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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4

    <214 – 버릇고치기>

     

    평소처럼 아침 일찍 강의실에 나왔던 지젤은 당연히 보여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자 의아해졌다.

     

    “이사벨. 우리 꼬마아가씨는 어디 갔습니까?”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그쪽이 불러서 먼저 나갔던 거 아니었어?”

    “유감스럽게도 오늘은 얼굴도 본 적 없답니다. 또 어디선가 이상한 걸 수집하고 있나보군요.”

     

    컬렉션마니아 오크노디.

    그녀의 수집에 대한 집착을 감안하면 충분히 있을법한 일이다.

    그래도 강의는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알아서 출석하는 모범생이다.

    때가 되면 알아서 오겠지.

    두 사람은 가볍게 생각했다.

     

    “강의를 시작하도록 하지.”

    “…!”

     

    오크노디가 끝내 출석하지 않은 채로 강의가 시작하기 전까지는.

     

    “오크노디가 강의에 안 왔어.”

    “어디서 희귀소재를 채집한다고 늦는 걸지도 모릅니다.”

    “전에도 이런 적이 딱 한 번 있었잖아.”

    “…저주소동.”

    “또 뭔가에 당했으면 어떡해?”

    “강의가 끝나면 바로 같이 찾으러 가죠.”

     

    사감선생님은 일전의 저주소동도 있었기에 순순히 문을 열어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사감실을 방문한 두 사람은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프란시스 사감선생님. 오크노디가 강의실에 나오지 않아 걱정되는데 안에 있는지 확인 좀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아이라면 정식허가를 받고 아카데미 외부로 외출했어요. 안심하셔도 됩니다.”

    “외부로요? 오크노디가?”

    “마침 잘됐군요. 이사벨양. 당신에게 오크노디가 남겨둔 편지가 한 장 있으니 받아가세요.”

     

    항상 밥을 해준 것이 효과가 없지는 않았던 걸까.

    집 나가며 엄마에게 편지를 쓰는 아이처럼 이사벨 앞으로 오크노디가 남긴 편지가 한 장 있었다.

     

    ━━━

    친애하는 이사벨에게.

     

    미안해요, 이사벨.

    재단의 호출을 받아서 잠시 외출을 하게 됐어요.

    강의를 못 따라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기말고사 예습도 전부 끝냈거든요!

    출석도 인정된다니까 아카데미에 없는 동안에도 학업엔 아무런 지장도 없답니다.

    히히. 완전 부럽죠?

     

    하나만 약속해요.

    저 없다고 너무 쓸쓸해하지 말기!

    지젤아저씨랑 오천아저씨, 아카디아 언니, 도로시랑 헤스티아, 즈앙이랑 티토소가, 모브한테도 대신 안부 전해주고요.

    이럼 하나만 약속한 게 아니게 되나?

    헤헤. 선심 써서 두 개 약속한 셈 쳐주세요!

     

    일주일이라고는 했지만 언제 돌아올지는 모르겠어요.

    가급적 일찍 돌아가려고 해요.

    사실 밖에서는 그다지 할 일이 없거든요.

    보고 싶어요.

    열심히 노력해서 빨리 돌아갈게요!

     

    안부를 전하며, 오크노디가 씀.

    ━━━

     

    편지를 든 손이 덜덜 떨렸다.

     

    “재단이야. 재단이 그 아이를 데려갔어.”

    “그게 정말입니까?”

     

    지젤에게 편지를 넘겨준 이사벨.

    편지를 읽은 지젤의 표정이 점점 굳었다.

     

    “당했군요. 설마 이런 식으로 오크노디가 아카데미를 떠나게 만들다니.”

    “어쩌지?”

    “어떻게도 할 수 없습니다. 아카데미에 있는 저희가 목적지도 모르는 곳으로 떠난 오크노디를 데려올 방법은 없습니다.”

    “그럼 이대로 오크노디가 떠나게 둬야 해?”

    “…돌아오기를 바라는 수밖에요.”

     

    그 악명 높은 와이히엠하이 재단이 자신들의 명예를 수도 없이 실추시킨 오크노디를 순순히 일주일 뒤에 돌려보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재단이 오크노디를 돌려보내주기를 믿는 것밖에 없었다.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하지만 지젤 본인이 아닌 그의 인맥이라면 사용할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필요하다면 에소니아 모험단에도 연락을 넣어서 도움을 요청해도 좋아. 모험단 친구들은 내 부탁이라고 전하면 분명 도와줄 거야.”

     

    지젤과 이사벨의 인맥이 재단에 끌려간 오크노디를 되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차원문을 넘어 아카데미를 벗어나자 기다렸다는 것처럼 연미복 차림의 남자가 관문이동소 정문에서 말을 걸었다.

     

    “오크노디 아가씨. 맞습니까?”

    “조나는 어딨어요?”

    “오늘은 제가 대신 수행을 맡게 되었습니다.”

     

    조나가 아닌 모르는 사람.

    솔직히 실망이다.

