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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4

        

       최근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 있다.

         

       “후우… 교황의 힘으로 안 되다니.”

         

       조금 전 세나와 면담을 하며 내 계획에 대해 전달하자 세나가 교황의 생각을 전달해 줬다.

         

       교황청은 교황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교황의 힘으로 교황청 전부를 통제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투표로 선출되는 종신직인 교황.

         

       최종 결정은 교황이 하는 게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황제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체계가 아니다 보니.

         

       내 계획을 실행하기 만만치 않다고 느낀다.

         

       자칫 교황청을 해제할 때. 유혈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올라갔다.

         

       “최대한 교황청의 전력을 보존해야 하는데.”

         

       마족 숭배자와 필수 계약을 맺게 될 조항 중에는 교황청 해제를 거부할 수 없다.

         

       그렇기에 교황을 이용해서 최대한 교황청의 힘을 보존하면서 해체하려 했지만 그게 쉽지 않을 거 같다.

         

       “이럼 어떻게 해야 할까.”

         

       교황청의 정치 구조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

         

       교황청을 대상으로 정치 쇼를 하려면 정치 구조와 교황청 내부의 권력자들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카를한테 정보를 모아달라고 해야 하겠네.”

         

       최악의 경우 교황청은 포기하고 성기사단은 지켜야 한다.

         

       “흐음…”

         

       물론 그 성기사단이 내 통제를 따를 가능성은 0에 수렴하지만.

         

       “으윽!”

         

       그 순간 왼쪽 눈이 타들어 가는 통증이 느껴진다.

         

       내가 황급히 왼쪽 눈을 압박하며 입술을 깨문다.

         

       제길…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텨야 해.

         

       지금 무너질 수 없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고통을 참기 위해 입술을 너무 세게 깨물어서일까?

         

       비릿한 혈향의 액체가 입안으로 들어온다.

         

       평소보다 길게 느껴지는 고통.

         

       눈의 통증으로 인해 왼쪽 눈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허억!”

         

       평소보다 심한 고통에 내가 다급히 서랍을 뒤지며 약을 찾는다.

         

       뿌옇게 변한 왼쪽 시야.

         

       덜덜 떨리는 손으로 약병을 열어 약을 입안에 털어 넣고 물을 삼킨다.

         

       “하아… 하아…”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을 무렵.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 거지?

         

       어둡고 뿌연 시야.

         

       그리고 눈물에 촉촉이 젖은 왼쪽 눈을 손수건으로 닦아 낸다.

         

       세나의 진료를 받으며 통증은 사라졌었다.

         

       근데 오늘 통증이 느껴지는 걸 보니 상태가 악화 됬다는 뜻인가?

         

       그렇게 남아 있는 통증을 억누르며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느낀다.

         

       그 전에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시간이 더 끌리면 최악의 상황에 빠지게 돼.

         

       만약 상황이 악화하여 마족 숭배자를 잡는 걸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눈이 보일 때, 나의 권력을 테오도라에게 넘겨야 한다.

         

       그래야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가 있으니까.

         

       니케아에 머무르는 황금기사단을 로만으로 복귀시켜야 하고.

         

       할 게 많아질 테니까.

         

       “아직…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그렇게 생각하며 왼쪽 눈을 감고 서류 작업을 시작한다.

         

         

         

       ***

         

         

         

       며칠 뒤.

         

       조이의 생일이 지나 이제 그녀가 성년이 되었다.

         

       화려한 생일파티.

         

       하지만 아직 짝이 없어서일까?

         

       그곳에서 수많은 또래 남자가 처제에게 춤을 제안하며 구혼을 청했었다.

         

       뭐… 1년 안에 물러날 내가 처제의 짝을 고를 이유가 없어서 못 본 척 넘어갔다.

         

       알다시피 처제의 결혼은 처가댁에서 정해야 할 일.

         

       내가 정할 만한 일이 아니니까.

         

       분명 나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 이게 다 처제한테 보내는 구혼 편지라고?”

         

       대공부에 쌓여있는 수백… 아니 수천 장은 될 거 같은 편지를 보며 질리기 시작한다.

         

       “워… 원래 장모님한테 가야 하는 편지 아니야?”

         

       내 말에 세나가 난처한 얼굴로 말한다.

         

       “그게… 황태후 마마께 보내고, 황제 폐하와 대공 전하께도 보낸 거 같아요.”

         

       “왜… 왜죠?”

         

       상식적으로 나와 조이의 관계는 형부와 처제 관계.

         

       그런 내가 처제의 결혼 상대를 구한다?

         

       물론 가능하다. 욕을 엄청 먹어서 그렇지.

         

       설마 얘네들은 내가 처제를 핍박해 억지로 결혼시킬 거로 생각하는 걸까?

         

       미리 말하지만, 원작 속에서 고통받았던 그녀가 평온한 삶을 살기 바란다.

         

       그래서 그녀가 원하지 않는 결혼은 시킬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다.

         

       하지만 귀족들은 다르게 생각했는지 나에게 이런 편지를 수천 장이나 보내다니.

         

       나를 도대체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 건지 어이가 없다.

         

       “이거 어쩌죠?”

         

       세나가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왜지? 나는 왜 할 일이 이렇게 많은 거지?

         

       내가 그렇게 짜증이 나 있을 때.

         

       “이거… 다 답장해야 하겠지요?”

         

       귀족이 보낸 편지는 답장해야 하는 게 예의이지만.

         

       “그냥 태워버려요,”

         

       어차피 나는 귀족들에게 악평이 자자하니까.

         

       이런 일 좀 한다고 뭐라 할 놈은 없다.

