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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4

       보통의 <게이트>들은 지상에 고대로 위치하는 게 보편적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물리 법칙 따위 개나 주고 형성된 각자만의 필드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곳을 흔히 <던전>이라 칭하며, 일부 법칙이 강하게 뭉쳐진 곳을 <시련>이라 칭한다.

         

       ‘던전 2개가 합쳐진 이중 던전같은 예외도 있지만 넘어가자고.’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건 던전의 역사가 어쩌니저쩌니가 아닌 클리어 직후의 이야기다.

         

       보통, <헌터>들은 던전을 깨고 나서 바로 폐쇄 작업을 진행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건 무슨 재앙이 펼쳐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반이 내려앉는다거나, 공간이 통째로 소멸하여서 주위에 사람들이 휘말린다던가 등등.’

         

       무턱대고 했다가는 추가적인 악재가 일어날 확률이 높았다.

         

       이것을 흔히 ‘뒤틀림’ 현상이라고 불렀다.

         

       보통, 이런 ‘뒤틀림’은 미리 그 규모를 측정하며, 던전 공략 이후 결계를 펼친다거나 높은 등급의 마석을 사용해 추가적인 재앙을 방지했다.

         

       이것이 대다수 <게이트>를 대하는 후속 처리 방법이었다.

         

       다만, <보스 러쉬 게이트>는 달랐다.

         

       이것들은 특이하게도 뒤틀림 현상 같은 게 발생하지는 않았다.

         

       예시로, 지저(地底) 깊은 곳에서 생겨나 없어져도, 그곳의 지반이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소리다.

         

       ‘대신…’

         

       그만큼 방대한 마력을 소환한 S급 괴수가 현실에 적응하도록 유도.

         

       점점 강해지는 일종의 버프를 부여해 준다.

         

       간단히 말해 레이드 보스는 튀어나온 직후 시간을 오래 끌면 끌수록 점점 더 강해진다는 소리였다.

         

       대다수 어느 정도 한계는 있지만, 일부는 거의 영구적으로 성장할 수 있어. 한 나라를 소멸시켜 버린 전적도 있었다.

         

       ‘대표적인 게 중국의 금강역사, 일본의 야마타노오로치. 프랑스의 타라스크 등등.’

         

       한국 또한 치우라고 불리는 존재의 위협이 있었다던데.

         

       이건 또 잘 넘어갔다고 들었다.

         

       따라서 <레이드>는 기본적으로 괴수가 등장하자마자 전력을 다해 토벌하는 게 보편적이었다.

         

       이것을 위해 미리 게이트 주변에 여러 가지 함정과 디버프를 설치해 두었다.

         

       ‘보스가 등장하자마자 손 쓸 틈도 없이 디버프, CC기를 몰아넣고…’

         

       온갖 강력한 화력을 머금은 스킬.

       마지막으로 <궁극스킬>까지 동원하여 숨통을 끊는 것.

       그것이 <레이드>의 가장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공략법이었다.

         

       그렇기에 안에서 튀어나오는 괴수의 강함도 중요하지만, 발생하는 게이트의 크기와 생성 위치가 어디에 있냐를 좀 더 중요하게 여겼다.

         

       이것을 하냐 안 하냐에 따라 같은 보스여도 난이도가 천차만별로 바뀌었으니까.

         

       “…그런데 하필 천하궁이라…”

        “골치 아파졌지요.”

         

       보통, 미리 사전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장소가 크게 세 가지가 있었다.

         

       천하궁, 지하궁, 용궁.

       각각, 하늘, 지하, 바다에 생겨난 게이트를 칭하는 용어였다.

         

       이것들은 지리적 이점 상. 미리 대처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서론이 길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S급 보스가 온전하게 전력으로 나올 것을 상정해야겠네요. 그것도 기세를 타, 더더욱 강해질 가능성을 가진 채…”

         

       “맞습니다. 십중팔구 100% 전력으로 등장할 겁니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까부터 머릿속에 불길한 퍼즐들이 하나씩 맞춰 전체적인 시나리오가 그려지고 있었다.

         

       ‘토벌을 주도하는 것은 가장 성질머리 더럽고, 적이 많은 <교단>.’

         

       여기에 풀 버프를 받고, 100% 전력으로 등장하는 S급 괴수.

         

       이런 위협에도 불구하고, 보상과 자존심, 영향력을 노리며 협력하지 않고 경쟁하는 4대 세력.

         

       이 중 일부는 <교단>의 몰락을 기원하며, 절대로 도와주지 않을 거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악조건 속, 토벌의 사령관은 이제 갓 10살 먹은 여자 잼민이 두 명.

         

       ‘…흠, 씨발.’

         

       불길하다.

       불길해.

         

       ‘고스라’에서 S급 괴수 이벤트는 원래라면 메인 스토리랑 크게 연관이 없는 콘텐츠다.

