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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3

       “민트초코파인애플피자님! 대접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쟁촐을 상대할 때에만 하더라도 점잖을 떨던 가게의 주인은 민가를 보고서 웃음을 지으며 크게 소리쳤다.

       

       저 길고 어려운 이름을 막힘없이 이야기하다니.

       

       이 곳의 주인은 현 화산문주와 가까운 사이인 것인가?

       

       더 놀라운 것은 가게의 주인이 천마 백화령을 보고서도 웃으며 인사를 할 뿐이란 사실이었다.

       

       단순히 백화령이 어떤 인간인지 몰라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안녕하십니까. 천마님.”

       “그래. 민가가 말을 하길 그대는 실력 있는 요리사라지? 기대하겠네.”

       “미천한 실력이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는 천마의 정체를 알고서도 태연한 것이었다.

       

       아무리 이 자가 외부인이라 할지라도 천마가 얼마나 공포스러운 존재인지 알 터인데 어찌 저럴 수가 있는 게지?!

       

       본인이 몰랐을 뿐 이 가게의 주인도 저 사이에 동등히 서 있을 수 있는 무인인 것인가?

       

       민가의 일행과 인사를 나누는 가게 주인을 보며 쟁촐이 전율을 흘리는 동안에 종업원이 찾아와 그의 앞에 음식 하나를 놓아 주었다.

       

       “전채입니다. 단호박을 소의 젖과 함께 끓여서…”

       

       쟁촐은 그 설명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후에 숟가락을 들었다.

       

       지금이 식사를 하고 있을 만큼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걸 거절할 순 없다.

       

       그래서야 너무 부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나.

       

       “음!”

       

       호박으로 만든 죽 같은 것을 입에 머금은 쟁촐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맛있군.

       

       몽근하고도 부드러운 식감에 우유의 고소함과 단호박의 은근한 단맛이 잘 어울려.

       

       극상의 절미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식사를 준비하며 입맛을 돋우기엔 충분하다 못해 넘칠 지경이다.

       

       지인 중 하나가 한 번은 가봐야 할 곳이라 했던 이유를 벌써부터 알 것 같군.

       

       나를 바라보는 저 따가운 시선들만 없었다면 정말 기분 좋게 음식을 즐길 수 있었을 터인데.

       

       쟁촐은 자신을 향하는 민가 일행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숟가락을 움직였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일이지만 민가 일행은 이 곳에 단순히 식사를 즐기러 왔을 뿐이었다.

       

       하나같이 살벌한 면면을 지닌 이들이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투쟁을 앞에 두었을 때의 이야기일 뿐.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서 수저를 움직이는 이들은 그저 한 사람의 인간에 불과했다.

       

       쟁촐에게는 아쉬운 이야기였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너무도 일상적이라는 이야기이니까.

       

       “그래. 본인은 이런 것을 바라였다!”

       

       천마는 식사를 즐기며 무림에서 그녀가 보여주었던 살벌하고도 무심한 얼굴과는 반대되는 미소를 보여주었고.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바뀌는 구나.”

       

       당윤옥은 눈을 치뜬 채 자신의 앞에 놓인 음식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맛있네요.”

       “내 말하지 않더냐. 신령의 음식은 요새 사람들에게 먹히지 않는다니까?”

       “으으. 까다로워졌네요. 예전엔 신령의 음식을 주면 잘 구슬려서 넘어갈 수 있었는데. 어떡하죠?”

       “무얼 어떡하느냐. 방식을 바꿔야지. 아님 도술이 아니라 직접 음식을 만들던가.”

       “이것보다 맛있게 할 자신이 없는데요.”

       “알게 뭐냐. 잘 생각을 해보거라. 본인은 이 음식에 집중을 할 것이다.”

       “네? 바루. 저희 같은 신령인데 같이 고민을 해야죠!”

       

       쟁촐이 알지 못하는 한 여성과 여자아이는 신령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를 나누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저들이 진짜 신령은 아니겠지? 그냥 농을 하는 것이겠지?

       

       신령처럼 신성하신 분들께서 패악스러운 천마신공을 다루는 이들과 함께하진 않을 터.

