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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3

       

       

       

       

       

       “황제님께서 직접 아르를 보고 싶어하신다고요?”

       “네. 아무래도 바로 아스란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그럼 저도 가겠습니다! 제가 옆에서 아르의 활약상을 또 황제님께 낱낱이 보고해 드려야죠!”

       

       레키온은 우리가 수도로 떠난다는 말을 듣고 즉시 같이 가겠다고 했다. 

       

       “그게, 보내신 전보에는 저와 아르를 따로 만나고 싶다고 강조를 하셔서…. 아무래도 같이 뵙는 건 안 될 것 같아요.”

       “그런!”

       

       레키온은 충격 받은 표정을 했다. 

       

       “우리 아르랑 떨어져 있어야 한다니…. 이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흐흑…. 이제 아르 인형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었는데….”

       “…….”

       “이 뚠뚠한 배와! 말랑한 젤리와! 똘망똘망한 눈동자! 행동 하나 하나가 귀여운 아르를 볼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돼….”

       “…….”

       “이건 형벌이야…. 왜 마왕을 물리쳤음에도 나는 형벌을 받아야만 하지? 아르야, 말해 줘! 왜 나는 그래야만 하는 거야?”

       “아주 쇼를 한다.”

       

       옆에서 데보라가 묵직한 한 방을 꽂았지만 레키온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털썩.

       아르의 앞에 레키온이 무릎을 꿇자, 아르가 레키온의 손을 꼬옥 잡으며 말했다. 

       

       “삼쵼, 근데 가치 만나는 것만 안 대는 거 아니에여? 그냥 수도까지는 가치 가면 대자나여.”

       “어? 그런가?”

       

       그 말에 레키온은 벌떡 일어났다. 

       

       생각해 보니 황제는 아르를 만날 때 따로 보고 싶다고 했지, 레키온 보고 수도에 오지 말라고는 안 했다. 

       

       물 빠진 미역처럼 축 늘어져 있던 레키온은 금세 활어가 되어 파닥거리며 기뻐했다. 

       

       “하하하! 안 그래도 수도에 가서 그 뭐냐, 선배 기사님들한테 인사도 좀 하고. 혹시라도 수도에 또 다른 악마의 잔당이 남아 있을 수도 있으니 조사도 좀 할 겸! 겸사 겸사 가 봐야겠어.”

       “지금 수도에 근무하고 있는 선배 기사님들 누구 누구 있는 줄은 알고?”

       “어, 음. 뭐, 수도가 그렇게 넓은데 몇 분 계시지 않겠어? 하하하!”

       

       레키온은 대충 얼버무리며 아르를 안은 채 방방 뛰었다. 

       

       “자, 가자! 아르야! 수도엔 가 봤니?”

       “쀼우. 그러고 보니 한 번두 안 가 봐써여.”

       “크으. 삼촌이 수도 구경 시켜 줄 테니까 삼촌만 따라와. 좋은 곳 많이 구경시켜 줄게. 아스란에 맛있는 것도 얼마나 많은데.”

       “쀼우! 정말여?”

       “그럼. 사람이 엄청 많은 만큼 맛있는 음식들도 많단다.”

       “삐유웃! 기대대여! 레온, 아르 수도에서 마싰는 거 사 조!”

       

       아르의 붉은 눈동자가 고기 모양으로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그래, 그래. 마왕 잡은 용한테 뭔들 못 사 주겠니. 먹고 싶은 거 있음 다 말해. 다 사 줄 테니.”

       “쀼우웃! 어서 수도루 가쟈!”

       “갑시다!”

       

       왠지 수도로 가는 이유가 왜곡된 것 같았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다 함께 수도 아스란으로 출발했다. 

       

       ***

       

       수도로 가는 동안에도 우리는 머무는 마을마다 환대를 받았다. 

       

       원래도 용사가 같이 있으면 환대를 받긴 했지만, 이제는 뭔가 그 환대의 느낌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드래곤! 드래곤이다!”

       “뭐라고? 설마 우리 마을에 아르 님이?”

