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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4

       다급히 떠나가는 무인을 보며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저리 이야기를 해두었으니 자신의 목숨이 아깝다면 알아서 잘 보고를 하겠지.

       

       뭐어. 여기에서 있었던 일을 모조리 이야기한다 한들 그리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애시당초 지금의 무림맹을 가지고서는 나도 백화령도 감당할 수 없을 터이니 말이다.

       

       “굳이 살려 보낼 필요가 있더냐?”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후식으로 나온 부드러운 떡 비스무리한 것을 삼킨 백화령이 목소리를 냈다.

       

       자연스레 다음 떡을 집는 것이 그게 마음에 든 모양이구나.

       

       “도망칠 기회를 주었음에도 여기에 남은 놈이다. 괘씸해서라도 목을 날리는 게 낫지 않나?”

       

       백화령의 동작이나 말투는 느긋했으나 그 속에 담긴 감정은 그렇지 않았다.

       

       아직까지 정파에 대한 적대감이 완연히 사라지진 않은 것인가.

       

       말하는 것을 보아 나나 은인이 없었다면 이미 저 놈의 목을 날렸겠군.

       

       “죽을 가치도 없는 것을 죽여봐야 쓰잘데기 없는 것만 남을 뿐이니라.”

       “아주 시인이 다 되셨군 그래.”

       

       툴툴거리는 백화령에게서 시선을 떼어내니 식사자리에 의아함이 담긴 시선이 셋 있었다.

       

       식사자리의 바깥에는 수천의 의아함이 있었고.

       

       – 갑자기 뭔 소리임?

       – 그뭔씹

       – 니들끼지만 아는 이야기하지 말라고!

       

       “모르는 듯 하여 설명을 하자면 방금 전 식사를 하고 나간 이는 정파의 무인이었다. 우리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있었지.”

       

       정확히 말을 하자면 정파보다는 무림맹의 인간이라 묘사하는 게 옳을까.

       

       – 열심히 혼밥하던 아저씨가 스파이였다고?!

       – ㄹㅇ?

       – 아니 그걸 어케 알아.

       

       “짐작할 수 있는 수단이야 많다.”

       

       무인이라는 족속들은 스스로가 의식하지 않아도 평생을 익혀온 게 몸에 묻어나오는 자들이니까.

       

       숨을 쉬는 것.

       

       손이나 발을 움직이는 것.

       

       몸 안에서 내기를 운용하는 것.

       

       그야말로 살아있는 것 자체로 본인의 소속이 어디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어찌 그를 모르겠는가.

       

       일정 경지에 오르면 스스로 이를 의식하고 제어할 수 있지만 방금 그 자는 그러한 경지에는 이르지 못한 자였다.

       

       그러니 당연히 눈치를 챌 수밖에.

       

       이러한 것을 시청자들에게 설명해 주었지만 여전히 채팅창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올 뿐이었다.

       

       무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본인의 설명을 모두 다 알아들었을 터이거늘.

       

       이 이상 설명할 수단도 없어서 알아서 이해하라고 고한 후에 식탁을 둘러보았다.

       

       슬슬 모두 다 식사를 끝내가고 있었다.

       

       다들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오늘의 식사가 즐거웠음을 이야기하는 듯 했다.

       

       이제는 슬슬 헤어질 시간이 된 것 같구나.

       

       오늘 다시금 방송을 킨 것도 어디까지나 이를 보여주기 위함이었으니.

       

       “슬슬 방송을 끄겠다. 내일 다시 보자꾸나.”

       

       – 벌써?!

       – 방송 킨 지 얼마나 됐다고.

        – 화바 ㅠㅠ

       

       – 금붕어키워요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저희집 금붕어가 많이 아픈데… 화령님 방송을 더 보고 싶대요…]

       

       “그렇더냐? 그것 참 안타깝게 되었구나. 내 마음 속으로 고어의 명복을 빌어주마.”

       

       – 금붕어키워요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직… 안 주겄어요…]

       

       – ㅋㅋㅋㅋㅋ

       – 잘가요.

       – 내일 꼭 와야 대!

       

       방송을 종료하고 나서 곰방대를 입에 물어 연기를 피워낸 후 백화령에게 고했다.

       

       “자. 이제 식사도 마쳤으니 돌아가거라. 본인은 바루에게 도술을 배워야 한단 말이다.”

       “… 도술? 민가. 그대가 왜 도술 따위를 배우는가.”