         

       사실상 랜덤 인카운터.

         

       스토리를 진행하는 지도관마다, 등장하는 괴수의 종류도 달랐고 주는 보상도 틀렸다.

         

       다만, 재수 없게도…

         

       아주 가끔 이런 S급 괴수 이벤트가, 메인 스토리의 줄기에 얽혀서 하나의 시나리오로 굳어지는 일이 있었다.

         

       ———————————

         

       ―저기요. 고수님들. 저 ‘리바이이던’인가 뭔가 하는 애 등장해서 그냥 무시했거든요? 렙제 너무 높길래…근데 <협회>가 소멸했는데요? 이거 어떻게 해요?

         

       ┗아, 하필 재수도 없게 걸렸네…

       ┗님. 그거 세상 멸망 태크임.

       ┗그럼, 어떻게 해요?

       ┗리바이어던 이미 적응해서 SS급 됐지? 그럼, 답 없음. 님이 고점 원툴 유세하라도 종결로 키운 거 아닌 이상 못 잡음. 걍 스토리 포기 눌러서 다시 진행하셈.

       ┗히이잉…

       ———————————

         

       이 경우 십중팔구 메인으로 엮인 세력이 크게 몰락하는 일명 재앙 격 이벤트로 승화되었다.

         

       동시에 관련된 빌런들도 거의 반드시 등장하였다.

         

       나는, 성녀가키를 보좌해 주는 주교들이 누군지 물어보았다.

         

       사리 분별이 안 되는 둘은 사실상 크게 의미가 없었다.

         

       같이 따라온 주교들이 진정한 실세일 거다.

         

       그리고 들려오는 대답에 작게 신음을 내뱉었다.

         

       “한 분은 성전사들의 리더이자, 본인도 한명의 전사이신 텅텅빈 주교이고…”

         

       다른 하나는…

         

       “오래전부터 교회의 실세로 있었던…”

         

       시바새키 류코 주교입니다.

         

       “…하아.”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걸로 확신했다.

         

       이번 S급 괴수 이벤트는 명백히 후자다.

         

       이번 일은 그냥 내버려 두면 교단은 몰락할 거다.

         

       그 이유는 조금 전 언급된 이름.

         

       ‘시바새키 류코.’

         

       지도관들 사이에서 일명 ‘눈물점’이라고 불리는 여자.

         

       그녀의 진짜 정체는 <타르타로스>에 협력하는 배신자이자 앞잡이였으니까.

         

         

       *

         

         

       시바새키 류코.

       

       전형적인 소인배이자 갱생의 여지가 없는 악인.

         

       김민수 때 말했다시피, ‘고스라’는 악역을 조명하는 게임은 아니다.

         

       그렇기에 악역에 대한 자세한 사연 같은 건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바새키 류코는 간간이 등장하는 과거 회상만으로도 답이 없는 악인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본인 자체는 그저 별거 없는 낙하산에 가까운 주교이지만, 그녀는 교단에 매우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이었다.

         

       ‘정확하게 말해서 성녀가키가, 그녀의 말에 전혀 거역 못 하기에 마음껏 권력을 휘두른다에 좀 더 가까우려나.’

         

       성녀가키를 이용해 야금야금 교단을 갉아 먹고, 때가 되면 통수를 쳐.

         

       <타르타로스>로 완전히 전향한다.

         

       이 과정에서 성녀가키 둘은 목숨을 잃고, 교단은 완벽하게 몰락한다.

         

       대충 이게 내가 아는 <교단> 재앙 격 스토리의 결말이었다.

         

       이는, 좋지 못했다.

         

       교단이 아무리 신성 차별자로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여도, 이 세상에 필요한 힘이다.

         

       수옥빈은 나를 보며 호로록 커피를 마셨다.

         

       “대충 그렇게 된 겁니다.”

       “그렇군요. 설명 감사합니다.”

         

       전후 사정을 모두 들은 나는 결론을 내렸다.

         

       원래도 참전할 생각이었는데…

         

       더더욱 나서야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런 나의 눈빛을 눈치챈 수옥빈이 넌지시 말했다.

         

       “유세하님. 아시겠지만 어디까지나 선택입니다. 그럼에도 참전하신 건가요?”

       “물론입니다.”

       “알거라 생각하지만, 유세하님은 길드 소속이기에 토벌권이 안 올 수도 있습니다.”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교단의 토벌은 실패할거다.

         

       이건 확정이다.

         

       시바새키년이 그렇게 의도할 테니까.

         

       그때, 수옥빈이 의미심장한 말을 건내었다.

         

       “…그럼 참전하시는 이유는 S급 괴수를 잡고 얻는 보상이 목적이 아닌…두 성녀님을 구하기 위함이 더 큰가요?”

         

       “네, 물론…어?”

         

       나는 움찔했다.

