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14

       신들의 전쟁은 수많은 신들에게 여파를 남겼다.

       

       그 신격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쇠퇴한 신들은 물론이고, 전쟁의 전리품처럼 다른 신들에게 신격을 흡수당하는 일도 빈번하였으니.

       

       결국, 신들은 인간들보다 우월한 존재인 것처럼 굴었으면서도, 정작 하는 짓거리들은 인간들과 별반 다를바 없는 놈들이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었다.

       

       아니, 가진 힘이 인간보다 거대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더 악질적이겠지만.

       

       

       “이렇게 신들의 숫자를 줄일 수 있었다면, 살신 명부 같은건 만들 필요 없었던게 아닐까 싶네요. 쓸데없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은 것 같아요.”

       

       “글쎄다. 전쟁으로 신들의 숫자를 줄이는 것은 그리 좋지 않은 방법이라서 말이다.”

       

       

       전쟁에서 누가 이기고, 누가 질 것인지, 누가 신격을 잃고 누가 다른 신을 흡수하게 될 것인지, 그러한 미래를 온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걸.

       

       물론, 불가능한건 아니지만.

       

       

       “그리고 이런 전쟁은 두번다시 일어나지 않을테니 말이다.”

       

       

       저 전장에서 많은 신들이 스러졌다. 그 사실은 살아남은 신들의 뼛속 깊이 새겨질 것이다.

       

       그렇기에 두번다시 저런 전쟁은 벌이지 않겠지.

       

       다른 누군가가 충동질을 하더라도…. 파멸이 확정되어 있는, 멸망으로 향하는 전쟁은 하고싶지 않을테니까.

       

       그 전쟁으로 인해 자신들이 멸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면, 전쟁이라는 단어 자체를 생각조차 못할테니.

       

       상호확증파괴가 결정된 냉전의 시기처럼.

       

       

       “그런가요? 하지만…. 이 전쟁에 참전하지 않은 놈들도 있잖아요? 그 놈들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까요?”

       

       “에시르 놈들 말이냐?”

       

       

       내 말에 샤마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시르. 오딘을 따르는 혹독한 땅의 신들.

       

       그들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음,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오딘은 그런 짓을 벌일 것 같지 않구나.”

       

       

       오딘은 현자의 말을 이용하여 이미 충분히 흔들어 놓았으니까, 다른 신들과 전쟁을 벌이기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에시르의 신들을 보전하려 들테니까.

       

       간략하게 말하자면, 존버메타를 탄다고 할까.

       

       

       “그렇게나 확신하는건가요?”

       

       “그래. 확신하고 있지.”

       

       

       어쩌면 이미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야.

       

       오딘은…. 바알을 다시 신들의 왕으로 되돌리더라도, 바알의 조각을 가지고 있었던 자신들은 이전과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바알의 지혜가 담긴 눈을 잃으면, 오딘에게 남는 것은 그저 어리석을 뿐인 맹인의 늙은 신 뿐이니.

       

       그러한 사실을 저 어리석은 제우스는 아직 눈치채지 못했지만.

       

       아, 제우스는 다른 셋과 경우가 다른가. 바알의 심장, 바알의 육체, 바알의 눈을 가지고 있던 다른 셋과는 달리 저 제우스는 육체의 일부가 아닌, 바알의 관을 통한 권위와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바알의 조각을 바치더라도 스스로의 육체를 떼어내는 것이 아닐테니까. 살아남을 순 있을테지.

       

       바알의 지혜가 담긴 눈을 가진 오딘과는 다르게, 힘과 권위만을 잃게 될 뿐일테니까.

       

       

       “그러면…. 일단 10년 정도는 지켜보게 되겠네요.”

       

       “음. 틈틈히 인간으로 태어난 바알을…. 지금은 라이클렌이라는 이름이던가. 영 이상한 이름이구만.”

       

       “인간이 지은 이름이니까요.”

       

       “아무튼, 별다른 일이 없다면 그 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며 보내야겠구나.”

       

       

       전쟁으로 살짝 기세가 꺾인 신들이 난리를 피울 것 같진 않으니까. 한동안은 느긋하게 보낼 수 있으리라.

       

       

       “바알의 환생인 인간이라….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하네요.”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도록 주의하거라. 간접적으로라면 상관 없지만.”

       

       “네에. 잘 알고 있다구요. 바알도 인간의 삶을 충분히 즐기길 바라니까.”

