬드는 눈을 찌푸리지 않았지만, 그 공격들에 반응이 조금씩 늦었다.

     

    “…잡기술을…!”

     

    나는 여태 배워온 모든걸 그에게 사용하고 있었다.

     

    슬럼에서 배웠던 본능들까지도 예전처럼 일깨웠다.

     

     

    어깨에 실린 무게와, 아내들에게 했던 약속들. 아담 형을 향한 복수심까지 전부 이 싸움에 담아가고 있었다.

     

     

    수십번의 합이 교환된다.

     

    누구하나 큰 공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체력의 소모전만이 진행되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크룬드의 몸에 가득한 흉터들을 보았다.

     

    내가 남기지도 않은 상처들이 그에게 많이 남아있었다.

     

     

    왕국 건너편에서부터 이곳까지 쉼없이 달려오며 생겨난 상처인 듯 했다.

     

    크룬드도 나와 마찬가지로 복수 하나만을 보고 달리는 것 같았다.

     

     

    이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지만…은근히 크룬드와 난 닮은점이 있었다.

     

     

    마왕을 잃은 그와, 아담 형을 잃은 나.

     

    크룬드는 마왕보다 강력한 무력을 지녔다고 알려져 있었고, 나 또한 용사와 게일이 힘을 잃으며 가장 강한 검사로 이야기가 돌았다.

     

     

    크룬드는 이동할때도 홀로 평야를 내달렸고, 나 또한 고독의 투사가 아니냐는 추측이 많은 상태다.

     

    이제는 서로에 대한 복수심까지 품고 있다.

     

     

    …어쩌면 정말, 이 싸움은 피할 수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고 계속해서 느끼게 된다.

     

     

     

    얼마나 더 오랜 싸움을 이어갔을까.

     

     

    그와 나는 한번 서로에게서 물러서 호흡을 골랐다.

     

    “하아…하아….”

     

     

    동시에 나는 주위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여전히 단원들이 거대한 원을 잘 지켜주고 있었다.

     

     

    바란과 게일, 그리고 숀이 그 누구보다도 앞서서 내 부탁을 들어주고 있었다.

     

     

    크룬드가 그런 상황속에서 나를 비웃으며 말했다.

     

    “…아직도 이길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가?”

     

    “…”

     

    “이제 곧 해가 질텐데 말이야. 인족 따위는 밤에 그 무엇도 볼 수 없을텐데.”

     

     

    나는 호흡을 고르고 말했다.

     

    “아까부터 말이 많군.”

     

     

    그리고는 그대로 그에게 돌진했다.

     

    크룬드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밤이 되면 우리는 지극히 불리해질 상황이었다.

     

     

    달빛에 의지해 싸우기에는 보이지 않을게 너무나도 많을 것이었다.

     

    이게 크룬드의 도발이라는 것도 알았다.

     

    승부를 빨리 끝내고자, 내가 무모한 짓을 벌이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도발에 넘어가지 않을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전보다 더 위험한 공격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

    .

    .

     

     

    어둠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크룬드의 몸에도 내가 낸 상처가 늘어가고 있었다.

     

     

    크룬드도 확실히 과거 처음 마주했던 그 상태보다는 약해진 상황이었다.

     

     

    왼손이 없어서인지, 혹은 이곳으로 오느라 지쳐서 그런건지는 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거기까지였다는 것이다.

     

     

    아직도 그의 숨통을 끊지 못한 상황이었고, 크룬드의 예리한 공격도 쉼 없이 날아왔다.

     

    나 또한 실수 한번으로 목숨이 왔다갔다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길수 있다는 자신감과, 시간이 늦어진다는 불안감이 함께 공존한다.

     

     

    크룬드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복합적인 마음을 갖추고 있는 듯 했다.

     

     

     

    “크악!!”

     

    여기저기서 단원들의 비명도 늘어갔다.

     

    게일과 바란은 크룬드에게 약점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약한 소리를 내지 않고 있었지만, 상황이 점점 불리해져간다는 건 너무나도 확고한 사실이었다.

     

     

     

    해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진도 오래였다.

     

    당장은 남은 노을빛과, 떠오르기 시작한 달빛에만 의지하고 있었다.

     

     

    게일은 나를 돕기 위해 계속해서 합류하고자 했지만, 상황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우리가 만들어놓은 원이 망가지기 시작하면 모두가 함께 쓸려가는 상황이었다.

     

     

    섬세한 줄타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마음을 다시한번 다잡았다.

     

    “….후!”

     

    그 어느때보다 도전적인 공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나는 땅을 박차고 크룬드에게 다가섰다.

     

    언제나 내 공격에는 오른손으로 반격하는 그의 습관을 이용한다.

     

     

    -쾅!

     

    내 검을 막아낸 크룬드가 공기를 가르며 오른손을 휘두른다.

     

    -스윽!

     

    나는 그 공격을 뒤로 빠져 피하는 대신, 하늘로 뛰어올라 그 손을 넘었다.