    아카데미 외출을 한 이유가 하나 사라졌다.

     

    “그럼 리프는요?”

    “조나님과 같이 나중에 볼 수 있을 겁니다.”

     

    집사도 메이드도 내 사람이 아니다.

    기분이 좀 나빠졌다.

     

    “타시죠.”

     

    밖이 보이지 않는 마차에 탔다.

    창문을 덮은 커튼을 치자 나무판자로 못질을 해둔 자리가 보였다.

    무슨 마차를 이리 갑갑하게 타냐고 시선을 던지자 조나도 아닌 집사가 대답했다.

     

    “저격에 당하지 않도록 밖에는 철판도 덧댔습니다.”

    “…답답해요.”

    “참으십시오. 안전을 위한 조치입니다.”

     

    무려 하루를 꼬박 그렇게 이동했다.

    도중에 주는 음식은 심지어 맛없는 흑빵이었다.

    맛없는 건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맛없는 주제에 진즉에 식품도감에 채워 넣은 음식인 건 참기 어렵다.

    기분이 많이 나빠졌다.

     

    “다 왔습니다. 내리십시오.”

     

    에스코트도 없이 마차에서 내리고는 다중결계로 철저하게 보호받는 시설에 진입한다.

    시설 안을 오가는 어른들은 하나같이 가면을 쓴 피에로 분장의 사람들.

    대륙 전역에 널린 빌런조직 중에서도 중위권에 랭크되는 확정적으로 등장하는 조직 <피에로 가면단>의 조직원들이다.

     

    “이곳이 어디인지 아십니까?”

    “알아요.”

    “물론 모르시겠지요. 이곳은 재단의 하부조직인…”

     

    둔한 사람은 반응도 둔하다.

    눈을 껌뻑이는 속도마저도 느려터진 엉터리 집사.

    그 한심한 낯짝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안다고요?”

    “피에로 가면단. 고아들을 곡예단원이 되어 먹고 살게 해준다며 거두고는 재능 있는 아이들은 곡예사로 키우다가 상급조직인 암살조직에 팔고, 나머지는 정보원으로 써먹거나 곡예단의 동물 밥으로 먹이는 조직이잖아요?”

    “…조나가 그런 것까지 가르쳐줬습니까? 아카데미에서 재학 중인 장학생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정보일 텐데……”

    “시시한 소리는 그만두고 절 여기로 데려온 이유나 말하세요.”

    “…오크노디 아가씨를 부르신 분은 재단의 집사들을 관리하는 감독관님입니다. 보통 장학생들이 그분을 보는 경우는 하나입니다.”

     

    야매집사가 분위기를 잡고 싶은지 애써 험상궂은 표정을 지었다.

     

    “장학생이 지령달성을 거듭 실패함으로써 ‘벌’이 필요할 때. 즉, 벌을 받을 때입니다.”

     

    분노에도 스택이 쌓인다면 방금 내뱉은 건방진 소리로 최대스택을 쌓았다.

     

    “유감이네요! 저는 벌을 받는 것보단 주는 걸 더 좋아하는데.”

    “너무 건방진 태도를 유지하지 마십시오. 저는 몰라도 동방제국에서 건너오신 감독관님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장학생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돌아가시는 이유는 그거 때문이라고 생각하세요!”

     

    해맑게 웃으며 집사의 다리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터치했다.

     

    “으그극!?”

     

    암흑마나는 방사능과 비슷하다.

    소량을 간직하는 건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일정수준을 넘어서면 ‘피폭’이라도 당하는 것처럼 보통은 신체가 급속도로 무너진다.

    지금 야매집사의 붙잡힌 다리에서 일어나는 일이 그와 같았다.

    암흑마나를 잔뜩 일으켜서 불어넣는다.

    그 가벼운 과정만으로도 간질발작을 일으키며 몸부림을 치다가 쿵 쓰러진다.

    조나라면 악의를 품은 손에 잡히지도 않고 손쉽게 떼어냈겠지.

    역시 조나에 비하면 하찮은 녀석이다.

     

    “남의 집사를 떼어놓고 협박까지 일삼으면서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도 안했나요? 참나.”

     

    정말 시시한 양반이다.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꿈틀거리는 집사를 가볍게 짓밟고 지나가며 피에로 가면들을 불렀다.

     

    “누구 감독관 아저씨한테 저 좀 데려다주실 분?”

     

    모처럼의 외출인데 일주일은커녕 삼일도 안 걸리겠네.

    주춤주춤 눈치를 보며 앞장서는 가면의 뒤통수를 쳐다보며 걷는 걸음에 지루함이 묻어났다.

     

     

    * *

     

     

    다재다능한 구석이 있지만 성격은 유한 편.

    꾀를 부리기는 해도 사람을 해치지는 않음.

     

    ‘성격이 유해? 사람을 안 해쳐’

     

    감독관은 보고서를 찢었다.

    볼 가치도 없는 쓰레기 같은 보고서였다.