         

       어차피 지금 간 크게 내전을 일으킬 놈도 없으니까.

         

       “정말 그래도 돼요? 귀족 사회에서는…”

         

       “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할 일이 있어서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집무실로 들어간다.

         

       저녁까지 릴레이로 서류를 처리했다.

         

       최근 황제파의 탄원 중에서 골치가 아픈 내용들이 많이 올라왔다.

         

       저번 황제파 내전 때 수습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지원 확대와 시설 개발 기금 자금 확대 요청.

         

       현재 내가 운영할 수 있는 국고의 예산으로는 더 이상 유지하기란 불가능한 부분이다.

         

       “니케아랑 에피루스만 내 손에 있었어도 조금 달라졌을 텐데.”

         

       요즘 내가 기금을 운용하며 제일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는 에피루스.

         

       하지만 에피루스 영지의 예산을 쓸 권리가 나에게는 없다.

         

       저번 황제의 직할지에 대해서는 황제가 직접 통치하도록 법안이 넘어갔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그걸 눈 감아 주는 대신에 세금 개혁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았으니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나는 권력에서 물러날 거니까. 손해 본 거는 없지.

         

       에피루스를 내가 직접 건드릴 일은 없으니까.

         

       어쨌든 황제파의 지원 요청을 이번에는 거절해야 하겠다.

         

       막말로 테오도라가 통치하는 예산이 엄청크니까. 정 필요하면 테오도라에게 부탁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거절의 편지를 쓰려할 때.

         

       -똑똑.

         

       늦은 시간 내 방에 방문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기에 내가 물어본다.

         

       “누구야?”

         

       “저예요.”

         

       막시밀리안의 목소리가 문 너머로 들려 내가 편지를 쓰며 말한다.

         

       “들어와.”

         

       -끼익.

         

       문이 열리며 얼굴이 환한 막시밀리안.

         

       “결혼해서 그런지 신수가 훤한데?”

         

       에아와 결혼해서 깨가 쏟아지는지 이전과 다르게 피곤함에 찌들은 얼굴이 아니다.

         

       “대공 전하! 저는 너무너무 슬픕니다.”

         

       “응? 뭐가 말이야?”

         

       얼굴에 빛이 나는 막시밀리안이 슬프다니?

         

       이해되지 않는다.

         

       “저의 사랑스러운 에아를 지금 당장 볼 수 없는 게 너무 슬퍼요.”

         

       미친놈인가?

         

       누구는 결혼하고 바가지만 긁히는데, 저 녀석은 결혼한 게 인생 일대의 행복이라는 표정을 짓는 게 짜증이 난다.

         

       “그래서? 나한테 그거 보고 하러 온 거야?”

         

       정말 그딴 걸 보고하러 온 거면 오늘 밤 밤새워 야근할 만한 걸 넘겨주려고 서랍을 열려고 하자…

         

       “아! 설마요? 저번에 말씀하신 인공 피부에 성과가 있어서 왔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아주 작은 상자 두 개를 꺼낸다.

         

       “지금까지는 염료 문제라 생각하고 염료를 많이 넣기만 했는데. 차라리 얇게 만들어서 투과성을 올리는 게 어떨지 하고 만들어봤더니…”

         

       상자를 여는 막시밀리안.

         

       “이런 물건이 만들어졌지 뭡니까?”

         

       상자 안에는 얇은 살색의 막이 보인다.

         

       “오? 생각보다 잘 만들어졌는데?”

         

       빛이 살짝 투과할 정도로 얇지만, 은은한 살색을 띠고 있는 걸 보고 내가 엄지손가락에 덮는다.

         

       살과 인공 피부 사이에 경계 외에는 꽤 그럴싸하게 보이는 걸 보며 내가 물어본다.

         

       “안에 피는 담아봤어?”

         

       얇은 피부이기에 붉은색 피가 담기면 색이 비치지 않을까 걱정되어서 내가 물어보자. 막시밀리안이 미소로 말한다.

         

       “아직 안 담아봤는데. 그건 큰 걱정은 없어요. 피가 담기는 부위만 이중으로 만들어도 되고 거기만 조금 두껍게 만들면 되거든요.”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네가 그렇게 말하면 그게 맞겠지. 그러면 이거 테스트 한번 해줄래?”

         

       내 말에 막시밀리안이 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런데요… 대공 전하.”

         

       무언가 어색한 미소를 짓는 막시밀리안이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표정을 짓자, 내가 물어본다.

         

       “왜? 무슨 일 있어?”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저 퇴직 해도 될까요?”

         

       “어?”

         

       퇴직.

         

       막시밀리안은 특채 고위 공무원으로 자발적 퇴직이 불가능하다.

         

       내가 괜히 뮐러와 막시밀리안을 그런 조항을 넣은 게 아니다.

         

       그렇기에 내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그건 조금 힘들겠는데? 근데 갑자기 왜?”

         

       “그게… 에아의 일을 돕고 싶어서요. 슬슬 일이 커지니까 관리할 사람이 필요해서.”

         

       살며시 내 눈치를 보는 그.

         

       “우선 올해는 안되고, 내년 이맘때쯤. 그때 다시 얘기해. 올해는 알다시피 바쁘잖아?”

         

       내년에는 내가 없을 테니. 이 일에 대한 책임자는 바뀔 것이다.

         

       “내년에요?”

         

       내 말에 조금 의아한 표정이 되는 막시밀리안.

         

       그에게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응. 얘기 해봤으면 나가봐.”

         

       내가 축객령을 내리자, 막시밀리안의 표정에 의구심이 떠오르지만 조용히 집무실을 나간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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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사랑해요!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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