       

       

       인간으로 환생했는데, 다른 신들에 의해 인생이 좌지우지 된다면 바알도 실망하지 않겠는가.

       

       뭐, 그래도 대략적인 인생의 계획은 세워두긴 했지만. 일단 영웅의 길을 걸어줘야 하니까.

       

       어디보자. 대충 헤라클레스 같은 느낌으로 키우면 되려나. 영웅답게 활약하는 삶으로. 축복받은 육체와 훌륭한 스승을 통해 영웅으로 성장하는 느낌으로.

       

       아, 그래도 헤라클레스가 겪은 것과 같은 12시련은 좀 너무하다고 생각되니까…. 음…. 좀 순화시키고 숫자도 줄이면 되려나?

       

       그리고 성장하면서 적당히 인성 교육도 시키고. 헤라클레스처럼 분노조절장애가 되면 큰일일테고, 너무 오만해지지 않도록 해야겠고.

       

       음. 교육을 위해서는 일단 좋은 스승을 붙여줘야겠군. 신의 축복을 받은 아이라면 너도 나도 가르치고 싶을테니까.

       

       

       – – – – – – – – – – – – – – – – – – – –

       

       

       라이클렌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신의 축복을 받은 육체는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어지간한 성인들보다 강하고 튼튼했으며, 영민한 지혜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넘어 백을 스스로 깨우칠 정도였으니.

       

       수많은 이들이 신의 축복을 받은 아이의 스승이 되고자 하였으나, 대부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승의 자리를 내려놓고 떠나게 되었다.

       

       영특한 아이는 스승의 지혜와 지식이 담긴 가르침을 빠르게 흡수하여 순식간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으며, 그로 인해 자신의 밑천을 모두 내보인 스승들은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어서 물러나곤 했었다.

       

       너무나도 뛰어난 탓에 생기는 일이었지만, 라이클렌과 그 부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세상은 넓고, 뛰어난 이는 많았으며. 영웅의 꽃봉오리는 아직 활짝 피어나지 않았기에.

       

       그 꽃을 활짝 피우고자 하는 이들은 끊임없이 라이클렌을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라는 느낌으로, 잘 성장하고 있구나.”

       

       “설명해주시지 않아도 알고 있는걸요.”

       

       

       샤마쉬는 작게 툴툴거렸다.

       

       자신이 계시를 내려 보낸 법학자가 라이클렌에게 모든 지식을 전한 후 스승의 자리에서 물러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탓에 살짝 삐진 상태였으니까.

       

       

       “그런데…. 역시 신의 영혼이라고 해야할까요. 보통의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네요.”

       

       “그러게나 말이다. 이정도일줄은 몰랐는데.”

       

       

       바알…. 아니, 라이클렌은 그 뛰어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가르침을 빨아들이는 스펀지처럼, 스승으로 오는 이들이 며칠 버티지 못하고 모든 밑천을 뜯겨서 스승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육체적으로도 엄청 뛰어나고요. 아직 성인이 아닌데도 저런 육체라니…. 굉장하다는 말 말고는 할 말이 없어요.”

       

       “음. 저 육체는 제우스의 축복에 의한 것이겠구나.”

       

       

       아직 10대 중반인데도 어지간한 성인으로는 상대가 안되는 강인한 육체. 그야말로 축복받은 육체.

       

       

       “그러면, 다음은 누구를 스승으로 보내야 할까요?”

       

       “글쎄다. 대충 머릿속에 구겨넣 지식 같은건 충분히 가르친 것 같으니…. 음. 몸뚱이도 충분할 정도로 성장했으니, 이제 싸우는 방법을 가르쳐야겠지.”

       

       “싸우는 방법이요?”

       

       

       이 시대의 영웅이라면, 전쟁으로 활약을 하거나, 강인한 몬스터들을 격퇴하는 것으로 이름을 알리게 될테니까.

       

       싸우는 방법은 거의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지.

       

       

       “음. 하지만 저 녀석을 가르칠 정도로 뛰어난 전사는….”

       

       “그건 내가 몇 명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어디보자. 일단 가장 가까운 것은…. 아스테리오스로군.

       

       나와 함께하는 여행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간 아스테리오스는 미노아의 왕이 되어있었으니. 라이클렌과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고 말이야.

       

       아, 물론 왕이니까 함부로 자리를 비울 수 없으니, 라이클렌을 미노아로 보내야겠지만.