    오크노디에 대해 난장판으로 조사를 했던가.

    혹은 재단의 조사마저 속일 정도로 오크노디가 철저하게 본색을 감췄던가.

    어느 쪽이건 이딴 종이쪼가리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저씨가 저 불렀어요?”

    “집사를 암흑마나에 중독시켜서 해치웠다고 들었다. 뒤탈이 두렵지도 않느냐? 너의 유일한 후원세력이 적으로 돌아서는 것이.”

    “딱히요? 재단은 약한 사람 싫어하잖아요.”

     

    저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조나가 보고로 올렸던 ‘통제 가능한 아이’와는 완전히 동떨어졌다.

    재단의 지령을 따르지 않으면 자신에게 닥칠 불운이 두려워서 죄를 범하는.

    혹은 무너진 도덕심에 상처 입지 않으려는 것처럼 가학적인 행동을 즐기는 척 행세하기 바쁜 가짜 유혈자가 되는.

    재단장학생 특유의 모습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살인에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않는.

    죄책감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재단이 만들어내고자 하는 궁극적인 장학생.

    쓰기 좋은 일꾼.

    그것과도 다르다.

    그들은 자아를 지니고 있지 않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따를 뿐인 인형이나 다름없는 것들이다.

    오크노디는 그 모든 것들과 전부 달랐다.

    무엇으로도 규정할 수가 없었다.

    어디에도 들어맞지 않았다.

     

    “재단의 모자는 어째서 네가 가지고 있지?”

    “아저씨한테는 안 알려줄래요.”

     

    꼬우면 덤벼봐.

    너도 먼저 보낸 머저리처럼 만들어줄 테니.

    그렇게 말하듯이 차가운 눈웃음을 짓는 오크노디.

    감독관은 생각했다.

    이 아이에게 무력은 통하지 않는다.

    놀랍게도 자신조차도 힘으로 꺾을 자신이 없다.

    과연 보스께서 특별히 눈여겨보고 아끼는 심정도 이해가 갔다.

     

    “널 이곳에 부른 이유는 재단의 지령을 순순히 이행하지 않고 평판을 더욱 실추시킨 죄를 묻고 교정을 시키기 위함이었지만… 네게는 평범한 수단은 통하지 않을 것 같군.”

     

    감독관이 손짓을 하자 기둥 뒤에 숨어있던 피에로가면을 쓴 날붙이를 든 고문전문가들과 불법치유사들이 조용히 건물을 빠져나갔다.

     

    “아카데미 때문인가? 네가 그리도 재단의 명령을 업신여기는 이유가.”

    “신규이벤트랍시고 쓰레기이벤트를 가져오니까 화가 나는 건데요?”

    “이벤트. 분명 아카데미의 교장이 그런 말을 쓰고는 했지. 역시 아카데미가 원인이었군.”

     

    감독관은 비로소 납득했다.

    아카데미라면 재단의 영향력도 능가할 수 있다.

    저 아이가 딴 마음을 품는 것도 가능하다.

    재단의 품으로부터 해방시켜주겠다고.

    제 좋을 소리만 해대는 것들에게 홀려 잘못된 생각을 가질 법도 하지.

     

    “그럼 알려주지. 아카데미가 네가 모르는 곳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피렌체 왕국의 아카디아 공녀를 알고 있나?”

    “…아카디아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요? 손 하나만 까딱해도 당신들 다 죽을 줄 알아요.”

    “손을 댄 건 우리가 아니다. 아카데미이지.”

     

    감독관은 오늘 막 들어온 보고서를 내밀었다.

     

    “하루 전, 아카디아 공녀의 출신지인 <세비체 공작가>에 봉쇄령이 내려졌다. 네 소중한 벗의 고향이 재단의 주요협력가문이라는 이유로 아카데미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다.”

     

    아카디아와의 교우관계는 이미 아카데미 내부의 첩자를 통해서 보고받았다.

    조나에게 들어간 보고서는 그 또한 모두 받아보고 있으니 틀림없다.

    절친한 친우인 아카디아를 위협하는 아카데미의 행보를 깨닫는다면 오크노디도 적의의 방향을 재단이 아닌 아카데미로 돌리겠지.

     

    ‘크큭. 체크메이트다. 네 친구를 구하려면 이제부터는 재단의 뜻대로 따라야 한다는 거다.’

     

    넌 이제 재단을 거역할 수 없어.

    의기양양한 감독관에게 오크노디가 말했다.

     

    “근데요?”

    “?”

    “망할만해서 망하고 있잖아요. 그게 머요?”

     

    그런데 이 아이, 알던 것보다 너무 독하다.

    친구인데, 고향가문이 망할 위기에 처했는데.

    아무 생각이 안 드는 건가?

    조나, 이 녀석…

    대체 무슨 괴물을 키운 거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acornno님의 새로운 팬아트가 공지에 올라왔습니다.
    어른노디를 참을 수 없었던 독자님의 응애노디를 향한 애정이 느껴지는 팬아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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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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