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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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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애 교육을 어떻게 시킨거에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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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가 가득 담긴 엄마 익룡이 소리를 치자, 곁에 선 아들 익룡이 히죽 미소 지었다. 이에 고릴라… 아니 제스의 아빠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
    “댁네 아드님이 친구를 괴롭히고 있던 걸 저희 딸이 막은 거 아닙니까?”
    ​
    ​
    거대한 덩치와 사나운 외모, 화려한 붉은 머리에 엄마 익룡이 주춤 물러났지만 이내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어깨를 펴 보였다.
    ​
    ​
    “우리 착한 아들이 그럴 리가 있겠어요?! 댁네 집안 자식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때린 거겠죠! 그치 아들?”
    “맞아!”
    ​
    ​
    교사는 입술을 손으로 가린 채 감탄했다.
    ​
    ​
    ‘현실은 공상보다 더 하다더니… 진짜 저런 사람들이 있네? 저런 말을 직접 내뱉으면 안 부끄러운가?’
    ​
    ​
    교사는 흘긋 교무실 문 쪽과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 쳇바퀴 돌리듯 비슷비슷한 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이만한 볼거리는 흔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교사들이 아무리 돌아가라 소리쳐도 쥐새끼처럼 몰래 숨어 학부모들의 싸움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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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띠링 -… 하고 켜지는 동영상 촬영 소리는 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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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데 아직도 저런 사람이… 어휴..’
    ​
    ​
    교사는 내일 아침 뉴스 메인과 SNS를 핫하게 달굴 영상이 눈앞에서 만들어진다는 걸 알아차렸다. 곧바로 슬쩍 다른 이들의 시선과 카메라의 시선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찾아 도망쳤다.
    ​
    ​
    “무식하게 힘만 세선 교실 문까지 부숴 먹었다는데!? 우리 연약한 아들이 다치지 않을 수 있겠어요?”
    ​
    ​
    엄마 익룡은 제스의 무력을 빌미로 들어 제 아들을 가련한 희생자처럼 꾸몄다. 그런 훌륭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들 익룡은 이미 제 친구들과 입을 맞춰 없던 사실까지 꾸며낸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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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누굴 괴롭혔다고요? 하, 참! 괴롭히긴 뭘 괴롭혀! 도리어 우리 아들이 괴롭힘을 당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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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이보다 더 멍청할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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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는 건 교사들도 알고, 학생들도 알며, 경비병까지 아는 사실이다. 금방 들키다 못해 역풍 맞을 만한 거짓말을 어떻게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거지?
    ​
    ​
    그 이유는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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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죠. 선생님!?”
    “아, 그게… 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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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안은 기이할 정도로 ‘세상’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세상에 살아가는 존재들 또한 자연스럽게 리안에게 거부감을 느꼈고, 아무리 불합리한 상황이 되어도 그를 지켜줄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다.
    ​
    ​
    리안은 그런 세계조차 사랑했기에 생존 본능으로 얻은 힘이 누군가를 죽이는 힘이 아닌, 세상과 녹아들어 살아가는 ‘적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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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냥한 그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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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의 짐승 같은 감각이 이 세계가 얼마나 불쾌한지, 리안에게 얼마나 무례하고 위협적인지를 인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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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리고 도망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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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는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리안과 자신이 살던 세계로 도망가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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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그녀의 모습이 고까웠는지 엄마 익룡이 빽빽 목소리를 높이며 그녀를 손가락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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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보라고, 저저 싸가지 없는 모습을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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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사람들에게 제 억울함을 토로하기 위해 어느 순간부터 울먹이기까지 했다. 제대로 된 대화도 하기 전에 필살기를 갈겨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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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가 감성으로 싸움을 걸 땐 이기는 법은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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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걸 먼저 확인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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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의 아빠는 무뚝뚝한 얼굴로 갈색 서류 파일을 건넸다. 엄마 익룡은 그저 꺼이꺼이 울며 그의 파일을 무시하려 했다. 이대로 버티기만 해도 그녀의 승리… 따위의 생각이 머릿속에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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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지 않겠다면 상관없습니다. 짧게 설명하자면 댁네 아드님이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폭행, 절도, 성추행했다는 증거를 이미 확보했습니다. 학생 쪽 부모님들이 단체로 고소할 예정이니 알아두십시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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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가 감성으로 덤빈다면 이성으로 처리하면 되는 일이다. 언제나 팩트는 아프고 법의 망치는 삶을 엉망으로 만들기 쉬웠다. 