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15

       나의 말에 신빛가람은 한숨을 쉬었다.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아무래도 징다람 때도 그렇고.

         

       교단 내부에 배교자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 가슴을 아프게 만드는 모양이었다.

         

       그것도 이번에는 징다람보다 훨씬 더 큰 위기였다.

         

       무려, <교단>의 실세에 해당하는 인물.

       주교급의 인물.

       그 인물이 사악한 수를 품고 있다는 거니까.

         

       “네, 맞습니다.”

         

       신빛가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우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솔직히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 성녀를 키워내신 분께서 어찌 그런 사악한 악을 가졌는지…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미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권력을 가졌으면서도 어째서…-”

       “-아마 순서가 반대일 겁니다.”

       “네?”

       “사악한 의도를 먼저 품고 성녀를 키웠고, 올린 겁니다.”

       “……”

         

       나는 안색이 창백해지는 신빛가람을 뒤로하며 잠시 생각하였다.

         

       ‘고스라’에서 성녀가키는 기본적으로 제대로 된 부모가 없는 고아라는 설정으로 나온다.

         

       하지만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사실 그녀들에게 제대로 된 부모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정확히 언제, 어느 시기에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시바새키 류코가 부모를 독살하고 아이를 가로채 키웠다는 정황이 드러난다.

         

       ‘추가적인 과정은 뭐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차피 그걸 안다고 해서 뭐가 바뀌는 것도 아니기에 신경을 껐다.

         

       결국, 중요한 건 단 한 가지 사실이다.

         

       시바새키 류코는 둘을 자기 말에 거역할 수 없게 강박증에 가까운 세뇌식 교육을 진행하며 키웠다.

         

       그리고 때가 되자 성녀로 올렸다.

         

       처음부터 교단을 무너트리기 위한 장치로서 말이다.

         

       천만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둘이 가진 신성력은 상상 이상으로 강해, 세뇌나 각인 같은 정신계 스킬은 통하지 않았다.

         

       즉, 정신 그 자체가 조작된 건 아니었다.

         

       그저 이제 10살 먹은 어린애들이라는 특성상 부모의 말에 거역할 수 없는 것뿐이었다.

         

       ‘아마 두 사람도 잘 알고 있겠지.’

         

       키워준 유모가 얼마나 사악한지.

       그걸 알고 있음에도 거절할 수 없었던 걸 거다.

         

       신빛가람은 나와 비슷한 생각에 도달했는지, 안쓰러운 얼굴을 하였다.

         

       곧 결의를 다지며 말을 이어 나갔다.

         

       “…마저 이야기하겠습니다. 수옥빈님께 도움을 요청. 그녀의 힘으로 시바새키 주교에 대한 여러 배신의 증거와 정황 등을 여러 개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나는 놀란 얼굴로 수옥빈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얼마나 능력이 출중하면 하나도 찾기 어려운 증거를 그렇게나 많이…

         

       수옥빈은 내 시선에 빙그레 웃었다.

       곧, 골치 아프다는 듯 쓴 미소를 지었다.

         

       “…노력해서 최대한 모으기는 했습니다만, 이대로 모은 증거를 터트려도 아무런 의미는 없을 겁니다.”

         

       동의한다.

         

       시바새키 류코의 영향력이라면 별다른 여파가 없을 거다.

       여러 가지 질책의 말이 나와도 그녀에게 가는 실질적인 피해는 없겠지.

       오히려, 자기 보신적인 성격을 살피면 교단에 숨어서 밖으로 나오지 않고 더 한 음모를 꾸밀 거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확실하게 밖으로 나온 그 시점. 도망칠 수 없게 붙잡아 처리해야 합니다. 그래야 뒤탈이 없지요.”

         

       “수녀원장님의 말이 맞습니다. 여기에 이것과는 별개로 S급 괴수를 내버려 둘 수도 없습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서울 전체가 통째로 날아갈지도 모르니까요.

         

       ‘흐음…’

         

       나는 둘의 이야기를 들으며, 해야 할 일의 마무리를 지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우선 등장하는 S급 괴수를 토벌한다. 그 후, 어떻게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바새키 류코를 잡는다. 마지막으로 두 성녀님을 구한다. 맞나요?”