       “나도 볼래!”

       “어, 용사님도 계시네?”

       

       사람들은 우리가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레키온보다 아르를 먼저 찾기 시작했다. 

       

       “우와…! 진짜 드래곤이야…!”

       “멋있다!”

       “뭔가 멋있으면서도 귀여워!”

       “드래곤 님, 이쪽도 봐 줘요!”

       “악수 한 번만 해 주세요!”

       “쀼, 쀼우! 차례대로 해 드릴게여!”

       “꺄아악! 쀼우래!”

       “드래곤이 말을 했어!”

       

       사람들은 덩치가 커진 아르를 반쯤은 경외의 눈으로, 반쯤은 귀여워하는 눈으로 바라보며, 좀 더 가까이서 직접 보고 싶어했다. 

       

       “나 악수 했어, 대박!”

       “손바닥 엄청 말랑말랑하지 않아?”

       “그리고 소문대로 엄청 친절하고 귀여워. 저런 귀여운 드래곤이 마왕을 쓰러뜨렸다니, 어떻게 보면 믿기지가 않을 정도야.”

       “듣자 하니 엄청 크게 변신할 수 있다던데?”

       “아, 진짜?”

       “엄청 조그맣게도 변신할 수 있고, 인간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대. 역시 신비로운 종족이라니까. 어릴 때 전설로만 들었던 드래곤을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세상 참 좋아졌어.”

       

       우리가 어떤 식당에 가서 음식을 시킬 때면, 아르 보고 많이 먹으라며 항상 서비스가 나왔다.

       

       저희 돈 많아요, 라면서 팁을 더 챙겨 주려고 해도 마왕으로부터 제국을 구한 드래곤한테 대접해 주고 싶어서 그런다며 극구 받지 않는 곳도 많았다. 

       

       “그럼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

       “쀼우! 써비쓰 감사해여! 마싰게 먹었어여!”

       “아이고, 저희가 더 감사하죠! 맛있게 드셨다면 그걸로 됐습니다! 허허허!”

       

       아르가 공손하게 꾸벅 인사하자 가게 주인은 입이 귀에 걸릴 듯 웃었다.

       

       “아휴, 어쩜 저리 친절하고 예의 바른 드래곤이 다 있을꼬.”

       

       주인은 흐뭇한 미소로 우리를 배웅해 주었다. 

       

       평소에도 그랬지만, 아르는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엄마! 쩌기 드래곤 있어!! 진짜 드래곤!”

       “우아아아아!!!”

       

       남자 아이들은 ‘드래곤은 못 참지!’ 같은 얼굴로 멋진 드래곤을 보기 위해 다가왔고.

       

       “엄마! 아르야, 아르! 아르 볼래!”

       “왕 큰 아르 가까이서 보구 싶어!”

       

       여자 아이들은 품에 작은 아르 인형을 들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너희들, 이 인형은 어디서 났니?”

       “으음, 엄마한테 졸라서 사 달라고 했어요!”

       “인형 가게에서 파는 거야?”

       “네에!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어엄청 유행이에요. 요렇게 작은 것두 있고, 막 이따만하게 큰 인형두 있어요!”

       

       물론 마글렛 할머니의 인형 가게에서 파는 인형보다는 훨씬 퀄리티가 떨어지는, 특히 인기가 있다는 이유로 내구성을 포기하고 빨리 빨리 양산해 버린 티가 나는 인형들이었지만.

       

       아이들 사이에서는 그게 그렇게 인기가 많은 모양이었다. 

       

       “근데 저는요, 사실 마글렛 인형 가게에서 파는 아르 인형이 갖고 싶어요. 엄마한테 사 달라고 했더니 너무 비싸기도 하고 멀어서 못 간대요.”

       “마글렛 인형 가게를 아니?”

       

       아이들의 입에서 할머니의 가게 이름이 나오자 데보라가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네에! 아르 인형 원조라구 요즈음 엄청 유명해요! 저도 실제로 본 적은 없는데 되게 고급 원단? 그런 걸로 잘 만들었대요. 한번 보고 싶긴 한데 친구들 중에는 가진 애가 없어요.”