       

       “으음…”

       

       그리고 그 무리의 중심이 된 민가는 어째서인지 미간을 찌푸린 채 골똘히 생각을 하고 있었다.

       

       뭐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이상하군. 왜 말소리가 잘 안 들리는 걸까.

       

       무언가 중요한 이야길 하고 있는 것인가?! 쟁촐은 필사적으로 민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

       

       – 방구석미식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어떻게 맛있는 지 설명해주세요!]

       

       “그러니까 말이다. 맛있는 게 맛있는 거지 거기에 더 무언가가 필요하더냐?”

       

       – 당연한 거 아님?

       – 마이튜버라면 감당해라!

       – 맛있다고만 그러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르잖슴.

       

       “어렵구나.”

       

       맛있다라는 느낌은 무척이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것.

       

       이것을 말로 표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경험이 많다면 모를까 본인은 대개 홀로 식사를 즐기고 홀로 만족을 하는 사람인지라.

       

       엔리와 함께 식사를 할 때가 있긴 하다만 그 때마다 호들갑을 떠는 것은 엔리이지 본인이 아니었지.

       

       그렇다 보니 설명을 해달라 하여도 곤란할 뿐이다.

       

       고민이 되어서 미간을 찌푸리고 있자니 억울함이 생겨났다.

       

       기껏 맛있는 음식을 즐기러 온 것이거늘 이래서야 음식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지 않은가.

       

       엔리가 이야기하길 마이튜브를 하는 사람이라면 식사하는 것을 녹화해 올려야 한다 했기에 방송을 켰다마는.

       

       이럴 줄 알았더라면 방송을 키지 말고 음식을 먹는 것에 집중할 것을 그랬어.

       

       그래도 이미 킨 것을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한 번 방책을 생각해볼까.

       

       어디 다른 이들에게 음식의 맛을 설명해달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백화령. 이 음식의 맛을 설명해줄 수 있겠나?”

       “갑자기?”

       “접시에 코를 처박고 숟가락만 움직이는 것도 그렇지 않으냐.”

       

       내 말에 수긍을 한 걸까.

       

       백화령은 팔짱을 낀 채 고심을 하다가 이리 소리쳤다.

       

       “맛있다. 그 이외에 무어가 필요한가.”

       

       누군가와 같이 식사를 해 본 적이 없는 것은 그대도 마찬가지일 터인데 내 과한 기대를 했구나.

       

       흐음. 그렇다면 은인은.

       

       “우유에 단호박을 갈아 넣은 맛이구나.”

       

       직관적이고 당연한 말씀을 해주시는가.

       

       물론 옳은 말이지만 까탈스럽고 투정이 많고 행패부리기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바라는 설명은 아니겠지.

       

       자아. 그러면 백주. 그대는 어떤가.

       

       이 중에서 그나마 다른 이들과의 교류가 많을 터이고 교양이 있을 법한 그대라면 괜찮은 설명을 해주겠지.

       

       내 시선이 닿자 백주는 눈을 끔뻑거리다가 수저를 든 손을 벌벌 떨며 고개를 돌렸다.

       

       “아. 저. 그러니까. 그게. 음.”

       “되었다. 미안하구나.”

       

       부담감에 기절할 것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면 본인도 강요를 할 수가 없지 않으냐.

       

       그나마 이 무리에서 제일 말을 잘 할 것 같은 게 한서우다만 저 녀석은 방송에 출현하고 싶지 않다 이야길 해둬서 말을 걸 수가 없고.

       

       이제 남은 것은 바루 뿐이다만.

       

       이 녀석이 제대로 된 설명을 할 수가 있을까.

       

       그런 불안감을 가진 채 시선을 돌렸다.

       

       바루는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듣기는 한 건지 숟가락으로 우유죽을 떠먹다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입가에 우유죽이 남아있는 걸 보면 무척 마음에 들어서 정신을 놓고 있었던 모양이다.

       

       “응? 무어냐? 왜 쳐다보는 것이야.”

       “맛 설명을 부탁하고 싶다만.”

       “고소하다! 달다! 맛있다! 되었느냐?”

