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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3

       천마신교의 교인은 전부 천마를 맹신하는 자들이다.

         

       천마의 후계자는 그중에서도 특출나게 맹신하고, 자질이 뛰어난 자들이 뽑히게 된다.

         

       노인 또한 그러했다.

         

       그 누구보다 천마를 믿고 따랐고, 특출난 자질을 지녔다는 이유로 그의 후계자가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모든 것이 좋았다.

         

       자신이 그토록 믿고 따르던 천마가 될 수 있다는 것에 감격하고 또 감격했다.

         

       그때는 그저 그런 생각뿐이었다.

         

       열심히 천마신공을 연마하여 훌륭한 후대 천마가 되겠다는 생각 외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천마신공을 연마하기를 십 년.

         

       노인은 보고야 말았다.

         

       자신을 후계자로 지명했던 당대의 천마가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을.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역대 천마들의 죽음과 더불어 자신의 죽음까지 말이다.

         

       참을 수가 없었다.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천마신교의 교인들이 그토록 믿고 따르는 천마의 독문 무공인 천마신공이 흠결 가득한 무공이라는 것도.

         

       그때부터 노인은 찾기 시작했다.

         

       자신이 죽지 않을 방법과 천마신공을 완전무결한 무공으로 만드는 방법을.

         

       “그렇게 십 년을 찾아 헤맸다.”

         

       오직 천마만이 읽을 수 있는 기록에는 역대 천마들의 죽음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중 오직 한 사람.

         

       초대 천마의 죽음만이 달랐다.

         

       모두가 비참하게 죽어간 가운데, 초대 천마는 천수를 누리고 마침내 등선까지 이루었다.

         

       “초대 천마께선 무엇이 다르기에 천수를 누리시고 등선까지 하셨는가 말이다.”

         

       사방팔방으로 살 길을 찾아 헤매던 노인의 방향이 한 곳으로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그때부터 오직 초대 천마의 자취를 조사했다.

         

       기록에 남아 있는 초대 천마의 발길이 닿은 곳이라면 전부 찾아가 어떤 단서가 남아 있지는 않은지 샅샅이 뒤졌다.

         

       모든 행적을 조사하고 난 뒤, 남은 곳은 단 한 곳뿐.

         

       “마지막으로 발길이 닿은 곳이 바로 이곳, 마경이었다.”

         

       초대 천마의 마지막 발길이 닿아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마경이었다.

         

       노인은 손을 들어 어느 한쪽을 가리켰다.

         

       “저곳이다.”

         

       그가 가리킨 곳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노인과 백우진이 조금 전에 들어갔다 나왔던 동굴이었다.

         

       “바로 저곳이 초대 천마께서 등선을 위해 천마신교를 등지고 홀로 들어가신 곳이다.”

         

       초대 천마의 행적은 무척이나 두루뭉술했다.

         

       어디론가 갔다고 이야기만 적혀 있을 뿐, 정확히 어디인지 무엇을 위해 갔는지에 대해서는 조금도 적혀 있지 않았다.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천마가 등선을 위해 이곳 어딘가로 떠나갔다는 이야기만 적혀 있을 뿐, 정확히 어느 장소에서 등선을 이뤄냈는가에 대해선 나와 있지 않았다.

         

       이는 오직 노인의 노력 끝에 찾아낸 장소였다.

         

       천마신교의 교인들의 믿음이 흔들렸으나, 노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천마신공을 완전무결하게 만들지 않는 이상 천마란 더 이상 신 따위가 아니기에.

         

       그는 미련 없이 천마의 자리를 넘겨주고 이곳으로 떠나왔다.

         

       저 동굴에서 노인은 보았다.

         

       세상천지를 다 뒤져도 없었던, 초대 천마의 유일한 흔적을.

         

       백우진이 물었다.

         

       “그 흔적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노인은 백우진에게 제가 알게 된 모든 것을 말하고자 했다.