       

        “맞습니다. 역시 유세하님은 똑똑하네요.”

         

       수옥빈은 화사하게 웃으며, 내 머리를 마구마구 쓰다듬었다.

       ‘그, 그만…’이라고 말할 틈도 없이 이어지는 부드러운 손길.

       마치 내가 므냥이가 된 듯한 느낌에 얼굴이 붉어졌다.

       지켜보던 신빛가람이, 악성 우결충 성향을 참지 못하고 ‘어머멋!’ 거렸다.

         

       ‘크흠. 부끄럽네. 진짜.’

         

       추가로 이번에 등장하는 S급 괴수는 공식적으로는 <황룡>이라고 한다.

         

       그 증거로 천하궁 주변에 감도는 문양에 사신수(四神)가 그려져 있다고.

         

       “하지만 아니겠죠.”

       “네, 아닐 겁니다.”

         

       저것은 시바새키 류코가 거짓으로 교단에 뿌린 정보다.

         

       황룡은 사신수가 아닌 오룡이 그러져 있어야 나오는 S급 괴수다.

         

       사신수가 기록되어서 나오는 S급 괴수는 ‘그 녀석’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속은 교단은, 황룡을 쓰러트리기 위한 준비를 할 거야.’

         

       그만큼 많은 돈과 자원을 엉뚱한 보스를 상대로 소모할 거다.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혼란과 토벌 실패.

       수많은 인명피해.

       다른 세력 간의 충돌과 갈등.

         

       그리고 그 틈을 타서, 시바새키가 성녀를 납치해 <타르타로스>에 바치고 완전히 전향한다.

         

       자연스럽게 패배의 책임을 진 <교단>은 완전히 몰락해 버린다.

         

       최종적으로 무너진 울타리를 넘고 빌런, 마인들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뒤 세계의 범죄자들이 꿈에도 바라는 시나리오의 완성이었다.

         

       *

         

       수옥빈은 빈 찻잔을 바라보다 천천히 내려놓았다.

         

       곧, 본격적인 작전 설명을 시작하였다.

         

       “교단이 실패하면 협회에 기회가 올 겁니다.”

         

       그리고 협회가 실패하면, 대기하고 있는 4대 클랜에 차례가 오겠지요.

         

       거기까지 간다면 다른 건 몰라도 S급 괴수는 확실히 토벌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일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거기에 시간을 끌고 싶지 않습니다. 추가로 아무것도 모르고 목숨을 바쳐 싸우는 성직자분들도 가능한 만큼 구하고 싶고요.”

         

       “그러면…”

       

       “네, 같이 참전하는 텅텅빈 주교. 그녀의 작전이 실패하는 순간, 저희 쪽에서 나서려 합니다. 그것이 가능한 명분은 여기 신빛가람 수녀원장님이 해주실 겁니다.”

         

       신빛가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 이야기를 맞췄는지 신빛가람은 가슴 위에 손을 올리며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

         

       “…저는 주교들보다는 권한이 약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그분들이 실패 시 다음 지휘권을 받을 권한이 있습니다. 그때 본격적인 작전을 실행하려 합니다. 동시에 S급 괴수에 대한 작전 지휘도 들어갈 거고요.”

         

       지휘라.

         

       ‘…쓰읍.’

         

       나는 불과 몇 주 전에 있었던 참극이 생각나 쓰게 웃었다.

         

       그러다 뒤를 이으는 말에 움찔하였다.

         

       “그리고 전술적인 지휘에 있어서…세하 후배님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제, 제가 말입니까?”

         

       고개를 끄덕인 신빛가람은, 내가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손을 들며 말을 이어 나갔다.

         

       “세하 후배님이 망설이고 있다는 건 압니다. 또다시 작전을 따르는 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길을 걷지 않을까…그런 고민을 하고 있으시겠죠.”

         

       “……”

       

        “하지만, 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참극의 현장, 세하 후배님의 정확한 지시가 없었다면 더 큰 피해가 났을 거라고.”

