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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4

       *** ***

         

       “그래 이제야 본 가주를 찾아주셨는가?”

         

       “죄송합니다. 가주님. 요새 바쁜 일이 있어서…”

         

       가주님이 지금의 상황을 꼬집자 좀 민망하기는 했다. 지금 나는 가주님의 이마를 노리고 딱밤을 때리려는 독의님을 가르치고 있는 상황이니까.

         

       “송구합니다. 진즉에 찾아뵈었어야 하는데..”

         

       사천성 사태때 나는 당가에 도움을 요청했다. 결과적으로 당가 역시 달달한 이득을 보았지만 그 이득이랑 관계없이 내가 당가에 도움을 청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뭐 이 시대의 시대상을 고려하면 말도 안 되게 늦은 것은 아니었지만…상황이 좀 다르긴 하다. 해가 넘도록 방문하지 않은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확인차 낭인객잔에 보낸 비천마차에 잡혀온 것은 입이 열 개라도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선생을 탓하려고 부른 것은 아닐세. 허허.”

         

       당가주는 넉넉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래 도경이한테 이야기는 들었네. 절정에는 올랐지만 아직 검기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고?”

         

       “뭐, 그렇습니다. 절정에 오른 것도 비천마차에 타고 오기 직전의 이야기인지라…”

         

       “그렇군. 독의 어르신의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된다면 풍영대주에게 이야기하시게. 도경이에게 들었겠지만 무기에 기를 주입하는 당가만의 비전이 있거든. 원하는 만큼 머물면서 특훈을 좀 받게나.”

         

       “감사합니다. 가주님.”

         

       가벼운 공치사와 함께 신변잡기를 주제로 대화를 하기를 잠깐.

         

       “그래. 독의 어르신에게 한창 기술을 가르쳐 드려야 할 자네가 이렇게 날 찾아왔다는 것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았다는 뜻인가?”

         

       가주께서는 느닷없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길은 찾았다는 뜻이로군. 역시 선생일세…”

         

       가주님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독의 어르신이 지금 몇 년 만에 당가에 복귀하셨는지 아는가?”

         

       “잘 모르겠습니다만…”

         

       “마지막으로 당가에 들리신 것이 7년 전일세. 그나마도 여독을 푸시고는 곧바로 떠나셨지. 그 이전에는 또 자주 들리셨냐 하면 그것도 아닐세. 그 이전에도 몇 년에 한번씩 들리셨을 뿐이네.”

         

       “음…”

         

       “게다가 이번에는 어디서 몸종인지 제자인지 모를 자까지 들이셨으니…휴우, 가주 입장에서 속이 어떻겠나.”

         

       그런 사정이 있었나.

         

       확실히 독의 어르신쯤 되면 본인이 독물이나 약초를 찾아 심산유곡을 떠돌 필요가 없었다. 독의 어르신은 찾아오는 환자들 때문에 당가에 머물 수 없다고 하셨지만 당가의 힘을 생각하면 독의 어르신이 편하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없다는 건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이번엔 좀 극약 처방을 했네. 어르신도 연세가 있으신데 언제까지 야지를 떠돌게 둘 수 없는 노릇이고 이렇게 계속 가문과 거리를 두시는 것도 좋지 않으니까.”

         

       “그렇기는 하지요.”

         

       “그러니 자네에게 부탁을 좀 하고 싶네. 어르신이 당가에 머무실 수 있도록 적당히 진도를 조절해 줄 수 있겠는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했습니다.”

         

       잠시 가주께서는 날 빤히 바라보았다.

         

       가주님의 사연과 생각은 알겠지만 지금 내가 신세를 갚은 대상은 독의 어르신이었다. 독의 어르신은 지금 오직 가주님에게 딱밤을 되갚아주겠다는 일념 하나에 도박에 매진하는 상태셨고.