         

       어차피 혼자의 힘으론 좀처럼 실마리를 잡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놈이라면 풀어낼지도 모른다.’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짧은 시간 안에 백우진이 보여준 재능과 사고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준이었으니.

         

       “동굴…, 윽!”

         

       무언가를 말하려 할 때, 일이 벌어졌다.

         

       노인이 갑자기 양손으로 제 머리를 부여잡으며 주저앉아 고통에 신음하기 시작했다.

         

       화들짝 놀란 백우진이 그에게 다가갔다.

         

       “영감님, 괜찮아요?”

       “크으으…!”

         

       노인은 별안간 찾아온 지독한 두통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아, 아무래도 내 시간은 여기까지인 듯하구나.”

         

       노인에게는 더없이 익숙하면서도, 익숙해지지 않는 고통이었다.

         

       이는 깨어난 정신이 다시 무저갱 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면 언제나 겪는 것이었다.

         

       그럴 때면 언제나 냉큼 주도권을 손에서 놓았다.

         

       고통은 그만큼 괴로웠고, 발악해봤자 고작 몇 초 정도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고작이기에.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노인은 차라리 죽었으면 싶은 고통을 억지로 참아가며 백우진에게 말을 전하기 위해 애썼다.

         

       “도, 동굴의 안쪽을…, 크으으…, 잘 살펴보아라. 네놈, 네놈이라면 필시…, 커억!”

       “영감님?!”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노인의 신형이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백우진은 곧장 노인의 맥문을 짚었다.

         

       조금 전까지 고통을 겪은 것치곤 맥박은 무척이나 안정적으로 뛰고 있었다.

         

       “후우….”

         

       적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여겨져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때.

         

       쓰러졌던 노인의 눈이 부릅떠졌다.

         

       세상 밖으로 드러난 눈동자는 조금 전과는 사뭇 달랐다.

         

       정기와 위압감으로 가득한 눈빛과는 달리, 혼탁하고 흐리멍덩한 눈이 대신 자리했다.

         

       나왔다.

         

       “수, 수, 술래잡기 하자!”

         

       나오고야 말았다.

         

       “아, 아, 아니면, 아니면 내가 만든 놀이 할래?! 그래, 그게 좋겠다!”

         

       그야말로 최악의 순간에 최악이 찾아왔다.

         

         

       * * *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십 년 전 유행했던 것이 갑자기 불쑥 나타나기 시작한다던가, 한국에서 유행하던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지구 반대편에서도 유행하고 있다던가.

         

       백우진은 지금 딱 그런 느낌을 받고 있었다.

         

       “화산파 매화가 피.었.습.니.다~!”

         

       나무에 얼굴을 파묻은 노인의 말에 맞춰 걸어가다 제 몸을 멈추면서 말이다.

         

       ‘이거 완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아니냐고….’

         

       어릴 적 고아원에서 애들이랑 하던 놀이를 이 나이 먹고, 심지어 무림에 와서 하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노인이 이쪽을 유심히 지켜보는 동안 멈춰 선 백우진은 정신을 잃어가던 노인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분명히 동굴 안쪽을 잘 살펴보라고 했었지….’

         

       천마가 등선한 동굴.

         

       그곳의 안쪽에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것이 틀림없다.

         

       노인은 그걸 알려주려다 시간이 없음을 인지하고 직접 찾으라 말한 것일 테고 말이다.

         

       “화산파 매화가 피.었.습.니.다~!”

         

       궁금하다.

         

       대체 거기에 무엇이 남아 있을까.

         

       등선한 초대 천마는 대체 무엇을 남겼고, 노인은 어쩌다 저 지경이 된 걸까.

         

       그는 애써 호기심을 억눌렀다.

         

       ‘어차피 단서는 도망가지 않으니까.’

         

       동굴에 발이 달려서 도망갈 수 있지 않은 이상, 언제고 확인이 가능할 테니.