       

       너무도 태연히 나온 비하발언에 바루와 백주가 눈총을 보냈지만 백화령은 그런 것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럴 시간에 차라리 무의 끝에 도전하는 게 낫지 않나?”

       “내 생각도 그렇다. 민가여.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하늘에 도달할 수 있는 그대가 왜 도술을 배우는 겐가.”

       

       백화령이 말을 잇기 무섭게 은인께서 그 위에다 말을 더했다.

       

       무인으로써 평생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무에 모든 걸 바칠 두 사람으로써는 내 외도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겠지.

       

       본인도 도술은 도술쟁이들이나 쓰는 것이라 생각하던 때가 있는 지라 저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었다마는.

       

       “배우는 데에 이유가 필요하겠나.”

       

       나의 사정을 저들에게 어찌 설명을 해주겠는가.

       

       다른 세상에서 마법과 무를 함께 펼치는 것을 보고서 그를 따라하고 싶어졌다는 것을.

       

       허나 마법이라는 것은 작금의 본인이 사용하기에 너무도 어렵고 까다로운 것인지라 도술이란 수단을 택했다는 것을.

       

       보았던 걸 재현하고 싶단 어린 아이 같은 이유로 무 대신 도술을 수련하고 있단 소리를 들으면 한심한 듯이 날 쳐다볼 것이 뻔하니 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련다.

       

       이유가 이것 뿐만은 아니지만 그는 더더욱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니 침묵이 최선이겠구나.

       

       “그리 게으르게 지내다간 언젠가 본인에게 추월당할 것이야.”

       

       내가 웃음과 함께 침묵을 지켰더니 은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을 아꼈고 백화령은 저리 투덜거렸다.

       

       하하. 그거 참 좋구나.

       

       그대가 본인의 하늘이 되는 날이 찾아온다면 내 기꺼이 목숨을 걸고서 그대에게 도전을 하겠다.

       

       *

       

       잠에서 깨어난 설아는 배게에 얼굴을 파묻은 상태 그대로 손을 휘적여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찾아 헤맸다.

       

       그러다 간신히 스마트폰을 찾아내 시간을 확인한 그녀는 자신이 하루에 가까운 시간 동안 잤다는 걸 깨닫고 경악했다.

       

       미친. 아무리 화령님 영상 만들어 내느라 며칠 밤을 샜다고 하지만 이 정도로 오래 뻗어 있었을 줄이야.

       

       원래 이렇게까지 잘 생각이 아니었는데!

       

       머리를 마구잡이로 휘저으면서 침대에서 일어난 설아는 물 한 모금을 마시고는 VR세상 속으로 몸을 내던졌다.

       

       무협 풍으로 꾸며 놓은 마이 룸에 도착한 그녀는 다른 것보다 먼저 인터넷 창을 열어 자신이 만들었던 영상의 조회수를 확인했다.

       

       설아는 긴장되는 마음에 손톱을 물어뜯었다.

       

       그 불안은 영상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불안이 아니었다.

       

       그녀는 분명 자신이 만든 영상이 사람들의 화제거리가 될 거라 생각했다.

       

       화령님과 천마가 싸우는 영상이 있는데 그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리가 없으니까.

       

       그럼에도 설아가 불안해하는 이유는 자신의 편집이 부족해서 화령님이 지닌 화제성에 비해 조회수가 부족할지도 모른단 생각에서 나온 것이었다.

       

       심호흡을 하면서 영상을 확인한 설아는 하나 올라온 영상의 조회수를 확인하고는 눈을 끔뻑였다.

       

       …어?

       

       뭐지? 내가 뭘 잘못 보고 있는 건가?

       

       24시간 밖에 안 지난 조회수가 이 정도나 나올 리가 없는데?

       

       혹시 내가 원래 운영하던 팬튜브에 들어온 걸까?

       

       그런 생각을 하던 설아는 다시 한 번 확인을 하고 나서야 이 조회수가 자신이 어제 올린 영상의 조회수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와아. 이 정도면 어지간히 유명한 아이돌이 신곡 뮤직 비디오 냈을 때랑 비슷한 수준인 것 같은데?!

       

       댓글은 어떻지? 반응 괜찮나?

       

       – 쌌다.

       └ 천박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이게 화룡무인????

       └ 이 사람 나랑 다른 게임 하는데.