     

    아슬아슬하게 등 아래로 그의 손톱이 스쳐지나갔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내 온몸을 훑는다.

     

     

    나는 동시에 검을 휘둘러 그의 목을 노렸다.

     

    -확!

     

    크룬드도 그에 맞춰 동물적인 감각으로 목을 비튼다.

     

    -촤악!

     

    한 순간 차이로 공격이 빗나가고, 대신 그의 볼에 기나긴 자상을 남겼다.

     

     

    -투두둑…

     

    “…”

     

    크룬드는 그 공격에 뒤로 물러서며, 흐르는 피를 마주했다.

     

    나는 다음 호흡을 내쉬었다.

     

     

    이대로 쭉 이어가면 가능성이 있을것만 같았다.

     

     

    “크윽!!”

     

    하지만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곁에서 신음을 흘렸다.

     

    나와 크룬드의 눈동자가 동시에 그 대상을 향한다.

     

     

    숀.

     

    가장 격한 전투로 먼저 빈틈을 만들어낸만큼, 지치는것도 숀이 가장 먼저 지치고 있었다.

     

     

    애초에 크룬드와의 싸움을 시작한 순간부터 숀은 머리서부터 피를 흘리고 있었다.

     

    체력이 빠지는건 당연한 것이었다.

     

     

    “…”

     

    “…”

     

    이어서 크룬드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슬럼에서 살아남았던 내게는 너무나 쉽게 보이는 것이었다.

     

     

    -쾅!

     

     

    크룬드와 난 동시에 숀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조금은 뒤늦은 상황이었다.

     

     

    “숀!!”

     

    내 외침에, 비틀대던 숀이 정신을 차린다.

     

    그는 다가오는 크룬드를 보고 검을 들었지만…이미 어느정도 늦은 상황이었다.

     

     

    그럴수록 나는 이를 악물며 달렸다.

     

    아담 형이 나를 지킬 때 이런 마음이었을까.

     

     

    -캉!

     

    “큭!”

     

    그때, 게일이 크룬드를 막아섰다.

     

    나는 게일이 만들어낸 시간을 이용해 크룬드에게 다가섰다.

     

     

    -촥!!

     

    하지만 크룬드가 살짝은 더 빨리 행동했다.

     

     

    숀을 지켜주느라 무너져버린 게일의 자세 사이로, 크룬드가 일격을 가했다.

     

     

    -투두두둑!!

     

    게일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숨을 참은채로 크룬드의 몸을 향해 그 어느때보다 빠르고 강하게 검을 휘둘렀다.

     

    크룬드는 그 공격을 피하기 위해 땅으로 쓰러지며 바닥을 기었다.

     

     

    나는 게일의 앞을 지키며 외쳤다.

     

    “게일!!”

     

    “..크윽…괘…괜찮네.”

     

    게일이 답한다.

     

    몸에 생긴 새로운 상처를 꽉 붙잡은채였다.

     

     

    나는 아담 형의 일이 다시금 떠올랐다.

     

    마음에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내 이런 변화를 목도한 것인지, 게일이 다시금 답했다.

     

    “베르그. 빈말로 하는 말이 아니야. 난 정말로 괜찮네. 치명상은 피했어. 그저…이제는 싸우지 못할 것 같군…”

     

    “…”

     

    싸우지 못할 것 같다는 그의 솔직한 이야기에, 그 전의 이야기에도 신빙성이 더해진다.

     

     

    하지만 상황을 벗어난건 아니었다.

     

    게일을 잃음으로서 우리의 전세는 급격히 뒤집어지고 있었다.

     

     

    언제나 전투의 전황은 한순간 기울어진다.

     

    지금도 마찬가지의 상황이라 볼 수 있었다.

     

     

     

    크룬드가 자세를 다잡으며 큭큭대기 시작했다.

     

    “이겼다…”

     

    그가 속삭였다.

     

     

    몸을 세운 그의 얼굴에는 의기양양한 표정이 담겨 있었다.

     

     

    “네가 졌다, 베르그.”

     

     

    이내 그의 이야기를 뒷받침하듯, 세상이 점차 어두워져 갔다.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이 달을 가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남아있던 노을도 이제는 저물어, 하늘은 어두운 보랏빛으로 가득했다.

     

     

    크룬드의 얼굴이 어둠속으로 감춰지기 시작한다.

     

     

    “…끝났어. 주위의 비명소리만 들어도 알겠지.”

     

     

    ‘크악!’

    ‘아아아아악!’

    ‘일어나! 쓰러져 있지 말라고!’

     

     

    그의 말에 나도 주위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현실감이 점차 나를 향해 다가왔다.

     

    패배가 이전보다 짙게 보이기 시작했다.

     

     

    뒤늦게 나도 전장이 얼마나 어두워졌는지 깨닫고 있었다.

     

    이런 상황속에서 무언가를 보는게 기적일 정도였다.