세상이 떠나갈 듯 울던 엄마 익룡이 멍한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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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어의 눈물이었는지 딱히 얼굴에 눈물 자국이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하품해야 겨우 나올 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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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의 아빠는 그런 그녀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제스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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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 어디 다친 곳은 없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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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그녀가 세계에 녹아들어 리안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부모일 뿐이었다. 그녀가 매정한 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감각적으로 상대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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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 허상에게 애정이 담긴 미소를 지어 보일 수 있는 건, 그에게서 미약한 리안의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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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를 지키고 싶다는 의지가 그녀의 몸에 남아 방어막을 만들어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그 의지의 일부가 허상에 깃들어 적극적으로 그녀를 애정하고 도와주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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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카락 할 올 정도의 미약한 기운이었기에 넘치는 애정을 쏟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밀어낼 정도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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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에는 말도 못 하게 만들어. 아빠가 알아서 싹 다 처리할 테니까? 어휴, 누구 딸인지 장하네! 장해. 괴롭힘당하는 친구도 도와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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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자 다가왔지만 제스는 액체 같은 고양이처럼 쉭 피해버렸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는 건 허락된 소수뿐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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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제스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고맙다는 듯 어깨로 콩하고 그의 팔을 툭 쳤다. 그러자 시무룩한 고릴라가 행복한 고릴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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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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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익룡은 어이가 없다 못해 기가 막혀 제대로 된 말을 잇지 못했다. 입술을 벙긋거리며 2차전을 시작하려는 순간 그가 몸을 휙 돌려 품에 갈무리했던 갈색 파일철을 다시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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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떠들기 전에 이거 먼저 보고 떠드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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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목소리 높여 소리치려다, 이내 단체고소란 무시무시한 단어가 떠올라 떨리는 손으로 파일철을 받았다. 덜덜 떨리는 손이 파일철을 거칠게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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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랑팔랑, 종이가 넘겨지고 딱 봐도 제 아들로 보이는 이가 담배를 피우며 애들을 괴롭히는 모습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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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는 진심으로 제 새끼가 그런 짓을 저지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후회하며 제 아들을 두들겨 패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만들려 노력한다면, 그녀는 제대로 된 부모 역할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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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감스럽게도 그녀는 그 정도로 똑똑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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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런 거 합성일 게 분명해! 아니, 합성이 아니더라도…! 애가, 애가 공부하다 힘들어서 그럴 수도 있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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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 외면, 자기 합리화.
    ​
    ​
    평소 어떤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왔는지가 훤히 내보이는 모습이었다. 제스는 주먹 한번 휘두르지 않고 상대를 무력화 시킨 모습에 호기심을 느끼며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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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의 머리 위에 자리 잡았던 귀가 사라진 탓에 귀를 쫑긋거리던 버릇이 머리를 갸웃거리는 쪽으로 남아버린 탓이었다.
    ​
    ​
    ‘그런 것보다 리안이 보고 싶은데.’
    ​
    ​
    교실 파괴 사건과 양아치 기절 사건으로 인해 교무실로 질질 끌려와 리안과 떨어지고 말았다. 그가 무력하게 쓰러지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보고 난 뒤라 그런지 초조함에 손이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
    ​
    “이제 다 끝난 거지? 난 가도 되는 거지?”
    ​
    ​
    제스가 제자리에서 방방 뛰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제 아빠를 바라보았다. 귀여운 딸의 모습에 그는 헤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리안이 있을 법한 장소를 찾아 달렸다.
    ​
    ​
    드르륵,쾅!
    ​
    ​
    거칠게 문이 열리고, 선생님들이 교무실로 모여있는 바람에 시끄럽게 떠들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놀란 눈들이 거칠게 열린 문 쪽을 향했다.
    ​
    ​
    ‘찾았다!’
    ​
    ​
    리안은 쓰레기통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그가 병균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의 주변에는 책상들이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
    ​
    제스의 매서운 시선이 빠르게 교실을 훑고 지나갔다. 리안을 끌어안고 잔뜩 뽀뽀해주고 싶은 충동과 별개로, 그를 지키기 위해 뛰어난 머리가 반의 분위기와 상황, 우두머리를 파악했다. 
    ​
    ​
    “리안!”
    ​
    ​
    겉으로는 그저 주인 만난 강아지 그 자체였다. 빠르게 리안에게 다가간 제스는 익숙하게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 제스가 나타난 순간부터 돌처럼 굳은 리안은 순식간에 그녀의 가슴팍에 빨려 들어가듯 얼굴이 박히고, 그대로 손을 허우적거렸다.
    ​
    ​
    제스는 그런 손을 잡아 제 허리에 두르게 했다. 탄탄하면서도 살짝은 말랑한 가느다란 허리가 손에 잡히자 리안은 정말 동상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
    ​
    “뭐, 뭐야?”
   “누구..?!”
    “아니, 왜 저런 미인이 저 녀석을?!”
    ​
    ​
    연예인의 뺨을 후드려 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와 몸매를 가진 미소녀가 반에서 가장 무시받는 리안에게 자극적이고 뜨거운 육탄공세를 보이자 반은 그대로 뒤집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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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기억 탐?방은 의외로 금방 끝날 예정입니다!