       └ 내가 아는 화룡 무인은 무협 풍 배달 게임이었는데

       └ 나돜ㅋㅋㅋ

       

       – 이거 진짜 플레이 영상 맞음? 아닌 거 같은데.

       └ 님 화령 모름?

       └ 인터넷이랑 담 쌓고 사셨나 ㄷㄷ

       └ 아니 모를 수도 있지.

       └ 틀

       

       – 내가 본 무협 영상 중에서 제일 환상적인 영상. 이거 보고 무협뽕에 차올라서 화룡무인에 들어갔다가 왜 접었는지를 깨닫고 다시 나왔다.

       └ ㅋㅋㅋㅋㅋ

       └ 너 나 우리는 화령이 아니니까.

       └ @#$%화룡무인 소림사%$#@ 복귀 즉시…

       

       반응 좋고,

       

       지금도 조회수가 엄청 올라왔는데 이 기세가 줄 것 같지는 않고,

       

       거기에 더해서 커뮤니티도 난리 났네?!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성공에 설아는 인터넷 창을 없애 버리고 나무바닥에 드러누워서 천장을 올려다봤다.

       

       역시 화령님이야.

       

       원본이 너무 환상적이니까 약간 편집을 했을 뿐인데 모든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있잖아.

       

       보통 사람이라면 너무 큰 성공을 거두었을 때는 기뻐함과 동시에 다음에 있을 일에 대해 부담을 지니기 마련이지만 설아는 그렇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에게 이 성공은 어디까지나 화령이 대단했기에 거둘 수 있었던 일이니까.

       

       자신의 공이 있다고는 조금도 생각지 않는.

       

       그리고 화령의 대단함에 대해 조금도 의심을 하지 않는 그녀는 빨리 다른 영상을 만들어서 세상 사람들에게 화령의 대단함을 전하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화령님도 이 성공에 대해서 알고 계시겠지?

       

       설아는 화령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먼저 버릇처럼 그녀가 방송을 하는 중인지를 확인했다.

       

       아니었다.

       

       다시보기가 남은 시간을 보면 방금 전에 방송을 끄신 것 같으니까 화룡무인에 들어오셔서 바루님이랑 놀고 계시겠네.

       

       그럼 메시지 보내도 되겠다.

       

       <안녕하세요. 화령님.>

       <일어났어요?>

       <네! 마이튜브 조회수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요. 화룡무인의 천마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나 봐요.>

       <그건 아닐 걸요. 예전엔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거든요.>

       

       화룡무인에서 천마란 쉬이 보기 어려운 희귀종이자 절대고수 같은 거라 다른 절대고수들처럼 조회수 복사기였으니까.

       

       허나 그것도 화룡무인이라는 게임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적의 이야기다.

       

       너무도 오래되어서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이 되어버린 것이 화룡무인이다.

       

       이제와 화룡무인의 대단한 사람이 등장한다 한들 거기에 신경을 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영상이 단기간에 이만큼 성장을 한 이유는 오롯이 하나였다.

       

       <지금 이 영상이 화제가 된 건 모두 다 화령님 덕이에요.>

       

       화령이라는 사람 그 자체가 모두의 화제를 끄는 인물이기에.

       

       그녀가 천마와 벌인 전투가 무에 관해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경이로울 지경이었기에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설아는 그를 열성적으로 설명했지만 화령의 반응은 뜨드미지근 했다.

       

       자신을 향한 감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처럼.

       

       화령은 설아가 채팅을 치는 도중에 다른 이야기를 꺼냄으로써 화제를 끊었다.

       

       <그것보다 설아씨. 계좌는 왜 아직도 안 보내 주세요?>

       

       설아는 이전에 계약을 할 무렵 화령에게 계좌번호를 주지 않았다.

       

       번호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집에 가면 알려주겠다는 핑계를 대고서.

       

       이는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설아는 당연히 계좌번호를 기억하고 있었고, 설령 잊어버렸다 하더라도 스마트폰을 툭툭 두드리면 바로 확인하는 게 가능했다.

       

       현대의 문물에 서투른 화령조차도 쉬이 눈치챌 만한 거짓말을 설아가 굳이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저 화령님.>

       <네.>

       <저 월급 받는 대신에 화령님에게 천마신공을 배울 수는 없을까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마신공을 월급 대신에 배우겠다니.

    양심이 있는 건가요?

    ———

    크리슴님! 2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응원의 코인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힘을 내는 작가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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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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