         

       가주님께 죄송하지만 대충 가르친다던가 살살 가르친다던가 하는 행동은 독의 어르신을 가르치는 내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내 말투에 그런 생각이 묻어났는지 잠시 나를 바라보던 가주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허허, 하긴 그렇지.”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닐세. 나야말로 무리한 부탁을 한 것 같군. 자네의 입장을 너무 고려하지 못했으이.”

         

       가주님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 언제쯤 도전장을 낼 생각인가. 나도 대비는 하고 있어야지.”

         

       “음.”

         

       가주님의 평온하게 웃고 계셨지만, 그 웃음 사이로 보이는 눈에는 강렬한 투지가 서려 있었다.

         

       내가 가주님의 제안을 거절했으니 독의 어르신을 당가에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독의 어르신에게 계속해서 승리를 거둘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셨으려나.

         

       거절한 게 역효과일까.

         

       잠시 생각해본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런 건 그냥 독의 어르신과 가주님의 대결을 장식할 배경에 불과했다.

         

       가주님 역시 한 명의 도박사였다.

         

       벌어질 도박판에서 지고 싶어할 도박사가 있겠는가.

         

       꼭 돈이 걸려야만 도박인가. 두 사람은 나름이 중요한 가치를 걸고 도박을 하기로 했다. 독의 어르신은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 도박판에 서기로 했으며 가주님은 그런 독의 어르신을 당가에 붙잡아 두기 위해 독의 어르신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만약 가주님의 제안을 수락했을지라도 결국 두 사람은 서로의 가치를 두고 충돌할 수밖에 없었겠지.

         

       그저 늦고 빠름의 차이였을 뿐이다.

         

       “가주님의 상대는 어르신입니다. 저는 그저 조언자에 불과할 따름이지요. 어르신께 여쭈어 보겠습니다.”

         

       “후후. 그도 그렇군. 그럼…기대하고 있겠네.”

         

       가주님의 뜻 확실하게 알았다.

         

       원만한 합의나 타협 대신에 오직 승부만을 통해 상대방의 의지를 분쇄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하게 전달받았다.

         

       이건 더 이상 누가 딱밤을 놓느냐 마느냐의 싸움이 아니었다.

         

       이 판의 본질은 독의 어르신과 가주님의 주도권 다툼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오직 본인의 의술 발전을 위해 가문을 등진 독의 어르신과 그런 독의 어르신을 다시 가문의 품으로 되돌리려는 가주님간의 의견 대립.

         

       당가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대립하며 서로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한 싸움.

         

       오랜 기간에 걸쳐 쌓이고 쌓인 불만이 가주님의 딱밤이라는 형태로 분출된 것을 계기로 벌어진 도박판이었다.

         

       투지로 타오르는 가주님의 시선을 받으며 생각했다.

         

       이 싸움, 쉽지 않겠다고.

         

       *** ***

         

       려아는 요새 얼굴이 활짝 폈다.

         

       언니들이랑 노는 게 꽤 행복한 모양이었다. 여일예와 흑묘와 함께 매일매일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양.

         

       “학당에 다녀올게요! 언니들!”

         

       “무공 수련 열심히 하고 오세요.”

         

       “후후, 다녀오시길.”

         

       나에 대한 감정도 어느 정도 풀렸는지 요새는 딱히 볼을 부풀리지도 않았다.

         

       “려아랑은 많이 친해진 모양이네?”

         

       “으음…조금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귀여운 아이라서 밀쳐낼 수가 없네요.”

         

       흑묘는 조금 복잡미묘한 감상을 토로했고 여일예는 그런 흑묘의 감상에 미소 지을 뿐이었다.

         

       “은공, 그거 아십니까? 려아가 학당의 또래들 사이에서 수장으로 통한다는군요. 수장으로 통하는 이유는 은공에게 배운 마술이라는 수법을 기가 막히게 써서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기 때문이랍니다.”

         

       그런가. 그래도 배운 마술을 열심히 연마해서 잘 써먹고 있는 모양이다.

         

       당가를 떠나기 전 밤 새워가며 호천비록(?)을 작성해준 보람이 있군.