         

       무의식중에 대답하려다 핵을 찌르는 질문에 고개를 들었다.

         

       수옥빈. 그녀가 빙긋빙긋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바새키 류코. 흔히 눈물점이라고 부르는 주교.”

       

       그 사람이 바로…

         

       “교단의 배신자가 맞나요?”

         

       *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잠깐의 혼란이 찾아왔다.

         

       ‘…수옥빈의 정보력이 이 정도로 대단했나?’

         

       아니, 아무리 그래도…

         

       ‘고스라’를 직접 한 나 말고는 모르는 정보를 도대체 어떻게…

         

       “…저기…”

        “경계하는 모습도 귀엽네요.”

         

       빙그레 웃은 수옥빈은,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

         

       “걱정하지 마세요. 전 유세하님의 편이니까요.”

       “…도대체 어떻게 아신 건가요?”

       “그건 이제 나올 분에게 설명을 듣도록 하지요.”

       “…네?”

         

       수옥빈의 말이 신호가 되었던 걸까.

         

       작은 노크 소리.

         

       그리고 한 여성이 걸어나왔다.

         

       흩날리는 금발과 푸른빛의 벽 안.

         

       여기에 절로 ‘느엥~’한 목소리가 연상되는 이미지까지.

         

       나는 그제야 굴러가는 상황을 이해하였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은 아닌가요?”

       “아직 일주일도 안 되긴 했지요.”

         

       <시스터 후드>의 수녀원장.

       신빛가람.

       그녀가 나를 보며 화사하게 웃었다.

         

       “잘 지내셨나요? 세하 후배님.”

       “네, 선배님은?”

       “저는 잘 지냈습니다.”

         

       *

         

       잠깐의 대화.

         

       곧, 자리에 앉은 신빛가람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요. 후배님. 저를 믿고 말해주신 기밀 사항인데…함부로 다른 이에게 말해서.”

       “아닙니다. 다 생각이 있으셨을 테고…”

         

       나는 수옥빈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녀라면…

       아니, 오히려 그녀 말고는 없었다.

         

       “충분히 믿을 수 있는 분이니까요.”

       “어머나~높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하네요.”

         

       나는 차를 마시며 생각을 정리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이주 전.

         

       처음으로 성녀가키가 방문해서, ‘띵동 대쉬!’, ‘옆구리 연타!’를 펼친 그날 저녁.

         

       나는 신빛가람에게 비밀리에 연락하였다.

         

       ‘시바새키 류코.’

         

       그녀를 조심하라는 내용과 필시 성녀가키 둘에게 위기가 올 거라는 말을 건네주었다.

         

       이후의 일은 신빛가람이 설명하였다.

         

       “…세하 후배님의 말대로,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후배님이 저에게 그런 거짓을 고할 리가 없다 판단.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까지 조사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느꼈습니다.

         

       “너무 깨끗했어요.”

         

       너무나도 철저할 정도로 지워진 여러 기록.

         

       그리고 수상할 정도로 외부로 나가는 자원.

         

       특히 뒤 세계로 빠져나가는 자금줄과 버리는 패로 사용된 말단 사제들까지.

         

       모두 이어보면 시바새키 류코랑 연결되어 있었다고 한다.

         

       “…거기까지 도달하자 저는 깨달았습니다.”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수옥빈 부협회장님에게…”

       “누나~”

       “부협회장…”

       “누나~”

       “…누님에게?”

         

       원래라면, 악성 우결충의 눈빛을 지어야할 신빛가람.

         

       하지만 그녀는 그런 기색 따위 조금도 없었다.

         

       그만큼 사안이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네, 맞습니다.”

         

       신빛가람은 양손을 모았다.

         

       “분하고, 분하지만…수녀원장이라는 명함이 있음에도, 시바새키 류코의 영향력은 너무나도 방대합니다.”

         

       제가 가진 힘 따위…

         

       그녀가 뒤에서 손을 쓰면 아무것도 못 하고 실각하겠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아니 그냥 사실일 거다.

         

       아마, 이때쯤이면 이상하다고 여길 거다.

         

       시바새키 류코.

         

       그녀는 성녀의 바로 아래에 위치한 주교라는 위치인걸 고려해도 너무나도 방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어째서 그게 가능한 걸까.

         

       이것은 그녀가 주교니, 뭐니 그런 게 아닌 좀 더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유모.”

       “네, 맞습니다.”

         

       나츠 & 유리 성녀.

         

       두 사람을 갓난아기 시절부터 키워서 성녀의 자리에 앉힌 장본인.

         

       두 성녀가 오들오들 떨며 그녀의 말을 거역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

         

       사실상의 부모이자 철저한 세뇌식 교육을 진행한 흑막.

         

       그것이 바로 시발새끼…

       아, 아니 시바새키 류코였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진정한 의미의…

         

       “교단의 실세이지요.”

       “…네. 맞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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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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