       

       거기에 인드라의 축복을 받아 번개의 힘을 끌어낼 수 있는 아스테리오스라면, 제우스의 축복을 받은 라이클렌을 충분히 단련시켜줄 수 있으리라.

       

       

       – – – – – – – – – – – – – – – – – – – –

       

       

       “그래, 어떤 것 같으냐?”

       

       “아, 티아. 오셨습니까.”

       

       

       미노아 궁전에 있는 수련장. 아스테리오스와 라이클렌이 사용하고 있는 수련장을 찾아가자 아스테리오스가 나를 맞이한다.

       

       20년 정도의 시간이 흘러, 어렸던 아스테리오스는 훌륭하게 자라났다.

       

       그리고는 여행으로 얻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미노아를 다스렸고 지금은 미노아의 현왕이라 불리울 정도로 훌륭한 통치를 보이고 있었으니.

       

       미궁에 갇혔던 덩치만 큰 아이가 이렇게 성장할줄은 누가 알았을까.

       

       

       “오신다는 연락을 미리 주셨다면 준비를 해두었을텐데, 아쉽군요.”

       

       “뭘, 그냥 잠깐 볼일을 보러 온 것 뿐이니 말이다. 아무튼, 라이클렌. 저 아이. 어떤 것 같으냐?”

       

       

       아스테리오스의 제자가 되어 수련하고 있는 라이클렌은 그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었다.

       

       

       “훌륭합니다. 제가 저 나이일때는 저정도가 아니었으니까요.”

       

       “음. 신의 축복을 받아 성장한 아이니까. 저 아이가 성장한다면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겠지.”

       

       

       나의 말에 아스테리오스는 작게 웃었다.

       

       

       “조금 성격이 급하고 욱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러한 부분을 잘 제어해낸다면 분명 영웅이 될 겁니다. 제가 장담하지요.”

       

       “네 장담이라면 믿을 수 있지.”

       

       

       나는 수련장에 지쳐 쓰러져 있는 라이클렌을 바라보았다.

       

       기진맥진한 표정임에도,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맺혀 있는 모습을.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는 모습을.

       

       

       “다행이구나.”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란다.”

       

       

       나는 작게 고개를 내저은 후, 아스테리오스를 보며 말했다.

       

       

       “만약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하거라. 내가 준비할 수 있는 것이라면 준비해 줄 터이니.”

       

       “필요한 것이라…. 그러고보면 저 녀석, 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더군요. 활을 가르칠 스승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활?”

       

       “네. 그리고 저 녀석의 힘에도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강한 활도 필요하고요.”

       

       

       활이라. 음…. 이그드라실에게 부탁해볼까? 엘프의 활을 하나 구해다 준다면 적당하려나.

       

       아, 활은 그렇다쳐도, 무기는? 무기는 필요치 않을까?

       

       

       “무기는 필요 없고?”

       

       “네. 그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무기가 저 녀석의 힘을 버티지 않는 탓에, 대충 손에 잡히는 대로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손에 잡히는 대로?”

       

       

       아스테리오스는 수련장 바닥에 흩어져 있는 나뭇조각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본래 무기였을 나뭇조각들은, 산산조각으로 부숴진 채 수련장의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다.

       

       

       “힘이 너무 강한 탓에 어지간한 무기로는 오래 버틸 수 없더군요. 덕분에 대충 나무를 꺾어서 몽둥이로 만들어 쓰고 있습니다.”

       

       “나무로 몽둥이를…?”

       

       

       음. 그렇다면…. 이그드라실에게 부탁을 하면 깔끔하게 해결되겠군. 활을 만드는 김에 나무 몽둥이도 만들고 말이야.

       

       

       “그렇다면 하는 김에 활과 나무 몽둥이를 준비해주마. 더는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좋은 것으로.”

       

       

       세계수인 이그드라실로 만든 나무몽둥이라면 손에 잡히는 것이라면 뭐든 박살내는 괴력이라도 괜찮을테니까.

       

       

       “활의 스승으로는…. 예를 데려오면 되겠구나. 그 녀석보다 활을 잘 쏘는 사람은 없을테니.”

       

       

       태양신들도 쏴서 맞추는 녀석이니까. 활쏘기 스승으로는 안성맞춤이리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뜌, 뜌땨앗… 우우…. 메이드 미도리… 메이드 모모이… 우우… 뜌땨…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