       

       바라는 만큼 상세한 대답은 아니었지만 귀여우니 됐나.

       

       하아.

       

       어쩔 수 없군. 본인 스스로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수밖에.

       

       – 여우키우고싶다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바루 귀여우어!]

       

       – 캬. 힐링된다.

       – 이게 먹방이지.

       – 꼬리랑 귀 드러나 있었으면 살랑살랑했을 텐데.

       – 아. 그거 좀 아쉽네.

       

       – 복슬복슬푹신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어차피 유저 가게인데 귀랑 꼬리 드러내고 있음 안댐?]

       

       “바루가 그러길 싫어하면 본인으로썬 강제할 수 없느니라.”

       

       – ㄲㅂ

       – 그래도 뭐 어때.

       

       본인이 직관적으로 이야기했을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구나.

       

       이 빌어먹을 녀석들아.

       

       본인이 좋아서 모였다는 녀석들이 어찌 본인에게 관대하질 않은 것이야.

       

       되었다. 이제 니놈들 때문에 고민하기 싫다.

       

       나는 낑낑거리며 카메라를 조작해 시청자들이 바루가 식사하는 걸 구경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그러자 채팅창에서 – 극락 이니. – 이게 방송이지! – 역시 화령님. 시청자의 니즈를 잘 파악하시네요! 같은 소리가 올라왔다.

       

       네놈들의 마음에 들었다니 잘 됐구나.

       

       이제 그를 가만 보고 있도록 하라.

       

       본인은 그냥 식사를 즐기고 있을 터이니.

       

       *

       

       한 걸음 어긋나면 죽을 지도 모른단 공포 속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에 쟁촐이 얻은 정보는 별 것이 없었다.

       

       정확하게 말을 하자면 가치는 있으나 남들에게 말을 해주었을 때 상대방이 그를 믿을까 의심스러운 것들뿐이었다.

       

       그 잔혹하고 냉철한 천마가 귀여운 것에 사족을 쓰지 못한다거나, 신교에서 미식을 즐기지 못하기에 괴로워 하고 있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이를 보고한다 한들 과로에 미쳐 정신이 나갔냐는 이야기나 듣겠지.

       

       당장 자신조차도 다른 동료가 비슷한 말을 하더라도 똑같이 답을 해주었을 테니 말이다.

       

       굳이 목숨을 걸어가며 설득할 만한 중요한 정보도 아니고.

       

       그나마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 중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이야기는 화산에 당윤옥과 신령 둘이 함께 거주한다는 소리였다.

       

       민가 하나로도 감당이 되지를 않는데 거기에 전력이 더 추가되었다니.

       

       화산에 복수를 해야 한다는 미치광이들을 어떻게든 때려잡아야 할 이유가 생겼군.

       

       만일 그걸 진실로 실행한다면 자살행위와 다를 것이 없다.

       

       민가 하나도 감당하기가 어려운 마당에 지금의 화산을 건드렸다간 그 날로 무림맹이 멸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무림맹은 무림의 절대세력 중 하나가 아니고 단순히 다른 이들의 자비 아래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나약한 곳일 뿐임을 그들이 알아주었으면 좋으련만.

       

       어쩌다 무림맹이란 세력이 이리 된 것일까.

       

       하아.

       

       슬슬 들을 만한 것은 다 들은 것 같으니 돌아가도록 할까.

       

       “주인장. 계산 좀 해주시오.”

       

       최대한 자연스러운 체 연기를 하며 쟁촐이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에.

       

       ‘내 그대에게 자비를 배풀었으니 돌아가면 이야기를 잘 전달하도록 하거라.’

       

       그의 머릿 속에 목소리에 울렸다.

       

       전음.

       

       쟁촐이 부들부들떨며 시선을 돌리니 그를 바라보고 있는 민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구나.

       

       단지 알면서도 묵인해 주고 있었을 뿐.

       

       식사의 자리에 피비린내를 풍기고 싶지 않아서.

       

       ‘답하라.’

       

       대답을 재촉하는 목소리에 쟁촐이 고개를 끄덕이자 민가가 웃음을 지어주었다.

       

       쟁촐은 그 웃음을 보고서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금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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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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