언제나 즐겁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다음화 보기

“아니, 애 교육을 어떻게 시킨거에욧!?”

분노가 가득 담긴 엄마 익룡이 소리를 치자, 곁에 선 아들 익룡이 히죽 미소 지었다. 이에 고릴라… 아니 제스의 아빠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댁네 아드님이 친구를 괴롭히고 있던 걸 저희 딸이 막은 거 아닙니까?”

거대한 덩치와 사나운 외모, 화려한 붉은 머리에 엄마 익룡이 주춤 물러났지만 이내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어깨를 펴 보였다.

“우리 착한 아들이 그럴 리가 있겠어요?! 댁네 집안 자식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때린 거겠죠! 그치 아들?”

“맞아!”

교사는 입술을 손으로 가린 채 감탄했다.

‘현실은 공상보다 더 하다더니… 진짜 저런 사람들이 있네? 저런 말을 직접 내뱉으면 안 부끄러운가?’

교사는 흘긋 교무실 문 쪽과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 쳇바퀴 돌리듯 비슷비슷한 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이만한 볼거리는 흔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교사들이 아무리 돌아가라 소리쳐도 쥐새끼처럼 몰래 숨어 학부모들의 싸움을 구경했다.

띠링 -… 하고 켜지는 동영상 촬영 소리는 덤이었다.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데 아직도 저런 사람이… 어휴..’

교사는 내일 아침 뉴스 메인과 SNS를 핫하게 달굴 영상이 눈앞에서 만들어진다는 걸 알아차렸다. 곧바로 슬쩍 다른 이들의 시선과 카메라의 시선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찾아 도망쳤다.

“무식하게 힘만 세선 교실 문까지 부숴 먹었다는데!? 우리 연약한 아들이 다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엄마 익룡은 제스의 무력을 빌미로 들어 제 아들을 가련한 희생자처럼 꾸몄다. 그런 훌륭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들 익룡은 이미 제 친구들과 입을 맞춰 없던 사실까지 꾸며낸 상태였다.

“그리고 누굴 괴롭혔다고요? 하, 참! 괴롭히긴 뭘 괴롭혀! 도리어 우리 아들이 괴롭힘을 당했다는데!?”

세상에 이보다 더 멍청할 수가 있을까?

리안이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는 건 교사들도 알고, 학생들도 알며, 경비병까지 아는 사실이다. 금방 들키다 못해 역풍 맞을 만한 거짓말을 어떻게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거지?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렇죠. 선생님!?”

“아, 그게… 음, 뭐…”

리안은 기이할 정도로 ‘세상’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세상에 살아가는 존재들 또한 자연스럽게 리안에게 거부감을 느꼈고, 아무리 불합리한 상황이 되어도 그를 지켜줄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다.

리안은 그런 세계조차 사랑했기에 생존 본능으로 얻은 힘이 누군가를 죽이는 힘이 아닌, 세상과 녹아들어 살아가는 ‘적응’이었다.

상냥한 그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계.

제스의 짐승 같은 감각이 이 세계가 얼마나 불쾌한지, 리안에게 얼마나 무례하고 위협적인지를 인지했다.

‘데리고 도망칠 수 없을까?’

제스는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리안과 자신이 살던 세계로 도망가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고까웠는지 엄마 익룡이 빽빽 목소리를 높이며 그녀를 손가락질했다.

저 보라고, 저저 싸가지 없는 모습을 보라고!

세상 사람들에게 제 억울함을 토로하기 위해 어느 순간부터 울먹이기까지 했다. 제대로 된 대화도 하기 전에 필살기를 갈겨버린 것이다.

상대가 감성으로 싸움을 걸 땐 이기는 법은 간단하다.

“이걸 먼저 확인해 보시죠.”

제스의 아빠는 무뚝뚝한 얼굴로 갈색 서류 파일을 건넸다. 엄마 익룡은 그저 꺼이꺼이 울며 그의 파일을 무시하려 했다. 이대로 버티기만 해도 그녀의 승리… 따위의 생각이 머릿속에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읽지 않겠다면 상관없습니다. 짧게 설명하자면 댁네 아드님이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폭행, 절도, 성추행했다는 증거를 이미 확보했습니다. 학생 쪽 부모님들이 단체로 고소할 예정이니 알아두십시오.”

“예..?”

상대가 감성으로 덤빈다면 이성으로 처리하면 되는 일이다. 언제나 팩트는 아프고 법의 망치는 삶을 엉망으로 만들기 쉬웠다. 세상이 떠나갈 듯 울던 엄마 익룡이 멍한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악어의 눈물이었는지 딱히 얼굴에 눈물 자국이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하품해야 겨우 나올 정도?

제스의 아빠는 그런 그녀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제스를 돌아보았다.

