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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3

       *** ***

         

       “이쪽이에요, 언니들!”

         

       “네, 갑니다.”

         

       여일예는 부드러이 미소 지으며 당려아를 바라보았다. 한창 어른이라는 단어에 환상을 가질 나잇대의 아이. 어른이 되고 싶다는 듯이 성숙함을 가장한 순수함이 빛나는 시기다.

         

       “여기가 바로 당가의 공방이랍니다! 안쪽은 비전암기들이 개발되고 있어서 외인들은 들어갈 수 없지만요!”

         

       가문의 설비를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당려아. 그런 당려아를 바라보며 흑묘가 고개를 끄덕였다. 평상시의 폴짝거리는 태도와는 다르게 무게를 잡고 우아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흑묘를 보며 여일예는 웃음을 꾹 눌러 참았다.

         

       당려아에게 있어 흑묘와 여일예 두 사람은 정말 멋진 어른처럼 여겨질 터였다. 이 세상 미모가 아닌 듯 치명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흑묘와 전 중원에 자신의 이름을 떨치고 있는 여일예. 두 사람 다 당려아에게 동경할 수밖에 없는 성공하고 멋진 어른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흑묘는 그런 당려아의 시선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언니, 너무 아름다워요…! 그 기품있는 자태! 도도한 눈빛! 저도 언니처럼 될 수 있을까요?!’

         

       ‘에, 네…? 그, 글쎄요.’

         

       ‘과연, 쉽지 않다는 걸까요! 저 노력할게요!’

         

       당려아의 동경한다는 눈빛공격을 받아버린 흑묘는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당려아가 ‘멋진 언니’의 모습을 기대한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는 저렇게 전신에 힘을 주고 다니고 있었다.

         

       ‘귀여운 아이가 둘이나 있군요.’

         

       ‘대단해! 멋져!’를 외치며 폴짝거리는 아이가 하나.

         

       그런 아이의 시선에 부응하기 위해서 어깨에 힘을 주고 있는 아이가 또 하나.

         

       “아이, 참 일예 언니는 또 뒤에서 웃고만 있네요. 어서요!”

         

       “후후, 네 가겠습니다.”

         

       여일예는 싱글벙글 웃으며 두 사람에게 다가가며 생각했다.

         

       당가에 있는 시간이 퍽 즐거울 것 같다고.

         

       활기찬 당려아의 몸짓과 멋진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연기하고 있는 흑묘 그리고 두 사람을 보며 웃고 있는 여일예가 당가 구경에 한창일 때.

         

       독의 당처인은 우주를 느끼고 있었다.

         

       ‘도박의 세상이….이리 넓었단 말인가.’

         

       당처인은 정녕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호천안의 강의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도박이라는 건 그저 평소에 암기술이나 의술로 갈고닦은 손재주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여겼는데.

         

       호천안의 입에서 쏟아지는 이론들은 그야말로 광활한 우주 그 자체였다.

         

       시각과 인식의 괴리. 사고의 사각. 상식이라는 단어를 비웃는 듯한 파격. 인간 그 자체를 분석하고 예측하여 상대방을 속이기 위한 기술 이론들.

         

       평생 의술을 갈고 닦으며 인체에 정통했다고 여기던 당처인조차 그저 경험적으로만 알고 있던 부분이 치밀한 이론으로 무장한 채 호천안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당처인은 호천안의 이론 강의와 시범을 보며 생각했다.

         

       야바위.

         

       세 개의 잔과 주사위가 돌아다닐 수 있는 작은 공간. 고작해야 그 공간 속에서 두 개의 손이 돌아다닐 뿐인 단순한 행동이 펼쳐지는 그 행위 속에는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녹아 있음을!

         

       “질문이 있네.”

         

       “무엇입니까?”

         

       “도박에는 다양한 종목이 있지 않나. 야바위 뿐만이 아니라 다른 종목 역시 이만한 공부가 필요한가?”

         

       “야바위 역시 도박의 한 종류에 불과할 뿐입니다.”

         

       호천안의 담담한 말에 당처인은 말문이 턱 막혔다.

         

       “다른 종목에 대한 궁금증은 잠시 접어 두시지요. 지금은 오직 야바위로 당가주님을 이기는 것에 집중하시지요.”

         

       “…알겠네.”

         

       ‘나쁘지는 않군.’

         

       이론 교육이 끝난 뒤, 연습에 매진하는 독의의 모습을 보며 호천안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독의의 손기술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예상보다 더 괜찮은 수준이었다.