         

       “아주 아이들을 휘어잡고 있던데요. 장군을 따르는 병졸 느낌?”

         

       “그랬지요.”

         

       당가에 머무른지도 열흘이 넘었다. 그 사이에 려아와 함께 한 추억들이 쌓여 있는지 키득거리는 두 사람.

         

       려아라는 공통분모로 흑묘와 여일예의 사이도 조금은 가까워진 듯해서 다행이다.

         

       “그나저나 결전의 날이 오늘입니까?”

         

       “그렇소.”

         

       “음. 첫날 가주전에서 뵈었을 때는 거의 농락당하고 계시던데.”

         

       가주님에게 ‘왼쪽? 오른쪽? 사실은 중앙이지롱!’을 당하고 있던 독의 어르신의 뒷모습을 본 흑묘의 감상에 여일예 역시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독의 어르신이나 은공께서 승산을 보고 계셨기에 승부에 임하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준비 잘 해요 선배. 전 기왕이면 그래도 안면이 있는 어르신이 이겼으면 좋겠으니까?”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의 어르신께 응원하고 있다고 전해주시겠습니까.”

         

       “알겠소.”

         

       나름대로 두 사람은 독의 어르신의 승리를 기원하고 있는 모양이다.

         

       오늘은 바로 결전의 날.

         

       독의 어르신과 가주님이 승부를 겨루는 날이었다.

         

       오직 두 사람만이 있는 공간에서 두 사람이 펼치는 진검승부.

         

       독의 어르신은 승부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기술을 점검하고 계셨다.

         

       효율적이고 깔끔한 움직임. 눈을 속이기 위한 현혹동작을 배제하고 담백하게 잔을 움직이고 안에 든 주사위를 굴리기 위한 움직임만이 깔끔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달그락. 달그락.

         

       결전의 날이라는 것을 아는지 평소에는 소란스러운 막이의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은 조용한 집안에 독의 어르신이 움직이는 잔 안에 굴러다니는 주사위의 소리만 들렸다.

         

       독의 어르신의 잔이 멈췄다.

         

       “자네 왔는가.”

         

       “몸 상태는 어떠신지요?”

         

       “글쎄. 잘 모르겠군. 이렇게 심기일전해서 승부를 겨룬 것이 언제인지 기억나지도 않으니 말일세. 지금이 만전의 상태라는 확신이 들지 않으이.”

         

       “그렇다면 제가 확인해 드려야겠군요.”

         

       천하의 독의 어르신도 가주님과의 승부에는 긴장감을 품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내가 도박판에 자리잡자 독의 어르신이 마른침을 삼키며 잔을 집었다.

         

       달그락.

         

       그리고 독의 어르신의 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일주일간 독의 어르신이 갈고 닦은 야바위 기술이 펼쳐지고 나는 그 기술들을 묵묵히 눈에 담았다.

         

       그리고 잔이 멈추었을 때.

         

       “훌륭하십니다.”

         

       나는 진심을 담아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만전이시로군요.”

         

       “….고맙네. 자네를 스승으로 삼지 않았더라면 광렬이와의 승부는 꿈도 꾸지 못하겠지. 결과가 어찌 나오든 자네에게는 은혜를 입었네.”

         

       “감사 인사는 나중에 받겠습니다.”

         

       나는 빙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선은 승부에 임하시지요.”

         

       “…그렇군.”

         

       독의 어르신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기고 돌아시면 좋겠군요. 흑묘도 여일예 소저도 모두 어르신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허허. 그런가…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고마운 일이로군.”

         

       독의 어르신은 마지막으로 미소를 지어 보인 뒤에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독의 당처인 대 당가주 당광렬.

         

       오직 두 사람만이 있는 장소에서 펼쳐질 두 사람만의 진검승부.

         

       그 승부를 위해 어르신은 가주전으로 향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쪼끔 늦었네용!

    [파페포포]님께서 [3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200화 축전! 정말 감사합니다. 축하야 시기와 상관없이 그저 받기만 해도 기쁜 작가입니다.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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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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