         

       백우진은 먼저 노인이 만족할 만큼 놀아준 뒤, 제 시간을 챙기기로 했다.

         

       ‘저 영감 손에 여인의 목숨이 달려 있으니까.’

         

       심술궂은 노인이다.

         

       놀아주지 않으면 여인의 마기 또한 흡수해주지 않을 테니, 적당히 비위를 맞춰주는 수밖에.

         

       “너, 너…, 왜 아, 안 움직여?!”

       “영감님이 너무 빨리 외쳐서 그렇잖아요.”

       “그, 그래? 그럼 내가 처, 천천히 말할게!”

       “그래요.”

         

       적응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를 본좌라 칭하던 양반이 저렇게 망가지다니.

         

       “화.산.파 매.화.가~”

         

       노인의 말이 느려졌다.

         

       백우진은 빠른 속도로 걸어가 노인의 근처까지 금세 다다랐다.

         

       이제 등을 가볍게 건드리고 곧장 출발선까지 도망가면 자신의 승리다.

         

       

         

       노인의 등을 치는 데까진 성공했다.

         

       백우진은 곧장 뒤로 돌아서서 달렸다.

         

       그런데 그는 한 가지 간과했다.

         

       “히, 히힣! 천마군림보 발사!”

       “아.”

         

       저 제정신 아닌 영감은 천마군림보를 마구잡이로 난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쿠콰콰콰!

         

       기운에 의해 온통 뒤집힌 땅이 들이닥쳤다.

         

       어떻게든 막아보려 했지만, 힘의 차이가 워낙 큰 탓에 백우진은 날아드는 바위에 얻어맞으며 허공을 날았다.

         

       ‘저 미친 영감탱이가 진짜 죽이려는 거야, 뭐야?’

         

       고통에 눈을 찡그리며 쌩하니 날아갈 때, 백우진은 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조악한 침상 위에 누워서 새근새근 자고 있던 여인이 어느새 동굴 밖으로 나와 있는 것을.

         

       그리고 죽다 살아난 여인이 또다시 죽을 위기에 처했음을.

         

       백우진이 살기 위해 쳐낸 바위 몇 개가 여인의 머리 위로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뭐 이딴 운이 다 있어, 진짜.”

         

       자신의 운이 나쁜 건지, 아니면 여인의 운이 최악인 건지.

         

       백우진은 곧장 허공을 박차 날아가는 방향을 바꾸었다.

         

       그리고 소리쳤다.

         

       “고개 숙여!”

       “에, 에?”

         

       꺼벙한 표정으로 허둥대던 여인이 가까스로 고개를 숙인다.

         

       그녀의 근처에 당도한 백우진은 곧장 주먹을 내질러 바위들을 모조리 부쉈다.

         

       콰드득!

         

       굉음과 함께 내공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 흩뿌려진 돌조각이 여인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검은 머리카락 위에 회색 돌가루가 수북이 쌓였다.

         

       백우진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 위에 묻은 돌가루들을 털어내며 말했다.

         

       “이제 일어나.”

         

       눈을 질끈 감은 채 쪼그려 앉아 있던 여인이 살포시 고개를 들어 올린다.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는 것을 보아하니 어지간히도 놀란 모양.

         

       “괜찮….”

       “우에에엥!”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불쑥 솟아오른 여인이 백우진의 몸을 끌어안았다.

         

       “무서워 죽을 뻔했잖아아!”

       “……?”

         

       얼떨결에 여인의 등을 토닥여주며 백우진은 생각했다.

         

       이렇게 울 정도의 무서운 일이었나.

         

       아무래도 이상한 애를 건져 올린 게 아닌가 싶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천마신공 파트는 이틀 내로 끝이 날 예정입니다.

    그 후에 미리 말씀드렸던 대로 하루 정기휴재를 가진 뒤,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도록 하겠읍니다.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연재 시간도 다시 정비할 수 있도록 하겠읍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고, 저는 내일 또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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