         

       저는 세하 후배님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끄럽게도 저는 그 정도의 전략을 펼치지 못합니다.

         

       “세하 후배님의 힘이 필요합니다.”

       “……”

       “후훗. 너무 압박 주지는 마세요. 유세하님도 고민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

       “앗! 느, 느엥! 느에엥! 죄, 죄송합니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아닙니다. 다만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느, 느엥…물론입니다.”

         

       전략이라…

         

       ‘내가…?’

         

       절로 망설였다.

         

       지금까지 모든 전술에 있어서 희생을 당연시 해온 내가…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런 원초적인 두려움이 몰려왔다.

         

       나는 머뭇거렸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수옥빈은 다른 화젯거리를 꺼내 들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나겠네요. 그리고…사실 혹시 몰라서 도우미를 한 명 더 불렀습니다. 아무래도 무력적인 면이 좀 더 있어야 할 듯싶어서요.”

         

       “…도우미요?”

         

       “네, 그것도 유세하님이 잘 아는 분이랍니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수옥빈은 손짓하였다.

         

       곧 느껴지는 기척과 들려오는 목소리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실례한다.”

         

       안으로 들어서는 인물은, 베이지색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어 내린 미인.

         

       그녀 또한 나를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유, 유, 유세하 생도?”

       “…교수님?”

       

       팽진아.

         

       나의 단 하나뿐인 스승님.

         

       전혀 예상외의 만남이었다.

         

       *

         

       “…왜 이곳에…”

       “교수님?”

       

       나와 팽진아는 서로를 멀뚱거리며 바라보았다.

         

       나로서는 반가움이 좀 더 컸지만…

         

       팽진아는 아닌 모양이다.

         

       정확하게는…

       

       격분에 가까운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수옥빈!”

       “…흠?”

         

       나는 절로 움찔거렸다.

         

       팽진아의 눈매가 일자로 좁히며, 아주 미세하지만 은은한 살기를 피웠다.

         

       그녀와 같이 지낸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저것은 팽진아가 정말 극도로 화가 났을 때의 모습이라는 것을.

         

       그것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하듯 팽진아는 크게 소리쳤다.

         

       “우리 애들은 휘말리지 않게 해달라고 그리 말했을 텐데!”

       “……”

         

       ‘휘말려?’

         

       나는 슬쩍 신빛가람을 쳐다보았다.

         

       그녀 또한 당황하는 눈치인 거 보면 모르는 것 같고…

         

       수옥빈이랑 뭔가 이야기가 진행된 건가?

         

       잠시, 미묘한 침묵이 이어졌다.

         

       씩씩거리며 화를 내는 팽진아.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는 수옥빈.

         

       곧, 수옥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유세하님? 수녀원장님?”

       “아, 네.”

       “네.”

       “죄송하지만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패천검>씨랑 마저 대화를 좀 하고 오겠습니다.

         

         

       * * *

         

         

       쾅-!

         

       거친 소음이 울려 퍼졌다.

         

       따로 자리를 옮긴 두 사람 중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팽진아였다.

         

       수옥빈의 멱살을 잡은 그녀가 벽으로 밀어붙였다.

         

       “내가, 내가 말하지 않았나. 유세하에게…”

         

       내, 소중한 제자를 위기로 몰아넣지 말라고!

         

       “그런데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지?”

       “……”

         

       수옥빈은 멱살 잡힌 상태 그대로 팽진아를 직시하였다.

         

       일렁이는 분노로 가득 찬 눈동자.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거다.

         

       그 안에 담긴 것은 분노보다 더욱더 큰 진실이자 본심이었다.

         

       바로 걱정.

         

       유세하.

         

       그가 조금이라도 다칠까 봐.

       두려워서 참을 수 없는 여자의 마음이, 수옥빈에게 온전히 보였다.

         

       특유의 핏빛 눈동자로 그것을 간파한 수옥빈은, 약간의 안쓰러움을 표했다.

         

       동시에.

         

       “하아…”

       

       미묘한 혐오감을 드러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화 보기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