         

       실력이 평가절하당할 정도로 녹이 잔뜩 슬었을 뿐이었다.

         

       중원삼대명의라는 명성을 얻고 당가를 떠난 뒤에 독의는 더 이상 도박을 할 일이 없었다. 독의가 천하를 주유하는 이유는 독물과 약초 때문. 산간오지를 전전하는 삶을 살았으니 어디 도박에 손댈 일이 있었겠는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도박을 접하지 않은지가 벌써 수십 년.

         

       독의의 손에 잔뜩 낀 녹들이 조금씩 떨어져나가며 그 본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어르신의 손재주가 점차 깨어나고 있으신 모양이군.”

         

       “어르신 세대에서는 독의님도 당가 도박판의 정점이셨을테니 말이오.”

         

       “음.”

         

       당도경은 잠시 냉정하게 승산을 계산해 보았다.

         

       과연 독의가 당가주를 이길 수 있을 것인가. 독의가 점차 녹슨 손기술을 되찾아가고 있었지만 당도경은 독의의 승산이 아주 낮다 여겼다.

         

       ‘빠름…’

         

       당도경은 독의의 손놀림에서 옛 가주의 향수를 느꼈다. 오직 빠름. 당가의 안법조차 잡아낼 수 없는 극한의 빠름을 추구하는 승부사의 손놀림.

         

       구 세대 당가의 도박사들이 추구했던 미덕.

         

       독의 역시 당가주인 당광렬과 같이 빠름의 미학을 추구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평가해서 독의 어르신은 가주님의 손속에 미치지 못해.’

         

       당가주의 속도는 당가의 정점이었다.

         

       아무리 전대의 고수라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독의는 암기술이 아니라 독공을 주력으로 익힌 사람. 절대적인 손의 속도는 당가주 쪽이 빠를 수밖에 없었다.

         

       같은 유형의 도박사이니 속도가 빠른 당가주가 상위호완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

         

       ‘호 형이 생각이 있겠지만은…지금 연세의 어르신이 새로운 유형의 도박 기술을 장착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야.’

         

       당광렬은 완급조절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가미해 속도라는 자신의 장점을 버리지 않고 살렸다.

         

       그러나 당광렬에게 승리를 거두는 것이 목표인 독의 당처인은 속도를 살린다는 선택지를 택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당가주와 비슷한 유형의 도박을 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속도가 빠른 당가주가 유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새로운 유형의 도박기술을 장착한다?

         

       이제와서 새로이 도박 기술을 쌓아 올려서 어느 세월에 완숙한 도박사인 당광렬을 따라 잡을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야.’

         

       당도경은 독의가 기술을 연습하는 장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호천안을 보며 생각했다.

         

       ‘불가능한 일이라지만, 어쩌면 호 형이라면 해낼지도 모르겠군.’

         

       당도경은 호천안과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떠올렸다.

         

       자신의 억지에 어울려주기 위해 야바위를 펼쳐 주며 여러 화두를 던져 주었던 일.

         

       당가타에 초빙되어 당가주의 도박 실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켜 주었던 일.

         

       뿐인가.

         

       이틀 밤 사이에는 금자를 수백 냥 벌어오지를 않나.

         

       산적토벌에 사천성의 문파들을 동원할 때는 어땠던가. 문파공헌제를 도입하여 모든 문파가 눈이 뒤집혀 산적들을 생포하지를 않나.

         

       그러더니 또 일년도 안 되는 사이에 절정고수가 되어 나타났다.

         

       당도경은 생각했다.

         

       호천안이라는 이름 그 자체에 대한 기댓값이 생겨버린 것 같다고. 독의 어르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면 할수록 그 불리함이 와 닿음에도 호천안이 독의의 편을 든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승산을 느끼고 있지 않은가.

         

       ‘어디, 또 뭔가를 보여주시겠소?’

         

       당도경은 그렇게 생각하며 호천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

         

       독의 어르신을 붙잡고 특훈을 한 지도 3일이 지났다.

         

       당도경은 아예 두 팔 걷어붙이고 돕기로 작정했는지 나와 거의 2교대로 독의님의 강습에 임하고 있었다.

         

       이론 강의를 마치고 칼칼해진 목을 풀 겸 막이에게 차를 요청했더니 이놈이 냉큼 내 앞에 앉아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무인이라는 족속들은 뭘 생각하는질 모르겠단 말이지.”

         

       “왜, 또, 뭐.”