“딸, 어디 다친 곳은 없어?”

“응.”

그는 그녀가 세계에 녹아들어 리안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부모일 뿐이었다. 그녀가 매정한 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감각적으로 상대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게 느껴졌다.

그런 허상에게 애정이 담긴 미소를 지어 보일 수 있는 건, 그에게서 미약한 리안의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제스를 지키고 싶다는 의지가 그녀의 몸에 남아 방어막을 만들어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그 의지의 일부가 허상에 깃들어 적극적으로 그녀를 애정하고 도와주려 애썼다.

머리카락 할 올 정도의 미약한 기운이었기에 넘치는 애정을 쏟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밀어낼 정도도 아니었다.

“다음에는 말도 못 하게 만들어. 아빠가 알아서 싹 다 처리할 테니까? 어휴, 누구 딸인지 장하네! 장해. 괴롭힘당하는 친구도 도와주고.”

그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자 다가왔지만 제스는 액체 같은 고양이처럼 쉭 피해버렸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는 건 허락된 소수뿐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제스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고맙다는 듯 어깨로 콩하고 그의 팔을 툭 쳤다. 그러자 시무룩한 고릴라가 행복한 고릴라가 되었다.

“허,허어..”

엄마 익룡은 어이가 없다 못해 기가 막혀 제대로 된 말을 잇지 못했다. 입술을 벙긋거리며 2차전을 시작하려는 순간 그가 몸을 휙 돌려 품에 갈무리했던 갈색 파일철을 다시 내밀었다.

“더 떠들기 전에 이거 먼저 보고 떠드시죠.”

그녀는 목소리 높여 소리치려다, 이내 단체고소란 무시무시한 단어가 떠올라 떨리는 손으로 파일철을 받았다. 덜덜 떨리는 손이 파일철을 거칠게 넘겼다.

팔랑팔랑, 종이가 넘겨지고 딱 봐도 제 아들로 보이는 이가 담배를 피우며 애들을 괴롭히는 모습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녀는 진심으로 제 새끼가 그런 짓을 저지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후회하며 제 아들을 두들겨 패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만들려 노력한다면, 그녀는 제대로 된 부모 역할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녀는 그 정도로 똑똑하지 못했다.

“이, 이런 거 합성일 게 분명해! 아니, 합성이 아니더라도…! 애가, 애가 공부하다 힘들어서 그럴 수도 있는 거잖아!”

현실 외면, 자기 합리화.

평소 어떤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왔는지가 훤히 내보이는 모습이었다. 제스는 주먹 한번 휘두르지 않고 상대를 무력화 시킨 모습에 호기심을 느끼며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녀의 머리 위에 자리 잡았던 귀가 사라진 탓에 귀를 쫑긋거리던 버릇이 머리를 갸웃거리는 쪽으로 남아버린 탓이었다.

‘그런 것보다 리안이 보고 싶은데.’

교실 파괴 사건과 양아치 기절 사건으로 인해 교무실로 질질 끌려와 리안과 떨어지고 말았다. 그가 무력하게 쓰러지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보고 난 뒤라 그런지 초조함에 손이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이제 다 끝난 거지? 난 가도 되는 거지?”

제스가 제자리에서 방방 뛰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제 아빠를 바라보았다. 귀여운 딸의 모습에 그는 헤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리안이 있을 법한 장소를 찾아 달렸다.

드르륵,쾅!

거칠게 문이 열리고, 선생님들이 교무실로 모여있는 바람에 시끄럽게 떠들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놀란 눈들이 거칠게 열린 문 쪽을 향했다.

‘찾았다!’

리안은 쓰레기통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그가 병균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의 주변에는 책상들이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제스의 매서운 시선이 빠르게 교실을 훑고 지나갔다. 리안을 끌어안고 잔뜩 뽀뽀해주고 싶은 충동과 별개로, 그를 지키기 위해 뛰어난 머리가 반의 분위기와 상황, 우두머리를 파악했다.

“리안!”

겉으로는 그저 주인 만난 강아지 그 자체였다. 빠르게 리안에게 다가간 제스는 익숙하게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 제스가 나타난 순간부터 돌처럼 굳은 리안은 순식간에 그녀의 가슴팍에 빨려 들어가듯 얼굴이 박히고, 그대로 손을 허우적거렸다.

제스는 그런 손을 잡아 제 허리에 두르게 했다. 탄탄하면서도 살짝은 말랑한 가느다란 허리가 손에 잡히자 리안은 정말 동상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뭐, 뭐야?”

“누구..?!”

“아니, 왜 저런 미인이 저 녀석을?!”

연예인의 뺨을 후드려 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와 몸매를 가진 미소녀가 반에서 가장 무시받는 리안에게 자극적이고 뜨거운 육탄공세를 보이자 반은 그대로 뒤집어졌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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