     

     

    그와 동시에, 나는 단원들의 기세가 점차 약해져가는 걸 느꼈다.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은것과는 별개로, 패색은 분명 짙어져가는 상황이었다.

     

     

     

    -쾅!

     

    크룬드가 내게 다시금 돌진해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둠속에서 그의 공격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나는 소리와 본능, 그리고 찰나의 순간으로 보인 공격에 반응해 크룬드의 공격을 막았다.

     

    뒤에 쓰러져 누워 있는 게일이 있었기에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제자리를 지키며 싸움을 이어나가기란, 마치 하나의 무기를 빼앗긴채로 싸움을 이어나가는것과 마찬가지였다.

     

     

    “베르그…! 미련한 선택 말게!”

     

    게일이 뒤에서 소리를 쳤지만, 나는 조금도 물러서지 못했다.

     

     

    숀이 쓰러진 게일을 부축해 자리를 피하기 전까지는 물러서지 못할 듯 했다.

     

    크룬드는 나의 약점을 찌르고 있었다.

     

    싸움에서 패하기 시작하니, 내 사람들을 공격하기로 마음먹은 듯 했다.

     

     

    ‘키에에엑!’

     

    어디선가 마물의 소리가 순간적으로 가깝게 들려왔다.

     

    눈동자만 재빨리 굴려 바라보니, 홍염단 대원들이 만들어놓은 전선마저도 무너지고 있었다.

     

    그 틈으로 한 마물이 내게 달려들고 있는 것이었다.

     

     

    -촤악!

     

    나는 크룬드와 싸움을 이어나가다 몸을 비틀어 그 마물을 베어넘겼다.

     

     

    “부단장!”

     

    하지만 이번에는 뒤에서 숀이 소리를 질렀고, 다리를 콱 깨무는 듯한 감촉이 느껴졌다.

     

    어둠속에 숨어 달려오던 또 다른 마물이 나를 문 것이다.

     

    “윽!”

     

    급히 그 마물도 베어넘겼지만, 다음으로는 크룬드의 일격이 이어졌다.

     

     

    그의 둔탁한 공격에 나는 균형이 무너진다.

     

    나는 넘어지며 내 주위로 검을 반바퀴 휘둘렀다.

     

    숨어 다가오던 몇 마리의 마물들이 그 일격에 베어넘어간다.

     

     

    나는 이어서 재빨리 균형을 잡으며 일어섰다.

     

    “…아.”

     

    그리고 그 순간,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린 크룬드의 모습에 나는 이어질 공격을 예상했다.

     

     

     

    -푹!

     

    극심한 통증이 배를 꿰뚫는다.

     

    뜨거운 열기가 몸을 한번 강렬하게 훑었다.

     

     

    밑에서부터 나타난 크룬드가 속삭였다.

     

    “…죽지마.”

     

     

    입에서부터 피가 울컥 쏟아진다.

     

     

    “…네가 사랑하던 모든게 고통받는걸 보여줄테니까.”

     

     

    *****

     

     

    네르는 병상에서 조심스레 일어났다.

     

    스탁핀에는 극심한 고요가 내려앉아있는 상태였다.

     

     

    모두들 떠나간 대원들을 위해 기도를 이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네르는 어느새 내린 열에 창 밖을 바라보았다.

     

     

    정말 베르그가 다시한번 떠났음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끝내 그를 보내준 것은 자신이었지만, 그 어느때보다 강한 공포가 그녀를 휘감고 있었다.

     

     

    이것이 베르그가 경험한 가장 위험한 전투일것이라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

     

     

    베르그는 싸움에서 져본적이 없다며, 자신을 안심시키고 떠났지만…그렇다고 처음으로 패배하지 않으리라는 법 또한 없었다.

     

     

    “…”

     

    네르는 두려움에 몸이 덜덜 떨렸다.

     

    몸이 약해져 추위 때문인건지는 잘 알지 못했다.

     

     

    베르그와의 이별과, 베르그의 죽음은 다른 문제였다.

     

     

    이별을 한다면…그 이별에 끝없이 고통받고, 후회하지만.

     

    멀리서라도 그의 얼굴은 볼 수 있다. 되돌이킬 기회가 남아있다.

     

     

    하지만 죽음은 그게 아니다.

     

    그 무엇도 되돌이킬 기회가 없다. 그대로 끝이 나는 것이다.

     

    사랑했던 그의 존재는 저편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네르는 계속해서 몸을 떨었다.

     

    눈을 꾹 감고, 이불을 뒤집어 써도 몸이 떨리는건 마찬가지였다.

     

     

    베르그가 곁으로 돌아와야지만 이 두려움도 끝이 날 것 같았다.

     

    세상에 단 한 명 뿐인 자신의 짝이 와야지만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제발….돌아와…”

     

    그녀는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달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어디선가 베르그도 저 달을 보고 있을테니.

     

     

    “…돌아와, 베르그…”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모코박스님! 2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ㅋㅋ스포가 되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을듯 합니다.
    다음화 보기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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