         

       “아니…어르신 말이오. 뭐 가주님에게 딱밤 맞은 거 아니오?”

         

       나는 잠시 막이를 응시했다. 그때의 진상을 알 만한 사람은 풍영대주랑 나 정도였는데…여일예나 흑묘가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긴 했겠지만 그래도 정확히 독의 어르신이 가주님께 딱밤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 수는 없었다.

         

       “거, 뻔한 것 아니요. 그쪽이 오기 전에 가주전인가로 출퇴근을 하시더니 갑자기 도박에 열을 올리시질 않나 나를 붙잡고 딱밤을 때리질 않나. 누가 봐도 분을 이기지 못하는 모습 아닌가?”

         

       “쩝.”

         

       하기사 막이는 독의 어르신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어느 정도 눈치가 있으면 어르신의 반응만 보고 어림짐작할 수도 있지.

         

       “우리에게나 대 사천당가의 가주님이지 독의님 입장에서는 어린놈 아니유. 그런 어린놈에게 딱밤을 맞았으니 화가 나기는 하겠지만…그렇다고 저렇게 몇날 며칠이고 눈에 불을 켜고 연습을 하냐 이 말이지.”

         

       막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승부욕.

         

       승부욕이 없는 사람들은 승패에 목숨 거는 유형의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

         

       그러나 정점에 선 자들은 대부분 이 승부욕이 무척 강하다. 상대방을 이기고자 하는 승부욕은 사람을 노력하게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동기 중에 하나니까.

         

       “너는 뭐냐?”

         

       “대답은 안하고 또 뭔 흰소리요.”

         

       “너는 독의 어르신의 몸종이야 제자야?”

         

       막이는 뒷통수를 벅벅 긁었다.

         

       “거 나도 모르겠수. 가끔 한 수 알려주시기는 하는데 또 각 잡고 알려주시지는 않고. 제자라고 하기에는 뭐 물어보면 구박하면서 심부름을 시키시는데 나도 갈피를 못 잡겠소.”

         

       독의 어르신은 왜 이놈을 데리고 다니시는걸까. 내가 본 막이는 매사에 건성인지라 제자감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웠다. 단순히 몸종이 필요하다면 이녀석보다 훨씬 말 잘듣고 튼튼하고 똘똘한 녀석으로 구하실 수 있을 텐데.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독의님이 아주 모시기 힘든 사람이라는 거지. 거 중원 삼대명의나 되는 양반이 저러고 있으니…생각해보니 당가주님도 말이야. 독의님에게 쌓인 게 얼마나 많았으면 한참 어르신인 분의 이마를 때렸을까.”

         

       뭐…사실 나를 환자로 받아주실 때도 당광렬의 부탁이 아니라 풍영대주의 부탁을 들어 주신다고 못 박으신 분이었으니.

         

       가주님도 독의님의 딱밤을 때리고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 같은 표정을 지으시지 않았던가.

         

       두분이 앙숙관계라는 건 부정할 여지가 없었다.

         

       “독의님이 의술을 펼칠 때는 이게 또 신선이나 다름이 없는데…대충 눈대중으로 재료를 덜어도 계량보다 정확하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물 흐르듯이 침을 놓고 처방을 할때는…캬.”

         

       독의님의 진료라.

         

       어르신이 의술을 갈고 닦으실 시간에서 티끌만 떼어 내서 도박을 갈고 닦으셨다면 지금처럼 막막하지는 않았을까.

         

       특훈에 돌입한 지 3일. 독의 어르신은 조금씩 제 기량을 찾아가고 계셨지만 단순하게 기량을 찾는 것만으로는 절대로 당가주님을 이길 수가 없었다.

         

       돌파구. 돌파구가 필요했다.

         

       “또 중원 삼대명의쯤 되면 환자를 무시할 법도 한데, 만약 같은 공간에 환자가 있으면 환자의 휴식을 방해하면 안 된다면서 소음 하나 없이 약재를 정리하고 가공하시는데 약초를 썰고 사발에 재료를 갈면서도 소음 하나 나지 않은 걸 보고 있으면 이게 신기(神技)가 아니면 뭔가 싶기도 하고…”

       

       “잠깐만.”

         

       나는 막이의 말을 끊었다.

         

       “방금 그거, 좀 자세히좀 말해봐.”

         

       이거 어쩌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돌파구!

    *[하늘연달]님께서 [10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항상 잘 보고 계시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군요. 언제나 재미있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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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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