       

       그야 그렇겠지.

       작은 인형 가게에서 할머니가 혼자 한 땀 한 땀 만드시는 인형 물량이 대륙에 풀려 봐야 몇 개나 풀렸겠나.

       

       ‘근데 벌써 그렇게 유명해지셨다니…. 역시 실력이 좋은 사람은 계기만 있으면 확 뜨는 법인가?’

       

       내가 봐도 마글렛 할머니의 인형 만드는 솜씨는 거의 대륙 최고라고 해도 될 정도였는데, 그렇게 작은 마을의 가게에서 아무도 모르게 장사를 하고 있으니 유명해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데보라도 꽤 기뻐 보이네.’

       

       성격 상 티를 막 내거나 우리 할머니 가게라고 자랑하진 않았지만, 데보라는 내심 기뻐 보였다. 

       

       그리고 그때, 레키온이 나서서 품에 있던 아르 인형을 꺼냈다. 

       

       “하하하! 그 마글렛 인형 가게에서 처음 만든 원조 중 원조 아르 인형이 여기 있단다. 한번 볼래?”

       “저, 정말이에요?”

       “레키온…!”

       

       데보라가 갑자기 인형 자랑을 하는 레키온을 쏘아보았지만, 이미 레키온은 콧대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었다. 

       

       “후후후! 그럼, 정말이지. 어떠니, 진짜 귀엽지?”

       “너무 귀여워요…! 한 번만 안아 봐도 돼요?”

       “물론이지. 하하.”

       “완전 부드럽고 귀여워…. 게다가 완전 뽀송뽀송하고 새것 같아요.”

       

       참고로 저건 아르가 레키온의 부탁으로 때 탄 아르 인형을 ‘리커버리’ 마법으로 새것의 상태로 돌린 인형이었다. 

       

       “우와…. 진짜 엄청 비싼 게 이해가 돼요. 고마워요, 용사 오빠!”

       

       여자아이는 원조 아르 인형을 뺨에 부비고 꽈악 안아 본 뒤, 레키온에게 인형을 돌려주었다. 

       

       레키온은 아이들이 돌아간 뒤, 데보라에게 말했다. 

       

       “데비, 잘됐다. 할머니네 인형 가게가 엄청 잘 되고 있는 모양이야. 수도 갔다가 복귀하고 나서 언제 한 번 봬야겠는데?”

       “그러게, 잘됐네. 매번 안 팔리는 인형들 한세월 놓고 계셔서 좀 그랬는데, 나도 좀 마음이 놓여.”

       

       데보라가 기사 일을 하면서 받는 돈 일부를 할머니에게 송금해서 생계 문제는 없지만, 데보라는 내심 그래도 장사가 잘 안 되는 할머니를 걱정했다고 했다. 

       

       “애초에 돈 때문이었으면 할머니도 인형 가게 같은 건 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 인형 하나 하나에 들어가는 정성을 내가 아는데, 안 팔리고 있으니 좀 걱정이 되더라고. 근데 이제라도 빛을 봐서 정말 다행이야.”

       

       아마 아르 인형을 통해서 가게 자체가 유명해지고 주목을 받게 되었으니, 퀄리티가 높은 다른 인형들도 꽤나 잘 팔릴 가능성이 높았다. 

       

       데보라는 아르에게 다가가서 손을 잡으며 감사 인사를 했다. 

       

       “아르야, 고맙다. 네 덕에 우리 할머니 가게가 유명해졌어. 나랑 레키온도 이어 주더니, 정말 너 복덩이구나.”

       

       그러자 아르는 눈을 접으며 헤헤 웃었다. 

       

       “쀼우! 아르두 아르 인형 만들어 준 할머니가 잘 대서 기뻐여!”

       

       그리고 나를 보며 말했다. 

       

       “레온, 다음에 할머니 찾아가서 아르 왕 커졌을 때 모습으루 인형 또 만들어 달라구 하쟈!”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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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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